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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재우 칼럼] 대선 이후의 성숙함
    우리는 지금 신중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이번 대선의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참으로 궁금합니다. 탄핵 이후의 정치 상황은 무정부 상태는 아니었지만, 무정부 상태와 다를 바 없는 혼란과 불안이 엄습해 있었습니다. 사회 전반에 걸친 갈등과 대립, 그리고 양극화의 극단적인 모습은 많은 이들을 지치게 했습니다. 하지만 진정으로 중요한 시점은 오히려 대선 이후입니다. 건강한 사회는 늘 형평과 균형을 이루며 발전합니다. 부유한 자와 가난한 자, 지식인과 평범한 시민, 건강한 이와 장애를 가진 이, 권력자와 평범한 사람, 상인과 소비자, 이들은 때로 갈등하지만 결국 서로를 이해하고 조율하며 함께 살아갑니다. 대선 전의 날카롭고 첨예한 상황도 결국 지나가야 합니다. 대선 이후에는 반드시 사회의 균형을 회복해 나가야 하며, 그 길에 우리 모두의 성숙한 태도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몇 가지 다짐할 일이 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대선 전에 다시금 마음에 새겨야 할 원칙들입니다. 첫째, 무엇보다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해야 합니다. 선거는 국민의 선택을 확인하는 절차입니다. 투표와 개표 과정에서의 의혹은 사전에 철저히 차단해야 하며, 이를 위해 선거관리위원과 감시자들이 엄정하고 책임 있게 역할을 다해야 합니다. 그리고 결과가 어떻든 서로를 축하하고 위로하는 화합의 자리가 되어야 합니다. 선거는 결코 적과의 전쟁이 아니라, 우리 공동체의 더 나은 내일을 위한 과정이어야 합니다. 둘째, 국민과의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후보들의 공약은 선심성 전략이 아니라 국민과의 신뢰 계약입니다. 선거가 끝난 뒤 공약을 헌신짝처럼 버린다면 그 책임은 반드시 물어야 합니다. 우리는 선택의 기준을 어디에 두어야 할까요? 결국 약속을 지킬 수 있는 신뢰와 진정성에 있습니다. 그래서 후보자의 인성을 보고, 그다음에 리더십과 시대적 사명감을 봐야 하는 것입니다. 셋째, 자유민주주의의 원칙을 끝까지 지켜 나가야 합니다. 자유민주주의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고, 국민의 뜻에 따라 정치권력이 행사되는 민주주의의 한 형태입니다. 법의 지배, 권력분립, 다원주의,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 그리고 정기적이고 공정한 선거, 이 모든 것은 자유민주주의의 핵심 원칙입니다. 우리의 근대사는 산업화를 이루는 동시에 민주화를 위해 목숨을 걸었던 역사입니다. 우리가 이 길을 걸어온 이유는 분명합니다. 독일의 사례를 봅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재편되었고, 기본법(Grundgesetz)에 따라 표현의 자유, 종교의 자유, 평등권을 보장하며, 의회 중심의 입헌주의와 권력분립을 철저히 지켜왔습니다. 나치즘과 같은 전체주의 사상에 대한 금지 조항을 포함해,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하는 세력에 단호히 맞서왔습니다. 이제 우리도 성숙함을 보여주어야 할 때입니다. 기본적으로 이 세 가지 원칙, 선거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기, 국민과의 약속 지키기, 그리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며, 대한민국의 오랜 숙원인 통일을 향한 비전도 함께 세워야 합니다. 남북이 평화롭게 공존할 뿐만 아니라, 통일된 나라의 미래를 그려야 합니다. 단순히 북한 주민을 동정하는 차원을 넘어,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공동의 꿈을 품어야 합니다. 그리고 누가 당선자가 되든지 가장 시급한 과제는 국민 대통합입니다. 민생을 살피고 경제를 성장시키는 일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먼저 국민이 하나 되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 깊은 고민과 성찰 속에서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아야 합니다. 우리는 8·15 해방, 88올림픽, 2002년 월드컵이라는 역사적 순간마다 하나가 되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순간에는 누구도 서로를 배제하거나 경시하지 않았습니다. 모두가 하나였습니다. 그 중심 원동력은 바로 애국심이었습니다. 대선 이후, 다시 잊었던 애국심을 불러일으켜야 합니다. 대선 이후의 성숙함은 우리의 애국심에 달려 있습니다.
    • 오피니언
    2025-05-27
  • [정재우 칼럼] 대선, 선택의 기준은 무엇인가
    선택의 계절이 다시 돌아왔다. 그러나 이번 선택은 단순히 점심 메뉴를 고르는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향후 5년을 이끌 지도자를 결정하는 중대한 선택이다. 그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잘못된 선택은 나라 전체를 또다시 위기 속으로 몰아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슬픈 현실은, 많은 국민들이 이제는 ‘누가 더 낫냐’가 아니라 ‘누가 덜 나쁘냐’를 고민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정치적 혼란, 경제적 불안, 외교와 사회의 갈등은 지난 몇 년간 우리 사회를 지치게 만들었다. 특히 12·3 계엄 이후 드러난 혼란은, 더 이상 감정적 선택에 머물러선 안 된다는 경고로 다가온다. 이번 대선에서만큼은 반드시 올바른 기준을 세우고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필자는 이러한 현실 속에서 유권자가 고려해야 할 지도자 선택의 세 가지 기준을 제안하고자 한다. 인성, 리더십, 그리고 시대적 사명 의식이다. 첫째, 인성이다. 지도자의 자질은 먼저 사람됨에서 시작된다. 인성이란 개인의 도덕성과 성격, 타인과의 관계에서 드러나는 태도와 품성이다. 양심, 공감, 책임감, 성실함, 겸손함 등이 그 기준이 된다. 무엇보다도 정치 지도자에게는 정직이 우선이다. 거짓말로 선동하고, 공약을 남발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자는 지도자의 자격이 없다. 더불어 다양한 계층의 삶에 공감하며, 위기 상황에서도 원칙을 지키고 흔들리지 않는 품격이 필요하다. 둘째는 리더십이다. 진정한 지도자는 따르는 사람들 위에 군림하는 ‘보스형’이 아니라, 반대자까지 아우르고 설득하는 품격 있는 리더여야 한다. 현재 우리가 직면한 위기를 돌파하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선,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는 리더가 필요하다. 갈라진 민심과 분열된 사회를 통합할 수 있는 포용력 역시 중요하다. 남아공의 만델라처럼, 상처 난 사회를 껴안고 화합으로 이끄는 지도력이 절실하다. 셋째는 시대적 사명 의식이다. 정치 지도자는 한 시대의 과제를 깊이 인식하고, 그 책임을 자각하는 역사적 감각을 지녀야 한다. 독일의 총리 브란트가 유대인 희생자 앞에 무릎을 꿇은 행동은 과거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미래를 위한 결단의 상징이었다. 지도자는 정파나 이념보다 국민 전체의 생명과 안전, 삶의 질을 최우선에 두는 공복이어야 하며, 다음 세대를 위한 결단과 헌신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한 가지 더 주목해야 할 요소는 대한민국의 지정학적 위치다. 『지리의 힘』의 저자 팀 마샬은 한국이 중국, 일본, 러시아, 미국 사이에 놓인 복잡한 지정학의 중심에 있다고 강조한다. 한반도는 태평양으로 진출하려는 강대국들의 전략적 관문이다. 때문에 한국의 지도자는 자주성과 안보를 모두 지키는 균형 외교의 감각이 필수적이다. 그동안 지도자들의 편향된 외교가 국민을 혼란에 빠뜨렸다면, 이제는 균형감 있는 외교 전략을 제시할 지도자가 필요하다. 이제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단순한 인기나 감정, 이념이 아니라 인성과 리더십, 시대적 사명 의식, 그리고 국제 감각까지 종합적으로 갖춘 지도자를 선택해야 한다. 대선은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다. 그 선택의 무게를 느끼며, 이 나라의 미래를 함께 결정하는 지혜로운 시민이 되기를 바란다.
    • 오피니언
    2025-05-20
  • [칼럼] 동시 위협시대, 한국안보의 이중고(한반도와 대만의 안보 전망)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이 격동의 시기로 접어들고 있다. 이제 우리는 단일 전쟁 시나리오가 아닌, 동시다발적이고 복합적인 안보 위협을 전제로 한 대비가 필요하다. 특히 중국의 대만 침공과 동시에 북한의 한반도 도발이 벌어질 가능성은 점점 현실화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군사 가설이 아니라 정책적, 전략적 대응을 요구하는 위협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 중국의 대만 침공과 북한의 병행 도발: 시나리오가 아닌 시계열 중국은 2027년 인민해방군 창설 100주년을 앞두고 '하나의 중국' 완성을 위한 대만 침공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대만 주변에서 계속되는 포위 훈련은 단순한 무력시위를 넘어, 실전을 전제로 한 작전 검증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이 시점에 북한이 동시에 도발할 가능성이다. 한미 연합 전력이 대만 지역으로 분산될 경우, 북한은 한반도에서의 전략적 공백을 노리고 기습 침공을 감행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이 직면할 위협은 단순한 재래식 무기 충돌이 아니라, 핵 위협을 포함한 전면전이다. 특히 전술핵, 핵잠수함 등 핵 억제 수단이 없는 상태에서 한국 단독으로 북핵 위협을 방어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리는 ‘핵 우산’이라는 개념이 실제로 작동할 수 있을지에 대한 냉정한 재검토에 나서야 한다. ◆ 전략적 유연성: 주한미군은 방패인가, 칼날인가 이런 가운데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안보 논쟁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주한미군을 단순한 북한 억제 전력이 아니라 인도-태평양 전략의 축으로 규정하며, “한국은 일본과 중국 사이의 고정된 항공모함”이라 평가했다. 이는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의 외부 투입 가능성을 공식화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과거에는 주한미군을 한반도 붙박이식으로 고정화된 북한 대응을 위한 군사력으로 인식했으나 이제는 본격적으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주한미군 재배치를 통해서 분쟁 지역 국가에 언제든지 작전 투입할 수 있다는 방식으로 전환된 것을 뜻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전략적 유연성이 한국 안보에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주한미군이 한반도를 벗어나 작전을 수행하게 되면, 한반도 방위의 전력이 일시적으로 약화될 수 있다. 이는 북한의 도발 유인을 제공하고, 한국을 미중 전략 경쟁의 전초기지로 전락시킬 위험이 있다. ‘주한미군은 우리를 지킨다’는 전통적 인식은 ‘주한미군은 미국의 전략 자산’이라는 새로운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 방위비 분담금과 주권의 경계 전략적 유연성 확대는 방위비 분담 논쟁과도 연결된다. 주한미군이 한국만을 방어하는 역할을 넘어서고 있다면, 한국이 과도한 방위비를 부담할 당위성은 약해진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장했던 “10배 증액” 요구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기능 변화 앞에서 재조정되어야 할 사안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주권이다. 주한미군이 한반도를 거점으로 외부 작전을 수행하게 되면, 전략적 자산 배치나 작전 개시 결정 과정에서 한국의 동의권이 약화될 수 있다. 이는 명백히 국민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국가 주권이 걸린 문제로, 정부는 명확하고 주도적인 협상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 ◆ 핵 억제력 재정립과 자주국방의 과제 북한은 핵무기를 실전 전력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중국과 러시아의 기술 협력을 등에 업고 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핵에 대한 대응 수단이 제한적이다. 이제는 NATO식 전술핵 공유 체제 도입, 과거 노태우 정부의 비핵화 선언 재검토, 전략무기 재배치 등 다양한 옵션을 현실적으로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만약 미국이 한국의 자체 핵 개발을 용인하지 않는다면, 일본처럼 핵 재처리 능력과 고농축 우라늄 확보 등의 기술적 대비가 필요하다. 자주국방은 선언이 아니라, 실제 전력으로 구비되어야만 한다. ◆ 설계된 안보, 선택의 시간이 왔다 우리는 더 이상 ‘주어진 안보’를 당연시해서는 안 된다. 한반도는 동북아 전체의 안보 지형에서 핵심 위치를 차지하며, 미국, 중국, 일본, 대만의 전략이 교차하는 지점에 서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위기관리 차원을 넘어선 ‘설계된 안보’다. 자주성과 실효성을 갖춘 방위전략, 위기 시 동맹의 실효적 작동 방식, 외교·군사적 유연성까지 포괄하는 전략적 대전환이 요구된다. 미래의 안보는 결코 과거의 연장선 위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는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스마트한 안보를 실현할 구체적 실행력이 필요하다. 우리가 준비하지 않으면, 남이 설계한 안보 속에서 우리의 운명을 맡기게 된다.
    • 오피니언
    2025-05-20
  • [정재우 칼럼] 전주국제영화제 여행기
    5월이 오면 필자는 주체하기 어려운 설렘이 있다. 가정의 달이며 어린이날, 어버이날, 청소년의 날 등 가족을 기념하는 날들이 겹쳐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전주국제영화제가 다가오기 때문이다. 올해로 제26회를 맞은 영화제에서 필자는 7편의 영화를 예매하고 전주로 향했다. 당초 1박 2일 일정이었으나, 막상 와보니 좋은 영화가 너무 많아 하루를 더 연장해 총 10편의 영화를 관람했다. 필자는 ‘인생은 영화 같고, 영화는 인생을 성장시킨다’는 지론을 변함없이 고수하고 있다. 올해 영화제는 독립영화의 독립성과 다양성을 강조하며, 57개국에서 224편의 영화가 참여했다. 특별전은 ‘다시 민주주의로’라는 주제로, 최근 한국 사회의 정치적 상황을 반영해 세계 각국의 민주주의 위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들을 상영했다. 이 외에도 다양한 행사와 이벤트가 함께 진행되었다. 필자가 본 영화들의 국적은 인도, 이란, 멕시코, 폴란드, 필리핀 등 총 9개국에 달했다. 영화를 통해 각 나라의 사회 문제, 삶의 단편, 그리고 문화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세계를 더 넓게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인류가 살아가는 세계가 얼마나 다양한 문제와 역사, 문화를 지니고 있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인상 깊었던 몇 편의 영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이란 영화 <돌아온 구구시>는 이란의 전설적인 대중 가수 구구시가 이슬람 혁명으로 인해 겪었던 현실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재현한 작품이다. 그녀는 20여 년간 자국에서 최고의 가수로 활동했으나, 혁명 이후 이란 정부의 규제와 전통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20년 동안 자택에 감금되었다. 그러다 극적으로 이란을 탈출해 서방 국가에서 자유롭게 가수 활동을 재개하며 이란의 해방을 위해 투쟁한다. 그녀가 주장한 한 문장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여성, 생명, 자유.” 다음은 실화를 다룬 다큐멘터리 <필리핀 민주주의의 씨앗>이다. 2022년 필리핀 대선에서 패한 레니 전 부통령에 대한 이야기이다. 40년 전 독재자 마르코스의 장남이 대선에 출마해 정권을 잡았고, 이는 자신의 부패를 덮기 위한 현 대통령의 전략이라는 해석이 있다. 그러나 많은 국민이 거짓 뉴스에 속아 넘어갔다. 양심적인 언론인으로 노벨 평화상을 받은 여성 기자도 현 정부를 비판했다. 한국 역시 대선을 앞두고 있어 국민의 올바른 선택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레니를 지지했던 이들은 다음 대선을 위해 민주주의의 씨앗을 심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었다. 또 다른 작품은 일본에 사는 재일 조선인 여성 3대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호루몽>이다. ‘호루몽’은 재일 조선인을 지칭하는 말이다. 일본 국적을 취득하지 않고 살아가는 한국인으로서 겪는 고통과 투쟁의 세월을 3대 여성의 이야기로 풀어냈다. 화자인 주인공의 할머니는 강제로 황국신민이 되어 굴종의 세월을 살았고, 어머니는 일본의 패전 후 갑자기 이방인이 되어 차별과 냉대, 불이익을 감내해야 했다. 주인공은 한국인 사업가로 성공했지만, 방송사의 TV 프로그램에서 당한 부당한 혐한 발언에 대해 명예 회복과 사과를 요구하며 3심까지 가는 법적 투쟁 끝에 대법원에서 승소한다. 그녀가 일본을 향해 외친 말은 감동적이다. “서로 더불어 잘 살아보자.” 그 외에도 인도 영화 <사이클 마헤시>는 인도 중부를 자전거로 횡단한 실화를 영화화한 작품이었고, 멕시코 영화 <멕시코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는 스페인에 의해 철저히 무너진 멕시코의 역사와 문화가 회복되기 어렵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또, CCTV에 노출된 현대인의 사생활 피해를 다룬 영화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영화가 사람에게 주는 감동, 지식, 상상력은 계속해서 발전해 나갈 것이다. 한국은 드라마를 시작으로 한류 열풍을 일으켰고, 이제는 K-컬처로까지 확장되었다. 영화는 공기처럼 인간과 함께 존재할 것이다. 인간은 생각하고 실험하고 상상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시대를 반영하는 총체적 예술로서, 우리가 사랑하고 계속 키워나가야 할 식물이다. 이들이 자라 숲을 이루어 우리의 정신세계를 더욱 풍요롭게 해주기를 소망한다.
    • 오피니언
    2025-05-13
  • [기고] 소방자동차 전용구역, 함께 비워야 생명을 지킵니다
    최근 한 해외 언론은 공동주택(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벌어진 장면을 보도했다. 불법 주차된 차량이 소방차의 진입을 막자, 주민들이 직접 차량을 밀어 옆으로 뒤집으며 길을 터주는 긴박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다행히 빠른 초기 대응 덕분에 화재는 조기에 진압되었지만, 단 몇 분만 늦었더라면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었던 아찔한 순간이었다. 소방자동차 전용구역은 단순한 주차금지 구역이 아니다. 이곳은 화재나 재난 발생 시 소방대가 대상물에 신속히 접근해 원활한 현장활동을 전개하기 위한 ‘생존의 공간’이다. 골든타임 확보를 위해 반드시 확보되어야 하는 필수 요소이지만 현실은 다르다. ‘잠깐이면 괜찮겠지’,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는 안일한 인식이 전용구역 침범을 부추기고 있다. 이로 인해 골든타임을 놓치고, 결국 지킬 수 있는 생명을 지키지 못하는 비극이 되풀이된다. 소방자동차 전용구역은 단순한 법규 준수를 넘어, 시민 모두가 지켜야 할 생명의 약속이다. 작은 배려 하나가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 그렇기에 소방차 전용구역은 함께 비워야만 모두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공간이다. 현행 「소방기본법」 제21조의2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동주택에 소방자동차 전용구역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또한 누구든지 전용구역에 차량을 주차하거나 진입을 가로막는 등 소방 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1. 전용구역 안에 물건을 쌓거나 주차하는 행위 2. 전용구역의 앞·뒤·양측면을 물건이나 차량으로 막는 행위 3. 진입로를 가로막아 소방차 진입을 방해하는 행위 4. 노면표지를 훼손하거나 지우는 행위 5. 그 밖에 소방차의 주차 또는 진입을 방해하는 일체의 행위가 금지된다. 이를 위반할 경우 1차 위반 시 50만 원, 2차 이상 위반 시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소방자동차 전용구역의 존재 이유조차 제대로 인식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무심코 행해지는 불법주정차 한 건이 누군가의 생사를 가를 수 있다. 송탄소방서 관내의 소방자동차 전용구역 불법주정차 민원 신고 건수는 2023년 167건, 2024년 131건, 2025년 현재 43건으로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이는 소방자동차 전용구역 부근에 주정차를 금지하는 안내 현수막 설치를 통한 지속적인 경각심 고취, 그리고 2025년 송탄소방서 자체 특수시책으로 추진한 LED 고보라이트(바닥조명) 설치 등 다각적인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결과다. 불법주정차를 줄이기 위한 실천도 함께 지속되어야 한다. 첫째, 반복 민원이 발생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소방자동차 전용구역의 의미와 중요성을 알릴 수 있는 안내 문구를 게시해, 시민 인식을 개선하고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둘째, 야간에도 쉽게 전용구역을 인식할 수 있도록 LED 고보라이트(바닥조명) 설치를 확대해야 한다. 시각적 인지도를 높이는 것은 무단 주차 예방에 효과적이다. 셋째, 민원이 집중되는 공동주택을 중심으로 소방서-관리사무소-입주민 간 협조체계를 구축하고 정기적인 실태 점검을 통해 자발적 준수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 오피니언
    2025-05-12
  • [칼럼] 오산공군기지 에어쇼는 취소되어야 한다.
    오는 5월 10일과 11일, 양일에 걸쳐서 평택 오산공군기지에서 대규모 에어쇼가 열린다고 한다. 하지만 이 행사를 단순한 축제로 볼 수만은 없다. 다수의 대중들은 하나의 축제거리로 좋아할 수는 있지만 분명히 반대하는 입장도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에어쇼를 반대하는 첫 번째 이유는 군사력 과시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에어쇼는 항공 기술과 군사력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자리이다. 한마디로 극강의 폭력성을 자랑하는 자리이다. 그러나 지금 시대는 평화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다. 지난 몇 년간 전 세계는 전쟁의 광풍 속에서 수많은 민중들이 죽어나갔다. 이런 전쟁의 수많은 피해 속에서 주한미군의 책임은 결코 피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에어쇼를 진행하는 것은 광기 그 자체이지 않을까 싶다. 두 번째는 주민들의 생활권 침해 문제다. 에어쇼 기간 동안 전투기와 항공기가 만드는 엄청난 소음과 교통 혼잡은 주변에 사는 사람들에게 큰 불편을 준다. 특히 아이들, 노약자,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에는 심각한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평소에도 기지 주변의 주택가는 소음 문제로 힘든데, 에어쇼까지 겹치면 고통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누군가의 즐거움이 누군가의 고통거리가 되는 상황이 달갑지는 않다. 세 번째는 환경 문제다. 전투기나 군용기가 공중 퍼포먼스를 할 때 엄청난 양의 연료를 소모하는데, 이로 인해 많은 탄소가 배출된다. 기후 위기가 심각한 이 시대에, 굳이 이런 행사를 열면서까지 환경에 부담을 주는 건 맞지 않다. 잠깐의 즐거움을 위해 탄소를 마구 배출하는 일은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전 세계가 탄소배출을 줄이자고 이야기하는데 에어쇼를 진행하는 것은 굉장히 위선적인 일이다. 네 번째로, 에어쇼가 청소년들에게 주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화려한 전투기 퍼포먼스는 자칫 군사력과 무력을 멋진 것으로 보이게 만들 수 있다. 가치관이 형성되는 청소년들에게 이런 인상을 심어주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평화와 인권을 소중히 여기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런 부분까지 세심하게 고민해야 한다. 고도의 폭력 행위를 단순한 볼거리로 보이도록 착각하게 만들고 평화감수성에 대해 무뎌지게 만드는 것은 이 사회의 폭력성을 줄이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한미동맹의 군사적 상징성을 강화하는 문제가 있다. 평택 오산공군기지는 주한미군의 핵심 기지 중 하나다. 이번 에어쇼는 한미동맹의 군사적 결속을 대외적으로 보여주는 성격을 띠게 되는데, 한국 사회 안에서는 한미동맹에 대해 다양한 생각과 의견이 있다. 한미동맹에 대해서 찬성하는 측도 있고, 반대하는 측도 있지만 지금과 같은 시기는 어느 누구도 환영하지 않는다. 방위비분담금 협상과 관세 문제 등 풀어야 할 숙제를 뒤로 하고, 군사적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하는 행사는 오히려 사회적 갈등을 키울 수도 있다.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 그리고 모든 폭력에 반대한다. 평화감수성을 키워주는 사회가 되지 못할망정, 무뎌지게 만드는 사회는 지양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오산공군기지 에어쇼는 취소되어야 마땅하다.
    • 오피니언
    2025-04-30
  • [정재우 칼럼] 고령자 자살을 아는가!
    최근 일본에서 고독사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고 한다. 2024년 1월부터 3월까지 자택에서 홀로 사망한 사람은 총 2만1,716명으로 집계되었고, 이 중 65세 이상 고령자가 약 1만7,000명으로 전체의 80%를 차지했다. 이는 하루 평균 약 186명이 고독사하는 셈으로, 이전에 언급된 하루 평균 60명보다 훨씬 높은 수치이다. 특히 85세 이상 고령자의 고독사 비율이 높아지고 있으며, 남성이 여성보다 약 5배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은 일본의 심화된 고령화, 1인 가구 증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더욱 심각한 현상은 고령자의 자살 문제이다. 일본 내각부의 『고령사회 백서』에 따르면 60세 이상 고령자의 자살자 수는 2023년 총 8,069명으로 60~69세 2,798명, 70~79세 2,901명, 80세 이상 3,070명이다. 이는 전체 자살자 수의 약 40%를 고령자가 차지하는 것으로, 특히 70대와 80대에서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 고령자의 자살 원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건강 문제이다. 전체 자살 동기 중 약 70%가 질병이나 건강 상태의 악화와 관련이 있다. 또한, 가족과의 단절, 배우자의 사망 등으로 인한 상실감과 고립감도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한국의 고령자 자살률도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다. 2023년 기준, 전체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27.33명으로 201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고령층의 자살률은 더욱 높아, 60대 30.7명, 70대 39.0명, 80대 이상은 59.4명에 달한다. 성별로는 남성의 자살률이 여성보다 높아, 80대 이상 남성은 10만 명당 115.8명으로 여성(29.6명)의 약 4배에 이른다. 자살 동기는 연령대별로 차이가 있으며, 60대는 정신적 문제(28.4%), 대인관계(13.2%), 경제적 문제(10.3%) 순이고, 80대 이상은 신체적 질병(26.5%), 정신적 문제(25.8%), 대인관계(7.1%) 순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자살률 감소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정신건강검진 주기를 10년에서 2년으로 단축하고, 조울증, 조현병 등까지 대상 질환을 확대하여 2025년부터 청년층을 우선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자살예방 상담 전화를 109번으로 통합하여 상담 접근성을 강화하고, 학교, 공공기관 등 자살예방교육 의무기관도 확대하고 있다. 더 나아가 2024년 7월부터는 전 국민 마음투자 심리상담 바우처 사업을 시행하여 우울·불안 등이 중증 정신질환으로 악화하거나 자살로 이어지지 않도록 전문 심리상담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고령자 자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민의식의 변화와 사회적 지원이 매우 필요하다.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에 대한 낙인을 줄이고, 치료를 받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인식을 확산시켜야 한다. 아울러 독거노인의 사회적 고립을 줄이기 위해 지역사회 중심의 커뮤니티 활동과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활성화해야 한다. 또 현재 노인상담 전문기관은 일부 지역에만 설치되어 있는 만큼 전국적으로 확대하여 고령자들의 심리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자살 예방에 대한 교육과 캠페인을 통해 시민들의 인식을 높이고, 자살 위험 신호를 조기에 발견하여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여기에 더하여 우리 사회의 자살 문화를 바꾸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먼저 자살을 종용하는 사회 풍조를 바꾸어야 한다. 여기에는 유명인의 자살이 주는 폐해가 얼마나 큰지를 알아야 한다. 한 나라 최고위급 지도자들, 인기 정상의 연예인들, 평소 존경받던 위치에 있던 자들은 그들을 뒤따르는 무고한 무리가 자살에 노출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일명 자살 생존자들(자살한 주변의 유족들과 친근한 이들)이 겪을 고통에 대해 자살 예비자들은 미리 돌아보기를 바란다. 그들에 대한 최소한의 양심을 챙겨보라. 자살자의 책임은 무효한 것이 아니다. 전혀 용서받지 못할 자살은 강요한 동반 자살이다. 어린 자식이나 부모나 배우자를 강제로 죽음으로 끌고 가는 행위는 사회적 배신이다. 그들을 지켜줄 사회에 대한 모독이다. 자살은 기독교 시각으로 볼 때 조물주에 대한 가장 큰 대적 행위이다. 생명을 주어 살아갈 기회를 준 절대자에 대한 배반이다. 가롯 유다는 이 길을 선택했고 그 대가로 가장 깊은 음부에 떨어졌다. 자살은 고령자나 청년이나 누구든지 간에 인간과 신에 대한 가장 가혹한 행위이다. 이를 잊어버리는 세상이 되지 않기를 기도한다.
    • 오피니언
    2025-04-30
  • [조선행의 소비자권익] 수입식품 검역과 안전한 먹거리
    인터넷에 ‘수입식품 잔류농약’ 검색어를 입력하면 「멕시코산 아보카도 농약 기준치 초과검출(25.3.6)」, 「동결건조 바나나칩 잔류농약 기준치 5배 초과 검출(25.2.18)」, 「입점 카페 농약 우롱차 판매 논란으로 대형백화점이 원산지 전수조사에 나서(25.3.6)」 등의 뉴스를 손쉽게 접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수입농산물에서 잔류농약이 검출된다는 것은 검역을 거치지만 어딘가 허점이 있다는 이야기이다. 검역 절차는 국내 소비자의 안전한 먹거리와 건강을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지만 불완전한 서류제출, 일정 성분 기준치 초과, 검역 기준 미비 등으로 추가검사, 반송, 폐기, 회수되기도 한다. 미생물이나 농약의 잔류량 검사 등은 무작위로 선별하거나, 수출국에서 문제가 발생할 시 특별히 실시한다고 알고 있다. 사실 모든 수입식품을 검사한다는 것은 현재의 여건으로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1995년 WTO(세계무역기구) 출범 후 한·칠레FTA(2004년)를 시작으로 전 세계 52개 국가와 FTA(자유무역협정)를 맺고 있다. FTA 체결 초기에는 농민과 다수 국민의 저항이 있었으나 점차 시장을 세계로 넓혀야 하고 비교우위 논리에 따라 외국의 낯선 과일, 가공양념류들이 국내에 자유롭게 수입되었다. 평택의 중형 규모의 마트에서도 언제부턴가 동남아 열대과일이 항상 전시되어 있고, 여러 종류의 냉동과일도 판매되고 있다. 수입 과일이 특별한 장소에서 만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옆에 일상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동물권을 옹호하면서 MZ 세대를 중심으로 채식주의자(비거니즘, 비건)가 확산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한다. 이러한 흐름을 읽고 식품기업에서는 발 빠르게 대응하며 새로운 부가가치 생산을 위해 비건식품을 국내시장에 대거 출시하면서 해외 비건식품을 국내에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콩고기, 비건 빵, 비건 요거트, 비건 고기 소시지 등 종류도 참 많다. ‘비건’이 젊은이를 중심으로 새로이 부상하는 트렌드인 것 같다. 그러나 비건이라 해도 그 식품의 원재료는 무엇이며 어떻게 재배되고 어떤 과정으로 유통되는지에 대한 정보와 관심은 아직 덜 한 듯하다. 국내 농산물은 정기적으로 잔류농약 등의 검사를 잘하고 있다. 나름 촘촘히 관리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외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은 어떨까? 모르는 일이다. 여러 가지 맛과 향, 달콤함으로 유혹하는 수입 과일들, MZ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비거니즘 식품, 다양한 양념과 소스들. 국내 농산물을 사용하기도 하겠지만 수입식품들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제는 수입되는 식품의 안전성에 촉각을 세워야 한다. 소비자는 영롱한 빛깔, 고소한 향기, 달콤함에 취하기 전에 재배 방법과 유통경로를 확인하는 날카로운 눈매가 필요하다. 더불어 정부는 그물망처럼 얼기설기 짜여진 시스템이 아니라 촘촘히 걸러내는 시스템으로 작동되도록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인력과 장비가 부족하다면 이를 위한 투자와 연구개발에 자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수입식품의 철저한 검역으로 우리의 먹거리 안전성을 한 단계 높여야 할 것이다.
    • 오피니언
    2025-04-30
  • [기고] SKT 유심 정보 유출 사건이 남긴 교훈
    요즘은 지갑을 들고 다닌 기억이 없다. 신분증을 사용할 일도, 현금을 사용할 일도 없어 그저 휴대폰과 카드 하나만 챙겨 다녔는데, 이제는 카드조차 들고 다니지 않는 일이 많아졌다. 왜냐하면 휴대폰 하나로 모든 것이 해결되기 때문이다. 과거와 비교하면 참 편리한 세상을 살고 있다. 휴대폰 하나로 은행 업무도, 결제도, 인증을 비롯한 일상생활에 필요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지난주에 들려온 SKT 유심 정보 유출 소식은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으나, 유심 복제로 인한 피해의 가능성이 있다는 말을 듣고 사태가 결코 간단하지 않음을 깨달았다. 쉽게 타인이 탈취한 내 유심 정보로 휴대폰 개설이나 대출, 가상화폐 등의 자산을 탈취당할 수도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SKT는 국내 최대 통신사로, 가입자 수만 2,300만 명에 달한다. 우리 가족도 모두 SKT를 사용하고 있어, 유심 정보 유출 소식을 접한 후 부랴부랴 후속 조치를 하느라 주말 동안 정신이 없었다. SKT에서 내놓은 해결책은 유심보호서비스 가입과 유심 교체로 압축되었는데, 유심 교체 물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혼란이 예상된다. 대안으로 유심보호서비스 가입을 권장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대중의 불안감을 완전히 해소하기 어렵다. 실제로 각종 영상과 게시글을 통해 ▶명의도용방지서비스 ▶번호도용문자차단서비스 ▶정보보호알림이 등의 가입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으며, 관련 사이트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접속이 어려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서비스들이 대부분 신청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어, 인터넷 이용이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이나 정보 접근성이 낮은 사람들에게는 큰 제약이 따른다는 점이다. 이번 사태를 통해, 편리함을 위해 어디까지 개인정보를 양보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경종이 울렸다고 본다. 특히 국가와 기업이 지나치게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관리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 의문이 든다. 점점 더 많은 정보를 기업과 정부에 제공하고 있지만, 보안 사고가 발생하면 그 피해는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구조적 문제가 여전히 존재한다. 코로나 이후 비대면이 익숙해진 사회에서 편리함의 추구가 또 다른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할 가능성이 있음이 이번 사태를 통해 분명해졌다. SKT 유심 정보 유출 사건은 단순한 해킹 문제가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 편리함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 보호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다. 이를 통해 우리는 편리함과 보안 사이에서 균형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그리고 개인정보 보호의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는지에 대해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 국가와 기업은 보다 철저한 보안 시스템을 구축하고, 개인정보 보호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것은 물론, 유출에 따른 징벌적 배상 등의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 오피니언
    2025-04-30
  • [정책기고] 국민연금 개혁, 국민이 꼭 알아야 할 점
    지난 3월 20일(목),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4월 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연금 개혁이 이루어졌다. 이는 2007년 이후 18년 만에 이루어진 연금 개혁이자, 1998년 이후 27년 만에 보험료율이 인상된 개혁이기도 하다. 이번 개혁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첫째로 모수 개혁을 통해 보험료율이 현재 9%에서 13%로 인상되며, 2026년부터 매년 0.5%P씩 8년간 단계적으로 조정된다. 소득대체율은 2026년부터 43%로 상향 조정되며,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둘째로, 출산과 군복무 크레딧 지원이 확대된다. 출산 크레딧은 첫째 아이도 가입 기간 12개월을 인정받게 된다. 기존 50개월로 제한되던 상한도 폐지되었다. 군 복무 크레딧의 인정 기간 역시 기존 6개월에서 최대 12개월로 확대되었다. 셋째로, 지역가입자에 대한 보험료 지원이 확대되었다. 기존에는 보험료 납부를 재개한 지역가입자가 최대 12개월 지원받을 수 있었지만, 개혁으로 일정 소득수준 이하의 지역가입자도 대상으로 확대되었다. 넷째로, 연금 급여 지급에 대한 국가의 보장 의무를 명확히 하기 위해 지급보장이 법률로 명문화되었다. 이번 개혁으로, 국민이 가장 궁금해할 사항은 보험료율 인상과 소득대체율 상향이 자신의 연금 수급액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부분일 것이다. 언론 기사에서 제공되는 일반적인 예시만으로는 개별적인 상황에 맞는 정확한 정보를 얻기 어려운 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공단은 지사를 방문하거나 유선으로 예상 연금액을 문의하는 국민에게 개정된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반영한 예상 연금액을 신속하게 상담할 수 있도록 전산시스템 구축을 빠르게 진행할 것이다. 이를 통해 국민이 자신의 개별적인 연금액에 대해 정확하고 신속하게 정보를 받을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출산 크레딧, 군복무 크레딧, 지역가입자 연금보험료 지원이 확대됨에 따라 해당 지원을 받을 자격이 되는 국민이 누락되지 않고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안내와 홍보를 강화할 것이다. 예를 들어, 연금보험료 지원의 경우 월 소득 100만 원인 지역가입자는 보험료율이 13%로 인상되지만, 지원을 통해 보험료의 절반인 6만5천 원을 12개월 동안 국가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게 된다. 지원 기준 소득액 등 구체적인 사항은 국민연금법 시행령에 따라 정해질 예정이다. 이러한 혜택을 방송, 라디오, 신문, 소셜 미디어, 쇼츠 등 다양한 세대에게 친숙한 매체를 통해 홍보하고, 지역사회 커뮤니티와 협력하여 설명회 등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국민에게 지속적으로 안내할 것이다. 젊은 세대에게는 군복무 크레딧과 출산 크레딧 지원 확대가 연금 수급액 증가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도 정확하게 전달할 것이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란 속담이 있듯이, 국민연금 개혁으로 마련된 지원책과 이를 알리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적극적으로 알아보고 신청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다. 이번 개혁을 통해 내 연금이 얼마나 더 늘어날 수 있고 나의 노후를 어떻게 준비할지, 또한 크레딧 지원과 지역가입자 연금보험료 지원 확대 대상에 나는 포함될 수 있는지 등 국민 개개인이 더 많은 관심을 가지도록 당부드린다.
    • 오피니언
    2025-04-28
  • [기자수첩] 평택시는 싱크홀, 포트홀 예방 대책 시급히 마련해야
    최근 전국적으로 싱크홀(지반 침하)로 인한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이와 함께 포트홀(도로 파임) 사고도 자주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달 24일 서울 강동구 명일동 도심 사거리 한복판에서 직경 20m, 깊이 20m 규모의 대형 싱크홀이 발생하면서 오토바이가 추락해 사망자가 발생했다. 앞서 지난해 8월에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가로 6m·세로 4m·깊이 2.5m의 싱크홀에 승용차가 통째로 빠져 운전자와 동승자 2명이 중상을 입었다. 공공운수노조는 4월 2일 서울시가 지난해 8월 서대문구 싱크홀 사고 이후 땅꺼짐 위험도를 5단계로 평가한 ‘지반침하 안전지도’를 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정보를 자치구와 공사 관계자에게만 공유하고 시민들에게 공개하지 않아 도로를 통행하는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서울뿐만이 아니다. 4월 13일에는 부산시 사상구 학장동 도시철도공사 현장에서 대형 싱크홀이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이곳은 지난해 9월에도 가로 10m, 세로 5m, 깊이 8m가량의 땅꺼짐 현상이 발생해 트럭 2대가 추락한 바 있었으며, 1년 사이에 무려 8건의 땅꺼짐 현상이 발생했음에도 대형 싱크홀 사고를 막지 못했다. 아쉬운 대목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4년~2023년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싱크홀은 무려 2,085건으로, 경기 429건, 강원 270건, 서울 216건, 광주 182건, 충북 171건, 부산 157건, 대전 130건 순으로 집계됐다. 이렇듯이 대형 싱크홀 사고 이전에 위험 징후가 지속적으로 보였음에도 각 지자체가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인명과 재산 피해가 연이어 발생했고, 이로 인해 시민들의 불안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특히 서울시의 경우에는 ‘지반침하 안전지도’를 제작했음에도 부동산 가격 하락을 이유로 지도를 비공개했다는 지적들이 있듯이 최근 발생하는 싱크홀 사고는 충분히 예상이 가능했던 재해였지만 막지 못했다. 즉 인재(人災)였던 것이다. 싱크홀은 지반을 약하게 만드는 노후 하수관로와 지하 공간 공사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특히 사고 원인 가운데 상하수도관 손상에 따른 지반침하가 42.6%이며, 그 뒤를 이어 다짐(되메우기) 불량 22.3%, 굴착공사 부실 14.8% 순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전국의 많은 지자체들은 싱크홀 방지를 막기 위해 인공지능(AI) 도입 및 지표투과레이더(GPR)를 통한 안전 점검에 나서고 있으며, 이에 더해 천공 내시경 등을 통한 도로 정밀 점검에 나서고 있다. 대규모 택지 개발이 다수 진행되고 있는 평택시 역시 싱크홀이나 포트홀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평택시는 싱크홀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안전 점검에 나서야 할 것이며, 주먹구구식 점검보다는 이미 안전 점검에 나서고 있는 지자체들과 같이 정밀 장비 등을 갖춰 연중 상시 점검에 나서야 할 것이다. 특히 본격적인 여름 집중호우를 앞두고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싱크홀과 포트홀 예방 대책을 마련하여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것이다. 이와 별도로 4월 17일 국토교통부는 서울, 부산, 경북, 울산, 광주 5개 시·도 외에는 지자체의 예산 부족으로 싱크홀 예방 예산을 편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비용을 국고로 보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기획재정부와 빠른 시일 내에 협의해 싱크홀 예방을 위한 지자체의 지반탐사 장비 구입 및 민간 위탁을 위한 비용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 오피니언
    2025-04-22
  • [정재우 칼럼] 드라마의 힘
    어린 소녀 애순은 해녀 어머니의 사랑으로 불우한 환경 속에서도 당차게 살아간다. 어미가 늘 들려주었던 말을 마음에 새겼다. “너는 달리 살아라” 어망은 애순이 작은 집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 걸 참지 못했다. 조기 꾸러미를 집어던지며 앙칼스럽게 애순을 차별하지 말라고 대들던 어망을 어찌 잊을까. 요망한 애순이가. 물질하는 어망을 해변에서 지켜보며 들었던 어망의 물숨과 물비 소리. 물질해서 건져 올린 전복을 구워 먹이던 어망의 손길을 애순은 기억했다. 그것이 시가 되고 어망의 희망이 되어갔다. 애순의 시를 끌어안고 눈물짓는 어머니, 애순의 어망. 개점복 허구헌 날 점복 점복 태풍 와도 점복 점복 딸보다도 점복 점복 끄르륵 들어가면 빨리나 나오지 어째 까무룩 소식이 없소 점복 못봐 안 나오나 숨이 딸려 안 나오나 딸내미 속 타두룩 내 어망 속 태우는 고놈의 개점복 점복 팔아 버는 백환 내가 주고 어망 하루를 사고 싶네 허리 아픈 울어망 콜록대는 울어망 백환에 하루씩만 어망 쉬게 하고 싶네. 어찌 이 장면뿐이겠는가? 심금을 울리는 애순의 사연들이. 그리 힘겨운 삶이어도 무쇠 바위 관식과의 첫사랑의 힘으로 버텨 내는 애순. 그 어린 것들이 노오란 유채밭 한가운데서 첫 키스하던 장면. 거대한 여객선에서 뛰어내려 애순에게 헤엄쳐 오던 우직한 소년. 그전에 부산으로 동반 가출했다가 잡혀 온 그 요망진 것들. 그전에 애순만 바라보던 관식은 시장 바닥에서 배추를 팔아주었고, 그전부터 아버지가 잡아 온 물고기를 애순네에 가져다주던 무쇠 바위 사랑도 애틋했다. 어쩔 수 없어 둘을 짝지어 주었지만 시집살이 시키지 않으려고 가난한 셋방살이로 시작한 신혼, 만삭된 애순 위해 집주인 할망 하르방의 숨은 사랑의 손길도 뭉클하다. 남편 구박하는 선장 향해 돌진하는 애순의 기세는 하늘을 찌르고, 선장을 거꾸러 뜨린다. 계속해 악연을 쌓아가면서도 나중에는 사돈이 되었으니. 이 또한 별미 같았다. 잊히지 않는 장면은 막내 동명이를 잃고 울부짖는 어린 부부의 절규에 함께 가슴이 무너졌다. 금은동 고깃배를 사서 배를 띄우던 날, 동네 축제 마당에서 금명을 업고 덩실덩실 춤을 추던 애순이. 덩달아 어깨춤을 추었지. 시장 바닥에서 생선 좌판을 하면서도 세 이모와 함께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그들. 나중엔 세이모집 횟집을 차려 떼돈을 버는 장면도 통쾌했다. 그렇게 고생하면서도 내 새끼를 절절히 사랑하는 애순 부부의 사연. 부모가 무엇이길래? 일본 유학 가는 비행기에서 눈물 쏟는 금명이, 군대 다녀온 애인을 결국 버리고 무쇠바위 닮은 남자와 결혼하는 금명의 선택도 가슴 아리는 장면이었다. 결혼식장에서도 “니가 좋을대로 해, 내가 여기 있어줄게?”라던 아방의 짝사랑. 끝이 없다. 드라마가 긴 여운을 남기는 데 한몫을 한 애순의 한마디. 드라마가 마친 후에도 귓가에 들렸다. “좋아, 나 너무 좋아” 이 드라마는 국민 드라마가 되고도 남았다. 삼대를 이어가는 어머니들을 위한 사모곡이다. 이토록 절절했던 우리들의 어머니, 어머니. 그들을 지탱하게 해준 자식들과 가족, 이웃사촌과 동네 사람들. 그곳인들 잊히랴. 드라마의 힘은 어디서 오는 걸까? 폭싹 신드롬을 일으키게 한 힘은 무엇일까? 아마도 그건 가족이란 무엇인가? 부모란 무엇인가? 행복이란 무엇인가? 이웃이란 무엇인가? 인생이란 무엇인가? 4계절로 본. 로맨스란 무엇인가? 추억이란 무엇인가? 이 모든 질문에 답을 주고 있다. 갈수록 사라져 가는 가족과의 관계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드라마의 힘을 모처럼 신박하게 느꼈다. ‘폭싹 속았수다’는 공개 3일 만에 전 세계 24개국에서 넷플릭스 TV쇼 부문 TOP 10에 진입하며, 글로벌 인기를 입증했다. 특히, 2주 차에는 41개국에서 TOP 10에 오르며 비영어권 시리즈 부문 2위에 등극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세계적인 언론사 Forbes는 “스토리라인이 수십 년에 걸쳐 전개되면서 배우들은 성장하는 성숙함을 보여주며, 시간의 흐름을 성공적으로 전달하고, 움직이는 방식, 표정의 깊이, 목소리 톤을 변화시킨다.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한 영원한 사랑과 인내의 독특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고 평가했다. 한국 드라마의 힘은 곧 문화의 힘이다. K-컬처는 이제 세계의 중심 문화권을 형성했다. 우리의 역사와 문화, 격랑의 스토리가 이제 제대로 빛을 발하고 있음이다.
    • 오피니언
    2025-04-22
  • [유성이 바라보는 세상] 트럼프발 관세전쟁, 국가대항전이다
    윤석열 대통령 파면으로 민주주의의 큰 파고는 넘은 듯하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운명을 가를 또 다른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고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모든 국가에 ‘10%+α’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한국은 물론 전 세계가 엄청난 글로벌 무역전쟁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극단적인 미국 이기주의와 부채 해결을 명분으로 무차별적으로 펼치는 관세전쟁에는 동맹도 우방도 예외 없다. 중국(34%)은 물론 유럽연합(EU) 20%, 베트남 46%, 대만 32%, 일본 24% 등 전방위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특히 그간 한미FTA(자유무역협정)로 관세가 제로에 가까웠던 한국에 부과한 25%는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주게 될 것이다. 90일간 임시로 유예한다지만 한국은 결국 미국으로부터 철강에 이어 자동차(25%,) 반도체 등 상호관세의 직격탄을 맞게 된다. 자동차와 반도체는 작년 우리의 대미 수출 1·3위를 차지했고, 의약품은 대미 수출 규모가 4년 새 두 배로 커진 주력 업종이다. 석유제품, 배터리 등의 타격도 불가피하다. 중국 다음으로 제2 수출 시장인 미국에서 이들 업종에 대한 관세가 현실화된다면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지 판단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트럼프의 관세 폭탄에 대응해 유럽연합(EU)을 비롯해 주요 국가들이 보복 조치 방침을 밝히면서 글로벌 무역전쟁이 확대되고 있다. 그동안 2차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주도해 온 자유무역 기반의 국제 통상 질서도 보호무역주의로 급변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패권의 주요 상대인 중국도 미국에 대한 관세를 34%에서 84%로 올리며 맞불을 놓자, 트럼프는 재차 125%로 보복하겠다고 밝혔다. 가히 점입가경인 형국이다. 글로벌 관세전쟁을 계기로 흩어졌던 국민적 에너지를 다시 모아야 한다. 정부는 품목별 관세를 낮추기 위한 협상에 들어간 듯 보인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실무적 협상 논리와 명분을 구축하여 새 정부에 넘겨야 한다. 정치권도 조기 대선과는 별도로 국가적 협상전략을 세우고 국민적 에너지를 하나로 모으는데 좌우를 떠나 협력해야 할 것이다. 정부와 산업·경제계, 정치, 국민이 하나로 똘똘 뭉쳐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 전 세계적인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방식은 국가대항전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관세전쟁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는 건 쉽지 않다. ‘아이폰 337만 원’이 상징하듯 미국 내 물가 상승과 경기침체에 따른 반트럼프 기세도 커지는 모양이다. 문제는 한국 경제이다. 그간 세계 10위 한국 경제를 견인해 온 반도체, 자동차, 철강 등 주력 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AI, 반도체, 전기차, 바이오, 로봇 등 미래 성장산업에서 우습게 보던 중국에 벌써 추월당했다. 지난 2~3년간 비전과 전략을 세우지 못하고, 의대 정원과 계엄에 시간 낭비하는 사이 대한민국이 대폭 뒤쳐졌다. 이제는 경제다. 그리고 민생이다. 이번 조기 대선에서 어떤 대통령을 뽑아야 할까? 대한민국의 신성장동력을 힘 있게 추동할 지도자이다. 사회 양극화를 아우르면서, 향후 30년, 100년 먹고살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앞으로 태극기부대냐, 반트럼프냐를 넘어서는 국가대항전이 필요하다. 중요한 선택의 시간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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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4-15
  • [정재우 칼럼] 변덕스러운 봄날에
    고교 1학년 4월, 국어 시간 수업이 한창인데 창밖에는 눈이 내렸다. 아이들의 함성에 선생님은 수업을 중단했다. 그리고 칠판에 지우개로 다 지운 후 이렇게 적었다. ‘봄눈’ 국어 선생님은 시인이셨다. 아마 내 짐작으로 30대 후반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봄눈을 바라보면서 시를 지어보라고 했다. 경남 진해는 겨울에도 눈이 오지 않는 따뜻한 지역이다. 눈이 오면 모두 어린아이가 되었다. 그날 선생님은 자신이 지은 시를 칠판에 적었다. ‘봄눈, 오네’ 소년 시절에는 이상기후가 희귀했다. 어제와 오늘, 갑자기 기상 이변 상황이 일어났다. 전문적인 기상 용어로 ‘절리저기압’으로 인해 한반도 상층에는 영하 40도, 지상엔 눈과 비, 천둥과 번개가 들이닥쳤다. 강원도 대관령과 정선, 화천에 10cm가량의 눈이 내렸다는 뉴스가 있었다. 벚꽃 위에 쌓인 눈을 뉴스에서 보았다. 내복을 다시 꺼내 입고 두툼한 외투를 걸쳤다. 지난 주간 초반에는 날씨가 무더워 반팔 차림으로 다니는 사람들도 보았다. 정오에서 해질 무릎까지 영상 20도를 넘었었다. 그랬는데 요란하고 변덕스러운 봄날을 보게 될 줄이야. 하루에도 사계절이 공존하는 듯한 날씨 속에서 우리는 자연의 변화무쌍함을 체감한다. 그런데 이러한 기후의 불확실성과 변덕스러움은 어쩐지 지금의 국제 정세나 국내 시국을 떠올리게 한다. 우크라이나와 중동 지역의 분쟁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강대국 간의 외교·경제적 갈등은 새로운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하루가 멀다고 터지는 뉴스는 시장과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들고, 국내 정치 또한 예측 불가한 흐름 속에서 혼란을 거듭한다. 이처럼 시시각각 바뀌는 정세를 바라보고 있다. ‘천변만화(遷變萬化)’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하늘의 변화처럼 만 가지 모습으로 변한다’는 이 말처럼 지금 세상은 어느 하나도 고정된 것이 없다. 자연도, 인간도, 사회도 끊임없이 변화하며 고정된 기준이나 질서 없이 흔들리고 있다. 특히, 이러한 변화는 점점 더 예고 없이 닥쳐온다. 예전에는 어느 정도 흐름이나 조짐을 살필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어렵다. 마치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코로나처럼, 크고 작은 사건들은 아무런 징후 없이 발생한다. 우리는 준비되지 않은 상황 속에서 즉각적인 대응을 강요받고, 개인이든 국가든 유연성과 지혜를 시험받는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다. 혼란의 시기에는 시대의 흐름을 읽고 대응하는 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단순히 유연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 변화에 휩쓸리지 않으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금 우리가 겪는 외적 혼란과 내적 동요의 시기야말로, 세한삼우(歲寒三友)의 정신이 필요하다. 추운 겨울이 되어야 비로소 소나무와 대나무, 매화가 시들지 않았음을 아는 것처럼, 진정한 가치는 역경 속에서 드러난다. 변덕스러운 계절 속에서도 푸르름을 지키는 나무처럼. 정세는 언제나 불확실했고, 시대는 늘 격랑 속에 있었다. 그러나 변화의 흐름 속에서 휘청이는 것과 그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것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봄날의 변화무쌍한 날씨는 잠깐의 불편함일 뿐이지만, 그것이 시국이나 세계 질서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비가 내리고 창수가 나고 바람이 불어도 무너지지 아니하였나니 이는 주초를 반석 위에 놓은 까닭이요”(마태복음 7장 24,25절) 우리는 세상의 변화에 휩쓸리는 존재가 아니라, 그 속에서도 중심을 지키며 설 수 있는 존재가 되라는 뜻이다. 혼탁한 시대 속에서도 원칙을 지키고 정직과 정의를 지켜내야 한다. 우리는 세상을 바꿀 수 없을지라도, 세상 속에서 어떻게 설 것인가는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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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4-15
  • [자치기고] 장애인도 함께 행복한 평택시 만들어야
    평택시의 작년 연말 기준 장애인 인구는 26,044명으로 전체 인구 중 4.35%이다. 이중 중증장애인은 35%인 9,176명에 이를 정도로 많은 분들이 장애로 인한 불편은 물론 생활고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현실이다. 또한 누구나 나이가 듦에 따라 장애인이 된다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기도 하다. 이런 현실임에도 장애인들이 느끼는 불편과 제도적 개선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현실의 벽 또한 존재한다. 비장애인도 많은 애로를 갖고 살진데, 장애인들은 얼마나 더 할까라는 생각이지만 사회의 통념은 장애인에 대한 배려와 정책적 우선순위는 밀리기가 부지기수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여건과 정책적 배려는 필수적이다. 비장애인이 오늘은 장애가 없지만 내일은 다를 수 있다는 것이 현실이고, 다수를 차지하는 비장애인이 장애인과 함께 동행해야 잠재적인 장애인인 비장애인도 닥쳐올 불편한 미래를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평택시는 현재 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인구 대비 3개소가 필요하지만 현재는 1개소만 있어 장애인들이 누려야 할 지원을 못 받고 있는 실정이다. 2017년 경기복지재단의 연구에 따르면 ‘등록장애인 약 5,000~8,000명 기준, 최소 1개소 이상 설치 및 지원이 필요’하며, 장애인 최소 8천 명당 1개소가 확보되어야 장애인의 건강한 생활 기반 마련, 차별적 환경개선, 인권 보장 실현과 돌봄 강화를 통한 장애인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이 제대로 수행된다고 한다. 조속히 신규 센터가 설립되도록 평택시는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활동 지원 이용인 비율은 16%이고, 서비스 24시간 이용 장애인도 극소수인 5명에 불과한 것이 현실인바 제고를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그리고 장애학생들이 다닐 학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평택시 특수교육 대상자는 1,400여 명으로 과밀학급 문제로 인해 체계적인 수업이 어려운 실정이고, 관내 특수학교는 입학생 정원 제한으로 대기자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특수학교 추가설립도 꼭 필요하다. 또한 장애인 이동권 확대를 위한 교통수단 확보와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보장, 자립생활주택 확대, 그리고 발당장애인 권리 보장 등 장애인 권리확보를 위한 다양한 요구들이 있다. 한꺼번에 모두 해소는 어렵더라도 평택시 집행부와 시의회 그리고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가 장애인의 애로와 불편을 내 일로 생각하고 해소를 위해 힘을 합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일상화된 우리 사회이기에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역지사지의 자세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나의, 우리의 작은 관심과 노력이 큰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관심과 응원이 긴요하다. 마침 대선의 계절이다. 소수자와 그 의견들은 소홀히 취급하는 시절을 보내왔지만 소외된 소수자였던 장애인들도 사회의 구성원으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실질적으로 사람으로서의 기본권이 보장된 사회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관심을 가지고 지지와 연대를 보태는 지역사회와 정치의 계절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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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4-15
  • [정재우 칼럼] 파면 정국과 우리
    지난 주간 우리는 대한민국 역사에 또 하나의 변곡점을 찍었다. 작년 12월 3일에 일어났던 계엄 선포에 대한 최종 판결이 났다. 10년 만에 또 한 번의 대통령 파면이라는 오점을 남겼다. 이제는 법리와 국민의 여론 사이에서 장고의 고뇌 끝에 나온 헌재 재판관들의 최종 판결에 존중하고 승복하는 것이 민주주의 법치국가의 정상적인 국민의 자세라고 본다. 그동안 각자 자기주장이 옳다고 표현하는 일이 잘못된 것은 아니었지만 이제부터는 성숙한 시민으로서 대한민국 최고 법정 기관 결정에 승복하고 모두가 하나되어 나가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파면 정국을 맞아 우리가 어떤 행동을 취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숙고할 때라고 본다. 그동안 이념을 신앙화함으로써 좌우로 갈라져 행동을 해왔다면 이제라도 성숙한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는 뼈아픈 역사적 교훈을 곧잘 잊어버려 힘든 사태를 맞았다. 결국 세 번째 탄핵 정국을 겪어야 했다. 여기에 지불한 비용이 너무나 컸다. 광화문과 여의도, 헌재와 용산에서 지샌 에너지가 얼마인가? 결국 정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얼마나 많은 기운을 빼야 했는가? 이제 파면 정국을 어떻게 지혜롭게 헤쳐 나갈지를 생각해 보자. 먼저 현재 대한민국이 처한 국제적, 경제적, 안보적 위상을 돌아보자. 미국의 관세 폭탄과 새로운 국제 질서 재편이 우리에게 주는 압박이 크다. 그동안 탄핵으로 인한 공백은 소상인으로부터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위태로운 절벽으로 내몰았다. 그리고 이 틈새에 북한은 어떤 색다른 위협을 준비했을지 불안스럽다. 그러나 정작 우려스러운 과제는 국민의 흩어진 마음이다. 두 진영으로 갈라진 상상 이상의 분열이 있다. 평소에 중도는 목소리를 잘 내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 존재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또 다른 진영이다. 이런 상태로 우리 마음이 여전히 흩어져 있다면 이것이 더 큰 파국이다. 이제 머리를 맞대어 보자. 파면 정국은 모두가 풀어가야 할 과도기적 과제이다. 대선을 위한 일정표는 주어졌다. 마음을 추스를 차례이다. 갈라진 마음으로는 이 과정을 제대로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다. 계절은 어김없이 우리에게 돌아온다. 지난 겨울은 너무도 혹독했다. 지루하고 생기를 앗아간 시기였다. 하지만 봄날이 돌아와 만물이 생기를 되찾았다. 이처럼 우리도 봄날을 맞이할 준비를 해보자. 마음의 봄날을. 나라를 잃어본 고통을 기억하자. 자유를 잃고 억압으로 지샌 날들을.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독재로 부패했던 나라의 절망을 기억하자. 국운이 상승하던 월드컵 4강, 기적의 날들을 기억해 보자. 지금이야말로 이 놀라운 유산을 끄집어내어 하나의 마음으로 회복할 때가 아닌가? 교회력으로 사순절 기간이다. 이 기간의 특징은 예수 그리스도의 속죄의 의미를 생각하고 이에 합당한 마음과 몸가짐을 취하는 기간이다. 속죄에 대한 원형은 구약에 나오는 속죄일에 담겨 있다. 속죄일을 위해 3가지의 준비가 있어야 했다. 백성과 대제사장과 제물이다. 백성은 용서받기 위해 “스스로 괴롭게 하라(레23:27,29,32)”는 말씀을 실행했다. 금식하면서 철저히 한 해의 죄를 회개했다.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는 “보수와 진보 모두 성경이 강조하는 정의, 정직, 사랑보다는 특정 이념에 집착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현 시국을 진단했다. 이런 실태를 지적하면서 파면 정국 이후 한국 사회의 화합을 이루기 위해 이렇게 하자고 촉구하고 있다. “첫째, 교회는 이념 갈등의 어느 쪽에도 편들지 않아야 한다. 둘째, 성경이 강조하는 정의, 정직, 희생, 겸손의 가치를 실천하면서, 특히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과 가난한 이웃, 개발도상국을 향한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 이러한 모습이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때 교회는 도덕적 권위를 회복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사회 통합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구체적인 회개라고 본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마음은 이것이 아닌가? 분열을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 괴롭게 하는 시간을 가질 때이다. 이는 자기를 낮추는 겸손한 마음이다. 자기 욕망을 내려놓는 절제이다. 조용히 묵상하며 기다림이다. 새로운 희망의 봄날을. 파면 정국은 우리의 마음을 다잡아 분열에서 화합으로 나가는 시간이어야 한다. 서로를 존중하며 대화와 타협으로 나가는 시간이어야 한다. 대립과 갈등을 극복하고 미래를 열어갈 시간이어야 한다. 오직 스스로 괴롭게 하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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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4-08
  • [칼럼] 대통령 파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12월 3일 밤 10시 30분, 윤석열의 난데없는 비상계엄령 때문에 전국의 수많은 사람들이 어안이 벙벙해졌다. 처음에는 필자처럼 가짜뉴스로 의심하는 사람도 있었고, 비상계엄령 선포 즉시 자리를 박차고 국회로 향한 사람도 있었다. 신속하게 국회로 모인 국회의원들과 장갑차를 맨몸으로 막아선 시민들, 군경의 소극적인 임무 수행 덕분에 비상계엄령은 2시간 만에 철회되었다. 그리고 4개월이 지난 현재, 마침내 헌법재판소는 2025년 4월 4일 11시 22분에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에서 재판관 8명 전원일치로 파면 결정을 내렸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는 이 한 문장을 듣기 위해 지난 추운 겨울 내내 광장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고생했다. 남태령에서, 한남동에서, 그리고 경복궁에서 보낸 4개월은 상식적인 대한민국을 바라는 모든 사람들의 열정과 노력, 시간 등 모든 역량을 바친 시간이었다. 이것은 단지 한 사람의 파면이 아니라 상식과 정의가 승리하는 것을 의미했다. 다행히 이 많은 사람의 열정과 노력, 시간이 물거품 되지 않는 결과가 나왔기에 망정이지 탄핵이 인용되지 않았다면 많은 이들의 분노가 헌재를 향했을 것이다. 탄핵이 인용되는 순간까지 윤석열의 체포 과정, 지귀연 판사의 어처구니없는 구속 취소, 항고하지 않는 심우정 검찰총장, 늦어지는 헌재의 판결 등 중간중간에 함정처럼 놓인 위기는 국민들의 인내와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을 시험하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윤석열 한 명이 파면되었다고 해서 대한민국이 드라마틱하게 달라지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비상식적인 계엄을 옹호하며 내란을 정당화하는 정당이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고 있고, 내란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는 눈곱만큼의 반성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에 대한 처벌이 없으면 대한민국 사회는 얼마든지 다시 썩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들을 반드시 처벌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를 그려야 한다. 광장에 모인 수많은 시민들은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랬다. 그리고 지금의 대한민국보다 훨씬 더 상식이 통하고, 법이 지배하며, 권력이 국민을 두려워하는 그런 대한민국을 이야기했다. 내란이 더 이상 옹호되지 않고 단죄되는 대한민국을 이야기했다. 그렇기에 윤석열 파면은 엔딩이 아니라 오프닝일 수밖에 없다. 이제 시작이다. 윤석열의 파면은 끝이 아니라, 우리가 지켜야 할 민주주의의 문턱을 다시 세운 첫걸음일 뿐이다. 무너진 정의를 다시 세우고, 책임지지 않은 자들에게 그 책임을 묻는 것, 그것이 진정한 ‘새로운 시작’의 완성이다. 광장의 촛불은 꺼지지 않았다. 꺼지지 않은 촛불은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각자의 마음속에서 타오르고 있다. 그 불빛은 단지 어두운 밤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다시는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일이 없도록 우리를 끊임없이 일깨운다. 이제 우리는 되묻는다. 정의란 무엇인가, 책임이란 무엇인가. 다시는 오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윤석열의 파면은 끝이 아닌 시작으로 삼아야 한다. 다시 시작하자 대한민국.
    • 오피니언
    2025-04-08
  • [정재우 칼럼] 비만 오기를, 비만 기다려…
    이렇게 간절히 비만 오기를 기다려 본 적이 없었다. 산불이 급속히 확산되어 갈수록 애타는 마음으로 비만 기다렸다. 금번에 동시다발로 일어난 산불이 열흘 만에 비로소 진화되었다. 그 피해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울창한 산림이 불바다로 타들어 갔다. 강 속의 바람이 부채질을 해서 불길은 더없이 커져만 갔다.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가 되어 산맥을 가로질러 가면서 모조리 태워버린 것 같았다. 산불이 마을 전체를 뒤덮어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한 모습은 황량했다. 무엇 하나 건질만한 것이 남아있질 않았다. 경북 의성에서부터 일어난 산불은 미친 바람을 타고 도깨비불이 되어 동해바다에 접한 영덕까지 날아갔다. 그 피해는 역대 최대이자 최악의 수준이었다. 사망자 30명을 비롯해 부상자들과 수천 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피해 면적은 4만8천 헥타르(ha)로, 여의도 크기 166배 정도였다. 피해 주민들은 이렇게 탄식했다. “이 동네에 다시 발 딛고 살겠나?”, “다 타버린 집을 보니 눈물만 자꾸 나”, “마을이 통째로 사라졌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기후변화로 인한 산불 빈도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번 산불의 요인을 여러 각도로 진단하고 있다. 초기 대응이 신속하지 못했다. 진화 장비 노후화와 진화 인력의 노령화를 들었다. 또 임도(산불 진화 시 소방도로로 사용하는 숲속의 길)가 충분히 조성되어 있지 않았다. 이보다 가장 큰 문제는 산불 예방에 대한 국민의 인식도가 너무 낮았다. 결국은 인재라는 결론이었다. 열흘 동안 속보로 전해주는 뉴스를 들으며 생소한 언어를 만났다. 주불을 잡아라, 잔불을 찾아라, 뒷불을 끝까지 방심하지 말라. 무슨 말인가? 주불은 산불을 확산시키는 가장 강력한 위세를 가진 큰불이다. 주불이 약세로 돌아서기까지 혈투를 벌여야 한다. 주불이 약해지면 나머지 불을 잡는데 효과적이다. 잔불은 남아있는 불씨들이다. 주로 쌓여있는 낙엽 아래나 진화된 줄로 알고 지나친 폐허 아래 숨어 있는 불이다. 바람이 불면 언제든지 다시 불길을 일으켜 세운다. 뒷불은 진화가 완료된 뒤에 어딘가에서 다시 일어나는 불이다. 잠시도 방심할 수 없다. 완벽하게 진화를 완료하기까지. 뒷불은 새로운 발화의 순간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산불 상황은 주불이 능선을 타고 띠를 이어갔다. 도깨비불처럼 바람을 타고 불티가 멀리까지 날아가 세력을 확대했다. 공중에서 헬기로 소방수를 쏟아부었지만 잔불이 남아 바람을 타고 다시 살아났다. 99% 진화율을 발표하면서도 남은 1%가 재발화할 가능성이 있기에 뒷불을 주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역대급 대형 산불은 많은 깨달음을 주고 사라졌다. 산림녹화를 위해 오랫동안 심혈을 기울여 왔지만 방심한 사이에 한순간 산림은 잿빛으로 변했다. 녹화의 수고만큼 보존의 수고가 부족했다. 산불 화재에 대한 위험성과 경각심을 일깨워야 한다. 무엇보다 낙후된 소방시스템을 변화시켜야 하고, 소방 장비 중 더 많은 소방용 전문 헬기 도입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야 하겠다. 더 나아가 진화 인력의 전문성과 평균 연령층을 낮추어야 한다. 산불이 우리 마음까지 타들어가게 했다. 이제 그 마음을 이재민들에게 돌려보자. 그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어 보자. 그동안 시국으로 인해 격해진 마음에 차분히 비가 내리면 좋겠다. 불길을 잡는 가장 큰 수단은 충분한 양의 강수이다. 흩어진 마음조차 하나가 되어 모두가 소원한 비. 그 비만 오기를, 그 비만 기다림 같이, 이제 하나의 마음이 되자. 아직도 소방 장비나 진화 인력에만 전적으로 의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 한마음이 되어보자.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지 않는가. 최고의 장비와 최고의 인력을 갖추더라도 결국은 하늘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차분하게 기도하는 마음으로 비를 기다려 보자. 마음이 하나 되어야 하늘도 감동하지 않겠는가?
    • 오피니언
    2025-04-01
  • [정재우 칼럼] 축소지향 문화
    평택에는 지식인들이 모여 세계와 대한민국, 지자체와 시민사회의 현안문제를 논하는 토론 모임으로 <평택 콜로키움>이라는 작은 포럼 모임이 있다. 매월 1회 줌(ZOOM)으로 강의와 토론을 나눈다. 강사는 회원 중에서나 혹은 전문 분야 강사를 초빙하기도 한다.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문화, 지자체 현안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강의를 듣고 격의 없이 토론을 벌인다. 예를 들어 작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국의 대선 방식과 후보자들에 대한 미국 국민들의 선택 방향을 논하기도 했었다. 필자는 평택 콜로키움 일원으로 참여하면서 많은 분야에 대한 지식과 정보, 시대적 전망 등을 배울 수 있었다. 최근에는 평택 콜로키움과 녹색소비자연대가 공동으로 평택시 환경 문제 연구모임으로 ‘ECHO(Earth & Community Harmony Organization) 연구회’를 만들었다. 필자는 이 모임에도 즐겁게 참여했다. 이 연구회 두 번째 모임에서 ‘배달음식 포장 폐기물 감량 방안’을 주제로 나누었다. 여기에 제기된 문제는 배달음식 문화의 확산과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소비 증가로 포장 폐기물이 급증한 현실을 인식하고 대책과 대안을 찾아보려는 것이었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포장·배달 음식에 사용되는 일회용품이 86억 개에 이르며, 플라스틱 포장·배달 용기 폐기물량은 2020년 기준 14만6천여 톤으로 가정에서 나오는 생활폐기물의 5%를 차지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살펴보았다. 먼저 소비자 측면의 감량 방안으로 불필요한 일회용품 거부하기, 다회용기 사용하기, 올바른 분리배출 실천하기,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등에 대해 고민해 보았다. 다음으로는 음식점 및 배달업계 측면의 감량 방안으로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포장재 개선하기, 친환경 배달 문화 조성 등에 대해 나누었다. 그리고 정부 및 정책적 측면의 감량 방안으로 제도적 지원 강화, 인센티브 및 규제 도입, 협력 체계 구축 등을 진지하게 논의했다. 또한, 배달 앱의 역할로서 친환경 기능 도입에 대해 논하면서 최근 ‘배달의 민족’, ‘요기요’ 등 배달 앱들은 이미 기본 반찬 안 받기, 일회용 수저 안 받기 등의 기능을 도입하여 환경보호 운동에 앞장서고 있음을 알았다. 이러한 노력과 함께 가장 중요한 분야는 소비자들의 인식 개선이다. 친환경 소비문화를 정착시켜 나가기와 다회용기 사용의 장점을 제대로 알고 실천하기, 환경보호 운동에 동참하는 소비자 리워드(보상)를 제공해 주는 일 등이다. 필자는 이러한 논의에 참여하면서 절실하게 깨닫는 바가 있었다. 고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 저술한 ‘축소지향의 일본인’이라는 책에서 일본인들에게 조언하는 말을 읽어보았다. 그는 일본에 일 년간 체류하면서 일본의 역사와 문화, 정치와 풍습, 문학 등을 연구했다. 그리고 일본인의 문명 비평을 했다. 한마디로 “일본은 정치와 기술, 문명 전반에서 작아질 때 나라가 융성하고 국민들은 잘 살았다. 축소지향의 장점을 많이 가진 나라이다. 그런데 일본이 확대지향으로 잘못 나아갈 때마다 나라의 위기와 위축을 가져왔다. 그러므로 항상 작아지는 것을 진지하게 연구 발전시켜 나가라”라고 충고했다. 이 충고는 이제 일본인만이 아니라 대한민국도 받아들여야 할 문화 인식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는 항상 확대지향 문화를 선호했다. 그동안 춥고 배고프고 주거 환경이 좋지 않았다. 의식주 생활이 넉넉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크다고 모든 게 유익하고 편리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우리의 소비문화 인식이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스스로 의식주 생활을 검소하게 하는 캠페인이 일어나야 하겠다. 예를 들자면 냉장고나 세탁기, 공기정화기 등 가전제품들이 갈수록 커져만 간다. 무엇보다 식구가 단출해도 거주 공간이 넓어지다 보니 가전제품도 커져 간다. 냉장고가 커가면서 냉장고에 오래 저장하는 식품들이 쌓여간다. 이런 소비문화가 개선되지 않으면 음식 포장 폐기물 감량은 요원해질 뿐이다. 조금씩 작아져 보자. 살아가는 의식주 문화를 바꾸어 보자. 부유한 계층의 사람들부터 먼저 본을 보이자. 사회 지도층부터 솔선수범해 보자. 축소지향 문화는 지구촌이 사는 길이다.
    • 오피니언
    2025-03-26
  • [기자수첩] 청년 실업 160만... 좀 더 다양한 지원 시책 개발돼야
    최근 장기간의 경기 침체와 탄핵 국면 등으로 정세 불안이 길어지면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역성장을 겨우 모면하고 있다. 이로 인해 실물경제 역시 침체되면서 전국 지자체의 지역 경기도 침체돼 있으며, 평택시도 지역 경기 침체로 많은 시민이 힘들어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청년층의 경제적 어려움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지난 15일 통계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실업 상태에 있는 15~29세 청년의 수가 26만9천 명이며, 구직을 포기하고 집에서 쉬고 있는 비경제활동인구에 속하는 청년의 수도 50만4천 명이다. 또 취업을 준비 중인 청년 역시 43만4천 명으로 집계되어 통계청에서 집계를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청년 인구가 감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직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이 증가하고 있으며, 취업자로 통계에 잡혔지만 임시 및 단기 일자리에 취업한 청년 수까지 합하면 통계 숫자보다도 청년 실업은 더욱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이 통계청의 통계에 잡힌 취업을 하지 못한 청년의 수는 모두 120만여 명에 달하고 있다. 많은 청년이 취업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노동시장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탓도 있겠지만 일자리 부족이 가장 큰 원인으로도 보인다. 물론 일부에서 지적하듯이 일과 생활의 균형을 중요시하는 ‘워라벨(work-life-balance)’을 이유로 단기 근로를 선호하는 현상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도 있겠지만 어쩌면 청년층이 원하고 있는 양질의 일자리가 많은 부분 사라지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생각된다. 정부에서는 청년 실업을 낮추기 위해 매년 청년 취업지원사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투입하는 예산도 늘리고 있다. 그동안 ‘2025 대한민국 채용 박람회’를 진행했고, 고용서비스 온라인 플랫폼인 ‘고용24’를 통해 온라인 채용 박람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각 지역 고용센터에서도 채용 행사를 진행했지만 청년 취업의 갈증을 크게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 정부와 지자체는 청년들의 취업난을 해결할 수 있는 정책 개발을 위해 좀 더 노력해야 하고, 평택시도 ‘평택청년 면접정장 무료대여 서비스’, ‘청년 월세 한시 특별지원 사업’, ‘청년 전월세보증금 대출이자 지원’, ‘청년 역량 강화 기회 지원사업’, ‘청년 예술인 지원사업’, ‘청년창업자 특례보증 사업’ 등을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지만 앞으로 보다 지역 특성에 맞는 청년 맞춤형 지원 시책을 개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속칭 일을 하지 못하고 쉬고 있는 청년 백수가 120만여 명인 시대에 살고 있다. 독립운동가이자 교육자인 도산 안창호 선생은 “낙망은 청년의 죽음이요, 청년이 죽으면 민족이 죽는다”, “진정한 실패는 도전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취업을 위해 애쓰고 있는 160여만 명의 청년 백수들에게 큰 응원을 보낸다. 청년이 청년에게 말한다. 힘내시길 바란다.
    • 오피니언
    2025-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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