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10-03(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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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우 가족행복학교 대표, 평택성결교회 원로목사

지난 주간 우리는 대한민국 역사에 또 하나의 변곡점을 찍었다. 작년 12월 3일에 일어났던 계엄 선포에 대한 최종 판결이 났다. 10년 만에 또 한 번의 대통령 파면이라는 오점을 남겼다. 이제는 법리와 국민의 여론 사이에서 장고의 고뇌 끝에 나온 헌재 재판관들의 최종 판결에 존중하고 승복하는 것이 민주주의 법치국가의 정상적인 국민의 자세라고 본다. 


그동안 각자 자기주장이 옳다고 표현하는 일이 잘못된 것은 아니었지만 이제부터는 성숙한 시민으로서 대한민국 최고 법정 기관 결정에 승복하고 모두가 하나되어 나가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파면 정국을 맞아 우리가 어떤 행동을 취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숙고할 때라고 본다. 그동안 이념을 신앙화함으로써 좌우로 갈라져 행동을 해왔다면 이제라도 성숙한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는 뼈아픈 역사적 교훈을 곧잘 잊어버려 힘든 사태를 맞았다. 결국 세 번째 탄핵 정국을 겪어야 했다. 여기에 지불한 비용이 너무나 컸다. 광화문과 여의도, 헌재와 용산에서 지샌 에너지가 얼마인가? 결국 정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얼마나 많은 기운을 빼야 했는가? 이제 파면 정국을 어떻게 지혜롭게 헤쳐 나갈지를 생각해 보자. 먼저 현재 대한민국이 처한 국제적, 경제적, 안보적 위상을 돌아보자. 미국의 관세 폭탄과 새로운 국제 질서 재편이 우리에게 주는 압박이 크다. 그동안 탄핵으로 인한 공백은 소상인으로부터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위태로운 절벽으로 내몰았다. 그리고 이 틈새에 북한은 어떤 색다른 위협을 준비했을지 불안스럽다. 


그러나 정작 우려스러운 과제는 국민의 흩어진 마음이다. 두 진영으로 갈라진 상상 이상의 분열이 있다. 평소에 중도는 목소리를 잘 내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 존재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또 다른 진영이다. 이런 상태로 우리 마음이 여전히 흩어져 있다면 이것이 더 큰 파국이다. 이제 머리를 맞대어 보자. 파면 정국은 모두가 풀어가야 할 과도기적 과제이다. 대선을 위한 일정표는 주어졌다. 마음을 추스를 차례이다. 갈라진 마음으로는 이 과정을 제대로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다. 


계절은 어김없이 우리에게 돌아온다. 지난 겨울은 너무도 혹독했다. 지루하고 생기를 앗아간 시기였다. 하지만 봄날이 돌아와 만물이 생기를 되찾았다. 이처럼 우리도 봄날을 맞이할 준비를 해보자. 마음의 봄날을. 


나라를 잃어본 고통을 기억하자. 자유를 잃고 억압으로 지샌 날들을.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독재로 부패했던 나라의 절망을 기억하자. 국운이 상승하던 월드컵 4강, 기적의 날들을 기억해 보자. 지금이야말로 이 놀라운 유산을 끄집어내어 하나의 마음으로 회복할 때가 아닌가? 


교회력으로 사순절 기간이다. 이 기간의 특징은 예수 그리스도의 속죄의 의미를 생각하고 이에 합당한 마음과 몸가짐을 취하는 기간이다. 속죄에 대한 원형은 구약에 나오는 속죄일에 담겨 있다. 속죄일을 위해 3가지의 준비가 있어야 했다. 백성과 대제사장과 제물이다. 백성은 용서받기 위해 “스스로 괴롭게 하라(레23:27,29,32)”는 말씀을 실행했다. 금식하면서 철저히 한 해의 죄를 회개했다.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는 “보수와 진보 모두 성경이 강조하는 정의, 정직, 사랑보다는 특정 이념에 집착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현 시국을 진단했다. 이런 실태를 지적하면서 파면 정국 이후 한국 사회의 화합을 이루기 위해 이렇게 하자고 촉구하고 있다.


“첫째, 교회는 이념 갈등의 어느 쪽에도 편들지 않아야 한다. 둘째, 성경이 강조하는 정의, 정직, 희생, 겸손의 가치를 실천하면서, 특히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과 가난한 이웃, 개발도상국을 향한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 이러한 모습이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때 교회는 도덕적 권위를 회복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사회 통합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구체적인 회개라고 본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마음은 이것이 아닌가? 분열을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 괴롭게 하는 시간을 가질 때이다. 이는 자기를 낮추는 겸손한 마음이다. 자기 욕망을 내려놓는 절제이다. 조용히 묵상하며 기다림이다. 새로운 희망의 봄날을. 


파면 정국은 우리의 마음을 다잡아 분열에서 화합으로 나가는 시간이어야 한다. 서로를 존중하며 대화와 타협으로 나가는 시간이어야 한다. 대립과 갈등을 극복하고 미래를 열어갈 시간이어야 한다. 오직 스스로 괴롭게 하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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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우 칼럼] 파면 정국과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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