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10-03(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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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우 고려대학교 통일융합연구원 연구위원·정책학 박사, 평택대학교 특임교수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이 격동의 시기로 접어들고 있다. 이제 우리는 단일 전쟁 시나리오가 아닌, 동시다발적이고 복합적인 안보 위협을 전제로 한 대비가 필요하다. 특히 중국의 대만 침공과 동시에 북한의 한반도 도발이 벌어질 가능성은 점점 현실화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군사 가설이 아니라 정책적, 전략적 대응을 요구하는 위협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 중국의 대만 침공과 북한의 병행 도발: 시나리오가 아닌 시계열


중국은 2027년 인민해방군 창설 100주년을 앞두고 '하나의 중국' 완성을 위한 대만 침공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대만 주변에서 계속되는 포위 훈련은 단순한 무력시위를 넘어, 실전을 전제로 한 작전 검증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이 시점에 북한이 동시에 도발할 가능성이다. 한미 연합 전력이 대만 지역으로 분산될 경우, 북한은 한반도에서의 전략적 공백을 노리고 기습 침공을 감행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이 직면할 위협은 단순한 재래식 무기 충돌이 아니라, 핵 위협을 포함한 전면전이다. 특히 전술핵, 핵잠수함 등 핵 억제 수단이 없는 상태에서 한국 단독으로 북핵 위협을 방어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리는 ‘핵 우산’이라는 개념이 실제로 작동할 수 있을지에 대한 냉정한 재검토에 나서야 한다.


◆ 전략적 유연성: 주한미군은 방패인가, 칼날인가


이런 가운데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안보 논쟁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주한미군을 단순한 북한 억제 전력이 아니라 인도-태평양 전략의 축으로 규정하며, “한국은 일본과 중국 사이의 고정된 항공모함”이라 평가했다. 이는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의 외부 투입 가능성을 공식화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과거에는 주한미군을 한반도 붙박이식으로 고정화된 북한 대응을 위한 군사력으로 인식했으나 이제는 본격적으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주한미군 재배치를 통해서 분쟁 지역 국가에 언제든지 작전 투입할 수 있다는 방식으로 전환된 것을 뜻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전략적 유연성이 한국 안보에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주한미군이 한반도를 벗어나 작전을 수행하게 되면, 한반도 방위의 전력이 일시적으로 약화될 수 있다. 이는 북한의 도발 유인을 제공하고, 한국을 미중 전략 경쟁의 전초기지로 전락시킬 위험이 있다. ‘주한미군은 우리를 지킨다’는 전통적 인식은 ‘주한미군은 미국의 전략 자산’이라는 새로운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 방위비 분담금과 주권의 경계


전략적 유연성 확대는 방위비 분담 논쟁과도 연결된다. 주한미군이 한국만을 방어하는 역할을 넘어서고 있다면, 한국이 과도한 방위비를 부담할 당위성은 약해진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장했던 “10배 증액” 요구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기능 변화 앞에서 재조정되어야 할 사안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주권이다. 주한미군이 한반도를 거점으로 외부 작전을 수행하게 되면, 전략적 자산 배치나 작전 개시 결정 과정에서 한국의 동의권이 약화될 수 있다. 이는 명백히 국민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국가 주권이 걸린 문제로, 정부는 명확하고 주도적인 협상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


◆ 핵 억제력 재정립과 자주국방의 과제


북한은 핵무기를 실전 전력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중국과 러시아의 기술 협력을 등에 업고 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핵에 대한 대응 수단이 제한적이다. 이제는 NATO식 전술핵 공유 체제 도입, 과거 노태우 정부의 비핵화 선언 재검토, 전략무기 재배치 등 다양한 옵션을 현실적으로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만약 미국이 한국의 자체 핵 개발을 용인하지 않는다면, 일본처럼 핵 재처리 능력과 고농축 우라늄 확보 등의 기술적 대비가 필요하다. 자주국방은 선언이 아니라, 실제 전력으로 구비되어야만 한다.


◆ 설계된 안보, 선택의 시간이 왔다


우리는 더 이상 ‘주어진 안보’를 당연시해서는 안 된다. 한반도는 동북아 전체의 안보 지형에서 핵심 위치를 차지하며, 미국, 중국, 일본, 대만의 전략이 교차하는 지점에 서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위기관리 차원을 넘어선 ‘설계된 안보’다. 자주성과 실효성을 갖춘 방위전략, 위기 시 동맹의 실효적 작동 방식, 외교·군사적 유연성까지 포괄하는 전략적 대전환이 요구된다.


미래의 안보는 결코 과거의 연장선 위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는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스마트한 안보를 실현할 구체적 실행력이 필요하다. 우리가 준비하지 않으면, 남이 설계한 안보 속에서 우리의 운명을 맡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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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동시 위협시대, 한국안보의 이중고(한반도와 대만의 안보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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