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 파면으로 민주주의의 큰 파고는 넘은 듯하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운명을 가를 또 다른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고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모든 국가에 ‘10%+α’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한국은 물론 전 세계가 엄청난 글로벌 무역전쟁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극단적인 미국 이기주의와 부채 해결을 명분으로 무차별적으로 펼치는 관세전쟁에는 동맹도 우방도 예외 없다. 중국(34%)은 물론 유럽연합(EU) 20%, 베트남 46%, 대만 32%, 일본 24% 등 전방위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특히 그간 한미FTA(자유무역협정)로 관세가 제로에 가까웠던 한국에 부과한 25%는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주게 될 것이다. 90일간 임시로 유예한다지만 한국은 결국 미국으로부터 철강에 이어 자동차(25%,) 반도체 등 상호관세의 직격탄을 맞게 된다.
자동차와 반도체는 작년 우리의 대미 수출 1·3위를 차지했고, 의약품은 대미 수출 규모가 4년 새 두 배로 커진 주력 업종이다. 석유제품, 배터리 등의 타격도 불가피하다. 중국 다음으로 제2 수출 시장인 미국에서 이들 업종에 대한 관세가 현실화된다면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지 판단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트럼프의 관세 폭탄에 대응해 유럽연합(EU)을 비롯해 주요 국가들이 보복 조치 방침을 밝히면서 글로벌 무역전쟁이 확대되고 있다. 그동안 2차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주도해 온 자유무역 기반의 국제 통상 질서도 보호무역주의로 급변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패권의 주요 상대인 중국도 미국에 대한 관세를 34%에서 84%로 올리며 맞불을 놓자, 트럼프는 재차 125%로 보복하겠다고 밝혔다. 가히 점입가경인 형국이다.
글로벌 관세전쟁을 계기로 흩어졌던 국민적 에너지를 다시 모아야 한다. 정부는 품목별 관세를 낮추기 위한 협상에 들어간 듯 보인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실무적 협상 논리와 명분을 구축하여 새 정부에 넘겨야 한다. 정치권도 조기 대선과는 별도로 국가적 협상전략을 세우고 국민적 에너지를 하나로 모으는데 좌우를 떠나 협력해야 할 것이다. 정부와 산업·경제계, 정치, 국민이 하나로 똘똘 뭉쳐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 전 세계적인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방식은 국가대항전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관세전쟁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는 건 쉽지 않다. ‘아이폰 337만 원’이 상징하듯 미국 내 물가 상승과 경기침체에 따른 반트럼프 기세도 커지는 모양이다. 문제는 한국 경제이다. 그간 세계 10위 한국 경제를 견인해 온 반도체, 자동차, 철강 등 주력 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AI, 반도체, 전기차, 바이오, 로봇 등 미래 성장산업에서 우습게 보던 중국에 벌써 추월당했다. 지난 2~3년간 비전과 전략을 세우지 못하고, 의대 정원과 계엄에 시간 낭비하는 사이 대한민국이 대폭 뒤쳐졌다.
이제는 경제다. 그리고 민생이다. 이번 조기 대선에서 어떤 대통령을 뽑아야 할까? 대한민국의 신성장동력을 힘 있게 추동할 지도자이다. 사회 양극화를 아우르면서, 향후 30년, 100년 먹고살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앞으로 태극기부대냐, 반트럼프냐를 넘어서는 국가대항전이 필요하다. 중요한 선택의 시간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