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월 3일 밤 10시 30분, 윤석열의 난데없는 비상계엄령 때문에 전국의 수많은 사람들이 어안이 벙벙해졌다. 처음에는 필자처럼 가짜뉴스로 의심하는 사람도 있었고, 비상계엄령 선포 즉시 자리를 박차고 국회로 향한 사람도 있었다. 신속하게 국회로 모인 국회의원들과 장갑차를 맨몸으로 막아선 시민들, 군경의 소극적인 임무 수행 덕분에 비상계엄령은 2시간 만에 철회되었다.
그리고 4개월이 지난 현재, 마침내 헌법재판소는 2025년 4월 4일 11시 22분에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에서 재판관 8명 전원일치로 파면 결정을 내렸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는 이 한 문장을 듣기 위해 지난 추운 겨울 내내 광장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고생했다. 남태령에서, 한남동에서, 그리고 경복궁에서 보낸 4개월은 상식적인 대한민국을 바라는 모든 사람들의 열정과 노력, 시간 등 모든 역량을 바친 시간이었다. 이것은 단지 한 사람의 파면이 아니라 상식과 정의가 승리하는 것을 의미했다.
다행히 이 많은 사람의 열정과 노력, 시간이 물거품 되지 않는 결과가 나왔기에 망정이지 탄핵이 인용되지 않았다면 많은 이들의 분노가 헌재를 향했을 것이다. 탄핵이 인용되는 순간까지 윤석열의 체포 과정, 지귀연 판사의 어처구니없는 구속 취소, 항고하지 않는 심우정 검찰총장, 늦어지는 헌재의 판결 등 중간중간에 함정처럼 놓인 위기는 국민들의 인내와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을 시험하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윤석열 한 명이 파면되었다고 해서 대한민국이 드라마틱하게 달라지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비상식적인 계엄을 옹호하며 내란을 정당화하는 정당이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고 있고, 내란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는 눈곱만큼의 반성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에 대한 처벌이 없으면 대한민국 사회는 얼마든지 다시 썩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들을 반드시 처벌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를 그려야 한다.
광장에 모인 수많은 시민들은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랬다. 그리고 지금의 대한민국보다 훨씬 더 상식이 통하고, 법이 지배하며, 권력이 국민을 두려워하는 그런 대한민국을 이야기했다. 내란이 더 이상 옹호되지 않고 단죄되는 대한민국을 이야기했다.
그렇기에 윤석열 파면은 엔딩이 아니라 오프닝일 수밖에 없다. 이제 시작이다. 윤석열의 파면은 끝이 아니라, 우리가 지켜야 할 민주주의의 문턱을 다시 세운 첫걸음일 뿐이다. 무너진 정의를 다시 세우고, 책임지지 않은 자들에게 그 책임을 묻는 것, 그것이 진정한 ‘새로운 시작’의 완성이다.
광장의 촛불은 꺼지지 않았다. 꺼지지 않은 촛불은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각자의 마음속에서 타오르고 있다. 그 불빛은 단지 어두운 밤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다시는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일이 없도록 우리를 끊임없이 일깨운다. 이제 우리는 되묻는다. 정의란 무엇인가, 책임이란 무엇인가. 다시는 오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윤석열의 파면은 끝이 아닌 시작으로 삼아야 한다. 다시 시작하자 대한민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