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5월 10일과 11일, 양일에 걸쳐서 평택 오산공군기지에서 대규모 에어쇼가 열린다고 한다. 하지만 이 행사를 단순한 축제로 볼 수만은 없다. 다수의 대중들은 하나의 축제거리로 좋아할 수는 있지만 분명히 반대하는 입장도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에어쇼를 반대하는 첫 번째 이유는 군사력 과시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에어쇼는 항공 기술과 군사력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자리이다. 한마디로 극강의 폭력성을 자랑하는 자리이다. 그러나 지금 시대는 평화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다. 지난 몇 년간 전 세계는 전쟁의 광풍 속에서 수많은 민중들이 죽어나갔다. 이런 전쟁의 수많은 피해 속에서 주한미군의 책임은 결코 피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에어쇼를 진행하는 것은 광기 그 자체이지 않을까 싶다.
두 번째는 주민들의 생활권 침해 문제다. 에어쇼 기간 동안 전투기와 항공기가 만드는 엄청난 소음과 교통 혼잡은 주변에 사는 사람들에게 큰 불편을 준다. 특히 아이들, 노약자,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에는 심각한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평소에도 기지 주변의 주택가는 소음 문제로 힘든데, 에어쇼까지 겹치면 고통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누군가의 즐거움이 누군가의 고통거리가 되는 상황이 달갑지는 않다.
세 번째는 환경 문제다. 전투기나 군용기가 공중 퍼포먼스를 할 때 엄청난 양의 연료를 소모하는데, 이로 인해 많은 탄소가 배출된다. 기후 위기가 심각한 이 시대에, 굳이 이런 행사를 열면서까지 환경에 부담을 주는 건 맞지 않다. 잠깐의 즐거움을 위해 탄소를 마구 배출하는 일은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전 세계가 탄소배출을 줄이자고 이야기하는데 에어쇼를 진행하는 것은 굉장히 위선적인 일이다.
네 번째로, 에어쇼가 청소년들에게 주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화려한 전투기 퍼포먼스는 자칫 군사력과 무력을 멋진 것으로 보이게 만들 수 있다. 가치관이 형성되는 청소년들에게 이런 인상을 심어주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평화와 인권을 소중히 여기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런 부분까지 세심하게 고민해야 한다. 고도의 폭력 행위를 단순한 볼거리로 보이도록 착각하게 만들고 평화감수성에 대해 무뎌지게 만드는 것은 이 사회의 폭력성을 줄이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한미동맹의 군사적 상징성을 강화하는 문제가 있다. 평택 오산공군기지는 주한미군의 핵심 기지 중 하나다. 이번 에어쇼는 한미동맹의 군사적 결속을 대외적으로 보여주는 성격을 띠게 되는데, 한국 사회 안에서는 한미동맹에 대해 다양한 생각과 의견이 있다. 한미동맹에 대해서 찬성하는 측도 있고, 반대하는 측도 있지만 지금과 같은 시기는 어느 누구도 환영하지 않는다. 방위비분담금 협상과 관세 문제 등 풀어야 할 숙제를 뒤로 하고, 군사적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하는 행사는 오히려 사회적 갈등을 키울 수도 있다.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 그리고 모든 폭력에 반대한다. 평화감수성을 키워주는 사회가 되지 못할망정, 무뎌지게 만드는 사회는 지양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오산공군기지 에어쇼는 취소되어야 마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