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10-03(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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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태(이야기가 있는 역사문화연구소장, (사)한국국가유산지킴이연합회 이사)

요즘은 지갑을 들고 다닌 기억이 없다. 신분증을 사용할 일도, 현금을 사용할 일도 없어 그저 휴대폰과 카드 하나만 챙겨 다녔는데, 이제는 카드조차 들고 다니지 않는 일이 많아졌다. 왜냐하면 휴대폰 하나로 모든 것이 해결되기 때문이다. 과거와 비교하면 참 편리한 세상을 살고 있다. 휴대폰 하나로 은행 업무도, 결제도, 인증을 비롯한 일상생활에 필요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지난주에 들려온 SKT 유심 정보 유출 소식은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으나, 유심 복제로 인한 피해의 가능성이 있다는 말을 듣고 사태가 결코 간단하지 않음을 깨달았다. 쉽게 타인이 탈취한 내 유심 정보로 휴대폰 개설이나 대출, 가상화폐 등의 자산을 탈취당할 수도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SKT는 국내 최대 통신사로, 가입자 수만 2,300만 명에 달한다. 우리 가족도 모두 SKT를 사용하고 있어, 유심 정보 유출 소식을 접한 후 부랴부랴 후속 조치를 하느라 주말 동안 정신이 없었다. SKT에서 내놓은 해결책은 유심보호서비스 가입과 유심 교체로 압축되었는데, 유심 교체 물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혼란이 예상된다.


대안으로 유심보호서비스 가입을 권장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대중의 불안감을 완전히 해소하기 어렵다. 실제로 각종 영상과 게시글을 통해 ▶명의도용방지서비스 ▶번호도용문자차단서비스 ▶정보보호알림이 등의 가입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으며, 관련 사이트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접속이 어려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서비스들이 대부분 신청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어, 인터넷 이용이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이나 정보 접근성이 낮은 사람들에게는 큰 제약이 따른다는 점이다.


이번 사태를 통해, 편리함을 위해 어디까지 개인정보를 양보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경종이 울렸다고 본다. 특히 국가와 기업이 지나치게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관리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 의문이 든다. 점점 더 많은 정보를 기업과 정부에 제공하고 있지만, 보안 사고가 발생하면 그 피해는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구조적 문제가 여전히 존재한다. 코로나 이후 비대면이 익숙해진 사회에서 편리함의 추구가 또 다른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할 가능성이 있음이 이번 사태를 통해 분명해졌다.


SKT 유심 정보 유출 사건은 단순한 해킹 문제가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 편리함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 보호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다. 이를 통해 우리는 편리함과 보안 사이에서 균형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그리고 개인정보 보호의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는지에 대해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 국가와 기업은 보다 철저한 보안 시스템을 구축하고, 개인정보 보호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것은 물론, 유출에 따른 징벌적 배상 등의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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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SKT 유심 정보 유출 사건이 남긴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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