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은 지난 6월 13일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이스라엘 파괴계획을 세운 것이 포착됐다”라는 명분을 내세워 이란 공격을 시작했다. 이 당시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에서 이란 측이 우라늄 농축을 포기할 수 없다면서 협상이 지지부진 해지자 미국은 제한적인 공격을 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꾸면서 이스라엘과 공조하여 이란 핵시설 폭격 명분을 만들었다.
이란은 그동안 헤즈볼라, 하마스, 후티반군 등에게 각종 무기 제공 및 군사기술을 습득시켜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항하는 테러단체로 성장시켰다. 미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은 이란이 배후세력임을 알면서도 뚜렷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이란이 핵무기까지 보유할 경우 심각한 위협에 직면할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미국은 6월 22일 ‘Operation Midnight Hammer(한밤의 망치작전)’ 작전을 통해 이란의 핵시설을 정밀 타격했다.
이날 미국은 B-2 스텔스전투기에 탑재한 GBU벙거버스터 미사일을 동원하여 이란 포르도(Fordow), 나탄즈(Natanz), 이스파한(Isfahan) 지하 핵시설에 대해 폭격을 제한적으로 실시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작전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발표했다.
과거 1979년 4월 미국 대사관이 이란 대학생들에게 점거됨과 동시에 70여 명의 외교관을 억류하는 사태를 맞아 미국은 특수부대를 동원해 인질을 구출하는 ‘Operation Eagle Claw(독수리 발톱작전)’을 벌였으나 실패했던 트라우마가 있다. 또 지난 트럼프 1기 때에도 이란을 공격하기 1시간 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작전을 취소한 바 있듯이 이란에 대한 적지 않은 부분의 트라우마가 있었지만 1979년 이후 46년 만에 일부 핵시설이기는 하지만 이란 공격을 감행했다.
폭격 다음 날인 23일,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스라엘과 이란이 전면 휴전에 동의했다고 선언했고, 현재 휴전상태이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 핵시설 피해 정도를 파악한 후 다시 미흡하다면 재공격을 할 수도 있는 급박한 상황이다.
최근 많은 사람들은 미국이 북한 핵시설에도 선제타격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과거 클린턴 행정부에서도 1994년 북한이 영변 핵시설에서 플루토늄을 재처리해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다는 첩보를 확보한 후 실제로 공습계획을 수립해 영변 핵시설을 정밀 타격하고 이후 전면전 확대에 대비한 병력 배치까지 검토한 적이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선제공격 시 남한 내에 피해가 클 것으로 판단하여 적극적으로 반대하여 작전이 취소됐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도 2017년 북한 핵시설 타격을 준비한 바 있었으나 문재인 정부의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로 인한 평화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실제 공격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번 이란 핵시설 폭격에서 볼 수 있듯이 미국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북한의 핵시설을 대상으로 정밀 타격을 할 수 있으며, 북한 김정은도 이란 핵시설 정밀 타격으로 인해 긴장하고 있는 것이 역력하다. 다만 북한은 이란과 다르게 이미 핵무기를 50여기 이상 보유한 국가이다. 또한 이란 핵시설은 외곽 사막 지역에 위치하여 제한적인 공격이 비교적 가능한 지역이지만 북한의 핵시설은 험준한 산속 화강암 지하 약 300m에 만들어져 정밀 타격이 쉽지 않고, 타격을 하더라도 피해 정도가 미미할 수 있다.
이보다 더 중요한 점이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자신들의 국가에 대한 미국의 공격을 막는 완충적인 역할을 하는 매우 중요한 지역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과 혈맹국가이므로 미국과 한국이 북한을 제한적으로 공격할 시 즉각적인 반격은 물론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북한은 이미 방사포, 장사정포, 다연장 로켓포 및 각종 미사일은 물론 최근에는 전술탄도미사일(사거리 100km) 250기를 최전방에 실전배치 한 바 있다. 미국의 군사옵션인 영변 핵시설에 대한 정밀 타격은 자칫 북측의 즉각적인 반격으로 50만~200만이 사망할 수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미국의 이란 공격 당시 중국, 러시아는 지정학적 위치상 원거리인 관계로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했지만 북한은 중국, 러시아의 접경지역인 만큼 미국이 한반도에 진입하는 자체를 거부하면서 공격적인 자세와 북한 지원을 통해 갈등이 확대되는 양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미국은 직접적인 선제타격보다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하는 분위기로 이끌어 나갈 것으로 예측되며, 북한도 서두르지 않고 신중하게 이익 여부를 저울질하며 벼랑 끝 전술을 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이유에서 정부는 한미 정상회담을 조기에 개최하여 북한의 핵무기와 관련한 충분한 협의와 공조를 가져야 하며, 필요시에는 과거 중국, 러시아가 참여하는 6자 회담과 비슷한 회의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시점이다. 한반도가 화약고가 되어서는 안 된다. 원만한 대화와 협의를 통해 한반도에서 전쟁 억제력을 유지하면서 평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