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10-02(목)
 


김희태 소장.jpg
김희태 이야기가 있는 역사문화연구소장, 『조선왕실의 태실』, 『경기도의 태실』 저자

본지 전문 필진인 김희태 이야기가 있는 역사문화연구소장이 조선왕실의 장태 문화를 상징하는 태실(胎室)에 대해 매주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현재까지 위치가 확인된 왕의 태실은 총 24기로, 지난호에는 <가봉비의 등장과 제도화>에 대해 소개했다. 이번 연재에서는 <가봉태실의 복원 방향성을 보여준 예천 문종대왕 태실>에 대해 설명한다. <편집자 말>

 

예천 문종대왕 태실과 태실 수호 사찰인 명봉사

 

예천군에 위치한 명봉사(鳴鳳寺)는 문종대왕과 사도세자(추존 장조, 경모궁)의 태실을 수호했던 사찰로, 현재도 사찰 경내와 뒤쪽 봉우리 등에 태실과 관련된 흔적이 잘 남아 있다. 특히 명봉사의 두 태실은 앞서 소개한 사례들과 달리 원래 위치에 석물이 온전히 복원된 보기 드문 사례로, 향후 가봉태실 복원의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현장이다. 이 가운데 명봉사 대웅전 뒤쪽 봉우리에는 조선의 여섯 번째 임금인 문종의 태실이 자리하고 있다.

 

김희태 태실1.JPG

명봉사(鳴鳳寺). 대웅전 뒤로 문종대왕의 태실이 있다.

 

김희태 태실2.JPG

예천 문종대왕 태실. 지난 2016년에 복원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세종대왕의 다른 왕자들의 태실이 모두 성주에 위치한 세종대왕자 태실에 집장되어 있는 반면, 세자의 신분이었던 문종은 별도의 태실이 조성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문종의 태실은 언제 조성되었을까?

 

김희태 태실3.JPG

문종 태실의 가봉비

 

김희태 태실4.JPG

대웅전 옆 태실유구 보관소. 복원 후 남은 문종과 사도세자 태실 석물을 전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기록은 세종실록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1439(세종 21) 116일자에 동궁장태개기사(東宮藏胎開基使)인 판중추원사 이순몽(李順蒙)이 경상도 기천(基川)으로 갔다는 내용이 있다. 여기서 동궁장태개기사는 동궁, 즉 문종의 태를 봉안할 터를 찾기 위해 파견된 관리로, 문종의 태실은 은풍현(殷豐縣)에 봉안되었다. 은풍현은 기천의 관할 지역이었으며, 이후 은풍과 기천의 글자를 따서 풍기라 불리게 되었다. 또한 문종의 태실이 조성됨에 따라 전례에 따라 해당 지역은 군으로 승격되었다.

 

한편, 문종 태실의 수호 사찰은 명봉사로, 일성록에는 명봉사 승려 봉관(奉寬)이 올린 상언을 통해 명봉사는 태실(胎室)을 수호하는 사찰입니다.”라고 밝힌 부분이 있다. 명봉사의 두 태실(문종, 사도세자)의 관계를 잘 보여주는 유물이 2022년 보물로 지정된 장조태봉도. 이 그림에는 명봉사 뒤 봉우리에 문종의 태실이, 그로부터 약 400m 떨어진 뒤쪽 봉우리에 사도세자의 태실이 그려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김희태 태실5.JPG

서삼릉으로 이봉된 문종의 태실. 태실비의 전면에 문종대왕태실’, 후면에 □□□년오월자경북영주군상리면이봉이 새겨져 있다.

 

이후 일제강점기 때 문종의 태실이 현 서삼릉으로 이봉(1930415)되면서 태실지는 심각하게 훼손되었다. 대부분의 석물은 인근에 흩어진 채 방치되었고, 가봉비와 일부 석물은 명봉사 경내로 옮겨졌다. 특히 주석 1점은 예천읍행정복지센터로 옮겨져 ‘1937년 예천읍 승격과 관련한 기념 장식으로 활용되었는데, 지금도 이 흔적은 복원된 태실에 남아 있다. 이러한 훼손은 조선왕조가 유지되었다면 있을 수 없는 일로, 왕조의 멸망과 함께 본격화된 태실 훼손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김희태 태실6.JPG

문종 태실의 장태 석물 중 ‘1937년 예천읍 승격명문이 새겨진 주석. 해당 주석은 예천읍행정복지센터에 있었다.


김희태 태실7.JPG

예천읍행정복지센터에서 확인할 수 있는 주석의 흔적. 문종 태실의 수난을 잘 보여주고 있다.

 

다행히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문종과 사도세자의 태실에 대한 발굴 및 정밀 지표 조사가 진행되었고, 2016년에는 원래 위치에 태실이 복원되었다. 앞선 가봉태실과 비교해보면 원위치에 완전하게 복원된 것이 특징으로, 태실의 근원적인 가치 회복을 염두에 두었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복원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김희태 태실8.JPG

원위치에 복원된 문종 태실. 향후 가봉태실의 복원에 있어 중요한 이정표가 될 현장이다.

 

이처럼 예천 문종대왕 태실은 단순한 유적을 넘어 가봉태실의 복원 방향성을 제시하는 중요한 이정표라 할 수 있다. 향후 가봉태실 복원 사업에서도 문종 태실의 복원 사례는 역사적 맥락과 원형 복원의 관점에서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판단되며, 이 과정에서 태실의 근원적인 가치를 회복하고, 태실 유적이 가지는 가치와 의미를 되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참고자료

 

이기영() 신역 세종실록, 2023, 한국고전번역원

신하령() 일성록, 2016, 한국고전번역원

김희태, 조선왕실의 태실, 2021, 휴앤스토리

김희태, 경기도의 태실, 2021, 경기문화재단

태그

전체댓글 0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김희태가 소개하는 조선왕실의 태실] 가봉태실의 복원 방향성을 보여준 예천 문종대왕 태실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