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10-04(토)
 


김만제 증명사진.png
김만제 평택자연연구소 소장

봄이 오면 번식을 위해 여름새들이 우리 고장을 찾는다. 이들은 혹독한 겨울이 오기 전에 다시 남쪽으로 떠나고, 그 자리를 북쪽에서 내려온 오리류, 고니류, 기러기류 같은 겨울새들이 채운다. 계절마다 새들의 이동이 반복되면서 다소 혼란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는 새들이 있다. 바로 ‘텃새’다.


텃새는 사계절 내내 우리의 일상 속에 머무는 존재다. 여름에는 더위를 견디며 살아가고, 겨울이면 추위를 이겨내며 주변 환경에 맞춰 유연하게 적응한다. 물을 입에 머금고 짧게나마 물 목욕을 즐긴 뒤, 익숙한 곳에서 열매나 곤충을 찾아 먹으며 에너지를 보충한다. 놀라운 생존력과 적응력으로 우리 곁에서 일상을 함께 이어간다.


철새가 계절의 변화를 보여주는 존재라면, 텃새는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의 지속성을 보여주는 생물이다. 우리는 그들의 존재가 너무 익숙해 소중함을 잊곤 한다. 하지만 그 작은 생명들이 사계절 내내 우리의 자연과 생태계를 지키고 있다. 텃새는 단순히 머물러 사는 새가 아니다. 이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의 일부이며, 함께 공존하는 이웃이다.


1. 철새와 텃새

 

평택의 자연1.JPG

배다리의 텃새로 생물다양성을 뒷받침하고 있는 오목눈이(2025.2.24 배다리산책로)

 

철새는 계절에 따라 이동하며 번식지와 월동지를 연결해 생물다양성을 넓히고, 종자 확산과 해충 조절에 기여한다. 반면, 텃새는 한 지역에 정착해 일 년 내내 생태계의 안정성과 연속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철새의 이동이 생태계 간 물질과 에너지의 순환을 촉진한다면, 텃새는 지역 생물군의 균형을 이루며 먹이사슬의 핵심 고리로서 생물다양성을 뒷받침한다.


2.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는 새들

 

평택의 자연2.jpg

일 년 내내 같은 지역에서 살아가는 대표적인 텃새, 참새(2022.4.12 배다리마을)

 

텃새란 철새와는 달리 계절에 따라 이동하지 않고, 일 년 내내 같은 지역에서 살아가는 새들을 말한다. 이들은 번식과 월동을 모두 한곳에서 해결하며, 자연의 변화에 적응해 살아간다. 계절마다 다양한 새들이 찾아왔다 떠나는 우리 고장에서, 꿩, 참새, 딱새, 박새, 까치, 물까치, 곤줄박이, 멧비둘기, 직박구리 등의 텃새는 그 자리를 묵묵히 지키는 자연의 고정 구성원이다.


3. 배다리생태공원의 조류와 텃새

 

평택의 자연3.JPG

배다리 전역에서 관찰되고 있는 텃새, 쇠박새(2025.2.24 배다리산책로)

 

우리나라에서는 약 550종 이상의 야생 조류가 관찰되며, 이 중 철새가 약 320종, 텃새는 약 90종, 나그네새는 약 140종으로 알려져 있다. 배다리에서 몇 년 동안 확인된 야생 조류는 모두 60여 종이다. 이 중 순수한 의미의 텃새는 약 26종으로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비율을 차지한다. 그러나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번식 시기와 분포 지역이 점점 넓어지는 등 혼란이 가속화되고 있다.


4. 생태계 속 숨은 조력자, 꿩

 

평택의 자연4.jpg

저수지 풀밭에서 까투리를 기다리고 있는 장끼(2022.3.20 배다리저수지)

 

배다리저수지 풀밭에서는 3월부터 영역에 대한 강한 소유욕을 보이며,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뽐내는 꿩의 행동을 관찰할 수 있다. 꿩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텃새로, 일 년 내내 같은 지역에 머물며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 잡식성으로 다양한 식물의 씨앗을 먹어 식물 번식에 도움을 주며, 지역 생태계 건강도를 판단하는 지표종 역할도 한다.


5. 서식지 건강성의 지표, 직박구리

 

평택의 자연5.JPG

단풍나뭇과 복자기 수피에서 수액을 찾는 직박구리(2023.1.12. 배다리산책로)

 

직박구리는 평택 전역에서 텃새로서 최상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3월 하순 개화하는 버드나무의 꽃꿀을 시작으로, 살구나무와 왕벚나무는 물론 곤충과 열매, 한겨울의 잡초와 나무 수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먹이를 섭취하며 텃새로 살아남기의 본보기를 보여준다. 열매를 먹고 씨앗을 퍼뜨리며, 해충을 잡아 생태 균형을 돕는 등 생물 간 상호작용을 이끄는 매개자 역할을 한다.


6. 생태계의 숨은 연결고리, 멧비둘기

 

평택의 자연6.JPG

연중 배다리 전역에서 존재감을 나타내는 멧비둘기(2023.1.23 배다리산책로)

 

멧비둘기는 참새, 까치, 어치, 직박구리 등과 함께 장기간 무리를 지어 다니며 농작물이나 과수에 피해를 주어 유해조수로 분류되기도 한다. 그러나 곡식, 열매, 풀씨 등을 먹으며 씨앗을 퍼뜨리는 데 기여하고, 한편으로는 먹이사슬 유지를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환경 변화에 잘 적응한 대표적인 새로서, 생태계 내에서 물질 순환과 종 간 상호작용의 핵심 연결고리로 작용한다.


7. 익숙하지만 특별한 존재, 딱새

 

평택의 자연7.jpg

배다리 전역에서 가깝게 다가서는 텃새, 딱새(2023.2.19 배다리마을숲)

 

참새만큼이나 흔한 텃새이지만, 번식기에는 꾀꼬리나 되지빠귀 같은 명금조에 뒤지지 않는 울음소리를 들려준다. 때로는 제비와 함께 집 안으로 들어와 신발장이나 선반 위에 둥지를 틀 만큼 사람과 익숙한 관계를 맺고 있다. 배다리생태공원 전역에서도 성조와 유조를 어렵지 않게 관찰할 수 있다. 곤충을 즐겨 먹지만 마을숲의 찔레 열매에도 큰 관심을 보인다.


8. 텃새 까치의 다면적 생태 역할

 

평택의 자연8.JPG

배다리 전역에서 적잖은 텃세를 부리는 까치(2022.4.16 배다리저수지)

 

까치는 배다리에 함께 서식하는 어치, 물까치, 큰부리까마귀와 같은 까마귓과의 텃새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농작물 피해나 다른 조류의 둥지를 습격하는 행동으로 인해 유해조수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생태계 내에서는 청소동물이자 먹이사슬의 중간 포식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변화된 생태계에 적응한 동물들의 생존력을 보여주는 지표종으로서의 의미도 지닌다.


9. 기후변화 감지자, 박새류

 

평택의 자연9.JPG

번식기를 맞아 먹이를 찾아다니는 박새(2022.4.14 배다리마을숲)

 

박새류는 참새목 박새과에 속하는 새들을 통칭하는 말로, 배다리에서는 박새, 곤줄박이, 쇠박새, 진박새 등이 대표적인 종이다. 이들은 숲이나 정원 등 다양한 환경에서 발견되며, 유익한 산림 해충의 포식자로 알려져 있다. 특히 급격한 기온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번식 시기가 달라지기 때문에, 기후변화의 지표종으로서 생태계 변화를 관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10. 물까치의 유해 가능성과 생태적 가치

 

평택의 자연10.JPG

익어가는 산수유 열매 하나를 입에 문 물까치(2024.10.16 배다리산책로)

 

물까치는 까치와 달리 법적으로 유해조수로 분류되지는 않았지만, 과수원 등에서 농작물에 피해를 주거나 도시에서 사람을 공격한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지능이 높고 사회적 행동이 발달한 물까치는 중간 포식자로서 먹이사슬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기여하며, 특히 나무 열매를 즐겨 먹기 때문에 소화 후 배설을 통해 일부 식물의 씨앗 확산을 도울 수 있다.


태그

전체댓글 0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김만제의 평택의 자연] 사계절 우리 곁에 머무는 새들, ‘텃새’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