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10-04(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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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 평택자연연구소 소장

특별한 식물도 아닌데 자꾸 볼수록 헷갈리는 것 중 하나가 붓꽃과 노랑꽃창포이다. 누구나 보라색 꽃을 피운 붓꽃을 보면 쉽게 그 이름을 떠올리면서도, 정작 노란색 꽃을 피운 노랑꽃창포 앞에서는 주저하기 일쑤다.


붓꽃은 영어로 Iris, 학명 Iris sanguinea 중 속명(Iris)을 따서 부른 것으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무지개의 여신 ‘아이리스(Iris)’에서 유래되었다. 붓꽃과 붓꽃속(Iris)의 식물은 크게 붓꽃 무리와 꽃창포 무리로 나눌 수 있으며, 비교적 많은 종류가 포함된 붓꽃 무리와 달리 꽃창포 무리는 특징과 모양에 따라 소수의 종류로 구별된다.


붓꽃속 식물들은 초여름, 자연의 정취를 더해주는 소중한 존재다. 이제 아이리스의 꽃들을 마주하게 된다면, 붓꽃과 노랑꽃창포가 어떻게 다른지, 특히 여름에 꽃을 피우는 꽃창포의 특성과 아름다움을 한 번쯤 눈여겨보길 바란다. ‘무지개’라는 뜻을 지닌 아이리스 하나하나가 품고 있는 색과 형태의 아름다움,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이야기가 무더위에 지친 독자들의 하루에 작은 감동이 되기를 바란다.


1. 붓꽃이란 이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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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라색 화색이 우아하고 아름다운 황실붓꽃(황제붓꽃)(2006.5.13 한택식물원)

 

‘붓꽃’이라는 이름은 꽃봉오리가 벌어지기 전 모습이 마치 먹을 머금은 붓처럼 생겼다고 해서 유래하였다. 특히 꽃잎 가운데 난 줄무늬나 선은 붓질한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영어 이름 Iris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무지개의 여신 ‘아이리스(Iris)’에서 유래한 말로, 붓꽃의 다양한 색을 표현한 이름이다. 주변의 붓꽃 무리는 잎의 모양이나 꽃의 무늬 등으로 구별할 수 있다.


2. 붓꽃과 붓꽃속(Iris)의 종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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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게 붓꽃 무리와 꽃창포 무리에 속한 붓꽃과 붓꽃속(Iris)의 식물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붓꽃과 붓꽃속 식물에는 붓꽃, 노랑꽃창포, 꽃창포, 부채붓꽃, 제비붓꽃, 타래붓꽃, 노랑무늬붓꽃, 난장이붓꽃, 노랑붓꽃, 금붓꽃, 솔붓꽃, 흰각시붓꽃, 각시붓꽃 등이 있다. 평택 주변의 산지에서는 각시붓꽃과 금붓꽃이 자리를 잡고 있으며, 솔붓꽃과 노랑붓꽃은 2012년에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지정되어 보호를 받고 있다.


3. 붓꽃과 노랑꽃창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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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붓꽃과 붓꽃속(Iris)의 식물 중 붓꽃 무리의 대표 격인 붓꽃(2011.5.19 한광여중)

 

붓꽃과 붓꽃속(Iris)의 식물은 크게 붓꽃 무리와 꽃창포 무리로 나눌 수 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붓꽃은 바깥쪽 꽃잎 아래쪽에 흰색, 황색, 자주색이 어우러진 다소 어수선한 그물무늬를 지니지만, 노랑꽃창포는 바깥쪽 꽃잎 안쪽에 가늘고 길게 들어 있는 가지런하고 정결한 황색 줄무늬가 특징이다. 꽃창포 무리의 경우 가운데 발달한 긴 황색 줄무늬는 모두 공통이다.


4. 노랑꽃창포와 꽃창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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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다리실개천에 자리를 잡은 선명한 노란색의 노랑꽃창포(2020.5.18 배다리실개천)

 

배다리실개천에 자리를 잡은 붓꽃속(Iris)의 경우 노랑꽃창포가 실개천에서 함양지까지 먼저 꽃을 피우고 나면 붓꽃이 뒤를 따라 꽃을 내고 6월 중순에 접어들면 함양지 전의 실개천을 중심으로 다양한 꽃창포가 차례로 개화한다. 꽃창포는 노랑꽃창포와 함께 꽃창포 무리에 속하지만 선명한 노란색의 노랑꽃창포에 비해 짙은 보라색의 외화피 중심에 노란색 줄무늬가 드러난다.


5. 완전히 다른 창포와 꽃창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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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붓꽃과 식물과는 전혀 다른 천남성과의 창포(2013.5.14 덕동산 맹꽁이연못)

 

꽃창포와 노랑꽃창포의 이름에 들어가는 ‘창포’ 때문에, 꽃차례가 손가락 모양으로 길쭉한 진짜 창포가 있어야 할 자리를 꽃창포가 대신 차지하는 때도 있다. 그러나 이 둘은 모두 여러해살이 수생식물이긴 하나, 완전히 다른 식물이다. 민속 명절인 단오의 대표적 풍습은 창포를 삶은 물에 머리를 감는 것이며, 이때 사용하는 창포는 천남성과 식물로, 붓꽃속과는 전혀 다른 식물이다.


6. 전략가 붓꽃의 ‘허니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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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깥쪽 꽃잎의 안쪽에 독특한 무늬나 색깔을 지닌 붓꽃(2012.5.12 한광여중)

 

붓꽃은 꿀샘을 덮고 있는 바깥쪽 꽃잎의 안쪽에 독특한 무늬나 색깔을 지니고 있다. 이 무늬나 색깔은 꿀벌과 같은 곤충들이 꿀을 쉽게 찾고 접근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마치 사람이 길을 찾을 때 이정표를 따라가듯, 곤충들은 ‘허니 가이드(유도선)’를 따라 꽃 안으로 들어가 꿀을 섭취하고, 그 과정에서 꽃가루를 몸에 묻혀 다른 꽃으로 옮기게 된다.


7. 여름을 전후하여 꽃을 내는 붓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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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잎이 부채처럼 넓고, 많은 꽃이 달리는 부채붓꽃(2017.5.17 덕동산연못)

 

키가 60~70cm 정도로 큰 붓꽃속(Iris) 식물들은 여름을 전후하여 꽃을 피운다. 초여름에 접어들면서 꽃이 피기 시작하는 붓꽃 종류로는 꽃창포를 비롯해 잎이 부채처럼 넓고 꽃줄기가 여러 갈래로 갈라져 많은 꽃이 달리는 부채붓꽃, 실타래처럼 잎이 두어 바퀴 비틀리는 타래붓꽃 등이 있다. 꽃잎 안쪽에 들어 있는 무늬는 흰색, 자주색, 노란색 등으로 매우 다채롭다.


8. 노랑붓꽃과 비슷한 금붓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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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줄기 끝에 노란색 꽃이 하나만 피는 금붓꽃(2015.4.18 원곡 고성산)

 

붓꽃과 붓꽃속(Iris)에 속한 식물 중 각시붓꽃(Iris rossii Baker)과 금붓꽃(Iris minutoaurea Makino)은 주변 산지에서 만날 수 있다. 산 길가의 그늘진 곳에서 꽃줄기 끝에 노란색 꽃이 하나만 피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꽃이 금붓꽃이다. 노랑붓꽃은 숲 가장자리나 계곡 주변에 자라는 우리나라 특산식물로, 하나의 꽃대에 노란색 꽃이 두 송이씩 피어 금붓꽃과 구별된다.


9. 덕동산에도 많았던 각시붓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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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심 숲 덕동산 마을숲에도 많았던 야생화, 각시붓꽃(2014.4.22 원곡 고성산)

 

예쁜 선녀가 하늘나라로 올라가지 못하고 꽃이 되었다는 각시붓꽃은 양지꽃, 꿩의밥, 할미꽃, 꿀풀, 향유 등의 풀꽃과 함께 덕동산 마을숲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오래전 일이지만, 덕동산 마을숲 전역에서 고개를 내밀던 야생화 중에 이만큼 마을숲을 찾는 이들의 마음을 훔친 풀꽃은 없었다. 그러나 이곳에서 이 꽃을 보지 못한지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10. 붓꽃과 다른 독일붓꽃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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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색의 꽃이 크고 화려하게 피는 독일붓꽃(2025.5.22 배다리마을)

 

노지월동은 물론이고, 포기나누기로 번식시킬 수 있어 비교적 관리가 쉬운 독일붓꽃은 주변에 점점 많이 늘고 있다. 독일붓꽃은 안쪽 꽃잎이 돔 형태로 곧게 서며, 꽃줄기에는 보통 4~5개의 꽃이 눈에 띄게 달린다. 다양한 색의 꽃이 아주 크고 화려하게 피고, 기존 붓꽃속(Iris)에는 없는 노란색 수염이 바깥쪽 꽃잎 안쪽에 있어 쉽게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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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의 평택의 자연] 닮은 듯 서로 다른 한여름의 아이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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