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3일, 온 국민의 시선을 쏠리게 했던 대한민국 대선이 마침내 막을 내렸다. 새 정부는 인선을 마치고 새로운 정책을 발표하며, 신임 국정 슬로건을 내걸었다. 누구나 예상했던 대선 이후의 일정이 속속 진행되고 있다.
이 중요한 분기점에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새 정부에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그것은 바로 “국민이 정치인보다 정치를 더 걱정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의 국민총소득이 일본과 대만을 넘어섰다는 보도를 접했다. 박정희 정부 시절에는 ‘수출 100억 불’이 국가 목표였다. 그러나 지금은 중소기업 중에도 연 수출 100억 불을 넘는 곳이 있을 정도로, 우리는 경제적으로 분명 선진국의 문턱을 넘어섰다.
그럼에도 우리는 최근 몇 달간 정치적 혼란과 비상사태 논란, 국정 마비 상황을 겪었고, 국민들의 일상과 생업은 극심한 타격을 입었다. 새 정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이러한 사회적 손상을 회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국무위원, 공직자들이 반드시 새겨야 할 정신이 있다. 바로 ‘오만을 경계하고, 겸손을 택하라’는 것이다.
오만은 대부분 자기애에서 비롯된다. 자신의 능력에 지나치게 몰입하거나 과시할 때, 어느새 오만이 스며든다. 오만한 사람은 고집이 세고, 그 고집은 타인을 해치게 만든다. 정치는 자기 고집이 아니라 국민의 뜻을 받드는 일이다.
이번 대선 결과가 분명히 이를 보여준다. 당선자가 과반 이상의 지지를 얻지 못했고, 과반과의 표 차이 역시 0.58% 포인트에 불과했다. 이는 결코 승자의 오만함을 허락하지 않는 수치다. 어느 한 국회의원이 말한 것처럼, “현명한 국민이 보내는 매우 살 떨리는 메시지”이다.
외신들도 한국 대선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과 기대를 쏟아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새 정부가 경제 회복과 외교 부담 속에서 실용주의 외교를 택할 것이라 전망했다. 중국은 내정 불간섭을 전제로 양국 관계 유지를 희망한다고 밝혔고, 일본 외신은 사회 분열 치유와 경제 회복이라는 과제를 지적했다. 또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정치적 안정과 경제 회복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을 보였으며, 독일은 민주주의 회복과 법치의 강화를 강조했고, 사우디아라비아는 한국 국민의 ‘민주적 회복’에 대한 열망을 주목했다.
이처럼 세계는 이번 대선을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새 정부는 이러한 세계의 시선을 정확히 읽고, 겸손하고 정직한 외교로 대한민국의 위상을 세워야 할 것이다.
국내 언론들 역시 ▷포용적 복지와 지역 균형 발전 ▷사회적 대화 체제 구축 ▷공정과 법치의 제도화 ▷언론의 독립성과 미디어 개혁 ▷내수 회복과 재정 확장을 통한 경제 활력 확보 ▷그리고 교육·문화 정책을 통한 세대 간 통합 전략 등 새 정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 모든 과제는 결국 ‘겸손한 리더십’ 없이는 불가능하다. 겸손은 단순히 고개를 숙이는 태도가 아니다. 이 시대에서 겸손은 세 가지로 설명된다. 첫째, 경청(傾聽) - 국민의 소리를 귀 기울여 듣는 것이다. 둘째, 노력(努力) - 자신이 약속한 것을 성실히 지켜가는 태도이다. 셋째, 기도(祈禱) - 자신의 능력만 믿지 않고, 하늘의 뜻과 시대의 흐름을 헤아릴 줄 아는 자세이다.
오만을 내려놓고 겸손을 품은 지도자가 되어주길 바란다. 그것이야말로 이번 대선을 통해 국민이 내린 가장 중요한 명령이며, 그 명령을 새겨듣는 지도자만이 진정한 통합의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