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제의 평택의 자연] 이름 앞 접두사로 다가서는 생태계
“주변의 잡초와 그 속으로 날아드는 꿀벌·꽃등에, 나비처럼 작고 연약한 존재 새롭게 인식해야”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생태전환교육’은 선택이 아닌,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우리의 일상

인간 중심적인 시각에서 환경을 다루는 교육이 ‘환경교육’이라면,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깊게 하고 자연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교육은 ‘생태교육’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보다 더 넓은 틀에서, 기후변화와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모색하며,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전환을 이끄는 교육이 바로 ‘생태전환교육’이다. 이제 이러한 방향 전환은 선택이 아닌,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우리의 일상이 될 것이다.
주변에서 함께 자라나는 잡초, 그 속으로 날아드는 꿀벌과 꽃등에, 나비처럼 작고 연약한 존재들에게 우리는 그동안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이들과 더불어 살아갈 미래를 내다보아야 하며, 이들의 존재 가치와 의미를 새롭게 인식할 때가 된 것이다.
동식물 이름 앞에 붙는 접두사들은 생태계의 다양성과 그 중요성을 이해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 풀꽃과 나무꽃, 새와 곤충 하나하나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오래도록 바라보며 그들의 이름을 불러 줄 때에야 비로소 그들은 우리 곁에 ‘존재’로 남게 되는 것이다.
1. 식물 이름 앞에 붙는 접두사 ‘개’
▲ 참꽃(진달래)과는 달리 먹을 수 없었기에 붙여진 이름 개꽃(철쭉)(2014.4.23 고성산)
의미를 지닌 가장 작은 언어 단위인 형태소가 둘 이상 결합하여 이루어진 복합어 중에서, ‘개’, ‘참’, ‘왕’ 등의 접두 파생어는 동식물의 이름을 만드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된다. 식물 이름 앞에 붙는 접두사 ‘개’는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원형에 비해 품질이 낮거나 모양이 다른 점을 나타낼 때 쓰인다. 예를 들어, 화전을 부치던 진달래를 ‘참꽃’이라 부르지만, 먹을 수 없었던 철쭉은 ‘개꽃’이라 불렀다.
2. 식물 이름 앞에 붙는 접두사 ‘돌’
▲ 재배하는 미나리에 비해 야생에서 잘 자라는 돌미나리(2013.8.7 무봉산청소년수련원)
식물 이름 앞에 붙는 접두사 ‘돌’은 위의 ‘개’처럼 그 식물이 본래의 식물보다 작거나, 품질이 떨어지며, 혹은 야생 상태임을 나타낼 때 사용된다. 돌콩, 돌피, 돌벼, 돌마늘 등이 이에 해당한다. ‘돌미나리’는 재배하는 미나리에 비해 야생에서 자라는 미나리를 가리키는 표현으로, 산호랑나비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먹이식물(기주식물)이 된다.
3. 동물 이름 앞에 붙는 접두사 ‘쇠’
▲ 왕래가 잦은 산책로 왕벚나무에서 번식 중인 쇠딱따구리(2022.5.21. 배다리산책로)
원앙, 청둥오리, 넓적부리, 흰뺨검둥오리 등의 오리류 중 제일 작은 오리가 ‘쇠오리’이고, 중백로, 중대백로, 노랑부리백로 등의 백로류 중에서는 ‘쇠백로’, 박새류 중에서는 ‘쇠박새’, 배다리마을숲에서 만나는 3종의 딱따구리 중에서 제일 작은 친구는 ‘쇠딱따구리’이다. 배다리의 쇠딱따구리는 사람을 크게 경계하지 않아 산책로 주변의 왕벚나무에 둥지를 틀기도 한다.
4. 동·식물 이름 앞에 붙는 접두사 ‘참’
▲ 주변에 흔하며 여러 면에서 쓸모 있었던 참개구리(2014.4.29 진위면 마산리)
기후변화로 인한 기후위기가 심화될수록, 우리 주변의 동식물에 대한 관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동식물의 이름 앞에 붙는 몇 가지 접두사를 이해하면, 이들을 조금 더 가까이에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참’이라는 접두사는 참새, 참꽃, 참나무, 참나리, 참개구리 등에서 볼 수 있는데, 이는 ‘진짜’라는 뜻을 가진 순우리말로, 먹을 수 있거나 쓸모 있는 것들에 붙어 의미를 부여한다.
5. 동·식물 이름 앞에 붙는 접두사 ‘어리’
▲ 연꽃보다 작으며 고귀한 자리에 못 미치는 의미를 지닌 노랑어리연꽃(2011.9.21 덕동산)
어리연꽃, 어리호박벌, 노랑어리연꽃, 어리부채장수잠자리 등의 동식물 이름 앞에 붙는 ‘어리’는, 어떤 개체 앞에 붙어 그보다 어리거나 작다는 뜻, 혹은 그와 비슷하거나 가까움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어리부채장수잠자리는 부채장수잠자리보다 크기가 작고, 어리연꽃의 ‘어리’는 연꽃보다 작거나, 또는 연꽃의 고귀한 자리에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6. 동·식물 이름 앞에 붙는 접두사 ‘민’
▲ 달팽이에 비해 나선형의 패각이 없는 민달팽이(2023.8.1 배다리마을숲)
민달팽이, 민미꾸리낚시, 민바랭이 등의 동식물 이름 앞에 붙는 ‘민’은 기준에 비해 없거나 갖추지 않았다는 의미를 지닌다. 민미꾸리낚시는 갈고리 모양의 가시가 있는 미꾸리낚시에 비해 밑을 향한 가시가 적으며, 민달팽이는 패각이 없는 종류를 통칭하는데, 야생에서는 버섯이나 동물 사체 등을 먹으며 자연의 훌륭한 청소부 역할을 한다.
7. 동물 이름 앞에 붙는 접두사 ‘말’
▲ 논에서 양서류 조사를 통해 확인된 말거머리(2020.5.23. 신대리 논)
말벌, 말조개, 말매미, 말거머리 등의 동물 이름 앞에 붙는 ‘말’이라는 접두사는, 같은 무리 중에서 크기가 큰 경우에 붙는다. 크다는 뜻을 가진 ‘말’은, 크거나 높고 우두머리임을 나타내던 ‘맏’ 또는 ‘마루’에서 유래했다고 본다. 실제로 매미 중에서는 말매미가, 민물조개 중에서는 말조개가, 거머리 중에서는 말거머리가 비교를 넘어설 정도의 몸집을 보인다.
8. 동·식물 이름 앞에 붙는 접두사 ‘왕’
▲ 며느리배꼽 위에서 휴식을 취하는 왕팔랑나비(2003.6.7 무봉산)
크기를 나타내는 접두어 중 ‘왜’, ‘좀’, ‘애기’, ‘각시’ 등은 작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큰’, ‘말’, ‘왕’은 키나 몸집이 크다는 의미를 지닌다. 벼과의 왕바랭이, 방동사니과의 왕골, 국화과의 왕고들빼기, 백합과의 왕원추리 등의 식물은 물론, 왕팔랑나비, 왕새매 등의 동물 이름에서도 키나 몸집이 크다는 의미를 지닌 접두사 ‘왕’이 많이 쓰이고 있다.
9. 동·식물 이름 앞에서 색을 나타내는 접두사
▲ 등 면의 화려한 색상과 광택을 지닌 광대노린재 (2012.5.22 덕동산)
식물 이름 앞에 붙는 색을 나타내는 접두어도 몇 가지 있다. 금붓꽃, 금마타리, 금새우난초 등은 꽃색이 금색을 띠고, 은난초, 은대난초, 은방울꽃은 은백색을 띤다. 한편 광대의 복장처럼 울긋불긋한 데서 유래한 광대수염, 광대나물, 광대버섯은 물론이고, 광대노린재, 큰광대노린재 등은 광택과 함께 보는 각도에 따라 특별한 아름다움을 경험할 수 있다.
10. 동물의 이름 앞에 붙는 ‘알통다리’
▲ 뒷다리의 넓적다리마디가 굵어 이름 붙여진 알통다리꽃하늘소(2015.5.1 덕동산)
알통다리꽃하늘소, 알통다리하늘소붙이, 알통다리꽃등에 등의 곤충 이름 앞에 붙는 ‘알통다리’는 두꺼운 허벅지 덕분에 가능했다. 벌개미취, 고마리, 산국, 붓들레아 등 파리목에 속한 알통다리꽃등에는 들녘 풀밭에서 정원에 이르기까지 꽃이 있는 곳이면 넓게 분포하는 반면, 알통다리꽃하늘소는 활엽수림 주위에서 나타나며, 수컷의 경우 뒷다리 넓적다리마디가 매우 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