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10-04(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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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우 가족행복학교 대표, 평택성결교회 원로목사

필자의 친구는 사회복지 전문가였다. 노년에 화가로 변신했다. 국내와 해외를 다니며 작품을 출품하고 전시에 참여한다. 정말 부럽다. 그보다 더 부러운 건 아내와 합의하여 서울에서 남해로 주거를 옮겨 재미있게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노년에 이사를 감행하다니. 그리 생각했다. 서울의 노인종합복지관장과 전문대학교 교수로 은퇴한 전문가요 지식인이다. 쉽지 않았을 텐데 그런 용단을 내렸다. 


이런 결단을 하기까지 처음엔 남해 한 달 살기 하러 부부가 내려가더니 마음이 움직여 일 년 살기에 도전했다. 그러더니 일 년 후 아예 이사를 갔다. 이제 하는 말이지만 지혜로운 결정이었다. 남은 인생을 재미있게 살기로 했으니까. 


은퇴 후 처음 4년여 기간은 대청호 상류 청남대 가까운 가파른 산지를 개간해 포도 농사에 도전했다가 정착을 못하고 결국 서울로 복귀했다. 농사가 결코 만만하지 않음을 체득했다. 아내가 주말마다 서울에서 찾아와 살림을 도왔지만 얼마나 불편했을까? 그때에도 노년의 도전이 결코 나빠 보이진 않았다. 비록 실패했지만. 


이번에는 멀리 남해로 가더니 남해 사람이 되기로 작정한 듯하다. 거기서 미루어 두었던 자신의 취미생활을 위해 미술 동호회에 들어가 그림을 배우고 동호회 전시에 참여하더니 국내 미전에 도전해 입상했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서울에서 입상 작품 합동 전시회에 참여한다고 초청을 받았다. 입상자 중 상위권자는 개인전도 함께 열었다. 


참 멋진 인생을 사는 친구다. 우린 고향에서 고교를 함께 다닌 동창이다. 고교 1년에 만나 평생지기가 됐다. 내가 그를 처음 교회로 인도했다. 학생 성가대 왕베이스로 인기를 끌었다. 당연히 이 품성 좋은 교회 오빠를 따르는 여학생들도 있었다. 


대학을 졸업한 후 편안한 직장 근무를 마다하고 고향 진해로 내려갔다. 고향에서 우리 친구들이 함께 세운 야학 새마을고등학교 교무로 근무하기 위해서였다. 갓 시작한 야학이었다. 학생은 50여 명이었다. 교사는 해군사관학교 교수요원들이 많았다. 

 

그 후 서울로 돌아와 사회복지기관 직원으로 근무했다. 여기서 평생 반려자 아내를 만나 연애하고 결혼했다. 첫째 딸을 낳고 둘째로 아들을 입양했다. 갓난 어린아이를. 부부는 보통의 삶이 아닌 모험을 감행했다. 한 아이의 인생을 책임지기로 한 것이다. 그 아이는 잘 자라 훌륭한 성인이 되었다. 


이화여대 정신과 전문의 이근후 명예교수는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라는 저서에서 이런 말을 했다. “나이 들어 좋은 점은 딱 하나, 더 이상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 없다는 점이다. 자존심을 세워주는 그럴듯한 자리라도 나는 명예보다는 즐거움, 책임보다는 재미를 택하면서 살기로 했다” 


그는 76세에 사이버대학 문화학과를 최고령자로 졸업해 세간에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30년 넘게 네팔 의료 봉사를 하고, 40년 넘게 보육원 아이들을 돌본 이유는 인생이 더 즐거워졌다는 게 이유의 전부였다. 


<백 년을 살아보니>의 저자 김형석 교수는 이 책에서 60대 중반의 일본 여성들 대상으로 여론 조사한 내용을 소개했다. “어떤 사람이 행복한가?” 이 질문에 가장 불행한 사람은 아무 일도 없이 세월을 보낸 사람이었고, 반면에 새로운 행복을 찾아 누린 사람은 공부를 시작한 사람, 취미활동을 계속한 사람, 봉사활동에 참여했던 사람이었다고 소개했다. 


필자의 친구는 노년을 의미 있게 살아가고 있다. 평생을 사회적 약자를 돌보며 살았다. 새로운 도전으로 농사도 지어보았다. 실패를 딛고 새로운 땅에서 모험을 하고 있다. 재능을 찾아 그림을 배우며 재미있게 산다. 아내는 지역의 문화해설자로 함께 재미있게 산다. 남해에 푹 빠져 노년의 성취를 만끽하면서. 


노년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아직 노년기에 접어든 나이가 아니라도 100세 인생을 설계하자. 노년기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리모델링을 준비하자. 노년기는 자기 성취를 위한 연속과정임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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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우 칼럼] 노년의 성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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