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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재우 칼럼] 첫눈 반란과 사람들
    겨울로 가는 길목에서 첫눈 대란을 만났다. 아직 가을 단풍 채색이 마감되기도 전에 급하게 겨울이 덮친 모양새이다. 12월을 맞이하기 전에 들이닥친 폭설. 반가워하기엔 지나칠 정도의 많은 적설량이 숱한 피해와 고통을 안겨주었다. 필자가 살고 있는 평택은 39cm, 옆 도시 안성은 50cm 적설로 수백억 원의 피해를 입었다. 비닐하우스 농작물 재배 농가의 피해가 여태껏 속출하고 있다. 축산 농장도 지붕이 무너져 가축들이 폐사 당했다. 오산의 어느 교회 예배당은 지붕이 내려앉아 예배실을 덮쳤다. 예배 시간이 아니어서 천만다행이었다. 용인에서 안성 중앙대 캠퍼스로 출퇴근하는 필자의 딸은 용인 자기 집으로 퇴근하지 못하고 평택 친정으로 오는 데 무려 세 시간 반이 걸렸다고 했다. 평소 30분 거리였는데. 차들이 눈에 미끄러지고 눈에 빠져서 겨우 기어 오다 보니 그렇게 도착했다. 폭설 내리던 날, 승용차로 눈발을 맞으며 기분 좋게 출근했는데 퇴근 시에는 봉변을 겪었다. 골목에 세워둔 승용차를 빼느라고 한 시간을 고투했다. 30cm가량의 눈들이 앞뒤 바퀴를 둘러싸고 있어 우산대를 가지고 눈을 긁어내야 했다. 헛도는 바퀴가 조금씩 빠져나와 겨우 골목길을 벗어나 대로로 나왔다. 땀에 흠뻑 젖어 아파트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기후행동 단체는 이번 폭설을 규정하기를 ‘자연의 반란’이라고 했다. 그동안 지구의 탄소 감축에 실패한 결과로 온난화가 지속되어 찾아온 기후재난이라는 말이다. 계절도 아랑곳하지 않고 급습하듯 찾아온 첫눈은 자연의 반란이다. 이를 톡톡히 몸으로 겪은 것이다. 세계적인 대도시 서울은 어땠을까? 첫눈 대란을 겪었을 것이다. 하지만 의외로 교통은 마비되지 않았다. 어쩌면 보행의 불편함은 있었지만 도시가 마비되는 교통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가, 다행스럽게도. 유튜버에 올라온 캐나다 킹스턴 교통공사 직원의 서울 탐방기를 보고서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이 직원은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서울의 교통 시스템을 현장에서 확인하고 배우려고 공식적인 절차를 밟아 서울시를 방문했다. 먼저 지하철과 시내버스 환승 시스템을 보며 놀랐다고 했다. 킹스턴은 그런 시스템이 없어서 시민들은 이중으로 교통비를 지출한다고 했다.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본 디지털 모니터에는 버스들이 도착하는 시간을 제때 알려주고 있어 시민들이 편리하게 승하차 시간을 예상하고 이용하는 걸 보고 놀랐단다. 그럴 수 있는 건 서울 교통공사 상황실에서 서울 전체 교통망을 통제하는 디지털 최첨단 장비가 갖추어져 수시로 통제와 조정을 하기 때문임을 알았다. 장비와 시스템이 완벽하게 갖춰져 그런 줄 알았다. 그러나 그 직원은 서울 방문 이틀째 되는 날 갑작스러운 폭설을 맞은 서울 시내를 지켜보면서 이런 대란에는 속수무책일 거라 짐작했다. 몇 해 전 킹스턴도 폭설이 내려 도시 전체가 교통 마비 상황으로 36시간을 비상 근무한 적이 있었다고 했다. 시민들은 엄청난 사고와 고통을 당했었다. 직원은 서울도 별 도리가 없으리라 짐작했다. 그런데 호텔에서 창밖으로 바라본 서울시는 폭설에도 불구하고 평상시처럼 교통이 원활하게 돌아가고 있는 걸 목격했다. 어떻게 이럴 수가? 그는 현장을 직접 찾아가 확인해 보았다. 새벽 2시경 교통통제실에는 기상예보를 듣고 비상대책반이 나서서 비상대기조를 가동해 교통대란이 예상되는 곳곳에 제설차량과 도로정비팀을 투입했다. 새벽 5시경에는 환경미화원들과 시청직원들이 일찍 나와서 출근길 인도의 눈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드디어 출근 시간인 7시경에는 지하철 역사 출입구와 시내버스 정류장 주변은 눈이 치워져 있어 보행자들이 평소처럼 출근하는 진풍경을 보며 다시 놀라고 말았다. 유심히 살펴본 그 직원은 거리의 상점마다 주인들이 새벽 6시경에 나와서 자기 집 앞 마당 눈을 치우는 걸 보았다. 동네 어르신들이 나와서 정류장 주변과 골목길의 눈을 치우는 걸 보며 감탄했다. 출근하는 보행자들이 상점 주인이나 어르신들을 보며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지나가는 걸 보면서 그는 깨달았다고 했다. 서울시의 교통통제 시스템과 첨단장비도 세계적이지만 이를 움직이는 건 훈훈한 사람들의 마음이라는 걸 알았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시민들의 행동은 그들의 따뜻한 마음에서 나온다는 걸 안 것이었다. 시민들이 평소에 교통 불편 제보를 해오면 그것을 통계 내어 수시로 교통 시스템을 바꾸어 온 것이 오늘의 세계적 교통 시스템을 갖추게 된 비결이라는 점도 그는 발견했다. 자연의 반란은 피할 수 없지만 대도시를 마비시킬 수 없는 건 결국 훈훈한 사람들의 마음이었다. 117년 만의 첫눈 반란으로 고통을 겪었지만 우리는 귀한 교훈을 얻었다. 준비된 시민의식과 훈훈한 마음이 있다면 얼마든지 헤쳐 나갈 수 있음을. 그리고 사후 피해복구도 그런 마음으로 능히 해결해 나가리라는 믿음을 가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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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12-03
  • [기고] 주택용 소방시설, 작은 준비로 가족 안전 지켜요!
    겨울철은 화재 예방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실천이 필요하다. 특히 난방기기 사용 증가와 건조한 날씨로 인해 화재 발생 위험이 급증하는 시기이다. 소방서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9년~2023년) 겨울철 화재 발생 장소로는 주거시설(23.6%), 산업시설(20.1%), 차량(16%) 순으로 주거시설에서 발생한 화재가 가장 많았다. 이를 통해 겨울철 화재 예방을 위한 대비가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할 수 있다. 겨울에는 사람들이 실내, 그중에서도 가정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므로 화재가 발생했을 때 피해를 최소화하고 신속히 대처할 수 있도록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대비책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주택용 소방시설의 설치와 관리’이다. 주택용 소방시설에는 ‘소화기’와 ‘주택용 화재경보기’가 있다. 소화기는 화재 발생 초기의 작은 불을 끄는 데 중요한 장비로 특히 가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작은 화재를 빠르게 진압하는 데 유용하다. 또 주택용 화재경보기는 연기나 불꽃을 감지해 화재를 신속하게 알려주는 장치로 화재가 발생한 직후 연기나 불꽃이 급격히 퍼지기 전에 경고음을 울려 대피 시간을 확보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주택용 화재경보기는 침실이나 거실 주방 등 구획된 실마다 1개 이상 천장에 부착하면 되고, 소화기는 세대별 층별 1개 이상 잘 보이는 곳에 비치하면 된다. 주택용 소방시설의 중요성은 실제 사례를 통해 더욱 잘 알 수 있다. 2024년 3월 17일, 평택시 독곡동 한 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했으나 주택용 화재경보기가 작동하면서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화재는 주방 벽면의 전선 노후화로 발생했으며, 거주자는 안방에서 TV를 보고 있던 중 화재경보기의 경고음을 듣고 신속히 대피할 수 있었다. 많은 사람이 소방시설을 구비하는 것이 번거롭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주택용 소방시설은 인터넷, 대형마트, 소방기구 판매점 등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으며 설치도 간단하고 관리법도 어렵지 않다. 주택용 화재경보기의 경우는 배터리 방전 여부를 확인하고, 소화기는 압력 게이지가 녹색 범위에 위치하는지, 내구연한 10년을 넘지 않는지만 확인하여 관리하면 된다. 이러한 작은 수고를 통해 가족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가성비 갑’이 아닐까 싶다. 본격적인 겨울이 오기 전에 ‘우리 집은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보다는 주택용 소방시설이 우리 가족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는 중요한 소방시설임을 기억하고, 기쁜 마음으로 작은 수고를 실천해 보자. 이 작은 실천이 우리 집과 가족을 화재로부터 지키는 큰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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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12-03
  • [데스크칼럼] 평택자치신문 창간 20주년, “희망과 대안 전하겠습니다”
    2004년 예비호를 시작으로 신문을 발행한 <평택자치신문>이 창간 20주년을 맞았습니다. 그동안 독자와 시민 여러분들의 관심과 사랑 덕분에 20년 동안 신문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참 고맙고 감사합니다. 현재 평택의 지역언론뿐만 아니라 전국의 지역언론이 쉬지 않고 신문을 발행하는 일이 녹록지 못한 현실입니다. 이는 뉴스 전달 매체가 디지털로 전환되는 이유도 있을 것이며, 미디어 영향력이 많은 부분 인터넷 매체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런 이유에서 <평택자치신문>도 창간 20주년을 맞아 권력을 감시하고 불의를 비판하는 저널리즘에 충실하면서도 독자, 시민 여러분들에게 희망과 대안을 함께 전하는 ‘솔루션 저널리즘(해법 제안, Solutions Journalism)’에 충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최근 미국과 유럽 등 많은 국가의 적지 않은 언론들이 ‘뭐가 잘못됐는지 보여주기만 하면 사회가 나아질 것’이라는 기성 언론의 믿음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솔루션 저널리즘’ 또는 ‘컨스트럭티브 저널리즘(건설적 제안, Constructive Journalism)’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즉 비판에 그치지 않고 지역구성원과 협력해 대안과 해결책을 함께 고민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솔루션 저널리즘은 국내에서도 점차 활성화되고 있으며, 시민들의 삶과 밀착한 보도를 통해 제도적 차원의 지역 현안 해결은 물론 지역구성원과 함께 시민 삶의 질을 높이는 대안과 해결책 제시를 통해 새로운 언론의 나아갈 길과 언론의 역할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물론 솔루션 저널리즘이 모든 지역의 문제와 현안을 해결하는 절대적인 방법은 아니겠지만 좀 더 독자, 시민들과의 양방향 소통을 통해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한 대안과 해결책 제시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지역성의 강화를 기반으로 한 네트워크 구축과 중앙언론이 할 수 없는 지역 밀착형 뉴스 취재 및 개발을 통해 평택지역 구성원들의 소소한 소식까지도 지면에 공유하는 지역 밀착형, 지역 맞춤형 언론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또한 소외된 이웃들에게 따뜻한 온기와 희망의 끈을 이어줄 수 있는 보도를 더욱 확대할 것이며, 지역신문답게 25개 읍·면·동(4읍, 5면, 16동)의 소소한 소식까지도 좀 더 비중 있게 독자와 시민들에게 알리겠습니다. 20년 동안 신문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신 취재·편집기자, 시민기자, 객원기자분들과 전문 집필진인 조하식 수필가·시조시인, 김만제 평택자연연구소 소장, 정재우 가족행복학교 대표, 유성 평택자치연대 대표, 권혁재 시인, 김희태 이야기가 있는 역사문화연구소장에게 감사드립니다. 또 늦은 저녁 <평택자치신문>을 평택 전 지역에 배송해 주시는 배송 관계자분들께도 지면을 빌려 감사함을 전하고, 지역의 발전과 지역구성원을 위한 소중한 글들을 기고해 주시고 기사를 제보해 주신 시민사회단체와 각계각층의 시민들, 지역언론을 위해 물심양면 후원해 주신 독지가들과 광고주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지방화시대를 맞아 지역언론의 역할은 날로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이를 증명하듯 언론진흥재단이 실시한 ‘2023 지역신문 저널리즘 품질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역신문을 구독하는 동기를 묻는 질문에서 ‘다양한 지역의 정보를 얻는다’는 답변이 1위였고, ‘지역 여론 민심을 알기 위해서’라는 답변이 2위로 조사됐습니다. 또 ‘시·군·구 등 기초자치단체 단위의 뉴스를 본다’가 ‘전국 뉴스를 본다’보다 3배가량 높았으며, 지역언론 신뢰도 역시 81%로 조사돼 비교적 높은 수치를 보였습니다. <평택자치신문>도 독자와 시민들에게 신뢰받는 언론이 될 수 있도록 저를 비롯한 본보 임직원 모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창간 20주년을 맞아 이 글을 쓰는 동안 지역언론의 어려움을 이해해 주시면서 격려와 응원,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의 얼굴이 한 분 한 분 떠오릅니다. 고맙고 감사합니다. 늘 평택시민의 편에서 시민의 눈과 귀가 되는 지역언론이 될 수 있도록 독자와 시민 여러분들의 많은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앞으로도 지역사회 발전과 건전한 여론 형성을 위한 지역언론의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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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11-26
  • [정재우 칼럼] 운명의 지도를 바꾸는 힘
    인간은 상상하는 존재이다. 상상하는 능력으로 정신세계와 문명세계를 만들어 간다. 이 상상력은 다양한 방면에서 가능하다. 과학의 발전도 상상으로부터 시작하여 현실화시킨 경우가 많다. 우주를 향한 진출은 순수하게 상상으로부터 시작해서 우주선을 만들고 달에 착륙했다. 이제는 화성을 향해 우주선을 보내고 있다. 상상력 가운데 <지리적 상상력>이 있다. 인간은 특정한 공간에서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한다. 자신만의 고유한 장소에 가면 상상력이 최고조에 도달할 수 있다. 이 공간에서 위대한 예술과 문학이 탄생한다. 소설, 시, 노래, 그림, 연극, 영화 등 어떤 지리적 공간에 머물 때 인간은 행복을 누린다. 10여 년 전에 김이제 교수는 <내가 행복한 곳으로 가라>라는 저서에서 처음으로 ‘지리적 상상력’이란 말을 사용했다. 그는 문화지리학을 전공한 학자이면서 세계 100여 개 나라를 여행하고 이 책을 저술했다. 청소년들에게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하기 위해 여행에 나서 보라고 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머물고 싶은 공간을 만날 때 행복해진다. 지리적 상상력은 온 세계를 품고 세계를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의욕을 불러 일으킨다고 했다. 그는 이 책의 제목 아래 ‘운명의 지도를 바꾸는 힘, 지리적 상상력’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전 세계 어린이들을 사로잡은 베스트셀러 <해리 포터>를 저술한 조앤 K. 롤링은 험난한 인생의 고비를 거쳐 마지막 정착한 곳은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였다. 그곳에서 글쓰기에 좋은 카페를 만나 <해리 포터>를 완성했다. 이처럼 내가 행복한 공간은 내 운명을 바꾸게 한다. 필자에게 지리적 상상력을 유발하는 세 공간이 있다. 먼저 고향 진해이다. 어릴 적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다. 초등학교 뒤편으로 해군 통제부가 있다. 벚꽃이 만발한 환상의 길. 한가한 시가지와 멀리 병풍처럼 펼쳐진 장복산의 능선과 해병혼이 새겨진 시리봉. 여름방학이면 하루에도 두 번이나 찾아갔던 속천해수욕장과 푸른 바다. 문학 소년의 꿈을 안고 친구들과 오르내리던 넓은 아스팔트 거리. 또 다른 공간은 용원에서 나룻배를 타고 부산과 가덕도를 왕래하던 여객선에 옮겨 타고 갔던 대항리 작은 섬마을. 신학교 지망생이라는 이유로 섬마을 작은 교회를 섬기며 산으로 바닷가로 동네 아이들과 지치도록 뛰어놀았던 동화 같은 공간. 또 한 곳은 필자가 최근에 잠시 들렀던 잊혀지지 않는 서정적인 공간 남해이다. 남해를 순환하는 도로를 돌아보며 제주도와 같은 정취를 느꼈다. 해안을 따라 걷는 둘레길이 잘 조성되어 있다. 낯선 공간 같지 않은 느낌은 독일마을에 들어섰을 때에도 동일했다. 남쪽 높은 언덕에 자리한 전망대에 서서 바라보는 수평선. 내 고향 남쪽 바다. 바로 그 공간이다. 그런데 아쉬운 건 일전에 찾아가 본 고향 진해는 옛 자취를 찾아보기 어렵다. 조용하고 깨끗하고 정감이 어린 공간이 아니었다. 근대화로 도시가 개발 확장되어 바닷물은 짙은 황토색으로 변질되었고 공기는 오염되어 청정도시가 아니었다. 여느 신흥도시 같았다. 가덕도는 부산에서 시작되는 거가대로와 지하터널로 연결되어 도시화 되면서 대항리 마을은 통째로 사라지고 말았다. 가덕도 북부 선창에서 걸어서 두 시간을 산 넘고 들판을 지나야 갈 수 있었던 그 작은 동화 속 마을은 사라졌다. 그나마 남해를 돌면서 아직 마음의 고향처럼 남아 있는 공간을 발견했다. 호수처럼 잔잔하고 추억이 일렁이는 바다가 있는 공간. 그곳에 서면 나의 상상력은 날개를 단다. 하여 추억할 수 있는 마지막 공간을 우리는 남겨둘 수 없을까? 개발도 필요하고 도시 재생도 필요하지만 우리 마음속에 있는 공간만큼은 다시 찾아가고 싶은 공간으로 여전히 남아 있기를 소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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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11-26
  • [칼럼] 플라스틱 생산감축과 자원재활용 중 어느 쪽에 동의하십니까?
    지금 부산에선 인류에게 위협이 되는 플라스틱과 관련된 국가 간 협상회의가 개최되고 있다. 「유엔 플라스틱 협약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 회의(INC-5)」이다. 170여 개국 4,000명 이상의 대표들이 참석하여 전 세계적인 플라스틱 오염 문제 해결을 위한 핵심 협약을 논의하고 있다. 이번 제5차 회의 결과로 플라스틱의 국제 규제를 산유국 등의 요구가 반영된 약한 협약으로 시작할 것인지, 아니면 법적 구속력이 있는 강한 협약 도출을 위한 협의 기간 연장으로 갈 것인지는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국제사회에서는 더 이상 현재와 같은 플라스틱 생산과 사용, 폐기, 투기를 바라만 보고 있을 수만은 없기에 지구촌 세계 회의를 통해 규약과 협약을 만들려고 한다. 플라스틱 오염과 이로 인한 환경문제는 일찍이 제기되었다. 쓰레기를 처리하는 방법으로 소각과 매립이 있는데 이는 고전적인 형태이고 요즘엔 투기가 더해진다. 1994년, LA와 하와이 사이의 태평양에서 ‘쓰레기 섬’이 발견되었고 그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다. 해양 쓰레기는 생태학살(ecocide)과 미세플라스틱으로 쪼개져 먹이사슬을 통해 상위 포식자에게 전달되고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인간도 1주일에 5g의 신용카드 무게만큼 플라스틱을 먹고 있다고 한다. 얼린 생수, 수돗물, 생선, 공기, 다양한 음식 등으로 미세플라스틱이 우리 몸에 들어온다. 대부분 배출되지만 약 10%는 축적된다는 뉴스를 접한 적이 있다. 우리는 다양한 경로로 미세플라스틱을 흡수하고 있는 것이다. 플라스틱! 가볍고 질기며 저렴하기도 하다. 사용의 편리함 때문에 일상생활과 산업현장에서 광범위하게 쓰인다. 플라스틱이 없는 현대사회 생활은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그만큼 대체재 개발이 어렵고 대안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플라스틱 생산감축을 우려하는 국가들도 이 점을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석유계 플라스틱을 강제적으로 줄일 경우 대안 수단이 경제적, 기술적, 환경적으로 충분히 공급될 수 있을지 불안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평택시에서 폐기물처리시설 부지를 일방적으로 발표하여 해당 지역주민과 지역 시민단체의 커다란 반발에 부딪혀 무산된 경우가 있었다. 최소 2년 동안은 추진하지 않겠다는 것이 시의 입장이다. 현재 250톤(일)을 처리할 수 있으나 용량을 넘어섰기에 추가로 처리시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11월 14일 토론회 자료를 보면 평택시 생활폐기물 발생 현황은 2023년 7월 31일 기준 27만7,478세대(58만7,093명)에서 하루 477.85톤을 배출한다. 인구당 1일 0.814㎏ 발생하며, 전체적으로는 종량제 봉투 239톤, 음식물류 119.5톤, 재활용 등 119톤이 발생한다. 이는 사업장폐기물을 제외한 통계이다. 평택의 인구는 100만을 바라본다고 한다. 3포 세대(연애, 결혼, 출산 포기)니 저출산이니 하는 흐름은 뒤로 하더라도 거주인구가 증가할 것이라는 추측은 미래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이다. 증가하는 인구만큼 플라스틱 발생량도 증가할 것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는 계속 생산하고 판매하여 늘어나기에 도로를 포장하고 주차장을 계속 만들어야 하지만 이는 한계가 있다. 자동차 사용을 대체하는 촘촘한 대중교통망이 있다면 굳이 이용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인구 증가로 플라스틱 사용량은 늘어가는데 폐기물 처리시설을 짓는 것도 한계가 있다. 매립과 소각되는 플라스틱 양을 줄여야 한다. 명절이면 등장하는 4겹 5겹의 화려한 포장재, 쓰레기를 자원화하는 분리배출을 철저히 하는 시민의식을 고양하는 교육, 제대로 버렸는지 감시하는 모니터링, 쓰레기 발생량을 줄이는 원천적인 감량 등의 실천이 필요하다. 평택시민 여러분은 평택의 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것을 선택하고자 하는가? 원천적인 생산감축인가, 처리량을 줄이는 자원재활용인가?
    • 오피니언
    2024-11-26
  • [평택환경운동연합 논평] 송탄상수원보호구역 해제 반대한다! (전문)
    1979년 진위천 상류 송탄상수원보호구역 지정 이후 45년간 평택시민과 시민사회는 이를 시민의 생명자원으로 지켜 왔다. 개발 광풍의 거센 해제 압력에도 전국의 환경단체와 연대하여 안전한 물 공급을 위한 지역 소중한 상수원으로 이어온 것이다. 하지만 지난 4월, 국토교통부, 환경부, 경기도, 용인시 그리고 평택시는 송탄상수원보호구역 해제를 골자로 하는 ‘용인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의 성공적 조성과 상생협력 증진을 위한 협약(이하 용인반도체클러스터협약)’을 체결했다. 국가 반도체 산단 건설을 위해 평택의 상수원보호구역을 포기하는 내용이다. 송탄상수원보호구역이 해제되면 수질과 생태 등을 다시 되돌릴 수 없다. 평택시민의 귀중한 상수원이 사라지게 될 터이다. 송탄상수원은 해제가 아니라 평택시민의 식수와 미군, 삼성전자 등 국가적 중요시설이 많은 평택시의 위급상황에 대비하는 비상 급수원으로 존치해야 한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연구도 팔당상수원에 수도권 2천만 인구가 의존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평택시의 지역자원인 송탄상수원의 존치는 시민의 생존과 미래 물 안보의 핵심이다. 2017년 평택시의 의뢰를 받아 시민환경연구소가 진행한 상수원보호구역 관리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평택시민들의 85.6%가 비상급수, 기후변화에 대비해 상수원을 존치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상수원보호구역 해제를 반대하는 절대다수의 평택시민의 요구를 두고, 현 시장은 이번 송탄상수원 해제계획추진에 ‘시민의견 수렴했다’고 말할 뿐 구체적인 조사나 의견 수렴 결과를 수치로 제시하지 않고 있다. 평택시민의 뜻을 거스르는 행정은 평택의 어두운 역사로 남아, 시민의 엄중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용인반도체클러스터협약에는 송탄상수원 해제로 인한 평택시민 음용수 부족분에 대해 삼성에게 추가로 할당된 15만 톤의 팔당상수원 용수로 대체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이 협약 내용이 당장에 실현되기 어려워 보인다. 삼성의 ‘해수 담수화’, ‘하수 재이용’을 통한 물 확보 노력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0월 10일, 환경부는 송탄상수원 해제로 삼성전자 용수 부족 상황이 해결될 때까지 송탄상수원 해제는 불가하다고 답변했다. 용인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 건설에는 여러 제약 요건이 산재해 있다. 전력 공급, 용수공급 등은 해당 지역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때문에 송전선로 건설, 광역용수 관로 설치 등의 광역 단위의 인프라 설치사업을 요구하고 있다. 사전에 검토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는 대규모 국가사업이다. 그런데 이 산단 건설에 제약요인이라고 송탄상수원보호구역을 덜컥 해제부터 하자는 현재의 상황은 평택시민의 물 안전을 전혀 고려치 않은 무책임한 국가 및 지자체 폭력 행위이다. 또한 앞서 체결한 용인반도체클러스터협약의 약속도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않다. 환경부와 경기도는 용인반도체클러스터협약이 이행되지 않는 현재, 송탄상수원보호구역의 해제를 승인해서는 안 된다. 이에 더해 현재 평택시가 송탄상수원 해제를 목적으로 환경부에 제출해 승인받은 ‘수도정비계획 변경(송탄상수원 해제)안’도 평택시민의 안전한 물 공급을 염두에 두지 않은 졸속의 계획으로 폐기되어야 한다. 평택시민의 동의 없이 진행하는 송탄상수원보호구역 해제는 원천 무효임을 선언하며, 우리의 생명 자원을 지키기 위해 행동에 나서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정장선 시장은 송탄상수원 해제 신청 중단하라. 평택시민 식수, 삼성 공업용수 해결 안 된 ‘상생협약’ 무효로 선언하라. 용인반도체산단 전제조건인 공업용수와 재생전력공급 확충 후에 송탄상수원 논의하라. 삼성 용수공급 해결 안 된 현 상황에서 환경부는 ‘송탄상수원 해제 불가’ 입장 이행하라. 한강유역환경청은 송탄정수장 폐지신청 반려하라. 경기도는 송탄상수원 해제 신청 반려하라. <2024년 11월 13일 환경운동연합 / 시민환경연구소 / 송탄상수원지키기-평택생명시민연대>
    • 오피니언
    2024-11-20
  • [칼럼] 아동학대 예방의 날, “아이를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11월 19일은 세계 아동학대 예방의 날이다. 이날은 아동학대 문제를 부각시키고 효과적인 예방프로그램 필요성을 전 세계에 상기시키기 위해 비정부 국제기구인 여성세계정상기금(WWSF, Women's World Summit Foundation)에 의해 2000년 11월 19일 제정됐다. 또 11월 20일은 세계 아동의 날이다. 이 역시 전 세계 어린이들의 권리와 복지 증진을 위해 1954년 유엔(UN)에 의해 채택됐으며, 1959년 11월 20일 유엔 총회에서 ‘아동 권리 선언’을 채택했고, 이어 1989년 11월 20일에는 ‘아동 권리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아동 권리 협약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196개국이 협약 조항을 지키기 위해 합의했으며, 비차별, 아동 이익 최우선, 생존·발달권, 아동 의견 존중이라는 4대 기본 원칙과 생존·보호·발달·참여 등의 아동의 권리를 규정한 국제인권협약이다. 전국의 많은 지자체에서는 세계 아동학대 예방의 날과 세계 아동의 날을 맞아 민간 공익 단체 및 시민단체와 함께 아동들을 위한 다양한 문화행사와 축제,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평택시에서는 아동학대 예방 및 아동들의 권리 존중을 시민들에게 상기시키는 동시에 아동들이 행복하고 안전한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 분위기와 환경을 조성하는 행사가 전무하다시피 하다. 조금 아쉽다. 지역구성원 누구나 쉽게 “어린이들은 우리나라의 미래이며, 어린이 행복을 최우선으로 하는 평택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아동의 권리를 규정한 국제인권협약을 비준한지 33년이 지났음에도 아직도 신체학대, 정서학대, 성학대, 방임 등 아동학대에 놓인 아이들이 존재하고 있다. 일례로 2016년 3월, 평택에서도 장기결석 아동 전수조사에서 학대를 받다가 아동이 살해당한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당시 피해자인 A군은 6세였으며, 언제나 굶주렸고 심지어 곰팡이가 낀 밥을 먹기도 했다고 알려졌다. 더 슬픈 일은 아이가 옷에 대변을 보았다는 이유로 한겨울에 옷을 모두 벗기고 온몸에 찬물을 뿌린 후 그대로 화장실에 방치해 A군은 결국 사망했고, 부모는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시신을 암매장해 평택시민은 물론 전 국민에게 충격과 슬픔을 줬다. 이 사건 이후에도 어른들의 학대로 세상을 떠나는 아이들이 적지 않았고, 이를 계기로 2021년 2월 ‘아동학대범죄처벌 특례법 개정안’ 일명 ‘정인이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평택의 한 유치원에서 근무하던 30대 교사 B씨가 4살 아동의 머리를 킥보드로 폭행해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될 예정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언론 보도에서는 B씨가 다른 원생 11명에 대해서도 주먹으로 얼굴과 머리를 때리는 등의 폭행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고 알렸다. 이처럼 ‘정인이법’이 제정된 지 3년 반이 지났지만 여전히 아동학대가 끊이지 않고 있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아동기에 부모 또는 보호의무자로부터 학대라는 상처를 입게 되면 그 상처는 평생 아이의 상처로 남는다. 아동권리보장원에 따르면 2023년 전국 아동학대 신고접수 건수는 총 48,522건이며, 이 가운데 무려 94.3%에 달하는 45,771건이 아동학대 의심 사례였으며, 학대 행위자와 피해 아동과의 관계는 부모 또는 친인척에 의한 학대가 22,106건으로 전체의 85.9%를 차지했듯이 아이가 소중하게 자라고 사랑받아야 할 공간인 가정이 아동학대의 주된 장소가 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서는 부모를 비롯한 보호의무자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고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격언처럼 긍정 양육을 통해 안전한 가정은 물론 아이가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야 한다. 앞으로 평택아동인권협회는 아동의 행복을 위한 긍정 양육 확산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할 예정이며, 평택시도 민간 공익 단체와 함께 세계 아동학대 예방의 날, 세계 아동의 날이 있는 11월뿐만이 아니라 매달 긍정 양육 문화 확산과 비차별, 아동 이익 최우선, 생존·발달권, 아동 의견 존중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과 캠페인을 함께 실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동학대 문제는 단순히 개개인 가정과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만약 한 명이라도 학대받는 아동이 있다면 지역구성원 모두의 책임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 오피니언
    2024-11-19
  • [정재우 칼럼] 착한 영화, 맑은 드라마
    필자는 영화 마니아이자 선택적 드라마 애호가이다.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아가고 전주국제영화제에도 달려가 보았다. 은퇴 후에는 작정하고 시간을 내어 TV 드라마를 선택적으로 시청해 보았다. 대부분 감동적이고 여운이 오래가는 작품이었지만 때론 시간 낭비한 것 같아 속이 상한 적도 있다. 지난 주간에 한 편의 영화를 보았고 매주 방영하는 한 편의 드라마에 계속 심취하고 있다. 한 마디로 이 작품들을 평한다면 “영혼을 맑게 하는 착한 영화”였고, “마음을 밝아지게 하는 드라마”였다. 이렇게 영화나 드라마 평을 해본 적이 없었지만 두 작품은 이런 평가를 받을만하다. 영화 <청설>은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20대 청춘 이야기이다. 여주인공은 수영선수인 여동생을 돕기 위해 청춘을 걸고 있다. 여동생은 청각장애인이면서 비장애인이 주로 출전하는 올림픽 출전권을 얻기 위해 언니의 돌봄을 받으며 10년을 훈련에 집중했다. 우연히 수영장에 도시락 배달 온 남자 주인공과 여주인공이 만난다. 동생과 수화하는 걸 보고 자신이 배워둔 수화로 여주인공과 대화를 트면서 썸이 시작되었다. 수화는 속마음을 표현하는 도구가 되어 친밀해져 갔다. 정상인이 수화로 다가오는 데에 여주인공은 마음이 열렸다. 밝은 표정과 동생을 돌보는 착한 마음이 남자 주인공에게 꽂혔다. 갑작스러운 화재로 인해 동생이 올림픽 출전권 대회에 나가기 어려워지면서 잠시 혼란이 찾아왔지만 회복된다. 부모님 도시락 가게 알바 취업 면접에 온 여주인공이 자기소개를 정상적인 말로 하자 모두 놀라고 만다. 여주인공은 원래 청각장애인이 아니었지만 부모님과 여동생이 청각장애인이라서 자신도 어릴 적부터 수화로 소통했던 것이다. TV 드라마 <조립식 가족>은 제목부터 흥미로웠다. 도대체 이런 가족이란 무엇일까? 매주 횟수를 거듭하면서 마음이 맑아지고 세상이 훈훈하게 느껴졌다. 주인공 세 사람은 전혀 혈육의 관계가 아니지만 세상 누구보다 서로를 아끼고 때로 투닥투닥 다투면서 청소년기를 보낸다. 그들만의 힘들고 아픈 가족사는 서로 알고 있지만 끌어안고 진한 가족관계를 누리며 살아간다. 여주인공은 유아기에 엄마를 여의고 아버지가 키웠다. 그러다가 한 오빠는 같은 유아기에 엄마가 여주인공 아버지에게 맡겨두고 사라져 버렸다. 그러나 친자식처럼 거두어 잘 키웠다. 또 다른 한 오빠는 엄마가 집을 나가버려 아버지랑 살고 있는데 아파트 위층에 이사와 한 가족으로 살았다. 아빠들은 마치 엄마와 아빠처럼 공동으로 그들을 돌보았다. 여동생을 끔찍이 여기는 오빠들로 인해 다른 남자친구들이 접근할 수 없었다. 콩닥콩닥 볶으며 행복한 삶을 누리는 그들을 바라보며 이런 가족도 가능하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비혼주의자와 싱글족이 늘어가고 있다. 돌싱이나 동거형 가족도 늘어가는 추세이다.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이 공존하고 있다. 전통적인 가족 형태를 지켜나가는 일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가족들의 탄생을 소홀히 여기지 말자. 그들도 어려운 과정을 거쳐 가족으로 형성되었다면 이런 이웃까지 품어주는 사회가 정상적이지 않겠는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세상이 갈수록 각박해져가고 가족과 이웃 관계도 갈수록 친밀감이 떨어지는 것을 본다. 하지만 어디에선가는 깊은 산골 옹달샘처럼 순도 높은 청정 샘물이 솟아나 흙탕물 세상을 정화시킨다고 본다. 이런 신선한 이야기가 있어 조금 빗나간 우리들의 마음과 혼탁해진 영혼을 씻기고 밝혀주는 것 같다. 영화와 드라마가, 또 다른 장르의 예술이 이런 역할을 하기에 흐뭇하다. 영화 비평가 로버트 존스톤은 <영화와 영성>이라는 저서에서 “영화는 당신이 ‘보도록’ 도와준다. 영화는 관객을 위해 삶에 초점을 맞추며, 그렇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다양한 경험을 우리에게 제공한다”라고 했다. 우리를 찾아오는 착한 영화와 맑은 드라마가 있어 삶의 새로운 방식을 이해하고 세상을 더 아름답게 가꾸며 살아갈 위로를 얻는다.
    • 오피니언
    2024-11-19
  • [정재우 칼럼] 가족 행복 버스터
    최근 경기도 평택시의 출산율이 차츰 올라가고 있다고 한다. 참 반가운 일이다. 정부의 발표에 의하면 코로나 팬데믹 이후 미루어졌던 커플들의 결혼이 늘어났다고 한다. 이 역시 놀라운 일이다. 결혼과 저출산이 바닥을 치고 올라가는 뉴스이길 바란다. TV 예능 프로에서 돌싱들의 새로운 인연을 찾아주는 프로가 인기이다. 이혼 숙려 기간 동안의 가상 이혼을 다루고, 헤어질 결심을 재고하는 상담 프로가 관심을 끌고 있다. 초혼이 아니라 재혼과 3혼을 위한 전문가들의 실제적 문제 제기와 해결의 한 수를 조언한다. 결혼 관계로 들어가는 것은 인생사의 새로운 변곡점이 된다. 이전 싱글로 살 때의 삶의 스타일로는 행복을 얻기 어렵다. 결혼은 완성된 집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공존할 집을 짓기 시작하는 과정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결혼은 ‘건축 중’이라고 부른다. 어떻게 건축해야 행복한 가정이 되는가? 에리히 프롬(Erich Fromm)은 그의 책 <사랑의 기술>에서 사랑을 하나의 기술이자 예술로 보고, 그 기술을 익히기 위해 다섯 가지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첫째로 사랑은 진정한 관심에서 시작된다. 상대방의 욕구와 감정을 이해하고, 진심으로 돌보고자 하는 마음을 말한다. 둘째로 사랑은 상대방에 대한 책임이다. 단순히 의무감이 아니라, 상대가 필요할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능력과 이를 준비하는 것이다. 셋째로 사랑하는 사람을 존중하는 마음이다. 상대방의 개성과 자율성을 인정하며, 강요하지 않고 그 사람이 자유롭게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지지한다. 넷째로 진정한 사랑은 상대를 깊이 이해하려는 노력에서 비롯된다. 상대방의 감정, 생각, 욕구를 잘 이해해야 한다. 관찰과 경청을 통해서. 다섯째로 자기 훈련이다. 성숙한 사랑을 위해서는 감정을 절제하고 자신의 성격과 삶을 가꾸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와 같이 진정한 사랑을 위해 기술이 필요하다. 마치 운전면허도 없이 운전대를 잡는 것이 생명을 해칠 수 있는 것처럼 사랑의 기술도 모르고 결혼생활에 들어가는 것은 파선을 목전에 둔 배와 같다. 신혼기에는 보이지 않던 결혼 관계의 나쁜 습관이 보이기 시작하면 권태기로 들어선 것이다. 윌라드F할리JR는 <러브 버스터>라는 책에서 부부의 관계를 해치는 다섯 가지 나쁜 습관, 즉 낭만적 결혼 관계를 갉아먹는 버스터(벌레)는 다음과 같다고 한다. (1) 분노 폭발: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폭발시키는 행동. (2) 상대방을 무시하는 태도: 상대방의 감정을 경시하는 태도. (3) 거슬리는 행동: 상대방이 불편하게 느끼는 행동. (4) 이기적 요구: 자신의 요구만을 앞세우는 태도. (5) 부정직: 관계에서 정직하지 못한 행동이라고 경고한다. 필자는 40년 목회 기간 동안 200여 쌍의 결혼 주례를 했으며, 결혼 2개월 전에 결혼 커플을 불러 결혼에 대한 예비 교육을 했다. 적어도 결혼 준비에 대한 전문 서적 두 권을 선물로 주면서 일독을 하게 한다. 그리고 두 차례 불러서 독서에 대한 문답과 결혼식 순서에 대한 의미를 설명해 주고 예행연습을 했다. 무엇보다 일반적 결혼관과 성경적 결혼관의 차이점을 말해준다. 이는 인생의 행복 추구 차이점과 비슷함을 알려준다. 결혼의 목적을 행복에 두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목적에 초점을 두고 함께 동반자로 살아갈 때 행복은 따라오는 것이라고. 요즘 주례 없는 결혼이 대유행이다. 시대적인 트렌드일지도 모르지만 결혼이라는 계약 관계에서 볼 때 위험성이 크다. 결혼은 인생사에서 중대한 계약이기에 높은 권위 앞에서 서약을 한다. 서양의 결혼식은 대체로 판사나 성직자 앞에서 두 명의 증인을 세우고 혼인서약을 한다. 그들의 권위 앞에서 약속을 함으로 부부로 맺어졌음을 선언하는 것이다. 그런 권위를 대신해 서로의 인격을 믿고 결혼 계약 관계에 들어감으로 계약의 허약함이 결혼 관계의 약화를 가져온다고 본다. 신적 권위가 우리를 짝지어 부부가 되게 했다는 강한 계약 의식이 사라져 가는 세태가 아쉽기만 하다. 계약의 약화는 가족 관계를 파고드는 버스터를 퇴치하기 어렵다. 결혼 관계의 강화가 버스터를 사전에 예방하는 좋은 방법이다. 필자는 결혼 예비 교육 시에 암기하라고 강조하는 주례사 핵심이자 행복한 부부관계는 이런 것이라고 일러준다. 가족 행복 버스터를 퇴치하기 위해 첫째, 연인으로서 부부가 돼라, 둘째, 친구로서 부부가 돼라, 셋째, 동역자로서 부부가 돼라.
    • 오피니언
    2024-11-12
  • [의정발언] 평택항 탄소중립 실현 위한 경기도의 적극적인 노력 촉구
    본 의원은 오늘, 2040년까지 평택항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경기도의 적극적인 노력을 촉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지난 2021년 7월, 경기도는 평택항을 경기도 최초의 ‘탄소중립 수소복합지구’로 조성할 것을 선포하며, 2040년까지 ‘수소항만’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총 20여 개의 관련 공공기관, 민간기업과 함께 기술 실증 및 보급에 관해 서로 협력할 것을 약속한 바 있습니다. 3년 하고도 3개월이 흐른 지금, 각각의 기관들에게 성적을 매겨본다면 어떨까요? 본 의원이 보기에는 경기도가 단연 꼴찌입니다. 국가와 평택시, 민간이 약 88%의 사업비를 조달한 ‘수소교통복합지구’가 2023년 완공되었고, 지난 10월에는 ‘평택항 수소모빌리티 스타트업센터’가 문을 열고 기업들이 기술개발을 시작했습니다. 현대차가 개발한 국내 최초의 수소 차량 운반 트럭도 현대차 아산공장과 평택항을 오가고 있습니다. 경기도는 어떨까요? 도가 제출한 수소항만 조성 로드맵을 살펴보면, 개략적인 목표만이 담겨 있고, 구체적으로 무엇을 언제, 어떻게, 누가, 무슨 돈으로 할지는 빠져있습니다. 만들겠다던 실무협의체는 모른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예산은 국가에, 실무는 평택시와 공사에 물어보라고 합니다. ‘기후도지사’라고 스스로 말씀하시는 김동연 지사님, 2040년까지 평택항 수소항만 조성, 정말 가능합니까? 수소선박 등 항만장비 제작 실증, 수소트레일러 제작과 실증사업, 2025년까지 가능합니까? 이처럼 도가 책임을 방기하는 사이, 평택항은 여전히 선박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로 연간 120일 이상 미세먼지 나쁨 수준이며, 평택항 자동차 전용부두와 서부두 슬래그시멘트 공장에서는 다량의 유해물질들이 방출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지사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본 의원은 오늘 이 자리에서 몇 가지 정책적 제안을 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항만에 친환경 하역장비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주십시오. 야드트랙터의 노후 경유 엔진을 LNG엔진으로 교체하고, 트랜스퍼크레인에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부착하면 초미세먼지 배출을 80% 이상 저감할 수 있습니다. 인천항은 2023년 이미 친환경 하역장비로의 전환이 완료되었고, 부산항도 2023년 5월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둘째로, 수소기반 차량 운반 트럭이 확대 보급될 수 있도록 보조금을 신설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해 주십시오. 2024년 8월 기준, 전국의 항 중 평택항의 자동차 처리 비중은 24.2%로 전국에서 가장 높아 현재 경유 트럭이 수소전기 트럭으로 대체되면 항만의 탈탄소화 및 대기질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셋째, 민간기업의 자발적인 ‘친환경 물류 전환’을 유도할 수 있도록 평택항 내 수소 활용 기업, 친환경 물류 기업에 대한 파격적인 인센티브 제공을 검토해 주십시오. 지사님, 국제해사기구 아이엠오(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 IMO)는 2050년까지 국제해운 탄소배출량 ‘제로’를 달성하는 ‘2023 온실가스 감축전략’을 채택한 바 있습니다. 당초 2008년 대비 절반 감축하기로 한 목표를 상향한 것으로, 2030년까지 최소 20퍼센트, 2040년까지 최소 70퍼센트를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 목표는 언제든 당겨질 수 있습니다. 시간이, 정말 없습니다. 경기도의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정책과 지원을 통해 평택항이 글로벌 항만물류의 중심기지로 거듭나고, 나아가 지역 및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기를 기대합니다. <2024. 11. 5.(화) 제379회 정례회 제1차 본회의 5분 자유발언 전문>
    • 오피니언
    2024-11-12
  • [유성이 바라보는 세상] K-반도체산업 위협하는 전력 수급 비상
    세계 각국이 전력 수급을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 AI 반도체 데이터센터 등 ‘전기 먹는 하마’의 등장으로 2050년까지 현재보다 세 배 가까운 전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제는 전력 확보가 경쟁력이다. 각국과 기업들은 안정적인 전력 확보를 위해 사활을 걸고, 매머드급으로 투자하고 있다. 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기업이든 국가든 새로운 강자가 될 전망이다. 그런데 정부의 전력 수급 계획이 불안하기 짝이 없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5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전기본) 실무안을 발표하였다. 기본안에 따르면 2038년 전력 수요는 2023년 대비 31% 늘어난 128.9GW로 설정하였다. 이 계획이 얼마나 안이한지는 최근 10년간의 전력 수요량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한국은 2015년 전력 수요를 67.7GW로 예상했으나 실제론 78.9GW가 사용되었다. 2017년에는 85.1GW, 2020년에는 89.1GW, 2022년 93GW를 사용하더니 급기야 끔찍한 폭염과 열대야를 거친 2024년은 100GW를 돌파할 예상이다.(산업통상자원부 2024.5) 불과 10년도 안 되어 22GW의 사용량이 증가하였는데, 생성형AI 반도체 데이터센터 등 급증하는 전력 수요 상황에서 향후 15년간 30GW 늘어난 전력수급계획을 세우고 있는 게 현 정부 정책이다. 문제는 허술한 목표에만 있는 게 아니다.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공급하기 위한 대안이 4개의 신규 원전 증설(5.1GW)과 액화천연가스(LNG)발전소 증설이다. 원자력발전은 늘리고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낮추는 윤석열 정부의 기조대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18.7%에 그치고 있다. 2021년에 세운 제9차 전기본에서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40년까지 40%를 목표로 설정한 바 있다. 소위 에너지믹스, 에너지 수급과 다양한 발전 비중의 조합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대한 문제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적대시하여 에너지정책을 원전 중심으로 전면 재편하였다. 성사될지 안 될지 말이 많지만 체코 원전 수주 등 원자력발전도 국가산업에서 중요한 영역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원전이냐 재생에너지냐를 선택의 문제로 강요한다면 이 또한 국가경쟁력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정책 실패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모두 담지 않는다”는 증권가의 오랜 격언은 에너지조합에서도 꼭 필요한 정책이다. 독일 사례를 보자.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이 중단되어 가격폭등은 물론 심각한 에너지 안보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독일은 천연가스를 도전적으로 줄이는 에너지정책을 선택한다. 즉 당시 약 40% 정도를 차지하던 풍력+태양광 비중을 2030년까지 80%로 높이는 것이었다. 그 후 독일은 공격적인 재생에너지 보급 정책으로, 2023년 한해에만 14GW, 신고리 5, 6호기 같은 대용량 원자력발전소 10개 분량의 태양광을 설치하게 된다. 한편, 정부는 2023년 3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계획을 발표하면서 2050년까지 용인 남사(삼성전자·팹 6개)와 원삼(SK하이닉스·팹 4개) 지역에 10GW의 전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통 팹(공장) 1개당 전력량을 1GW로 잡은 수치다. 대략 원전 7개 가동 전력이고, 현재 수도권 전력 수요 대비 5분의 1에 이른다. 그런데 전력 수급 계획이 모호하다. 현재는 일단 LNG(액화천연가스) 화력발전소 3기를 용인에 건설할 계획을 추진 중인가 보다. 이것도 턱없이 부족한 전력이겠지만 결국은 LNG발전소 등 RE100과는 거리가 먼 전력 수급 계획을 세우고 있는 중이다. 삼성전자의 경쟁사인 대만 TSMC는 지난 4월 일본 구마모토 현에 새로 건설하는 반도체 공장 전력을 모두 재생에너지로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TSMC의 주요 고객인 애플의 압박 때문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2030년까지 자사 공급망 전체에 걸쳐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납품사의 탄소 감축을 적극 요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재생에너지 전력은 필수적이다.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로 전력을 수급하겠다는 RE100 회원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할지도 관심사다. 제품 판매 자체가 위태로워지고 K-반도체 경쟁력에 큰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다. 글로벌 장벽을 뛰어넘을 정부와 기업의 과감한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평택도 예외는 아니다. 세계 최고였던 K-반도체 산업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전력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엄청나게 소요되는 전기를 안정적으로 수급해야 한다. 동시에 그 전기는 탄소 배출량 저감 목표를 달성하는 재생에너지로 생산되어야 한다. 둘 다 어려운 숙제다. 현재 윤석열 정부의 재생에너지 죽이기 정책으로 국내 태양광, 풍력 업체들은 고사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원전이냐 재생에너지냐를 강요하는 현 정권의 양자택일적인 에너지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 균형 잡힌 에너지 백년지대계의 수립이 절실한 2024년 가을이다.
    • 오피니언
    2024-11-06
  • [논평] 평택 현덕지구 공영개발 전환 발표에 대한 입장
    이제라도 공영개발로 전환한 현덕지구 개발 다행스럽다. 경기경제자유구역청은 16년간의 주민 피해와 혼란에 대해 반성과 책임을 전제로 현덕지구 개발사업을 신뢰성 있게 진행해야 한다. 탈도 많고 주민들에게 고통을 준 현덕지구 개발사업이 16년 만에 다시 원점에서부터 공영개발 방식으로 추진된다고 한다. 수차례 현덕지구 개발사업의 타당성 결여 문제, 주민 피해 대책을 제기해 왔던 입장에서 사업방식을 전환해 재추진한다는 경기경제자유구역청의 10월 27일 발표는 다행스럽지만 그동안 보여왔던 무책임하고 주민들을 우롱했던 과정에 대해서는 반성과 책임이 필요하다. 2008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시작됐던 현덕지구 개발사업은 중소기업중앙회, 대한민국중국성개발, 대구은행컨소시엄이 사업시행자로 참여했지만 사업성 문제 등 여러 이유로 갈등과 혼란만 발생하다 무산되어 16년간 지연되어 왔고, 주민들의 피해와 문제점에 대해서는 눈을 감아 왔던 과정이었다. 이로 인해 평택시민과 해당 지역 주민들은 언제 될지도 모르는, 추진 자체도 불확실한 현덕지구 개발사업을 기다리며, 재산권 행사 제한, 이자 부담, 공동체 갈등, 정신적 고통 등에 시달려 왔다. 지금이라도 경기경제자유구역청이 결자해지의 자세로 새로운 방안을 마련하여 현덕지구 개발사업을 재추진하는 것은 다행스럽다. 최원용 청장의 열정과 소통 능력을 기대해 보겠다. 최원용 청장은 현덕지구 개발이 신속하고 안정적인 추진이 되도록 최선의 역할을 다하면서 주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들으며 정상화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다시는 평택의 땅에서 자고 나면 바뀌는 개발계획 논란과 불확실성, 장밋빛 홍보에 주민들의 혼란과 피해만 가중되는 개발사업은 추진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의 주민의 삶의 질, 행복을 실현하지 못하는 개발사업이 정치적 고려와 일부 토건세력의 개발이익 추구로 무분별하게 추진되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 10년이 넘도록 혼란과 갈등만 유발시키는 개발사업은 발전이 아니라 고통이다. 평택시, 경기도, 정치권, 시민사회, 언론 등에 부탁하고 싶은 것은 지역발전전략은 막연한 개발이익에 대한 과도한 맹신보다는 구체적으로 주민의 삶에 어떤 연관성이 있으며, 주민의 행복지수에 어떤 밀접성이 있는지를 종합화하는 노력과 미래상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을 유치하는 것이 쟁점이 되고 정책이 되는 것보다는 사람을 성장시키는 시민의 삶의 질에 연관이 된 도시발전전략이 공론화되고 구체적으로 평택시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길 기대한다.
    • 오피니언
    2024-11-06
  • [정재우 칼럼] 마을 행복 축제
    지난 주간 토요일에 필자가 사는 아파트 중앙 잔디 광장에서 마을 축제가 열렸다. 공식 명칭은 알뜰 나눔 장터이다. 주민 자율 단체인 사랑방 회원들이 준비해서 행사가 개최되었다고 한다. 먹거리 체험과 벼룩시장, 기부 나눔으로 매년 한 번씩 행사를 한다고 하는데 필자는 처음으로 장터에 나가 보았다. 큰 쇼핑백을 들고서. 중앙 잔디 광장을 가득 메운 벼룩시장에는 가족 단위의 좌판들이 광장을 한 바퀴 둘러 펼쳐져 있고 사람들도 많이 나와 물건을 고르고 사느라고 분주했다. 김밥과 순대, 떡볶이, 음료수 등을 파는 먹거리 텐트와 주민들이 기부한 가정용품을 무료로 나누는 코너가 있었다. 사람들이 길게 줄지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좌판을 벌여 놓고 집에서 가져 나온 물품들을 직접 팔고 사는 모습이었다. 아이들이 즐겁고 밝은 표정으로 호객을 한다. “싸요 싸! 지금 아니면 영영 못 사요! 빨리 오세요! 물건 새거나 다름없어요!” 진열한 물건들도 다양했다. 옷가지들과 생활용품들, 장난감과 동화책들, 헌 가방과 전기제품도 나와서 임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격표를 써 붙여 두었는데 100원, 500원, 1,000원이 가장 많고 3,000원, 5,000원짜리도 있다. 10,000원 이상 나가는 물건들은 가격표를 붙이지 않았다. 아마 흥정에 따라 가격은 변동하는 듯했다. 마침 같은 동에 사는 주민대표를 만난 김에 물었다. 이런 행사를 누가 시작했는지를. 주민 관리센터가 아니라 시민단체인 주민 분쟁 조정센터 산하의 자율적으로 조직되어 있는 소통방 회원들이 시작했다고 한다. 아파트는 생리적으로 이웃과 별로 교류가 없고 서로를 잘 알지 못한다는 점에 착안해 나눔 장터를 계획했다고 한다. 주민 간의 소통과 교제를 위한 장터. 얼마나 멋지고 훈훈한 발상인가? 미국 보스턴에 가까운 작은 소도시 뉴 헤븐에 갔을 때 일이다. 필자가 방문한 130년 역사를 가진 교회 마당에서 벼룩시장이 열렸다. 큰 장터는 아니었다. 하지만 매주 토요일마다 교회 마당에서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자신들이 사고팔 용품들을 가지고 나왔다. 주로 1달러짜리가 많았고 비싸도 5달러, 10달러 정도였다. 큰 장터는 아니지만 동네 아이들과 어른들이 나와서 물건 몇 점씩을 두고 서로 필요한 것들을 골랐다. 필자도 그때 그곳에서 산 1달러짜리 목각 인디언 인형을 지금까지 장식장에 두고 있다. 독일 남부의 대학도시 튀빙겐을 방문했을 때에도 벼룩시장을 둘러보았다. 독일은 도시마다 광장문화가 자리 잡혀 있다. 바로 이곳에서 정기적으로 벼룩시장이 선다고 했다. 여기에는 아주 오래된 물건들이 많이 나와 있었다. 주민인지 상인인지 구분이 어려웠지만 여러 종류의 희귀한 물품이 많았다. 오래된 동전과 지폐, 옛날 성주들이 살았던 전통적인 성곽 조각품, 도자기와 고서들도 있었다. 다른 한켠에서는 버스킹을 하는데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관광객을 의식하고 나온 물품들이 많아 보였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광장을 채우고 있었다. 일본 나가사키에 갔을 때에도 우연히 바다 부둣가에 선 벼룩시장 같은 장터를 가보았다. 날씨가 흐리고 전날에 비가 와서인지 텐트가 일정하게 배치되어 있었다. 주말이라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벼룩시장이라기보다 축제마당 같았다. 젊은이들이 많이 나와 있었고 주로 먹거리 코너가 길게 줄지어 있었다. 축제 분위기로 사람들 표정이 즐거워 보였다. 기념품 가게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는 5일장이 곳곳마다 있어서 주민들의 생필품을 구입하고 논밭에서 농사지은 것을 직접 가지고 나와 거래를 했다. 전문적으로 장이 서는 곳을 찾아다니는 상인들도 있었지만 같은 면 단위 정도의 이웃들이 나와서 장이 섰다. 시골 목회를 할 때 면 소재지에서 5일장이 열리면 축제 한마당이 열리는 걸 보았다. 그날을 기다려 장터에 나가면 별것을 사지 않아도 볼거리가 많았다. 아직도 시골에는 축제처럼 장이 서는 곳이 많다. 마을공동체가 자연스럽게 이어온 한마당이다. 우리는 도시화와 상업주의가 팽배한 현대를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잃어버리지 않아야 할 마을공동체 문화유산을 이어가기 위해 벼룩시장이나 도심형 장터가 지속되기를 바란다. 마을 공동체가 형성되고 행복해지고 서로 소통하고 나눔의 공간으로 이어지기 위해 마을마다 행복 축제가 번져가기를 바란다.
    • 오피니언
    2024-11-05
  • [의정발언] 경기바다 해양장 도입을 위한 경기도의 지원 촉구
    저는 평택 출신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학수 의원입니다. 우리 사회의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장례 문화의 변화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습니다. 오늘 본 의원은 누구나 겪게 되는 생로병사의 여정 속에서, 장례 문화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먼저, 여러분께 묻겠습니다. 현재 경기도에서 장례 시설이 충분하다고 생각하십니까? 2022년 기준, 경기도의 화장률은 94%로 전국 평균(91.7%)을 웃돌며, 많은 도민들이 화장을 선택하고 있지만, 우리는 충분한 대안을 마련하고 있습니까? 보건복지부가 2023년 발간한 「제3차 장사시설 수급 종합계획」에 따르면, 경기도 화장로 1기당 25만여 명이 의존하고 있어 과포화 상태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또한, 경기도에서 2023년 발간한 「경기도 장사시설 지역수급계획수립」 자료에 따르면, 공설 봉안시설과 자연장 시설에 대한 확충이 시급하다고 합니다. 묘지와 봉안시설, 화장시설은 부족하고, 도민들은 유골을 안치할 곳을 찾지 못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본 의원은 해양장이라는 장례 방식을 경기도가 능동적으로 도입하여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해양장이란 무엇일까요? 해양장은 선상에서 화장 후, 바다에 나가 화장한 유골을 우리나라 관습에 따라 예를 다해서 유족의 희망대로 봉인하거나 바다에 뿌릴 수 있는 장례 방식입니다. 해당 위치를 기록해 유족들이 나중에 기일 등에 찾아가 추모할 수도 있습니다. 2023년 12월 20일,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됨에 따라 화장한 골분을 해양 등에 뿌리는 장사 방식이 제도화되어 해양장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습니다. 여기서 또 하나의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해양장이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을까요? 답은 ‘아니오’입니다. 2012년 국토교통부가 한국해양연구원에 의뢰한 조사에 따르면, 해양에서 바로 화장하고 유골을 바다에 뿌리는 해양장은 해양 오염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고 합니다. 오히려 친환경적인 장례 방식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경기도, 경기바다에 해양장이 왜 꼭 필요할까요? 첫째, 경기도는 인구 밀집 지역으로, 매년 장례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장례 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한국장례문화진흥원의 자료에 따르면, 화장시설의 부족으로 인해 4일장 이상을 치르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해양장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둘째, 환경친화적이며, 경제적 측면에서 매우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한국해양연구원이 진행한 여러 조사에 따르면, 유골이 해양에 미치는 오염 수준은 해양 오염 기준치의 1/100 수준으로,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는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또한, 해양장은 묘지나 납골당이 차지하는 공간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고인을 자연 속에서 평안히 보내드릴 수 있는 친환경적이고 의미 있는 방법입니다. 기존의 장례 방식과 비교할 때 비용이 훨씬 적게 들어 도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줄 수 있습니다. 셋째, 해양장은 지역 이기주의 님비(NIMBY)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아주 좋은 대안이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장례 시설은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히기 일쑤입니다. 그러나 해양장은 바다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주민들과의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연 친화적인 장례 방식으로 도민들의 만족도도 높일 수 있습니다. 경기바다에서 해양장을 할 수 있다면, 도민들에게 보다 넓은 선택지를 제공하고, ‘환경 보호’와 ‘장례 문화 혁신’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경기도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경기바다에서 해양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과 기반을 마련하고, 관련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또한, 도민들에게 해양장의 친환경성과 경제적 이점을 널리 알리며, 새로운 장례 문화를 확산시켜야 합니다. “경기도가 바뀌면 대한민국이 바뀌고, 경기도가 먼저 하면, 대한민국의 표준이 된다” 도지사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김동연 도지사님. 경기바다에서 해양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지원해 주십시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마지막 순간, 도민들이 더 나은 선택지를 가질 수 있도록 경기바다의 해양장 도입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경기도가 선도해 주십시오. 도민들이 소중한 이들을 자연 속에서 평온히 보낼 수 있도록, 경기도가 앞장서 주시길 바랍니다.
    • 오피니언
    2024-11-05
  • [정재우 칼럼] 문화의 꽃
    우리 사회는 지금이야말로 문화의 꽃을 활짝 피울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본다. 한류로 시작된 한국 문화가 잠시 일어났다가 사그라지는 불꽃이 아니라 K-컬처로 글로벌화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와 영화로, 음악과 스포츠로, E-게임과 문학에 이르기까지 문화의 꽃은 만개하고 있다. 이런 차제에 문화의 가치와 유용성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하겠다. 세계적인 문화 비평가 테리 이글턴은 자본주의가 문화를 상품화하는 방식을 비판하며, 문화가 물질적 조건과 사회 구조에 따라 형성된다고 주장한다. 그는 문화가 자본주의의 가치관에 대한 대안적 서사를 제공할 수 있지만, 자칫하면 자본주의 이익을 위한 ‘창의성’으로 변질될 위험도 있다고 경고한다. 이런 면에서 한국 문화도 자본주의의 영향에 대한 경계심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문명비평가로 정평이 나 있는 이어령은 문화를 꽃피우기 위해 문학가, 사회, 국가가 각각 중요한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문학가들에게 창의적이고 유연한 사고로 새로운 가치를 탐구하는 책임이 있는데 이는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제시하고 기존 체제에 대한 도전을 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2023년 유네스코 보고서는 ‘문화는 공공재’라는 관점에서 문화를 지속 가능한 발전의 핵심 축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화가 경제적 기여를 넘어 사회적 회복력과 환경 적응력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화는 평화와 공동체의 유대감, 개인의 안녕을 증진시키므로 각국 정부가 2030년 이후 문화의 지속 가능성을 정책에 반영하도록 촉구했다. 이러한 관점은 문화가 현대 글로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지금 문학이 필요하다>에서 앵거스 플레처는 문학이 어떻게 심리적 회복력, 창의성, 그리고 사회적 공감을 키우는지 말한다. 먼저 플레처는 정서적 회복력과 치유에 대해 문학이 감정을 처리하고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주며, 이야기를 통해 복잡한 감정을 안전하게 탐구하고, 이를 통해 심리적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정신적 도구를 얻게 된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창의적 상상력과 혁신을 주는 역할로서 문학은 새로운 시각과 해법을 상상하도록 도와 창의성을 촉진하며, ‘이야기 생각하기’를 통해 독자들이 다양한 대안과 가능성을 예행 연습하게 함으로써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을 길러준다고 했다. 그리고 공감과 사회적 연결로서 문학은 독자들이 타인의 관점을 경험하게 해 공감을 키우고, 사회적 인식을 넓히게 함으로 사회적 유대감을 강화하고 더 공감적인 세상을 만든다고 주장했다. 최근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 문학의 국제적 성과와 이를 통해 문화적 자긍심을 느끼게 한 문학의 사회적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이제 문화의 꽃이 만개하기 위해 국민들의 높은 관심과 한국 문학의 성장을 통해 사회적 자산으로 발전시키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문학은 단순히 예술적 즐거움에 그치지 않고, 독자들에게 인간다운 삶의 가치를 일깨워줌으로써 사회적 통찰력과 감수성을 높여주는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이는 특히 자본주의 영향으로 실용성과 물질성에 치우치는 현대사회에 더 중요하게 다가온다.
    • 오피니언
    2024-10-29
  • [의정발언] 세교지하차도가 불안하다
    ▲ 7분 자유발언을 하고 있는 이윤하 의원 평택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 이윤하 의원입니다. 본 의원은 세교지하차도 침수 피해 원인분석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지난 2020년 12월 총 공사비 484억 원을 투입해 완공된 세교지하차도가 7월 18일과 9월 21일 내린 집중호우로 완전 침수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였습니다. 7월 18일 누적 강수량 205㎜, 9월 21일 168mm의 집중호우에 따른 지하차도 인근 도일천의 범람이 주요 침수 요인으로 지목받았습니다. 다행히 시 집행부의 신속한 대처로 인명피해는 막았지만 침수 원인분석과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수립이라는 커다란 숙제를 떠안게 되었습니다. 세계 이상기후 변화로 인한 강력한 집중호우 시에는 배수 용량의 한계로 인한 하천 범람, 농경지 침수, 지하 시설물 침수, 산사태, 도로 침수 등 불가항력적인 재난 상황, 즉 천재지변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번 9월 세교 지하차도 침수 시에는 누적 강수량 168mm 정도로, 초강력 집중호우는 아닌 것으로 판단되면서 여러 가지 원인에 대한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즉, 인재란 이야기입니다. 평택시 집행부에서는 침수 원인으로 도시개발사업으로 도일천 유입 수량 증가, 도일천 상류의 하천 개수 사업으로 담수 기능 저하 및 우수 체류 시간 감소로 인한 하천수위 증가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으면서 하천 준설, 저류지 담수 기능 점검, 유수지 조기 조성, 임시펌프시설 설치, 법면 정비 등을 재발 방지 방안으로 제시하였습니다. 이에 본 의원은 여러 가지 자료 분석과 전문가 의견 청취, 직접 찾아가는 현장 활동을 통해 침수 원인으로 다섯 가지 원인을 제시합니다. 첫 번째, 도일천 인근 대규모 도시개발사업에 따른 투수지형 급감에 따른 우수의 하천 유입량 증가입니다. 개발사업 이전에는 빗물의 자연스러운 맨땅 흡수와 농경지의 담수 기능까지 확보되었지만 개발로 인한 투수지형 급감으로 빗물의 하천 유입량이 급격히 증가하여 도일천 범람이 발생했다고 보입니다. 두 번째, 도일천 하천확장공사와 준설 지연입니다. 본 의원이 직접 도일천 상류부터 하류까지 점검한 결과, 도일천 최상류 지역 동명자원 앞 교량(약 12m)과 브레인시티 사업지구 최북단 탑 골프연습장 앞 교량(약 27m), 브레인시티 사업지구 내 쌍용자동차 방향 교량(약 50m), 칠괴동 평농푸드 뒤 교량(약 15m), 세교지하차도 울성리 방향 교량(약 55m), 신대삼거리 옆 삽교 교량(약 70m)으로 교량 및 하천의 폭이 일정하지 않습니다. 이는 도일천 상류지역 브레인시티 하천확장공사만 시행되었고 브레인시티 종단부부터는 확장 및 준설공사가 시행되지 않아 칠괴동 평농푸드 뒤 도일천이 범람하여 인근 지역 주민들이 큰 피해를 본 사안에 주목해야 합니다. 세 번째, 우수관로의 도일천 집중연결입니다. 도시개발사업지구(동삭, 모산영신, 영신, 지제세교지구)의 모든 우수관로가 도일천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추후 지제역세권 콤팩트시티, 복합산업단지 등의 우수관로가 도일천으로 연결되면 더 큰 재난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네 번째, 도일천 인근 반경 2km 이내 저류지 4개소가 제 기능을 발휘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듭니다. 이번 집중호우 시 동삭지구, 도일1, 도일2, 고덕산단 저류지의 구체적인 담수 현황 자료가 없습니다. 저류 기능 양호라고만 합니다. 다섯째, 세교지하차도 설계 시 우수 유입 방지설계가 부족하지 않았는지 강한 의구심이 듭니다. 세교지하차도는 천안 방면보다 고덕 산단 방면이 경사로가 낮습니다. 지하차도 총길이 760m 중 박스 구간 380m를 제외한 차수벽 구간이 천안 방면 216m, 고덕산단 방향이 164m입니다. 이번 침수 사고는 범람한 우수가 고덕산단 방향 차수벽을 넘어 침수된 사안입니다. 천안 방면보다 고덕산단 방향이 경사도가 0.86%, 높이 차이가 6.55m로 훨씬 낮은데도 불구하고 차수벽이 짧고 낮아 이번 침수 사고가 발생했다고 생각되는 것은 저만의 생각인지 되묻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다섯 가지 침수 원인분석에 대한 대안 제시를 하겠습니다. 첫 번째, 도시개발사업 부지 내 우수 흡입을 위한 투수성도로 포장, 투수보도조성, 소규모 저류조 조성, 침투 도랑 등을 설치하여 빗물의 자연스러운 땅속 흡수를 유도 하여야 합니다. 두 번째, 브레인시티 내 도일천 확장공사 규모로 평농푸드 인근 하천 확장공사 및 준설공사가 시급합니다. 도시공사 책임 구간 1km와 평택시 책임 구간 2.2km 공사에 대한 예산확보가 꼭 필요합니다. 세 번째, 도시개발사업 지구 내 우수관로 연결 체계의 재정비를 통해 적정량의 우수가 도일천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평택시 우수관로 관망도 구축을 강력히 권고합니다. 네 번째, 집중호우 시 저류지의 순기능, 즉 빗물의 일시저장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저류지의 기능을 점검해야 합니다. 평택시 34개소의 저류지 전수조사 과정과 시정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다섯째, 세교지하차도의 우수 유입 방지설계에 대해 외부 기관의 기술용역을 통해서 확인하고 부실하거나 설계가 잘못되었다고 판단되면 빠른 시일 내에 추가 우수 유입 방지 공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연이은 세교지하차도 침수 사태를 우려스러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평택시민 여러분. 지난해 우리는 오송지하차도 참사를 참담하고 안타까운 심정으로 지켜보았습니다. 시민의 안전보다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평택시는 세교지하차도 침수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구체적인 평택시 우수관리 종합대책을 수립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면서 평택시민이 안심하고 지하차도를 통행할 수 있도록 적극적이고 지혜로운 행정을 펼쳐주시길 기대하며 자유발언을 마칩니다. <2024.10.18. 제252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 7분 자유발언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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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10-22
  • [정재우 칼럼] 문학의 힘
    요즘 우리 사회는 정서적 기쁨을 흡족하게 누리고 있다. BTS가 빌보드 차트 1위를 차지했을 때, 아카데미 영화 시상식에서 <기생충>으로 감독상을 받았을 때, 여우 조연상을 받았을 때,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라흐마니코프 피아노 협주곡 3번으로 1위를 했을 때 그랬다. 이번에는 한강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게 되어 정서적 기쁨의 차원을 넘어 더 깊은 흥분과 감동을 누리고 있다. 우리는 지금 ‘한강 신드롬’을 겪고 있다. 출판계는 한강의 대표적 작품을 비롯한 많은 도서들이 한 주간 동안 100만 권 이상 팔려나갔다고 한다. 언론마다 독서 열풍이 다시 일어났다고 문화계 반응을 전하고 있다. 놀랍지 않은가. 처음으로 한강의 작품을 접한 건 <채식주의자>였다. 연작소설로 구성된 작품이다. 상상력이 뛰어나고 매우 환상적인 요소가 전 작품에 깔려 있었다. 소설은 역사 기록물이 아니다. 오히려 역사에 상상력을 불어넣어 수많은 가능성을 예측하고 그것을 형상화하는 창조 작업이다. 한강은 그런 특징이 유별나게 두드러진 작가이다. 지난 주간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읽었다. 이 작품이 주는 강한 인상은 먼저 중학생, 여고생, 여공 등을 등장시켜 소년처럼 연약하고 아직 풋내 나는 여린 눈으로 그날의 잔학상을 고발한다. 작가의 상상력은 소년의 혼이 시신 밖으로 나와 수많은 주검이 어떻게 처리되는지를 지켜보며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그날의 피해 범위가 어떤 수준이었는지를 말하고 있다. 참혹함을 정밀하게 처연하게 조명한다. 그리고 십 년쯤 지나 그날의 피해자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트라우마와 상처를 지닌 채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따라가게 한다. 세상이 기피하는 시선을 어떻게 헤치며 살아가고 있는지를 쫓아가게 한다.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없었음을. 작가의 시적이면서 간결하고 유연한 문체는 쉽게 책을 읽게 했다. 한국인의 한을 이토록 처절하고 아련하게 표현하고 있어서 해외에서도 이념이나 철학의 벽을 넘어 공감과 호응을 받고 있나 보다. 세계인이 충분히 우리의 역사적 고통과 고뇌에 스며들게 하나 보다. 한강은 문학의 힘을 다시 증명했다. 노벨 문학상 수상 소감에서도 밝혔듯이 자신의 문학적 배경에는 한국문학이 있었음을 말했다. 한강은 한국문학의 결실이요, 한국문학의 힘이다. 한국 역사와 토양이 한국문학의 힘이었듯이. 필자에게 소년 시절 영향을 미친 문학의 힘은 시인이었던 국어 선생님의 세계였다. 매주 대학노트 한 권씩 습작 시를 쓰게 했다. 한국단편문학과 세계단편문학을 통해 문학의 세계로 이끌어 주었다. 대학시절 생각을 풍요롭게 해 준 <장군의 수염>,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사람의 아들>, <만다라>, 그리고 군 복무 시절에 접했던 <젊음, 비탈에 서다>, <데미안>, <좁은 문>, <부활>, <닥터 지바고>는 잊을 수 없다. 그리고 노년에 이르러 역사와 사람을 깊이 있게 성찰하게 한 <토지>, <상실의 시대>, <파친코> 등을 들 수 있다. 문학의 힘, 좀 더 확대해 문화의 힘은 한 인격을 형성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문화는 시대마다 그 시대를 채색한다. 그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에게 운명을 좌우할 만큼 영향을 끼친다. 문화의 핵심에 가까운 문학의 힘이 세상을 움직인다. 그 힘의 강력함이 더 가깝게 다가왔음을 느낀다. 이어령은 문학을 통한 문화비평에서 문학이 단순히 예술적 가치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말했다. 이러한 비평은 문학이 한국 문화의 정체성을 해석하고 확립하는 데 기여했다. 더 나아가 그의 비평은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문화의 정체성을 재해석하고, 그 가치를 재조명하는 데 기여했다고 본다. 이런 측면으로 볼 때 금번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문학의 가치가 실제적으로 증명이 된 사건이다. K-컬처의 위상을 더욱 높여 준 쾌거가 아닐 수 없다.
    • 오피니언
    2024-10-22
  • [정재우 칼럼] 시네마 부산
    해마다 시월이 기다려진다. 가을을 기다리는 낭만적인 남자의 감성 때문만은 아니다. 올해는 유난했던 장기간 폭염을 잘 견딜 수 있었던 것도 시월이 곧 다가오기에 그럴 수 있었다. 필자의 시네마 천국인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기에. 제29회를 맞이하는 ‘BIFF(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는 2024년 10월 2일~11일까지 부산 영화의 전당을 비롯한 주변 극장가에서 펼쳐졌다. 올해 상영작은 총 240여 편으로 영화 마니아의 시선을 끌었다. (자세한 정보는 IBFF 홈피를 참고 바람) 필자의 성향을 잘 아는 아내의 동의를 받아 부산으로 향했다. 설레는 소년이 되어 열흘 전 예매 개시일 오후 2시 정각에 PC를 켜고 옆에 노트북도 펴놓고 예매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미 공개된 일정별 상영작을 시간대별로 검색하고 메모한 후 예매를 시작했다. 부산을 방문할 10월 7일~9일까지 영화 9편을 예약했다. 치열한 예매 경쟁에서 가까스로 구입할 수 있었다. 남해살이 일 년을 해본 뒤 서울 왕십리에서 남해 바닷가로 이사 가서 잘살고 있는 고향 친구 내외가 부산으로 와서 합류했다. 영화는 자기 취향의 영화를 따로 예매했다. 인상적인 작품으로 이탈리아 영화 ‘베르밀리오(Vermiglio, 감독 마우라 델페로)’를 감상했다. 1944년 2차대전 말경 이탈리아 북부 높은 지대인 베르밀리오 산골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스토리이다. 마을 학교 교사 부부와 11명의 자녀들이 겪는 사연으로, 조용한 마을에 군대를 피해 도망쳐 온 외부인이 들어오면서 전개되는 이야기이다. 전쟁 통에도 여전히 전통적 가족관계, 부권의 강요, 종교, 자녀 교육, 결혼, 출산, 이별, 죽음 등을 통해 삶이 무엇인지를 말하려 한다. 영화 종영 후 관객과의 시간에 여성 감독과 함께 일한 여성 PD가 질문에 답했다. 그 시대적 한 단면을 통해 전시에 가족이 겪는 문제를 다루었고, 이를 자연스럽게 표현하기 위해 전문 배우는 세 명, 그 외는 현지인을 출연시켰다고 설명했다. 가슴에 남는 장면은 자녀들의 성장통이다. 위기 속에 아버지의 부권으로 유지되는 대가족사가 아름다운 대자연을 배경으로 아련하게 다가왔다. 또 한 편의 이탈리아 영화는 ‘글로리아!(Gloria!, 감독 마르게리타 비카리오)’이다. 음악을 독학으로 공부한 여성 감독은 관객과의 대화에서 자신이 영화에 사용할 곡들을 미리 작곡한 후 영화를 제작했다고 했다. 매우 자전적인 내용을 기반에 깔고 18세기 당시 보육원에 맡겨진 고아들 중에 음악에 재능이 있는 여성들이 어떻게 묻혔는지 밝히려는 시도였다. 시골 성당의 기악을 담당하는 5명의 여성 중심의 스토리이다. 반전으로 자신들이 몰래 준비한 자작곡을 교황이 방문한 자리에서 파격적으로 발표한다. 전통과 억압에 반기를 든 여성해방 영화였다. 배경에 흐르는 곡들과 매우 강렬한 엔딩곡은 서민들이 환호하는 장르로, 기존 종교음악에 반기를 든 음악적 혁명이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영화는 독일 영화 ‘다잉(Dying, 감독 마티아스 글라스너)’이었다. 이 영화는 현대 독일 사회의 가족을 중심으로 죽음의 문제를 다루었다. 주인공은 관현악단 지휘자이다. 그의 아버지는 치매와 파킨슨병으로 요양원에서 최후를 맞이한다. 어머니도 암과 투병하다가 운명한다. 관현악단 작곡자인 친구는 자살을 하면서 도움을 청한다. 이 죽음을 중심으로 지휘자가 겪는 내면을 여실하게 보여준다. 전 아내가 출산을 하면서 8분의 1 지분의 아빠 역할을 힘겹게 한다. 여동생은 부모에 대한 반항으로 고의적인 탈선을 한다.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많은 질문을 던진다. 죽음을 앞둔 부모와 자녀 관계, ‘죽음’이라는 주제로 작곡을 하다가 죽음을 선택하는 친구, 엇갈린 전 아내 부부와 함께하는 육아, 새 생명에 대한 애착 등을 통해 질문한다. 베를린영화제 감독상과 남녀주연상을 수상한 수작으로 우리에게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를 묻는다. 필자가 선택한 영화들을 종합적으로 정리해 본다면 이전보다 많은 영화가 생명에 대한 애정을 표했다. 가임 여성, 갓난아기, 유아와 유년기 아이들이 희망의 은유로 많이 등장했다. 또한 현대의 새 가족 형태에 대한 조명과 구심점은 사랑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 외에도 여성이 찾는 자유, 가부장적 전통에 대한 도전, 가정과 예술의 간극, 신화에서 찾아낸 미래 세계 상상력 등이 화제였다. 필자에게 ‘BIFF’는 시네마 천국으로 가는 여정이다. 세계 문화를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공간이다. 해마다 새로운 상영작으로 만나는 인간의 삶, 사랑과 이별, 탄생과 죽음, 고통을 넘어 행복과 구원을 추구하는 세계인의 조용한 함성을 보고 듣는 감동의 시간이다.
    • 오피니언
    2024-10-15
  • [정재우 칼럼] 묵은 부대 & 새 부대
    급변하는 세태를 어찌 따라잡을 수 있을까? 노년기를 살아가는 자들의 과제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살아온 만큼의 관습과 취향에 푹 빠져 묵은 것이 좋다는 노년기. 새로운 변화를 수용하기에 너무 벅차고 힘겹다. 21세기에 들어오면서 세상이 이리도 급속하게 변화할 줄 짐작조차 못했다. 어릴 적 동네 아이들의 놀이만 해도 달랐다. 사방치기, 땅따먹기, 자치기, 술래잡기 등 인공적인 장난감 없이도 자연과 생활 속에서 소도구를 찾아 창의적으로 이용하며 놀았다. 이제는 그렇지 않다. 도시 외곽에 자리 잡은 장난감 백화점에는 장난감의 종류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손주들을 위해 갔다가 경제적 부담감만 잔뜩 받고 슬그머니 되돌아 나온 적이 있다. 요즘 아이를 키운다는 건 옛날과 다르다는 걸 실감했다. 2천 년 전 이스라엘로 돌아가 보자. 당시 유대 종교의 눈으로 볼 때 새 교훈을 설파하는 예수는 기존종교 지도자들의 위협이 되었다. 그들 눈으로 볼 때 예수는 신성 모독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그 당시 사회 지도자인 랍비의 가르침과도 달랐다. 율법의 재해석은 충격 자체였다. 한번은 매국노로 죄인으로 취급받던 로마를 위해 고용된 한 세리의 집에 예수가 초대를 받았다. 세리는 앞서 예수의 제자로 부름을 받아 감사의 뜻으로 잔치를 배설했다. 이때 유대교 지도자인 서기관과 바리새인이 몰려와 예수에게 항의했다. “네가 진정 랍비라면 어떻게 공공연하게 죄인의 집에 와서 그 부류의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가?” 예수의 답변은 오늘날까지 언급되고 있는 유명한 이 한마디였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넣어야 한다. 새 포도주를 낡은 가죽 부대에 넣는 자가 없다. 만일 그리하면 새 포도주가 낡은 부대를 터뜨려. 포도주가 쏟아지고 부대도 못쓰게 되리라. 묵은 포도주를 마시고 새것을 원하는 자가 없다. 이는 묵은 것을 좋아하기에.” 노년의 일상을 돌아보면 이 말에 수긍이 간다. 묵은 부대에 새것을 감당할 수 없다. 묵은 것을 좋아하는 것에 길들어져 있는데 새것을 원하지 않는 건 당연하다. 문제는 묵은 포도주는 사라져 가고 새것이 넘쳐나게 몰려오고 있음이다. 어떻게 감당해야 할까? 오늘날 이런 괴리를 목격하고 있다. 노년기의 이야기가 아니다. 세계 정세의 한 현상을 보자. 이스라엘의 눈에는 왜 하마스와 헤즈볼라, 팔레스타인과 이란만 보이는 걸까? 어린아이와 여성들과 피난민 행렬과 미사일 폭격으로 죽임을 당한 민간인들은 보이지 않는 걸까? 그들은 묵은 포도주에 취해 있어 그런 건지도 모른다. 모세를 통해 받은 율법에만 취해 새 교훈을 거부한 조상들과 같은 행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세계는 평화를 구축하기 위해 유엔을 통해 결의문을 채택해서 각 나라에 제동을 건다. 기후 행동뿐만 아니라 평화를 위한 행동을 요구한다. 새 부대를 준비하지 않으면 새 포도주를 담을 수 없다. 새 포도주와 같은 새 문명이 다가온다. 보통 속도를 넘어 급속하게 다가온다. 아직 묵은 것에만 취해 있다면 새것을 담을 수 없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를 요구한다. 새 문명은 더 편리하고 안락한 삶의 방향으로 발전한다. 하지만 급속하게 쇠퇴한다. 더 새로운 것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새 문명의 이기들이 문명사회를 망가뜨릴 수도 있다. 딥페이크가 주는 피해는 끔찍하다. 이스라엘이 개발한 새 전술무기인 원격 조종 폭발로 얼마나 많은 생명을 헤쳤는가? 새 포도주는 시대를 뛰어넘는 교훈이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도 변함없는 지혜요 생명수이다. 묵은 포도주는 그 당시에는 적합한 과거의 유물일 뿐이다. 마치 어린아이를 가르치기 위한 강요된 규율과 같다. 하지만 성숙한 어른이 되면 양심과 영혼의 빛을 따라 살아간다. 새 포도주를 담을 새 부대는 새 마음가짐이다. 새 마음은 더불어 함께 평화를 추구하려는 마음이다. 서로 존중하고 사랑하고 환대하는 것이다. 이 새 부대가 먼저 준비되기를 기대한다. 국제 관계나 국내 정치에도 먼저 새 부대가 필요하다.
    • 오피니언
    2024-10-07
  • [정재우 칼럼] 정당한 폭력은 없다
    이스라엘이 레바논의 헤즈볼라를 겨냥해 융단 폭격을 가했다. 레바논 남부 도시 시민들은 피난 행렬을 이루며 정든 도시를 떠나고 있다. 예고 없는 미사일 폭격으로 불안해서 견딜 수 없어서 피난길에 나섰다. 유엔과 여러 국가가 이스라엘의 행태에 제동을 걸어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미 팔레스타인 하마스 척결을 위해 민간인 건물에도 가차 없는 폭격을 가했다. 마치 잠자는 사자를 깨운 듯 이스라엘은 보복성 공격을 그칠 줄 모른다. 호출기와 무전기를 원격 조종해 폭발시키는 새로운 전술로 세계를 경악하게 하고 있다. 마치 폭탄을 안고 있다는 불안감을 조성시키려고 심리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하마스의 미사일 집중 공격으로 이스라엘의 도시가 파괴되었다. 무장한 하마스 대원들이 경계벽을 뚫고 들어와 무고한 자국민 200여 명을 인질로 잡아갔다. 이런 이유에서 그들에게 타협 없는 보복을 계속하고 있다. 과연 이스라엘의 폭력은 정당성을 갖는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선제공격은 정당성이 있는가? 자국민을 보호하고 잃어버린 영토를 되찾겠다는 논리는 전쟁을 정당하다고 인정받을 수 있는가? 지금 전 세계의 여론은 러시아 편이 아니다. 그러면 이 기회에 러시아를 좀 더 고립시키거나 밀어내려는 서방의 행태는 정당한가? 우크라이나를 앞세워 대리전쟁을 하고 있는 모양새이다. 폭력의 기원을 성경은 인간의 타락에서 왔다고 한다. 실낙원의 저주를 받은 아담과 하와의 아들 가인은 동생을 시기해 인류 최초의 살인자가 되었다. 자기보다 더 나은 제사를 드린 동생 아벨을 시기해 돌로 쳐 죽였다. 그 이후로 인류의 역사는 폭력의 역사로 점철되었다. 폭력의 형태는 다양하다. 개인적인 폭력에서부터 집단적 폭력인 전쟁에 이르기까지 보복형 폭력, 정당방위 폭력, 훈계형 폭력, 징벌적 폭력, 사랑의 매 폭력, 신의 이름을 건 심판형 폭력 등이 있다. 하지만 정당한 폭력은 있을 수 없다. 폭력은 인간의 본능에 자리를 잡았다. 본능을 자제하지 못하면 폭력은 언제든지 튀어나온다. 우리는 폭력이 난무하는 세상을 살고 있다. 한때 민주화가 이루어지기 전에 권력과 폭력이 손잡고 정권을 독차지해 행세하는 걸 보았다. 폭력은 권력을 손에 쥐게 하는 수단이었던 시대였다. 한국 문단의 거장인 이문열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라는 소설에서 그 시대상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학교라는 작은 사회에서 권력을 가진 자가 어떻게 폭력으로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고 확대하는지 보여 준다. 반장은 체벌과 폭력을 사용해 같은 반 아이들을 복종하게 만든다. 권력이 폭력에 기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권력의 타락과 폭력이 상호 작용하며 사회 구조를 일그러뜨린다는 메시지를 던져 주었다. 최근 극장가를 달군 한국 영화가 있다. 추석 명절을 기해 개봉했는데 4주 만에 400만 명 돌파라는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류승완 감독이 연출한 <베테랑 2>를 말한다. 이 영화는 9년 전에 <베테랑>으로 상영해 1,400만 명을 동원한 성공한 영화 속편이다. 이번에도 동일한 주제를 관객에게 충격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먼저 사회 정의에 대한 고찰로 법과 정의의 의미를 심도 있게 다루었다. 특히 정의 구현을 위한 사적 복수와 법적 절차 사이의 갈등을 다루며, 사회 정의가 어떻게 무너질 수 있는지 경고한다. 또한 부패한 권력층에 대한 비판으로 부유하고 권력 있는 사람들이 법망을 피하면서 벌어지는 부패한 사회 구조를 비판한다. 이는 현실 세계의 불평등과 연결되며, 이를 통해 사회 시스템의 문제점을 드러내었다. 무엇보다도 폭력의 정당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폭력적 해결 방식이 과연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폭력으로 행하는 사적 복수가 주는 쾌감 뒤에 숨어있는 위험성을 강조하며, 관객들에게 폭력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도록 유도하고 있다. 우리는 폭력의 역사를 지나왔으며 여전히 폭력에 노출되어 살아간다. 세계 각처에서 나름대로 정당성을 내걸고 폭력을 구사한다. 개인이나 조직사회나 국가 단위에서 폭력은 사라지지 않고 존재한다. 인간의 죗값이기도 하다. 하지만 결코 어떠한 폭력이라도 정당성을 부여할 수 없다. 폭력은 마치 사랑이 증발한 곳에 독버섯처럼 피어나기 때문이다. 사랑으로 각박한 땅을 적시는 것이 폭력을 넘어서는 유일한 길이다.
    • 오피니언
    2024-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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