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10-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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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 평택자치연대 대표

세계 각국이 전력 수급을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 AI 반도체 데이터센터 등 ‘전기 먹는 하마’의 등장으로 2050년까지 현재보다 세 배 가까운 전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제는 전력 확보가 경쟁력이다. 각국과 기업들은 안정적인 전력 확보를 위해 사활을 걸고, 매머드급으로 투자하고 있다. 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기업이든 국가든 새로운 강자가 될 전망이다. 


그런데 정부의 전력 수급 계획이 불안하기 짝이 없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5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전기본) 실무안을 발표하였다. 기본안에 따르면 2038년 전력 수요는 2023년 대비 31% 늘어난 128.9GW로 설정하였다. 이 계획이 얼마나 안이한지는 최근 10년간의 전력 수요량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한국은 2015년 전력 수요를 67.7GW로 예상했으나 실제론 78.9GW가 사용되었다. 2017년에는 85.1GW, 2020년에는 89.1GW, 2022년 93GW를 사용하더니 급기야 끔찍한 폭염과 열대야를 거친 2024년은 100GW를 돌파할 예상이다.(산업통상자원부 2024.5) 불과 10년도 안 되어 22GW의 사용량이 증가하였는데, 생성형AI 반도체 데이터센터 등 급증하는 전력 수요 상황에서 향후 15년간 30GW 늘어난 전력수급계획을 세우고 있는 게 현 정부 정책이다.


문제는 허술한 목표에만 있는 게 아니다.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공급하기 위한 대안이 4개의 신규 원전 증설(5.1GW)과 액화천연가스(LNG)발전소 증설이다. 원자력발전은 늘리고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낮추는 윤석열 정부의 기조대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18.7%에 그치고 있다. 2021년에 세운 제9차 전기본에서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40년까지 40%를 목표로 설정한 바 있다.


소위 에너지믹스, 에너지 수급과 다양한 발전 비중의 조합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대한 문제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적대시하여 에너지정책을 원전 중심으로 전면 재편하였다. 성사될지 안 될지 말이 많지만 체코 원전 수주 등 원자력발전도 국가산업에서 중요한 영역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원전이냐 재생에너지냐를 선택의 문제로 강요한다면 이 또한 국가경쟁력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정책 실패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모두 담지 않는다”는 증권가의 오랜 격언은 에너지조합에서도 꼭 필요한 정책이다.


독일 사례를 보자.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이 중단되어 가격폭등은 물론 심각한 에너지 안보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독일은 천연가스를 도전적으로 줄이는 에너지정책을 선택한다. 즉 당시 약 40% 정도를 차지하던 풍력+태양광 비중을 2030년까지 80%로 높이는 것이었다. 그 후 독일은 공격적인 재생에너지 보급 정책으로, 2023년 한해에만 14GW, 신고리 5, 6호기 같은 대용량 원자력발전소 10개 분량의 태양광을 설치하게 된다. 


한편, 정부는 2023년 3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계획을 발표하면서 2050년까지 용인 남사(삼성전자·팹 6개)와 원삼(SK하이닉스·팹 4개) 지역에 10GW의 전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통 팹(공장) 1개당 전력량을 1GW로 잡은 수치다. 대략 원전 7개 가동 전력이고, 현재 수도권 전력 수요 대비 5분의 1에 이른다. 


그런데 전력 수급 계획이 모호하다. 현재는 일단 LNG(액화천연가스) 화력발전소 3기를 용인에 건설할 계획을 추진 중인가 보다. 이것도 턱없이 부족한 전력이겠지만 결국은 LNG발전소 등 RE100과는 거리가 먼 전력 수급 계획을 세우고 있는 중이다. 


삼성전자의 경쟁사인 대만 TSMC는 지난 4월 일본 구마모토 현에 새로 건설하는 반도체 공장 전력을 모두 재생에너지로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TSMC의 주요 고객인 애플의 압박 때문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2030년까지 자사 공급망 전체에 걸쳐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납품사의 탄소 감축을 적극 요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재생에너지 전력은 필수적이다.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로 전력을 수급하겠다는 RE100 회원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할지도 관심사다. 제품 판매 자체가 위태로워지고 K-반도체 경쟁력에 큰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다. 글로벌 장벽을 뛰어넘을 정부와 기업의 과감한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평택도 예외는 아니다. 세계 최고였던 K-반도체 산업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전력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엄청나게 소요되는 전기를 안정적으로 수급해야 한다. 동시에 그 전기는 탄소 배출량 저감 목표를 달성하는 재생에너지로 생산되어야 한다. 둘 다 어려운 숙제다. 현재 윤석열 정부의 재생에너지 죽이기 정책으로 국내 태양광, 풍력 업체들은 고사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원전이냐 재생에너지냐를 강요하는 현 정권의 양자택일적인 에너지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 균형 잡힌 에너지 백년지대계의 수립이 절실한 2024년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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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이 바라보는 세상] K-반도체산업 위협하는 전력 수급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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