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재 시인
담장이 허물어진 집은 눈이 멀었다
대문 앞 곳곳을 폐쇄한 거미줄
툇마루 섬돌에 놓인 낡은 신발짝
마당을 뒤덮은 잡풀에 가려져
노구의 생사를 가늠할 수 없었다
유기견 디딘 걸음에
길이 꺼진 오랜 집
사람의 온기가 서서히 식으면서
방방이 들어찼던 사람의 냄새들도
묵은 길을 지우며 옛길로 돌아갔다
인적이 끊긴 안방에
찢어진 지적도 얌전히 누워 있다
■ 작가 프로필
경기도 평택 출생. 200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집 <투명인간>, <고흐의 사람들> 외 저서 <이기적인 시와 이기적인 시론>

ⓒ 평택자치신문 & www.ptlnews.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