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10-04(토)
 

시가 있는 풍경.jpg

 

권혁재 시인


담장이 허물어진 집은 눈이 멀었다


대문 앞 곳곳을 폐쇄한 거미줄

툇마루 섬돌에 놓인 낡은 신발짝


마당을 뒤덮은 잡풀에 가려져

노구의 생사를 가늠할 수 없었다


유기견 디딘 걸음에

길이 꺼진 오랜 집


사람의 온기가 서서히 식으면서

방방이 들어찼던 사람의 냄새들도


묵은 길을 지우며 옛길로 돌아갔다


인적이 끊긴 안방에

찢어진 지적도 얌전히 누워 있다



■ 작가 프로필


경기도 평택 출생. 200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집 <투명인간>, <고흐의 사람들> 외 저서 <이기적인 시와 이기적인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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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풍경] 맹지盲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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