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10-03(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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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 평택자연연구소 소장

배다리 습지는 사라져가는 생물들을 품어주는 ‘생물종다양성의 보물창고’이자 살아 숨 쉬는 생태 박물관이다. 부들, 매자기, 큰고랭이, 돌미나리, 큰물칭개나물 등 배다리저수지와 실개천, 함양지에 뿌리 내린 수생식물들은 물속 중금속과 독성물질을 흡수하고, 질소·인 등을 제거해주는 ‘자연 필터’ 역할을 한다. 또한, 금개구리와 더불어 다양한 담수 무척추동물의 서식처를 제공하여 습지 생태계의 균형을 이끈다.


그동안 습지와 수생식물이 수질 정화, 생물 서식지 제공 등 우리 모두에게 없어서는 안 될 다양한 생태계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면, 앞으로는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를 저장하여 기후변화의 속도를 조절하고, 맹꽁이, 금개구리, 수원청개구리 등의 멸종위기 양서류의 서식지 보호, 먹이사슬 유지, 빗물 저류 등 습지가 가진 생태적 가치를 더욱 높이는 방향으로 보존의 의미를 확장해 나가야 한다.


1. 아주 오래된 우리말 식물 이름 ‘마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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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잎겨드랑이에서 지름 1cm 정도의 흰색 꽃을 올린 마름(2016.8.11 배다리저수지)

 

‘먹음직스러운 큰 열매가 있는 물풀’이라는 의미를 지닌 마름은 아주 오래된 우리말 식물 이름으로, 식량자원으로 활용되어 온 한해살이풀이다. 수심이 깊은 연못보다는 사람 무릎 높이의 늪에서 수면을 가득 채워 번성하며, 단단한 껍질에 뿔까지 달린 험상궂게 생긴 열매는 거꾸로 난 가시가 있어 큰 물새들의 날개와 겨드랑이에 붙어 널리 퍼질 수 있다.


2. 큰부리큰기러기를 불러들이는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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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리저수지에서 한창 개화 중인 줄(2024.9.7 배다리저수지)

 

억새, 부들, 매자기, 달뿌리풀 등은 물론이고 줄 또한 평택지역의 습지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정수식물이지만, 큰부리큰기러기가 해마다 찾는 배다리저수지 먹이터의 경우 ‘줄’이 습지 전체에 매우 넓은 군락을 이루고 있어 월동 기간에 먹이활동은 물론, 북쪽으로 돌아가야 할 겨울 철새에게도 넉넉한 에너지원을 제공한다.


3. 암꽃과 수꽃이삭이 떨어져 있는 ‘애기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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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의 수꽃 이삭과 암꽃 이삭이 떨어져 있는 애기부들(2025.6.19 배다리실개천)

 

얕은 물에 뿌리를 내리고 줄기와 잎 일부를 물 밖으로 내밀어 자라는 정수식물의 잎은 바람이나 물의 흐름에 잘 견디기 위해 가늘고 길게 발달하는 경우가 많다. 부들과 애기부들은 배다리 습지 전역에서 자라고 있는데, 암꽃이삭과 수꽃이삭이 서로 떨어져 있으며 잎의 폭이 좁고, 전체적인 크기와 굵기 또한 작아 부들과 구별된다.


4. 창포와는 전혀 다른 ‘노랑꽃창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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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리실개천에 자리 잡은 선명한 노란색의 노랑꽃창포(2025.5.11 배다리실개천)

 

노랑꽃창포는 배다리 실개천에 계절감을 선물하는 식물이다. 이른 여름에 피어나는 선명한 노란색 꽃은 습지를 환하게 밝히며 꿀벌을 비롯한 곤충들을 불러들이는 중요한 흡밀식물이다. 뿌리줄기가 튼튼하여 물가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고, 습지의 토양을 지탱하는 데에도 기여한다. 붓꽃과 함께 정원 식재용으로 널리 쓰였지만, 본래의 서식지는 습지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5. 산호랑나비를 불러들이는 ‘돌미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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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꽝에서 자라는 미나리보다 향이 좋은 돌미나리(2025.8.23 배다리실개천)

 

미나리와 돌미나리는 같은 식물이지만 자라는 환경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다르다. 흔히 논에서 재배되는 것은 미나리(물미나리), 습지나 물가에서 야생으로 자라는 것은 돌미나리라고 부른다. 산호랑나비 애벌레의 먹이식물이 되며, 물미나리보다 줄기가 짧고 향이 강한 돌미나리는 배다리 실개천을 따라 넓게 자리를 잡고 있다.


6. 큰개불알풀의 꽃 색을 띤 큰물칭개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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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물칭개나물 꽃에서 꽃가루를 따고 있는 노랑배수중다리꽃등에(2024.5.3 배다리실개천)

 

평택 전역의 물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큰물칭개나물은 실개천에서도 꼭 필요한 수생식물로, 생물다양성을 지원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뿌리줄기가 옆으로 뻗어 땅을 덮으며 토양 유실을 막고, 곤충 등 작은 생물들의 먹이나 서식처를 제공하여 생태계의 안정에 기여한다. 물칭개나물과는 잎 모양에서도 차이가 있지만, 꽃은 흰색보다는 큰개불알풀의 꽃 색에 가깝다.


7. 작지만 큰 역할의 ‘좀개구리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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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무리를 지어 물 표면을 덮는 좀개구리밥(2016.5.5 진위천 냇가)

 

개구리밥과 좀개구리밥은 습지의 부영양화된 수역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번성하는 부유성 수생식물로, 수질 개선과 생물다양성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밀집된 군락을 형성해 물의 표면을 덮음으로써 수온을 조절하고, 미생물과 작은 수서 곤충들에게 서식 공간을 제공한다. 특히 개구리나 도롱뇽 같은 양서류가 은신하거나 산란할 때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8. 금개구리의 서식처를 제공하는 ‘큰고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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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리 전역에서 금개구리 서식처를 제공하는 큰고랭이(2025.5.14 배다리실개천)

 

배다리 습지 전역에 분포하는 큰고랭이는 습지나 얕은 연못에 뿌리를 내리고 물 밖으로 높이 솟아 자라는 추수식물로, 습한 토양과 햇빛이 잘 드는 환경을 선호한다. 매자기, 부들, 달뿌리풀 등과 함께 큰 군락을 이루어 습지 생태계에서 중요한 1차 생산자 역할을 하며 수질 정화에도 기여한다. 또한, 금개구리의 서식처를 제공하여 생물다양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9. 인간의 농경문화와 어우러진 ‘고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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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습지 생태계의 지표식물로 여겨지는 고마리의 분홍색 꽃(2016.9.11 덕동산 습지)

 

고마리는 정착 농경이 시작된 이후로 농부들에게 낯익은 풀이며, 습지 생태계, 특히 농촌 환경에서 인간 활동과 자연이 공존하며 형성되는 지표적인 식물 군락으로, 주변 식물들과 함께 군락을 이루어 안정적인 습지 생태계가 유지될 때 종 다양성도 높게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가을에 피는 꽃은 나비와 벌 등 곤충들의 주요 밀원식물로서 기능한다.


10. 꽃이 잎보다 낮게 위치한 ‘물달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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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을부터 청자색으로 꽃을 내는 물달개비(2018.9.14 배다리실개천)

 

물달개비는 논의 잡초를 대표하는 한해살이풀로, 모내기 직후에 발아해 빠르게 성장한다. 물이 빠지면 논바닥에 배를 붙이듯이 잎사귀가 바닥에 엎드린다. 물옥잠과 같은 속이지만, 제초제나 농약, 부영양화 등으로 심하게 오염된 습지에서도 잘 견디는 편이다. 가을을 앞두고 배다리 실개천 안쪽으로 가장 밀도가 높은 수생식물이 바로 물달개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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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의 평택의 자연] 배다리 습지의 수생식물 ‘꼼지락(꼼꼼히 알아보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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