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제의 평택의 자연] 지산초록도서관 ‘달빛 따라 숲으로 가요’
지역 자연환경 활용한 체험형 프로그램… 도심 속에서 생태 감수성 키우는 좋은 본보기

지난 7월 18일, 평택시립 지산초록도서관은 ‘달빛 따라 숲으로 가요’ 제목의 여름밤 생태교실을 운영했다. 행사에는 어린이 가족 30명이 참여해 도서관 뒤편 부락산 마을숲에서 특별한 야간 생태 탐사 시간을 가졌다.
이번 프로그램은 오래된 마을숲 상수리나무를 배경으로, 여름밤 수액에 모여든 곤충들을 직접 관찰하며 생태의 소중함을 배우는 자리였다. 참가자들은 사슴벌레, 버들하늘소, 풍이 등 평소 야생에서 보기 어려운 곤충들을 가까이에서 살펴보며 새로운 흥미와 감탄을 이어갔다.
행사를 기획한 도서관 관계자는 “책 속에서만 보던 곤충들을 직접 관찰하고 생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통해 아이들과 부모 모두 자연을 더욱 가깝게 느낄 수 있었다”라며, “앞으로도 지역의 자연생태와 연계한 프로그램을 지속해서 마련하겠다”라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지산초록도서관의 ‘달빛 따라 숲으로 가요’는 지역 자연환경을 활용한 체험형 프로그램으로, 도심 속에서 생태 감수성을 키우는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1. 야간 생태교실의 의미
올 처음으로 부락산에서 운영된 밤 생태교실(2025.7.18 지산초록도서관 산책로)
야간 생태교실은 단순한 체험활동이 아니라 자연에 대한 인식 전환과 생태적 전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지역 생태계와 지속 가능한 삶을 잇는 작지만 강력한 교육 플랫폼으로, 실제 생물을 눈앞에서 보고 듣는 경험은 생물다양성의 소중함을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배우게 한다. ‘잡는 것’에서 ‘관찰하는 것’으로의 행동 변화는 생명에 대한 존중과 책임감이 자리 잡는 계기가 된다.
2. 자연과의 색다른 만남
상수리나무 수액 냄새에 끌린 버들하늘소(2025.7.18 지산초록도서관 산책로)
밤에 이루어지는 숲 탐사는 낮과는 또 다른 자연의 얼굴을 경험하게 한다. 상수리나무 수액을 중심으로 낮에는 장수말벌, 재등에, 수노랑나비 등이 나타나며, 낮 탐사와는 달리 밤 탐사는 야행성 곤충이나 동물의 행동, 밤의 소리, 별빛과 달빛 아래의 숲 전경 등 아이들에게 신비롭고 강한 인상을 남긴다. 이러한 체험은 감각을 일깨우고, 오감을 통해 자연을 느끼게 한다.
3. 엄마, 아빠와 함께한 숲 체험이 너무 좋았어요
장수풍뎅이는 없었지만 소중한 애사슴벌레(2025.7.18 지산초록도서관 산책로)
참여한 남자 어린이는 “책에서만 보던 사슴벌레를 직접 보고 만져 볼 수 있어서 정말 신기했어요. 밤에 숲에 들어가는 것도 처음이었는데, 친구들과 함께 색다른 숲 체험을 하니 더 재미있었어요.”라는 소감을, 같이 참여한 여자 어린이도 “엄마, 아빠와 함께한 숲 체험이 정말 좋았고, 곤충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지만 2시간은 너무 짧았어요.”라고 설렘을 전했다.
4. 생태계와 조화를 이룬 ‘초록별 빛길’
생물 서식공간의 일환으로 조성된 나뭇더미(2025.7.18 지산초록도서관 산책로)
도서관 뒤편의 ‘초록별 빛길’ 조성은 평택시 부락산 일대에 산책로 및 숲 체험 공간을 포함하여 조성된 사업으로, 부락산 둘레길을 중심으로 자연 친화적인 공간을 확대하고 시민들에게 휴식 및 여가 활동 공간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상수리나무 숲길을 따라 초록별 빛길과 건강 걷기길로 이어지며, 나뭇더미를 활용한 생물 서식공간을 조성하는 등 생태계 복원도 눈에 띈다.
5. 마을숲 생태계의 중심축, 상수리나무
마을숲 우점종으로 생태계의 중심축인 상수리나무(2025.7.18 지산초록도서관 산책로)
상수리나무, 갈참나무, 굴참나무, 떡갈나무, 신갈나무, 졸참나무 등 도토리를 맺는 ‘참나무 6형제’ 가운데, 유독 상수리나무가 마을 근처에 많이 심긴 데에는 생태적 특성은 물론 전통 민속문화, 생활 속 이용성, 상징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상수리나무는 단지 참나무의 한 종을 넘어 마을 숲 생태계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다.
6. 상처 난 마을숲 상수리나무
마을숲을 가득 채운 상처가 난 상수리나무(2025.7.18 지산초록도서관 산책로)
오래된 마을숲의 상수리나무 중간에 큰 상처가 나 있거나 썩어 있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상은 옛 마을 주민들의 먹거리 활동이나 단순한 자연의 흐름에 기인한 것일 수도 있지만, 썩은 상수리나무는 단순히 ‘아픈 나무’가 아니라 숲의 자연스러운 순환 과정의 일부이자 다양한 생명체에게 중요한 공간이므로, 관리에 있어서 균형이 중요하다.
7. 마을숲 상수리나무의 역할
대표적인 구황식물 중 하나인 상수리나무 열매(2013.10.10 덕동산)
상수리나무의 열매는 과거 구황식물로서 중요한 식량 자원이 되어 사람에게 큰 역할을 했다. 나무가 나이가 들어 썩어가면서는 속이 빈 공간이 다양한 생물의 은신처와 산란지가 될 수 있다. 부패 과정에서는 미생물과 균류가 작용하여 먹이사슬의 단계를 밟게 되며, 이는 생물다양성 증가와 함께 숲의 갱신과 세대교체를 유도해 건강한 숲의 순환에 기여하고 있다.
8. 습지플라나리아의 발견
밤 탐사를 통해 발견한 습지플라나리아(2025.7.18 지산초록도서관 산책로)
이전까지 공식 보고가 없어 영명이나 일명을 직역한 ‘육지플라나리아’, ‘랜드플라나리아’ 등의 이름으로 알려졌던 이 편형동물은, 머리 부분의 부채꼴 형태가 독특하여 ‘망치머리벌레’라고도 불린다. 올해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에서 ‘습지플라나리아’라는 정식 명칭이 부여된 이 동물은 자웅동체이며 무성생식을 하고, 육식성이다.
9. 재래꿀벌 둥지의 발견
상수리나무 틈새에서 어린이 가족이 찾은 재배꿀벌 둥지(2025.7.18 지산초록도서관 산책로)
일반적으로 “자연 상태의 재래꿀벌은 오래된 나무의 구멍, 바위틈, 폐가 등 외부 환경에 둥지를 틀곤 하며, 상수리나무처럼 속이 비거나 썩은 부분이 있는 큰 나무는 서식지로 매우 적합하다”라고 알려져 있다. 크기가 작고, 체색이 어두우며 띠무늬가 뚜렷하지 않은 점으로 보아 재래꿀벌의 둥지일 가능성이 큰 둥지를 상수리나무 틈새에서 어린이 가족들과 함께 발견할 수 있었다.
10. 생태 감수성을 높이는 ‘여름밤 생태교실’
사슴벌레, 하늘소와 함께 직접 확인된 수액 곤충 ‘풍이’(2025.7.18 지산초록도서관 산책로)
배다리도서관(배다리생태공원)과 지산초록도서관(부락산)에서 해마다 운영되는 ‘여름밤 생태교실’은 가족 단위 생태학습 프로그램으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밤 생태 탐사를 통해 실제 생물을 눈앞에서 보고 듣는 경험은 생물다양성의 소중함을 마음으로 깨닫게 하고, 생명에 대한 존중과 책임감을 키우는 데 기여한다는 점에서 여름철 가족 프로그램으로 더욱 퍼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