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제의 평택의 자연] 맹꽁이·금개구리, 귀찮은 대상이 아닌 지켜야 할 생명
작은 생명을 지키는 일이 결국 우리를 지키는 길… “시민들 금개구리 포획 멈추지 않아”

배다리 실개천에는 몇 해 전부터 멸종위기종인 금개구리가 넘쳐나고 있다. 도심 속 작은 물길이 국가보호종의 번식지가 된 것은 놀라운 일이지만, 그 보금자리가 위태롭기만 하다. 아이들과 함께한 가족들이 금개구리를 잡는 모습은 여전히 흔하며, 보호종임을 모른 채 ‘자연 놀이’라는 명분으로 잡아가면서, 멸종 위기에 처한 개체군에게는 큰 위협이 되고 있다.
게다가 서식지를 관리하는 쪽에서도 번식이 끝나지 않은 시기에 수생식물을 바닥까지 베어내 행동이 느린 금개구리들이 천적에 쉽게 노출되고 있다. 하찮아 보이는 생명이지만, 이들은 생태계를 지키는 중요한 존재이며 법으로 보호받는다. 이제는 지자체가 맹꽁이와 금개구리를 ‘귀찮은 대상’, 시민도 ‘잡아야 할 대상’이 아니라 ‘지켜야 할 생명’으로 바라봐야 한다.
작은 생명을 지키는 일이 결국 우리를 지키는 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들은 생명의 소중함을 전해 주는 전령사이며, 산 교과서이기 때문이다.
1. 해마다 반복되는 서식지 훼손
서식지가 훼손된 현장에서 천적에게 노출된 금개구리(2025.7.2. 배다리실개천)
서식지는 개구리가 일상적으로 살아가며 먹이를 먹고, 겨울잠을 자고, 포식자를 피하는 등 생존에 필요한 모든 자원을 얻는 공간이다. 반면, 번식지는 짝짓기와 산란을 위해 찾아가는 특정한 장소를 말한다. 배다리실개천은 이 두 가지 기능을 모두 겸한 곳으로, 주변의 수생식물을 적절히 유지하는 것이 서식지·번식지 보전의 시작이나 실개천의 서식지 훼손은 해마다 계속되고 있다.
2. 조류와 다르지 않은 개구리 서식환경 요소
수생식물의 제거로 숨을 곳(cover)을 잃은 금개구리 서식지(2025.7.2. 배다리실개천)
조류 서식환경을 조성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먹이, 커버(cover), 번식 등이다. 이 중 커버는 잠자리, 피난, 은신, 휴식 등을 위한 공간으로, 충분히 제공되어야 한다. 다양한 기능을 복합적으로 제공하는 지역에서 조류의 서식 밀도가 높듯이, 금개구리의 서식환경 조성 또한 조금도 조류와 다르지 않다. 천적을 피하고 숨을 수 있는 주변 수생식물의 환경조성은 무엇보다 우선해야 한다.
3. 실개천에서 자라고 있는 정수식물
애기부들, 노랑꽃창포, 큰물칭개나물이 자라고 있는 실개천(2025.5.17. 배다리실개천)
배다리 실개천을 중심으로 자라고 있는 수생식물은 물가에서 자라는 정수식물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물 위에 잎을 띄우는 부엽식물과 물 위에 떠 있는 부유식물, 물속에 잠겨 자라는 침수식물은 극히 제한적이다. 실개천 관리를 목적으로 베어지는 식물은 애기부들, 큰고랭이풀, 미국가막사리, 노랑꽃창포 등으로, 생명을 보는 마음이 서로 다름을 알 수 있다. 같은 장소에서 해마다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4. 부서 간 협업 없인 멸종위기종 관리 어려워
밑동까지 잘려 나간 수생식물 때문에 외부에 노출된 참개구리(2025.7.2. 배다리실개천)
배다리생태공원의 멸종위기 맹꽁이와 금개구리 관련 업무는 사업 성격에 따라 지자체의 담당 부서가 다르다. 생태계 교란 야생생물과 멸종위기 야생생물 등 야생생물에 관한 업무를 맡은 부서가 있고, 도시공원 내 시설물과 식생 유지 관리를 담당하는 부서가 따로 있다. 자칫 두 부서의 호흡이 맞지 않으면 멸종위기 야생생물 관리는 묻히고 공원 관리가 우선될 수 있다.
5. 서식지의 보전과 수생식물 관리
서식지 훼손이 있고서야 실개천에 설치된 진입 금지 안내판(2025.7.13 배다리실개천)
멸종위기 금개구리의 서식지 보전을 위한 관리 방안 중에서 습지를 보전하고, 황소개구리 등의 외래종을 지속적으로 제거하거나 유입을 방지하며, 서식지 간 연결성을 확보해 개체군 교류가 가능하도록 생태통로를 설치하는 것 이상으로 우선되어야 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서식지의 안전성이다. 밑동까지 베어낸 부들과 큰고랭이풀 밑에서 금개구리가 숨을 공간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6.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관리
서식지 훼손이 있고서야 산책로에 걸린 포획금지 현수막(2025.6.6 배다리실개천)
태생적으로 멀리 이동하지 못하고 행동도 굼떠 ‘멍텅구리’라는 별명까지 얻은 금개구리가, 먹이 부족과 밀도 증가 등의 분산압으로 실개천 전역에서 발견되기 시작한 지도 벌써 3~4년이 지났다. 그동안 적지 않은 방문객들이 실개천에서 수서생물과 개구리를 포획해 왔지만, 이제야 금개구리 보호를 위한 현수막을 붙이는 지경에 이르렀다.
7.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 금개구리
참개구리와 함께 실개천에 자리를 잡은 금개구리(2025.5.27. 배다리실개천)
금개구리는 2012년 맹꽁이와 함께 우리나라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으로 지정된 법적 보호종이다. 웅덩이와 저지대 습지에 서식하며, 곤충과 수서곤충 같은 작은 동물을 먹고 사는 중요한 생태계 구성원이다. 특히 도심 속 생태공원에서 서식하는 것은 교육적으로도 매우 큰 의미가 있어, 자연 생태계를 이해하고 생명의 소중함을 배우는 산 교과서 역할을 한다.
8. 배다리를 찾는 멸종위기종
큰기러기와 함께 배다리습지를 찾은 천연기념물 큰고니(2022.1.29 배다리저수지)
국가보호종 중에서 문화재청 지정의 천연기념물을 ‘살아있는 문화재’로 부른다면, 환경부 지정의 멸종위기 야생생물은 ‘살아있는 자연유산’ 정도로 표현할 수 있다. 배다리생태공원을 해마다 찾는 큰고니, 노랑부리저어새, 큰부리큰기러기부터 이곳에 사계절 자리를 잡은 맹꽁이, 금개구리 등은 “우리와 함께 살아야 할, 위험에 빠진 자연의 친구들”이라고 할 수 있다.
9. 버려진 마을숲 맹꽁이 서식지
안내판 하나 없는 배다리마을숲 맹꽁이 서식지(2025.7.17 배다리마을숲)
배다리마을숲에 절로 찾아온 맹꽁이에게 가장 큰 현안이 서식지에 대한 안내와 홍보가 전혀 없다는 것이라면, 배다리 실개천 금개구리 서식지의 경우는 지자체의 멸종위기 야생생물에 대한 인식 자체가 아직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수생식물이 너무 자랐다는 이유로 바닥까지 베어내는 작업이 반복된다면, 우리 시 야생생물의 미래는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10. 금개구리 보호를 위한 호소와 제안
금개구리와 함께 생명력 넘쳐나는 배다리실개천(2024.4.22 배다리실개천)
배다리생태공원은 단순한 공원을 넘어 물 순환 체계를 통해 생태계 복원과 수질 개선을 이룬 모범적인 사례이다. 특히 실개천 조성으로 생태축의 연결성과 생태계 연속성이 확대되어 현재에 이르게 되었다. 습지 보호구역과 생태계 보전지역 등 법적 보호구역 지정 확대와 금개구리의 생태적 가치를 알리는 교육·캠페인도 점차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