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제의 평택의 자연] “작은 꽃 한 송이가 꿀벌을 살린다”
꿀벌 개체 수 급감해 농업 생산성 및 생태계 건강성 적신호… “보호 위해 밀원식물 관리해야”

꿀벌은 더 이상 ‘꿀을 생산하는 곤충’에 머무르지 않는다. 인간의 식탁과 자연 생태계, 농업의 미래까지 꿀벌의 건강에 달려 있다. 2006년, 미국에서 꿀과 꽃가루를 채집하러 나간 일벌들이 돌아오지 못하면서 벌집 전체가 몰살되는 ‘벌집군집 붕괴 현상’이 시작된 이후, 꿀벌 실종은 전국적으로 지속되고 있다. 2022년과 2023년에는 특히 많은 꿀벌이 사라졌으며, 2024년과 2025년에도 이 현상이 계속되고 있으나, 오히려 매체의 관련 보도는 줄어들고 있다.
기후변화, 농약 사용, 서식지 감소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꿀벌 개체 수가 급감하면서 농업 생산성과 생태계의 건강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에 따라 꿀벌 보호를 위한 대안 중 하나로 ‘밀원식물 관리’의 중요성이 주목받고 있다.
꿀벌은 단순한 곤충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 모두에게 핵심적인 생태계의 조력자이다. 꿀벌 보호는 곧 우리 자신과 지구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며, “작은 꽃 한 송이가 꿀벌을 살린다”라는 마음으로 주변 밀원식물에 관심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
1. 꿀벌 지키는 첫걸음, 밀원식물 관리
▲ 밀원식물인 모란꽃에 모인 양봉꿀벌과 수중다리꽃등에(2020.4.29 배다리마을)
꿀벌의 실종이 우리 곁에서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 꿀벌은 꽃가루를 옮기며 다양한 식물의 수분을 도와 농작물 생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여러 식물의 번식을 돕기 때문에 식물 다양성과 생물 다양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존재다. 밀원식물은 꿀벌에게 꿀과 꽃가루를 제공하는 식물로, 꿀벌을 지키는 첫걸음이자 그들의 생존 기반이 된다.
2. 생태계 균형 유지를 위한 밀원식물
▲ 주변과 상호작용하며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밀원식물(쥐똥나무)(2018.5.17 마산리)
꿀벌은 다양한 식물의 번식을 돕기 때문에 생물다양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본적으로 밀원식물은 곤충의 생존 → 수분 활동 → 생물다양성 유지 → 식량 생산으로 이어지는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에서 핵심적인 고리이다. 밀원식물은 곤충, 조류, 포유류가 의존하는 생태계 일부로, 다양한 밀원식물은 주변 곤충과 상호작용하며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한다.
3. 꿀벌의 생명줄, 주변 밀원식물
▲ 대표적인 밀원식물 중 하나인 찔레꽃을 찾은 꿀벌(2025.5.8 배다리마을숲)
밀원식물은 나비, 꿀벌, 꽃등에 등 꽃가루 매개 곤충에게 꿀과 꽃가루를 제공하는 식물이다. 꿀벌은 꽃꿀과 꽃가루를 주된 식량으로 삼으며, 꿀은 에너지원인 탄수화물을, 꽃가루는 단백질원이 된다. 주변에서 대표적인 밀원식물로는 아까시나무, 족제비싸리, 진달래, 민들레, 찔레꽃, 참싸리 등이 있으며, 이들은 각각 다른 시기에 꽃을 피워 꿀벌에게 지속적인 먹이원을 제공한다.
4. 꿀벌과 밀원식물의 상호 관계
▲ 상호의존적인 관계에 있는 서양민들레와 꿀벌(2024.4.16 배다리실개천)
꿀벌은 밀원식물의 꽃을 방문하여 꽃꿀과 꽃가루를 채취하면서 꽃꿀(당분)과 꽃가루(단백질)를 얻어 생존하며, 자연스럽게 꽃가루받이를 돕는다. 한편, 밀원식물은 수분 매개자인 꿀벌 덕분에 씨앗을 맺고 번식할 수 있다. 꿀벌과 밀원식물의 이 관계는 상호의존적인 공생 관계로 한쪽이 사라지면 다른 쪽도 위협을 받게 된다.
5. 꿀벌을 위한 화단 조성
▲ 꿀벌과 나비, 꽃등에가 즐겨 찾는 화단의 에키네시아(2021.6.18 웃다리문화촌)
꿀벌을 위한 꽃밭을 염두에 둔다면, 분홍바늘꽃, 멜람포디움, 버들마편초, 백일홍, 매리골드, 풍접초 등은 늦은 봄이나 초여름부터 서리가 내리기 전까지 긴 개화 기간을 지니고 있어, 화단을 가꾸며 즐기는 사람이나 꽃을 찾아다니는 꿀벌 모두에게 가성비 최고의 화초로 적합할 것이다. 밀원식물의 발굴은 인류의 미래는 물론 자연 생태계의 건강성까지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6. 쥐똥나무 꽃과 꿀벌의 향연
▲ 매혹적인 꽃향기로 어리호박벌까지 불러드린 쥐똥나무(2024.5.26 배다리실개천)
초여름, 산책로나 도로변을 따라 걷다 보면 후각을 자극하는 독특한 향이 퍼져온다. 바로 쥐똥나무 꽃이 피어나는 시기다. 하얗고 작은 꽃들이 무더기로 피어나며 강한 향기를 내뿜는데, 이 향은 자연 속 곤충들에게 더없이 매혹적인 유혹이 된다. 쥐똥나무와 꿀벌의 만남은 도심 한가운데에서도 자연의 경이로움을 발견할 소중한 기회가 된다.
7. 달콤하고 넉넉한 꽃꿀의 아까시나무
▲ 꿀벌에게 넉넉한 꽃꿀을 제공하는 아까시나무 꽃(2024.5.4 배다리마을숲)
산야의 아까시나무 꽃은 봄의 정점에서 절정을 이룬다. 순백의 꽃송이들이 가지마다 주렁주렁 매달려 짙은 향기를 내뿜을 때, 산책객은 물론이고 꽃향기에 취한 곤충마저도 꽃꿀 잔치에 깊게 빠져든다. 아까시나무의 꽃꿀은 유난히 달고 풍부하여 꿀벌들에게는 보물과도 같은 존재다. 꽃향기와 함께 꿀벌들의 윙윙거림이 퍼지면, 산야는 그 자체만으로 살아 있는 유기체가 된다.
8. 밀원이 풍부한 족제비싸리
▲ 꽃꿀과 꽃가루가 풍부해 꿀벌이 반기는 족제비싸리(2010.6.2 진위천)
초여름 햇살이 따사롭게 내리쬐는 하천변에서는 노란빛 또는 자줏빛의 작은 꽃들이 군락을 이루며 피어나는 족제비싸리를 쉽게 볼 수 있다. 이 꽃들이 만개하면 가장 먼저 이를 알아채고 찾아오는 무리는 꿀벌들이다. 족제비싸리 꽃은 밀원이 풍부해 꿀벌의 꿀 생산량에 큰 영향을 미치며, 지역의 생태적 건강성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되기도 한다.
9. 붓꽃과 꿀벌의 공존
▲ 노랑꽃창포의 외화피를 통해 꽃 안쪽으로 들어가는 꿀벌(2025.5.27 배다리실개천)
붓꽃은 그 독특한 꽃 구조로 유명하다. 바깥 꽃잎을 아래로 늘어뜨려 벌들을 유혹하고, 중앙에 있는 암술과 수술은 절묘하게 배치되어 있다. 이는 단지 미적인 구성이 아니라, 꿀벌들이 꽃 속으로 들어올 때 자연스럽게 꽃가루를 묻히고 옮길 수 있도록 설계된 구조다. 꿀벌이 사라지면, 붓꽃도 사라질 수 있다. 둘은 독립적인 존재 같지만, 사실은 서로에게 깊이 의존하며 살아간다.
10. 밤나무 꽃꿀에 이끌린 꿀벌들의 축제
▲ 꿀벌에게는 놓칠 수 없는 보물창고인 밤꽃(2017.6.11. 덕동산마을숲)
초여름의 햇살이 따스하게 내리쬐는 마을 숲. 짙은 초록 잎을 배경으로 가지 끝마다 하얗고 은은한 꽃들이 피어오르고, 그 속에는 꿀벌을 유혹하는 진한 꽃향기와 풍성한 꽃꿀이 가득 담겨 있다. 이 시기 밤나무는 꿀벌에게 놓칠 수 없는 보물창고다. 5월, 주렁주렁 매달린 아까시나무 꽃향기가 잊히기도 전에 생명의 합창이 밤꽃 주변에서 울려 퍼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