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한미군의 평택시대가 본격화된 지 벌써 수년이 흘렀다. 국방부와 미 국방부 간의 전략적 합의에 따라 전국에 분산돼 있던 미군 기지가 평택과 대구로 통합되었고, 그 핵심은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에 위치한 캠프 험프리스(K-6)다. 약 444만 평 규모의 부지에 17조 원의 국가 예산이 투입된 험프리스 기지는 명실상부 세계 최대의 해외 미군기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이 세계 최대 미군기지를 품은 평택은 아이러니하게도 ‘지원 종료’라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주한미군의 이전에 맞춰 한시적으로 제정된 ‘주한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평택시 등의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이하 평택지원특별법)’이 2025년 말 종료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이 법은 기지 이전으로 인한 기반시설 부담과 주민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국비 지원을 가능케 한 장치였으나, 정작 이전이 완료된 지금부터가 평택에 진정한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상시법이 아닌 관계로 평택지원특별법의 기한을 연장해 나가고 있을 뿐이다.
◇ 세계 최대 기지에 걸맞은 도시 인프라는 아직 미비하다
현재 험프리스 기지와 평택 시내를 잇는 주요 도로는 상시적인 교통체증에 시달리고 있으며, 문화·관광·레저 인프라는 여전히 부족하다. 주한미군 가족들은 주말이면 서울이나 부산 등 타지역으로 이동해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고, 도심과 기지를 연결하는 도로는 병목현상으로 출퇴근 시간마다 시민은 물론 군 장병 모두의 인내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불편함 속에 정작 기지가 위치한 팽성읍은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 발전을 기대했던 주민들은 실망과 회의 속에 ‘희생만 강요당한 지역’이라는 박탈감을 크게 느끼고 있다.
◇ 일본은 오키나와 미군기지에 어떻게 접근했는가?
비슷한 구조를 가진 일본 오키나와 미군기지의 사례는 매우 시사적이다. 일본 정부는 5만2,000여 명의 주일미군이 집중된 오키나와에 대해 1972년부터 ‘오키나와 진흥개발 특별조치법’을 시행하고 있다. 이 법에 따라 일본 중앙정부는 오키나와에 매년 약 2조6천억 원 규모의 예산을 문화·관광 인프라, 도로, 교육·의료 등 다방면에 투입하고 있다. 주민과의 갈등을 줄이고, 미군과의 공존 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다.
특히 일본은 이를 단순한 국방정책으로 접근하지 않았다. 국가가 책임지는 지역 균형발전의 하나로 오키나와를 규정했고, 10년 단위로 진흥계획을 수립하며 상시적인 국가 지원을 제도화했다.
◇ 평택도 상시적 지원이 필요하다
이제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세계 최대 규모의 해외 미군기지가 자리한 평택은 왜 한시적 법률에 기대야만 하는가? 왜 이제부터가 진정한 지원의 시작이어야 할 시점에 평택지원특별법은 종료되는가?
평택은 지금도 절대농지 규제, 고도 제한, 렌탈하우스 가격 문제 등 국가 안보를 위한 제약을 고스란히 감내하고 있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주민들은 묵묵히 양보했으며, 이를 통해 평택은 명실상부한 국가안보 중심도시로 자리 잡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예산 지원이 끊기고, 중앙정부의 관심도 희미해질 위기에 처해 있다면 이는 분명한 정책적 역설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결단해야 한다. 평택지원특별법을 상시적 법률로 전환하거나, 필요시에는 대통령 시행령으로 대체 입법적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한미동맹의 명분 아래, 지역만 희생하고 중앙은 뒷짐 지는 구조가 더 이상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
◇ 평택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우리는 ‘안보의 대가’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헌신에 대한 정당한 보상, 그리고 지속가능한 한미 상생 발전의 틀을 요구하는 것이다. 평택이 더 이상 희생만 강요당하는 도시가 아니라, 한미동맹의 실질적 거점이자 국가 균형발전의 모범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지금 정부의 결단이 절실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