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2월 3일 밤 우리 모두는 눈과 귀를 의심했다. 2024년도에 비상계엄이 선포됐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내 판단”이라며 국민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계엄령 선포 후 경찰이 국회의원의 국회 출입을 막고 중무장한 군인들이 헬기를 이용해 국회 앞마당에 착륙하여 국회를 에워싸며 국회의 창문을 깨고 난입하는 반헌법적인 처참한 상황이 발생하였다. 적지 않은 시민들은 국회 앞에서 중무장한 계엄군들과 격렬히 대치하는 동시에 대다수의 국민들은 공포와 두려움으로 밤을 지새웠다.
다행히 국회의원들이 담을 넘는 기지를 발휘해 계엄 해제안을 가결시켜 계엄 상황은 두 시간 남짓 만에 해제됐으며, 결국 비상계엄 사태 11일 만인 14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윤 대통령의 직무가 즉시 정지됐다.
전시 사태도 아니고 천재지변이 발생한 것도 아닌 상황에 발효된 위헌적인 비상계엄에 대해 국민들은 윤 대통령에게 책임 있는 사과를 요구하고 있으나, 대통령은 본인과 반대되는 의견을 가지고 있는 인사 및 정치인들을 친북과 종북세력으로 규정하고 끝까지 싸우겠다고 담화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안타까운 일인 동시에 비상계엄 선포가 왜 이루어졌는지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대한민국 헌법 77조 1항에 따르면 ‘대통령은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거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다. 하지만 계엄 선포 여건이 전혀 되지 않는 상황에서 선포된 비상계엄에 동의할 국민은 없을 것이며, 더 나아가 위헌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크게는 민주주의의 후퇴인 동시에 정치·경제·사회적으로 많은 어려움에 봉착하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국가신인도에 악영향을 미치는 지표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으며, 불확실성이 커진 국내 정세로 인해 원·달러 환율 및 대외 신인도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고, 더욱 걱정은 앞으로 있을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등 대외 리스크도 겹치고 있는 만큼 빠른 정국 안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무엇보다도 빠른 정국 안정을 위해서는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신속한 수사가 진행되어야 하고, 헌법재판소의 신속한 탄핵 심판이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많은 헌법학자들은 12.3 비상계엄을 위헌적 발동으로 ‘내란’으로 규정하고 있다. 내란혐의를 받고 있는 윤 대통령은 민주헌정질서를 위협하고 무너뜨렸음에도 불구하고 탄핵 후 담화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 여러분과 함께 싸우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말하는 국민은 어떤 국민인지 궁금하고 불편하다. 또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재건하기 위해 불의와 부정, 민주주의를 가장한 폭거에 맞서 싸웠다’고 밝혔다. 이 또한 민주주의를 가장한 폭거야말로 12.3 비상계엄 선포가 아닌지 되묻고 싶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후 “민주주의는 국민의 삶으로 증명이 된다. 국민의 생업과 일상이 빠르게 안정되고 경제, 외교, 국방 등 모든 면에서 대내외적 불안과 우려가 커지지 않도록 국회와 정부가 합심하고 협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우 국회의장이 밝힌 대로 자유롭고 안정된 국민의 삶은 민주주의의 가치이자 헌법의 가치이다.
2024년도가 얼마 남지 않았다. 윤 대통령의 말을 빌려 슬프게도 2024년 끝자락에서 민주주의를 가장한 폭거인 비상계엄을 마주하고 있다. 여야 정치권은 물론 모든 국민이 지혜를 모아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다시 세워야 할 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