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들어 처음으로 동남아 국가를 향한 나눔과 섬김의 사역을 시작했다. 그 첫 여정 가운데 캄보디아가 있었다. 예상치 못한 만남들이 기적처럼 이어졌고, 오래된 인연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다시 연결되었다.
함께한 팀의 리더는 미국 에즈베리대학교 대학원 석좌교수로, 재직 당시 훈련했던 학생의 제자를 만났다. 그것도 캄보디아 감리교신학대학 학장으로 만나게 된 것이다. 그분은 “스승의 스승을 만나게 되었다”며 우리를 따뜻하게 맞아 주었다. 세상은 넓고도 좁았다.
이번 세미나는 한국에서 번역·출간한 신학교재로 진행되었다. 현지 목회자들과 신학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성경을 보는 눈이 새로 열렸다”는 한 선교사의 고백이 오래 남았다. 그러나 진정한 감동은 학장 부부의 ‘콜링 이야기’에서 시작되었다.
그들은 강원도 인제의 한 산골 마을에서 10년 동안 묵묵히 농촌목회를 하던 중, 아내가 선명한 부르심을 받았다고 했다. 여러 번 단기선교의 기회를 거절했던 아내는 남편이 “좋아하는 두리안을 마음껏 먹게 해주겠다”는 농담 같은 유혹에 못 이겨 캄보디아로 향했다. 그러나 그곳 오지 마을에서 만난 어린아이들의 맑은 눈빛 속에서, 하나님이 자신을 부르신다는 확신을 얻었다고 했다. 귀국 후 부부는 선교사 훈련을 마치고, 다시 그 땅으로 돌아갔다. 그들의 콜링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지금도 캄보디아는 복음과 사랑의 손길이 절실한 나라다. 하지만 최근의 몇몇 사건들은 이 나라를 향한 우리의 시선을 흐리게 만들고 있다. 캄보디아가 여전히 ‘빈곤, 내전, 아동노동’의 이미지로만 인식되는 것은 문제다. 급속한 도시화, 교육의 확장, 외국인 투자와 관광 산업의 성장으로 캄보디아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종종 과거의 그림자 속에서 현재를 판단한다. “도와줘야 할 나라”, “뒤처진 나라”, “범죄도시의 나라”라는 시선은 캄보디아의 현실을 온전히 보지 못하게 한다. 이제는 ‘불쌍한 이웃’이라는 시선을 넘어, 협력과 공존의 시선, 그리고 현지인의 주체성과 역량을 존중하는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한국과 캄보디아의 관계는 이제 단순한 원조의 틀을 넘어, 상호 이해와 파트너십으로 나아가야 한다. 선교 역시 예외가 아니다. 복음은 결코 ‘우리의 방식으로 바꾸라’는 외적 압력이 아니라, 기쁨의 폭발로 다가와야 한다.
선교학자 레슬리 뉴비긴(Lesslie Newbigin, 1909년~1998년)은 이렇게 말했다. “선교는 어떤 기쁨의 폭발로부터 시작된다. 교회의 선교는 거대한 폭발의 여파와 같으며, 그것은 죽음이 아닌 생명을 퍼뜨리는 방사능과 같다.”
그의 말처럼, 복음은 타문화를 정복하는 에너지가 아니라 생명을 퍼뜨리는 기쁨의 에너지다. 불교적 전통이 깊은 캄보디아에서 복음은 외부로부터의 변화 요구가 아니라, 이미 그들 안에서 울려 퍼지는 하나님의 기쁨으로 전해져야 한다.
캄보디아로의 콜링에 응답하는 길은 거창한 프로그램이 아니다. 편견 없는 균형의 시선, 그리고 그들의 문화 속에 스며드는 삶의 기쁨이다. 그것은 우리가 그들과 함께 울고, 웃고, 일상을 나누는 것이다. 복음은 그저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내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캄보디아의 어린아이들이 우리를 부른다. 그들의 순전한 눈빛이 하나님의 부르심처럼 우리 마음을 두드린다. 그 부름 앞에서, 우리는 다시 묻는다. “나는 지금 어떤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가?” 낙인이 아니라, 균형의 시선으로 본다면 그곳에도 여전히 기쁨의 폭발이 일어나고 있음을 보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