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여름은 유난히 이상했다. 폭염과 폭우가 번갈아 몰려왔다. 한 차례 폭염이 지나가면 숨 돌릴 틈도 없이 폭우가 쏟아지고, 다시 폭염이 엄습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 앞에서 당황스러웠고, 마치 ‘일찍 찾아온 미래’를 마주한 듯 불안했다.
문명의 발달로 인공지능과 로봇이 결합한 기기가 속속 등장하고, 스마트폰 이후의 혁신이 열리려는 시점이다. 그러나 폭염과 폭우라는 극단적 재난 앞에서, 우리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생각하게 된다. 기후가 지배하는 세계에서, 기후와 무관하게 자유로울 수 있는 공간은 없다. 우주정거장과 같은 인공 환경에서라면 가능할지 모르나, 그것은 극소수 우주인을 위한 예외적 공간일 뿐이다.
과거 여름이면 장마는 예고 없이 찾아왔다. 여름휴가를 계획할 때 장마 시기를 잘 예측해야 했다. 잘못 맞히면 휴가가 장맛비에 망치기 일쑤였다. 하지만 지금은 장마를 피하는 것보다, 폭염과 폭우라는 ‘더블 기후재난’을 절묘하게 피해 휴가를 떠나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 되었다.
여름이 오기 전, 대형 산불이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발생했다. 기후변화와 무관하지 않은 현상이라는 사실은 이제 상식이 됐다. 여름이 시작되자마자, 우리는 폭염과 폭우가 번갈아 닥치는 이중고를 겪었다. 입추가 지났지만 30도를 웃도는 폭염은 계속되고, 남부 지방에는 폭우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어떤 형태로든 태풍이 덮칠 가능성도 남아 있다.
2025년 여름 피해 현황 통계를 보면 심각성이 더 분명하다. 8월 4일 기준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는 3,200명, 사망자는 19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보다 환자는 1,608명, 사망자는 3명 늘었다. 폭우 피해는 7월 19일 기준 사망자 46명(중부 28명, 남부 18명), 실종자 14명, 이재민 및 대피자 1만 명 이상이었다. 체감 피해 규모는 3만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상기후 재난 극복을 위한 국제적 연대를 살펴보자. 유엔 산하의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과 파리협정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2℃ 이하로 유지하고, 가능하다면 1.5℃ 이하로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2018년 유엔 총회에서는 기후행동을 포함한 포괄적 환경협약 논의가 시작됐다. 유엔환경계획(UNEP) 주도로 정치적 선언 초안이 마련되었고, 환경정의와 지속가능성을 통합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대응은 무엇인가? 탄소중립 기본계획, 기후위기 대응 국가전략, 국민 기후행동 요령 등을 발표해 대응 체계를 갖추고 있다. 지방에서도 실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평택시에서는 2024년 6월 시민단체 ‘평택기후행동’이 출범했다. 평택역 광장에서 캠페인과 피켓 행진을 벌이며 시민 참여를 유도했고, 다회용기 사용, 장바구니 지참, 대중교통 이용, 재활용 실천 등 10가지 생활 실천안을 제시했다. 서울 성동구의 경우에도 일상 속 탄소 감축 행동을 위해 ▶난방 시 실내 온도 1℃ 낮추기 → 연간 온실가스 231㎏ 절감 ▶‘BMW 건강법(Bus, Metro, Walk)’ 실천 ▶샤워 시간 1분 단축 → CO₂ 약 7㎏ 감소 ▶일회용품 줄이기, 에코드라이빙, 플러그 뽑기 등을 구체적으로 안내하고 있다.
이렇듯이 우리가 마주한 극단적 ‘더블 기후재난’은 거창한 계획보다,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행동부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회용품 사용, 절수, 대중교통 이용, 불필요한 전기 사용 줄이기 등 사소해 보이는 행동이 모이면 기후를 살릴 수 있다.
시민 개개인의 일상이 변해야 지구의 내일이 바뀐다. 그 변화가 바로, 미래 세대에게 남겨줄 가장 큰 유산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