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10-03(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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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우 가족행복학교 대표, 평택성결교회 원로목사

지난 주간, 시간을 내어 미루어 두었던 <오징어 게임 시즌3> 드라마를 정주행했다. 밤새 몰아봤다. 그만큼 기대하며 기다렸기에. 이 드라마 시즌1은 너무나 인상적이고 충격적이라 기억이 생생했다. 하지만 시즌2는 줄거리가 잘 기억나지 않아서 시즌3를 보기 전에 먼저 건너뛰기를 이용해 시청하면서 기억을 살려내었다. 그런 다음 시즌3를 시청하기 시작했다.


초반에는 긴장감이나 긴박함이 느슨했지만, 후반 본격 게임이 진행되면서 시즌1보다 더 자극적이고 잔혹함에 정신이 나가 버렸다. 이렇게 비인간적이고 참혹하게 묘사해야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오징어 게임 줄거리는 경제적으로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이 상금 456억 원이 걸린 의문의 생존 게임에 참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참가자들은 한국의 전통 놀이를 기반으로 한 치명적인 게임을 통과해야 하며, 탈락자는 죽음을 맞게 된다.


오징어 게임 시즌1이 발표되었을 때는 글로벌한 세계적 호평이 쏟아졌다. 작품성과 감독의 연출력을 높게 평가했다. 배우들의 연기력도 뛰어났다. 이로 인해 각종 수상 소식이 들려왔다.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상(2022)에서 한국 드라마 최초로 주요 부문에서 수상했다. 남우주연상, 감독상, 작품상 후보에도 올랐다. 제28회 미국 배우조합상(SAG Awards)에서 TV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제79회 골든글로브 시상식(2022)에서 TV 부문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그 외에도 여러 시상식에서 여러 개의 수상을 했다.


작품에 대한 세계적 평론은 경이로움을 감추지 않았다. “창의적이고 충격적인 이야기, 사회적 메시지를 품은 대담한 작품이다. 폭력과 서스펜스를 넘어선 강력한 사회 비판이 인상적이다.(로튼 토마토 Rotten Tomatoes)”, “자본주의와 생존 경쟁의 어두운 그림자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보편적 공포를 전 세계가 공감할 수 있도록 그려냈다.(뉴욕타임스)”, “한국 문화의 디테일과 글로벌한 테마를 결합해 완전히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냈다.(가디언 The Guardian)”


이 얼마나 놀라운 결과였는지 온 국민에게 우리 드라마에 대한 자긍심을 끌어올려 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시즌2와 시즌3이 공개된 후에는 글로벌 평단의 평가가 달라졌다. 종합적으로 정리하자면 이런 기조였다.


공감하는 요소로는 전 세계적 흥행이라는 대미를 장식한 마지막 시즌이 강렬한 연출과 캐릭터 간 감정 대결,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서사적 마무리를 선사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뼈아픈 지적은 반복적인 서사 구조, 캐릭터 개발 부족, 지나친 폭력과 CGI 품질 문제 등으로 인해 일부 시청자 및 평론가에게 실망감을 안겼다는 평가였다.


필자는 우리 영화와 드라마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한 개인으로서 오징어 게임이 우리에게 남긴 것을 정리해 보았다.


먼저 긍정적인 면은 한국 언론이 평가한 것처럼 “K-드라마의 새로운 전환점. 자본주의 현실을 통렬히 꼬집은 걸작이다.(중앙일보)”, “가장 한국적인 소재로 가장 세계적인 흥행을 만든 사례.(서울경제)”, “탄탄한 각본과 압도적인 몰입감. 한국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 미친 파급력을 증명했다.(한겨레)”라는 평가에 동의한다.


그러나 부정적인 면은 우리에게 큰 우려와 실망감을 주었다. “과도한 폭력성과 잔혹한 연출로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다.(조선일보)”, “구조가 단순해 중후반부로 갈수록 긴장감이 떨어진다.(동아일보)”, “충격적인 설정과 자극적인 요소에만 의존한 듯한 느낌.(매일경제)”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필자는 문화적 충격으로 인해 대중에게 스며들게 될 심리적·사회적 현상을 우려한다. 첫째는 폭력성이다. 드라마 장면에 수차례 반복되는 살인 장면은 갈수록 잔인해졌고, 너무나 리얼하게 표현되어 한계를 넘어섰다. 처참하다 못해 끔찍했다. 청소년들에게 미칠 영향을 심히 걱정하게 했다.


둘째는 요행성이다. 정상적인 노력으로는 따라갈 수 없는 경제적 약자들에게 최후의 수단은 요행에 기대게 하는 것이었다. 문제는 일회적인 게임을 통과하기 위해 목숨을 걸게 했다는 점이다. 요행을 위해 어차피 포기한 마당에 목숨까지 거는 풍조가 확산될 우려가 있다.


셋째는 비인간성이다. 인간성을 상실한 자본주의 헤드들이 사회를 움직인다면 인간 세계에 무슨 희망이 있을까. 절망을 극대화했다. 사람의 목숨을 가지고 놀이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인간이기를 포기한 집단이 아닌가. 그런 상상력에 놀라고 기괴함을 느꼈다.


이 드라마는 하나의 문화로 스며들어 우리가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 우리의 정신세계에 자리할 것이다. 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인가. 로마제국의 종말과 같은 종말적 현상이 아닌가.


드라마와 영화 등 대중적 영향력이 큰 문화 영역의 방향성을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시점이다. 치닫는 문화의 역작용을 막아낼 신선한 문화 콘텐츠의 등장을 목마르게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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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우 칼럼] 오징어 게임이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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