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님은 정치인이라기보다는 고용 사장의 인상이 짙었다. 청와대 입성을 위해 결정적으로 가동한 기획은 청계천 복원사업이었다. 물론 거대 도심에 정교한 산책로를 조성한 공로는 인정할 수 있지만, 기실 그의 입지를 구축한 서사에는 현대건설 회장이라는 직함보다 월급을 반납하며 서울시장직을 수행한 치밀함에 주차 관리를 맡은 기독교 장로의 얼굴을 덧씌웠다. 가장 황당한 발상은 4대강 운하인데, 이는 간선 도로망이 촘촘한 마당에 무슨 해괴한 공약이냐는 국민적 저항에 부딪혀 강바닥 준설로 바꿨으나 자연 유속을 무시한 채 보를 설치하고 기존 물길에 손을 댄 결과는 수질오염이었다. 차제에 천변에서 채소를 공급하던 농사꾼들의 삶은 청계고가도 밑 공구상들과 함께 온전한지 캐묻고 싶다. 무리한 북한 적대시 정책으로 인한 천안함 폭침과 금강산관광 중단 및 언론장악, 부자 감세, 부동산 투기 조장에 이어 다스 소유주 사기로 구속된 뒤 해외자원 유실까지 실정투성이나, 청계재단은 그렇다 쳐도 무역 규모 1조 달러 달성, 한미중일 통화스와프 계약, 교련 폐지, 한국장학재단설립 등에는 눈길이 머문다.
박근혜 님은 어차피 한번은 거쳐야 할 정치판의 위험 인자였다. 판에 박힌 형상은 전형적인 공주상이거니와 보기에 따라서는 백치미를 지닌 여인상일 수 있다. 일부러 깎아내리려는 의도는 전연 없으나 최 씨 부녀에 정 씨를 겹치면 비밀에 싸인 사생활의 의문이 얼마큼은 풀릴 수도 있는데, 그녀가 노인들의 지지를 받은 건 순전히 부친의 향수로되 상당 부분은 모친을 빼닮아서다. 적잖은 기간 청와대에서 이것저것 보고 자랐거늘 도대체 무얼 배우고 익혔는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공과를 살펴보면 좀 어설프긴 하지만 공무원 연금개혁에 손을 댔고, 기초연금을 인상했으며, 법을 위반한 과거사위 변호사들을 처벌하고, 전두환의 추징금 환수에 박차를 가하는가 하면 이어도에 방공식별 구역을 설정하고, 방산 비리를 잡는 성과가 있었던 반면, 외국인 근로자들을 홀대하고 귀화 조건을 까다롭게 고치더니 전교조 법외노조화, 통합진보당 해산, 우편향 국사교과서 편찬, 개성공단 폐쇄 등의 과실을 범했다. 탄핵을 당한 뒤에도 박근령이나 박지만의 소식은 세간의 신경계를 건드리고, 롯데호텔의 퀴퀴한 냄새는 가시지 않았다.
▲ 고층 빌딩처럼 올라가는 신축 아파트
문재인 님은 대통령이라는 자리를 퍽 부담스럽게 여겼던 것 같다. 하긴 정치가 싫다고 피해 다닐 정도였으니 그럴 만도 하나 권력의지가 약해서 벌어진 후과는 만만치 않다. 물론 요즘 허다한 국민이 연일 겪고 있는 일들을 지적한 것인데, 나름 최선을 다했으니 곧바로 잘한 일부터 살펴보면 그는 남북관계 개선에 진정성을 보였다. 다만 트럼프의 막무가내식 제동에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아쉬움은 크다. 복지예산을 늘리는 일에도 주력했으나 문제는 늘 한정된 재원이다. 탈원전이란 용어는 ‘향후 50년간 원전 축소’로 바꿔야 했고, 유례없는 기후위기를 맞아 그 방향은 옳았다. 아울러 기간제 교사의 순직 처리, 국사 국정교과서 폐지는 잘했고, 공무직의 무기계약직 전환은 서두르는 바람에 비판을 받았는데 채용 요건의 미비를 챙기지 못해서였다. 검찰개혁의 로드맵이 결여된 행보는 한 가족의 멸문지화를 낳았다. 여성 장관이 투기심리를 제어하지 못해 초래한 부동산 정책 실패는 정권을 잃는 재앙으로 나타났다. 개인적 견해로는 최고 책임자의 경우, 심성이 착한 편보다 강한 쪽이 훨씬 나으리라고 사려한다.
윤석열 님은 국군 통수권을 악용해 나라를 망가뜨린 모리배였다. 오죽하면 어느 고교생이 그의 업적으로, 첫째는 최고 명문대 출신이 가진 학력주의의 민낯이요, 둘째는 기소권을 사유화한 반공익적 검사의 행태요, 셋째는 홍범도 장군 격하로 본 공산주의에 대한 정확한(?) 개념(역사 왜곡)이요, 넷째는 이상한 사람이 당선될 수 있는 민주주의 제도의 맹점을 알았다고 조롱했으랴. 돌아보면 연일 거짓이 판을 치고 불공정과 몰상식이 난무한 채 일주일이 멀다고 탄핵거리가 쏟아져 나온 느낌이다. 고작 0.73%를 앞서고 고려 무신정권인 양 상생은커녕 국민에게 위임받은 권력을 독점하여 정적 죽이기에 몰두하다가 결국, 본인이 내란 수괴가 되어 쇠고랑을 차는 신세로 전락했을뿐더러 인류사에서도 보기 드문 국정 관여 영부인(사실상 V1)의 발호 역시 도를 넘다가 끝내 파국을 맞고 말았다. 거기에 무속까지 끼어들었다면 망연자실할 수밖에는 없지만, 이 시점에서 각자 속내를 냉철히 들여다봐야 함은 일찍이 플라톤이 남긴 명언이 떠올라서다. “나랏일에 무관심한 대가는 악인의 지배를 받는 것이다.”라는 일갈 말이다.
■ 프로필
- 기고활동을 이어가며 산문집·시조집·기행집 등을 펴냈습니다.
- 교직 퇴임 후 기독교철학 분야와 문화교양학을 공부했습니다.
- 블로그 ‘조하식의 즐거운 집’ https://blog.naver.com/johash
- 본지에 “세상사는 이야기” 코너를 16년째 연재하고 있습니다.
※ 다음호(767호)에는 ‘모로코를 만나다 - 유럽에서 아프리카로 향하다’가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