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10-03(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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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 평택자치연대 대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헌법재판소는 국정안정을 위해 빠른 시간 안에 판결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현직 대통령이 탄핵 심판에 회부되고 동시에 내란죄로 기소되는 세계 역사상 찾기 힘든 모습을 바라보는 심정은 착잡하기만 하다.


2024년 대한민국에서 총을 든 군인이 국회에 난입하는 비상계엄이 가능하리라고 믿는 국민은 망상에 빠진 대통령을 빼면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한국 민주주의의 위대함이 엄청난 국민적 불행과 수십 년 국가적 퇴보를 막았다. 헌재의 태도로 보아 큰 변수가 없는 한 4월 혹은 5월에는 조기 대선이 치러질 전망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의 직접적 원인은 윤석열 대통령의 시대착오적이고 망상에 가까운 정치 인식이다. 거기에 무능, 불통, 독선적인 권력사용이 더해졌다. 국가시스템이 계속 망가지더니 의대 정원 2천 명을 고집하다가 급기야 비상계엄으로 선을 넘었다.

 

윤석열 사태는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저런 사람이 어떻게 대한민국 대통령이 됐는가에 대한 깊은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한 각성이다. 이번 사태로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한국 민주주의의 취약성이 여실히 드러났다. 대통령 한 사람의 허술한 도박에 “순식간에 군부 반란이 판치는 아프리카·남미의 후진국”으로 떨어졌지만, 또한 기적같이 순식간에 계엄을 해제시키기도 하였다. 이 사태는 그동안 전진시켜왔던 한국 민주주의, ‘87년 체제의 취약성과 잠재력을 동시에 보여준 것이다. 


87년 체제(5년 단임 대통령제)의 가장 큰 문제는 제왕적 대통령제이다. 무능과 결탁한 극우 대통령의 긴급명령권 남용, 즉 비상대권은 민주공화정과는 양립할 수 없는 전체주의의 망령이다. 국가원수라는 개념 자체가 상시적 비상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총통을 연상케 한다. 비상계엄 선포는 온전히 윤 대통령의 비정상적이고 위헌적인 판단의 결과물이지만, 대통령제는 최소한의 제어 장치를 작동시키지 못해 시스템으로서의 한계를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과정에서 대통령 개인이 무슨 일까지 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한 사람의 오판으로 국가 전체가 혼란에 빠지는 상황, 진영 대결이 극단에 이르러 ‘상식적 판단’을 불가능하게 하는 상황을 막으려면 대통령 권한을 분산하고 견제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새로운 권력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12·3 사태는 선을 한참 넘었지만, 이미 87년 체제의 밑바닥에 오랫동안 잠재해 있는 한계이기도 한 것이다.


한편, 대화와 타협이 실종된 진영 대결의 극복이다. 이를 위해 정당정치와 연결된 민주공화국 정치 질서의 발전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선거제도의 개혁은 민주공화정의 성숙을 위해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승자독식 체제에서 소선거구제는 민의가 왜곡된다. 민주당이 압도적 의석을 가졌지만 국민의힘과의 차이가 5%포인트 남짓 아닌가. 소선거구제(국회의원 한 선거구에서 1명 선출)를 중대선거구제로 개편하는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개헌은 최소주의적으로 하고, 선거법을 개정하는 데 집중하자는 다수의 주장에 동의한다.


지금은 탄핵이 우선이다. 국가적 불확실성이 시급히 해소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향후 대선 등 정치 일정이 궤도에 오르면 제2의 윤석열을 막을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 민주공화정의 위기를 제어할 헌법적 장치와 승자독식, 진영 대립의 폐해를 최소화하는 선거제도 개편 등 대한민국 정치개혁을 위한 그랜드 플랜이 가동되기를 희망한다.


위기는 곧 기회이다. 우리는 숱한 어려움을 헤치고 전진해 왔다. 탄핵의 파고를 현명하게 타고 넘어, 대한민국의 저력이 힘차게 발휘되는 2025년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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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이 바라보는 세상] 비상계엄으로 드러난 민주공화정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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