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10-04(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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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하식 수필가·시조시인, Ph.D.

우리 집에서 서정천을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30분가량. 천변길에 접어들면 저만치 삼성반도체 캠퍼스가 보인다. 거기서 어울림 아파트 단지까지는 다시 30분 남짓이니 걷기 운동량으로는 퍽 적절하다고 보겠는데, 문제는 양쪽으로 낸 보행길의 질적 수준. 고덕신도시 개발권을 따낸 LH공사에서 나름 한다고 했겠으나 필자 눈에는 미흡하기 짝이 없다. 그 공과를 살펴보되 잘못한 일부터 지적하면, 먼저 천변길을 걷다 보면 노면이 고르지 않은 데가 많다. 특히 턱이 진 이음매는 당장 바로 잡아야 한다. 둘째 개천에 흘러드는 오염수를 차단해야 한다. 이는 관계 당국에서 조치할 것을 촉구한다. 셋째 천변에 심은 나무와 수초를 대폭 교체해야 한다. 넷째 경사면의 잔디를 보강하여 사철 꽃을 심고 가꿔야 한다. 다섯째 주택가로 올라가는 계단이 기울어 사고로 이어지기 전 재공사를 서둘러야 한다. 가장 심각한 곳은 허울뿐인 수변공원이고, 자전거와 보행자가 부딪히는 경우를 막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썩 잘한 일이라면 지나가는 다리 옆면에 색상을 넣은 점이다. 당연하지만 의자를 설치하고 쉼터를 조성한 점도 잘한 일이다.


코스를 바꿔 북쪽 길을 택하면 머잖아 들어설 자연공원 예정지를 마주하게 된다. 다만 무슨 일인지 차일피일 공사가 지연되면서 공용주차장이 주인 행세를 하고 있으므로 인접한 공터를 가로질러 민세초·중학교 쪽으로 빠지는 게 나을 수 있다. 도로변 매연이 싫다면 아예 거대한 상가를 양편에 두고 느긋이 걸어가도 무방하다. 그래도 산책할 만한 둘레길 중에 가운뎃길을 추천하는 까닭은 길가에 조성한 녹지가 충분해서다. 아쉬운 건 자전거를 우선시하여 보행길의 동선이 흐트러진 점이다. 기대를 거는 땅은 탄약고 자리다. 시민을 위한 공원 용지로 돌려주되 여의치 않다면 오랜 기간 미군에게 점령당한 만큼 마땅히 공공적 목적으로 되돌려야 한다. 신호등의 체계도 지금보다 치밀해야 한다. 교차로의 경우 보행자들에게 동시 신호를 주는 쪽으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 웬만한 거리는 걸어 다니도록 권장하고 유도해야 한다. 비싼 기름값도 아끼고 누구나 건강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만약 일삼아 걷는 일이 지루하다면 날마다 구간별로 나눠 변화를 주는 것도 바람직하다. 새로운 주택가여서 올레길이 없는 점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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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덕국제신도시에 조성된 도심 보도블록

 

우리 부부가 맘먹고 삼성길을 돌아오려면 그날 컨디션이 따라줘야 했다. 집을 떠나 소요되는 시간을 재보니 휴식하기 따라 네다섯 시간 전후이니 한나절을 투자해야 가능한 거리여서다. 현재까지 완주한 횟수는 총 네 번. 마실 물은 물론이요 간단한 도시락을 짊어지고 나서야 한다. 곁에 철로를 끼고 걷다 보면 1번 국도의 흐름도 읽을 수 있다. 걱정거리는 공룡처럼 버티고 선 상가 겸 지식센터 건물로, 하루는 그 내부가 궁금한 나머지 볼일을 보고 주차장으로 올라갔다. 예리한 눈매에 걸려든 치명적 허점은 한가운데 정원처럼 꾸며야 할 꽃밭이 엉망이었다는 것. 가게 주위에 휴지조각을 방치하는 부주의도 역지사지해보면 상행위로는 걸림돌이다. 손님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빌미를 주는 사실 자체가 개념 없는 일이어서,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우리 속담은 몇 가지 함의를 갖는다. 혹자는 머피의 법칙으로 풀이하기도 하지만, 필자는 문일지십이란 지극히 총명하다는 뜻과 함께 어느 하나를 보고 그를 판단하는 근거로 삼을 수 있다는 시각이다. 중간에 없앤 소공원을 복원하는 일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셈이다.


얼마 전 성대하게 준공식을 치른 ‘함박산중앙공원’에 대해서는 벌써 필자의 기고문을 통해 밝힌 적이 있어 재삼 거론할 필요는 줄었으나, 이곳이 ‘2024 대한민국 조경대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에는 실소를 금하기 어렵다. 이런 게 바로 나눠먹기식 행정의 표본이 아니면 뭐냐고 힐문하고자 한다. 철 지난 철제를 엮어 지은 전망대는 날카로운 느낌을 주고, 관리실 옥상에 심은 꽃들은 조용히 앉아 감상하기도 남세스러웠다. 낮은 수심과 좁은 연못에 왜 높다란 난간으로 시야를 가리고, 천편일률적인 좌석 배치는 구태의연할뿐더러 한여름 뙤약볕을 피할 만한 나무 그늘은 태부족한 데다가 딱딱한 촉감의 길바닥은 이뿐이었는지 캐묻고 싶다. 차제에 다채롭게 꾸민 이후 안락한 흔들의자나 그네를 설치하는 방안과 아울러 공원 근처에 들어선다는 아트센터와 도서관 등 여러 문화시설에 기대를 걸고 있다. 부디 신개념 조경을 곁들여 정성껏 개관한다면 공원과 어우러질 수 있겠다. 자, 저간의 사정이 이렇다면 국제라는 단어를 뺀 고덕신도시라고 한들 이름값에 부응하고 있는가? 필자는 위 내용을 통해 이미 답했다고 생각한다.



■ 프로필


- 고교생에게 국어와 문학을 가르치며 ‘수필집·시조집·기행집’ 등을 펴냈습니다.

- 퇴임 후 기고활동을 이어가면서 기독교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았습니다.

- 블로그 “조하식의 즐거운 집” http://blog.naver.com/johash을 운영합니다.

- 정론지 <평택자치신문>에 “세상사는 이야기”를 15년째 연재하는 중입니다.


※ 다음호(750호)에는 ‘걷기 편한 도시환경 제안서’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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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고덕국제신도시’라는 이름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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