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섬김형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은 리더가 자신의 권력을 앞세우기보다는 구성원들의 성장과 복지를 우선시하고, 그들을 돕고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두는 리더십 스타일이다. 이 리더십은 로버트 그린리프(Robert K. Greenleaf, 1904~1990)가 처음 제안한 개념으로, 리더가 섬김의 자세를 통해 조직의 목적을 달성하고 구성원들의 자율성과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강조하고, 핵심 가치로는 공감, 경청, 헌신, 공동체 의식, 비전 제시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리더십의 기원이 어디서부터 온 것인지 알려주는 원초적인 리더십을 전해주는 이야기가 있다. 지혜와 진리를 구하러 헬라인들이 예수를 찾아온 적이 있었다. 그들은 예수의 소문을 듣고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가는 길이 참된 의미 있는 삶인지 답을 얻고자 찾아온 것이었다. 헬라인다운 발상이었다.
마침 그 시점이 예수가 예루살렘을 최후로 방문해 곧 자신의 죽음이 임박한 사실을 제자들에게 거듭하여 밝혔을 때였다. 이때에 예수는 인류사에 오래도록 기억할 유명한 말을 남겼다. “내가 진리를 구하는 너희에게 진정으로 말한다. 참된 의미 있는 삶이란 마치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 것과 같다”
요즘 우리 사회를 혼란하게 하는 많은 사회 문제들이 국민들을 매우 실망시키거나 피로하게 만들고 있다. 그 원인을 깊게 들여다보면 거기에 인간의 본성이자 욕망을 읽게 된다. 예수가 말하는 자기를 희생시켜 많은 이웃을 유익하게 하는 섬김형 리더십을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가장 걱정하고 불편하게 여기는 정치권에서 이런 일을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권력을 장악해 최고의 권한을 부여받아 국정을 운영하고자 하는 당연한 정치적 속성을 몰라서 하는 말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섬김의 리더십을 보기 어렵다는 말이다.
의료계의 투쟁도 이해는 가지만 대화의 자리에 나와서 서로의 간극을 해결하려는 섬김의 리더십을 볼 수가 없어 답답하다. 언제까지 국민의 건강과 보건을 담보로 이런 행태를 끌고 갈 것인지 국민은 최고 지성인들에게 실망하고 피로감을 심하게 겪고 있다.
시대의 흐름을 알고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는 기업들도 경제적 이윤을 창출할 수만 있다면 어떤 일도 서슴없이 행하는 결과를 보여준다. 외국에서 찾아온 이주 노동자들이 가장 열악한 노동의 현장에서 안전사고로 한 줌의 재로 사라지는 현장을 목격할 때마다 기업의 윤리를 질타할 수밖에 없다. 기업의 속성상 섬김의 리더십을 발휘할 순 없는 것인가.
섬김의 리더십을 기업 운영에 적용해 세계적 기업으로 발돋움한 기업이 있다. 스타벅스의 전 CEO 하워드 슐츠(Howard Schultz)는 섬김형 리더십의 대표적인 예로 자주 언급되고 있다. 그는 직원들을 ‘파트너’라고 부르며, 그들의 복지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 직원들에게 주식 옵션과 건강 보험을 제공하며, 더 나은 근무 환경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직원들이 회사의 성공에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섬김형 리더십에서 나온 것이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리더십 철학은 직원들을 우선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 CEO 허브 켈러허(Herb Kelleher)는 직원들이 회사의 가장 큰 자산이라고 강조하며, 그들의 복지와 업무 환경을 개선하는 데 주력했다. 회사는 직원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하고, 그들의 피드백을 적극 반영하여 조직 문화를 형성했다. 이러한 리더십 스타일은 고객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결과적으로 회사의 성공에 기여했다.
파타고니아(Patagonia)의 창립자 이본 쉬나드(Yvon Chouinard)는 섬김형 리더십을 실천하는 경영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회사의 이익보다 환경 보호와 직원들의 삶의 질을 우선시하며, 모든 의사결정에서 직원들의 의견을 존중한다. 예를 들어, 직원들이 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유연한 근무 환경을 제공하며, 회사의 수익 일부를 환경 보호 활동에 기부하는 등 직원들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지금이야말로 섬김형 리더십을 보여주는 정치인, 의료인, 경제인들을 보고 싶다. 한 알의 밀로 썩어서 언젠가는 많은 열매를 거두는 실화를 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