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장협 ‘푸른날개합창단’ 김향순 단장에게 듣는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우러지는 세상 만들기 위해 사회적 책임 다하겠습니다”
▲ 김향순 한국장애문화예술인협회 회장 & 푸른날개합창단 단장
푸른날개합창단 김향순 단장은 청각·시각·지적·발달·지체 장애인들이 세상 밖으로 나와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당당하고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힘과 용기를 주기 위해 지난 2017년 12월 ‘푸른날개합창단’을 창단했다. 11일 오후 평택 미디어센터에서 김 단장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호에 이어 ▶한국장애문화예술인협회 출범 및 향후 계획 ▶기뻤던 일과 기억에 남는 일 ▶장애인문화예술 방향성 ▶처음 시도한 ‘기방 대소동’ 음악극 ▶단원과 시민에게 하고 싶은 말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2회에 걸쳐 보도한다. <편집자 말>
■ 김향순 단장 “장애인 문화·예술 활동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 최근 한국장애문화예술인협회(이하 한장협)를 출범했는데, 출범 이유와 어떤 일들을 하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한장협은 ‘장애인의 문화예술 활동 활성화’를 통해 장애인문화예술 분야 발전에 기여하고, 장애인의 문화·예술적 소질 발굴과 양성을 위해 올해 6월 3일 창립했습니다. 산하 단체에는 푸른날개합창단, 직업전문예술단(중창단, 합창단), 반고흐의 제자들, 한빛예술단이 있습니다.
산하 단체인 ‘반고흐의 제자들’은 장애인 직업전문예술인들 7명에게 취업을 연계하고, 그들이 마음 놓고 미술작품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특히 세계적인 핑거페인팅 작가인 구구킴을 초대해 신예작가들의 미래를 열어주는 첫 퍼포먼스를 가졌으며, 부모들과 신예작가들 모두가 만족하면서 스스로의 성장을 꿈꾸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장애인분들 중에는 문화·예술 활동을 좋아하고 소질이 있는 분들이 많이 계시지만 대부분 동아리 활동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에서 문화·예술 분야에 소질이 있고 많은 관심을 가진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문화·예술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다양한 프로그램과 사업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또한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문화적 권리를 확보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소통할 수 있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사회적 책임을 다해 나갈 생각입니다.
▲ 푸른날개합창단 공연 모습
- 그동안 장애인들의 문화·예술 향유 기회 확대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는데, 생각하고 있는 장애인문화예술에 대한 방향성을 듣고 싶습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대체적으로 장애인들의 문화·예술 활동은 동호회 형태가 많습니다. 지자체, 경기도, 중앙정부에서는 장애인들이 요구하는 것에 대해 예산을 줄 뿐이지 정작 장애인들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이 즐겁고, 어떻게 즐기고 있는지 잘 모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장애인들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시민들의 자발적인 자원봉사 지원을 받고 있는지?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최근에는 자원봉사라는 단어가 무색할 만큼 변질되어 자원봉사 후 대가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이 생긴 것 같습니다. 그동안 제 사비를 쓰면서 무보수로 장애인들을 위해 일을 하고 있는데, 이러한 이유로 자원봉사자를 활용했다가 상처를 받는 일도 많았습니다. 개인적인 바람이지만 보수를 바라는 것보다는 장애인들과 함께 소통하면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벽을 없애는 봉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진정한 나눔과 봉사를 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무엇이 필요한지 보아야 합니다. 제가 푸른날개합창단을 창단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문화·예술에 대한 욕구와 바람이 많은 장애인들의 행복 지수는 물론 자존감을 높일 수 있도록 문화 복지는 반드시 필요하고, 앞으로 장애인 문화 복지 인프라를 확장해 나가야 합니다. 저는 앞으로도 문화·예술을 복지와 나눔의 개념으로 보면서 그들이 행복해지고,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도록 순수하게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 호평을 받은 ‘기방 대소동’
- 장애인합창단을 운영하면서 기뻤던 일과 기억에 남는 일은?
합창단을 8년 동안 운영하면서 창단 당시 어렸던 아이들이 이제는 고등학생, 대학생이 되면서 취업 문제가 눈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한장협을 설립하여 성인이 된 단원들의 취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10명 정도가 취업이 되어 기쁩니다. 다만 장애인 의무고용을 통해 취업하다 보니 지속적으로 급여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개인적인 바람이지만 장애인들이 자기 스스로 열심히 일하고 스스로 노력하면서 문화예술을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최저임금이라도 받을 수 있도록 사회적 여건이 마련됐으면 합니다.
그리고 6월 27일 평택시장애인회관에서 치러진 푸른날개합창단 여성 단원의 결혼식은 저에게 감동이었습니다. 저를 비롯해 모든 합창단 단원들과 후원회가 결혼식을 준비해 신랑과 신부가 함께 만들어 갈 미래를 축복했습니다.
- 장애인합창단이 처음으로 시도한 ‘기방 대소동’ 음악극을 소개해 주십시오.
‘기방 대소동’은 조선시대 기방에서 벌어지는 일을 코믹하고 따뜻하게 그린 작품입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기방 대소동’은 단원들이 1년간 열심히 연습한 자신들만의 작품입니다. 단원들의 열정으로 극의 완성도를 높였으며, 특히 전맹 단원이 4명 참여했고, 시각장애인 가수 오하라와 청각장애인 아티스트 임영수의 콜라보 연주가 돋보였습니다.
순수 장애인들이 만든 작품인 만큼 공연의 퀄리티로만 보면 다소 부족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단원들의 노력과 땀이 담긴 작품인 만큼 아름다운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무대에 서 있는 장애인들이 행복한 표정으로 연기하고 노래하는 모습은 장애인 단원뿐만 아니라 저에게도 희망이었습니다.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신 평택시와 평택시문화재단에 감사드리고, 공연을 관람하면서 많은 박수와 응원을 해주신 시민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올해에는 좀 더 탄탄한 대본과 연출을 통해 11월 1일 저녁 7시 평택남부문예회관에서 <혼례대소동>으로 시민과 만날 계획입니다.
- 푸른날개합창단 단원들과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앞으로도 단원들과 더 가까이 소통할 수 있는 단장이 될 것이며, 단원들의 마음을 안아주는 사람, 때로는 친구처럼, 엄마처럼, 부모처럼, 스승처럼 함께 하면서 단원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장애인 단원들의 미래를 모두 책임질 수는 없겠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어른으로서 장애인들이 지역사회, 정부, 나라에 대한 비관을 갖지 않을 수 있도록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 싶으며, 함께하는 사람이 있다는 믿음을 주고 싶습니다.
시민 여러분들께서 푸른날개합창단의 미래를 위해 많은 관심과 사랑을 주신다면 더 좋은 합창단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운영이 잠시 중단되었던 푸른날개합창단 후원회가 조만간 다시 활동합니다. 지역사회 다양한 분야의 리더들을 중심으로 푸른날개합창단 후원회(회장 황춘미)가 든든한 지원군으로 나서주셨습니다.
시민 여러분들께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함께 후원해 주신다면 우리 지역의 장애인들이 문화와 예술을 통해 희망을 노래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김다솔 기자 ptlnews@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