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6-19(수)
 


조하식 수필가.jpg
조하식 수필가·시조시인, Ph.D.

어려운 과학책을 어찌 독파할 수 있을까? 이필렬 교수에 따르면, 과학이란 근대에 들어 형성되고 발달해온 순수 학문으로써, 과학적 지식뿐만 아니라 자연을 이용하기 위한 기술까지 포함한다. 과학책의 유형은 과학 해설서, 과학 역사서, 과학의 사회학적 접근서, 과학 비판서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책들을 읽는 방법이 따로 있지는 않다. 특별히 관심이 가는 책 가운데 과학의 이해에 도움을 주는 것이면 된다. 다만 과학책은 정독을 통해 접근하는 것이 좋다. 현대사회를 알기 위해서는 과학 전반에 대한 소양과 실생활에 유용한 기술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은 우리가 접하는 과학이란 학문은 17세기 무렵 서양에서 형성되었다. 가설이나 이론을 증명하기 위하여 실험을 거쳤고, 자연을 대상화했으며, 자연법칙의 탐구를 위해 도구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예컨대 아리스토텔레스의 가르침이 옳은 것인지를 피사의 사탑에서 실험했거니와 베이컨이 말한 아는 게 힘이라는 기치를 걸고 망원경이며 기압계가 등장한 터였다. 다종다양한 양상으로 인간사회의 변화를 주도한 것이 과학이다.


현대과학 이전에 있었던 과학의 형태는 어떠했을까? 지금처럼 정리된 책자는 없었으나 그래도 천체의 움직임에 따른 궁금증은 실로 대단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과학원리에 관한 해설서가 필요한 건 그래서다.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을 안 다음에는 과학의 발달 과정을 역사적으로 서술한 과학 역사서를 읽어야 한다. 그다음은 과학기술이 사회적으로 어떻게 작용하고 얼마큼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펴보기 위한 과학의 사회학적 접근이 있어야 하며, 여태껏 과학이 일으킨 문제점들을 규명한 과학 비판서까지 두루 살펴보라는 것이 저자의 권고다. 그중에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와 같이 대중의 인기를 모은 책도 있고, 스티븐 호킹의 『짧은 시간의 역사』와 같이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오른 책도 있지만, 정작 중요한 바는 과학기술에 대한 안목을 길러 독자 나름대로 비판적 시각을 갖추는 일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접하며 원자력발전의 기본원리를 아는 것과 모르는 건 천양지차의 반응을 보일 수 있어서다. 다만 필자는 과학 자체를 두고 기계적·환원주의적으로 비판하는 접근 방식에는 동조하지 않는다.

 

세상사는 이야기.JPG

▲ 평택시 중앙동 일대에 피어난 만수국 꽃무리

 

문외한의 입장에서 보아도 그동안 과학계에서 이룬 성과물은 학자들의 엄청난 업적인 동시에 인류문화의 산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원칙적으로 인간사회의 비과학적 요소들을 근원적으로 파고드는 데는 찬동하지만, 과학적으로 설득하지도 못하면서 우주의 원리 자체를 부정하는 시도에는 단호히 선을 긋는다. 현대인의 기초적 소양에 필요한 내용일수록 분야와는 무관하게 세심한 주의를 요한다는 생각에서다. 비근한 예로써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를 대충 읽어서도 이해할 영재는 극히 드물 터일진대, 빛의 속도는 일정한데 시간의 길이가 움직이는 물체의 속도에 따라 다르고, 길이는 줄어들 수 있으며, 질량과 에너지가 등가라는 특수상대성 원리에 덧붙여, 중력장, 중력과 가속도의 등가성, 휘어진 공간 등을 설명하는 일반상대성 원리까지 버무려 다룬다면 설렁설렁 읽어서 이해할 수 있겠느냐는 반문이다. 그러므로 추천할 책이라면 찰스 길리스피의 『객관성의 칼날: 과학사상의 역사에 관한 에세이』와 더불어 하이젠베르크의 자서전 『부분과 전체』에 더해, 레이철 가슨이 과학기술 결과를 비판한 『침묵의 봄』을 권한다.


그 외에는 저마다의 취향에 따르되, 아래 소개하는 지은이의 회고담 ‘나의 과학책 읽기’는 참조할 만하다. 독일 유학을 다녀온 저자가 과학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한 때는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였다. 처음에는 주로 과학 역사서와 과학자 전기를 읽다가 과학 해설서와 비판서로 넘어갔는데, 기억에 남는 저서는 조지 가모프의 『물리학을 뒤흔든 30년』, 허버트 버터필드의 『근대과학의 기원』, 제레미 번스타인의 『이인슈타인-학문·생애·사상-』 등이었다. 첫 책은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의 형성기를 서술했고, 둘째는 17세기 근대과학의 혁명을 역사적으로 기술했으며, 셋째는 저자가 처음 접한 인물평전이어서 기록해 두었다는 얘기다. 필자의 눈에 들어온 구절은 하이젠베르크가 플라톤의 대화편에서 ‘티마이오스’의 영향을 깊게 받은 대목이다. 이후 지은이는 과학자들의 전기를 꽤 찾아 읽어가며 그들의 고뇌에 찬 탐구 과정을 통해 과학자의 지평을 여는 데 적잖을 도움을 받게 된다. 과학 비판서 중에는 프리초프 카프라의 『현대물리학과 동양사상』이 인상적이었으나, 여전히 과학도에게도 과학 세계는 무거운 과제다.

 

 

■ 프로필


- 고교생에게 국어와 문학을 가르치며 ‘수필집·시조집·기행집’ 등을 펴냈습니다.

- 퇴임 후 기고활동을 이어가면서 기독교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았습니다.

- 블로그 “조하식의 즐거운 집” http://blog.naver.com/johash을 운영합니다.

- 정론지 <평택자치신문>에 “세상사는 이야기”를 15년째 연재하는 중입니다.


※ 다음호(725호)에는 ‘효과적 독서의 요건 - 사회운동 콕 짚어내기’가 이어집니다. 


태그

전체댓글 0

  • 03385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세상사는 이야기] 효과적 독서의 요건 ‘과학의 세계로 빠지기’ (10회)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