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10-05(일)
 


김만제 증명사진.png
김만제 평택자연연구소 소장

배다리생태공원 자작나무숲의 한여름 밤, 땅속에서 오랜 기다림을 마친 매미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털매미를 시작으로 애매미, 그리고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중부권에서도 자주 관찰되는 말매미까지. 짧게는 한 주, 길게는 한 달 남짓한 짧은 생을 시작하는 이들의 울음은 숲의 여름을 알리는 동시에 생태계의 건강을 보여주는 신호다.


매미는 단지 ‘시끄러운 곤충’이 아니다. 수년간 흙 속에서 지낸 뒤 지상으로 올라와 울음으로 짝을 찾고, 종족을 보존한 뒤 생을 마감한다. 이 과정은 생명의 신비로움과 자연의 순환을 알려 주는 살아 있는 교과서다. 야간 생태교실에 아이와 함께 참여한 한 초등학생 학부모는 “아이와 함께 매미의 우화 과정을 끝까지 지켜본 건 처음이에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생명의 순환을 함께 바라본 경험은 잊지 못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배다리 자작나무숲은 시민과 아이들이 자연과 가까워질 수 있는 생태교육의 훌륭한 장이다. 여름날, 매미의 울음에 귀 기울이면 평소 보이지 않던 자연의 목소리가 더욱 가까이 들려올 것이다.


1. 배다리 자작나무숲, 생명의 신비

 

평택의 자연1.jpg

배다리 자작나무숲에서 매미를 관찰 중인 참가자들(2025.7.30 배다리마을숲)

 

배다리 자작나무숲은 낮에는 매미의 구애 소리로 가득하지만, 여름밤이 되면 새로운 생명의 무대가 펼쳐진다. 최근 이곳에서 진행된 야간 생태교실을 통해 애매미, 말매미 등 적지 않은 수의 매미 우화가 확인되었다. 흙 속에서 수년간 자란 매미들이 지상으로 올라와 껍질을 벗고 생애 첫 비행과 울음을 준비하는 과정을 어린이 가족들과 함께 지켜볼 수 있었다.


2. 생명의 시간표를 따른 매미의 우화

 

평택의 자연2.jpg

앞다리를 이용해 흙을 파헤치며 지면에 올라온 말매미 굼벵이(2025.8.1 배다리마을숲)

 

땅속에서 성충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은 매우 흥미롭고 감동적인 순간이다. 매미는 알에서 깨어난 후 곧바로 땅속으로 들어가 애벌레 상태로 나무뿌리의 수액을 먹으며 살아간다. 이후 성숙 유충이 되면 땅속에서 위로 이동을 시작한다. 크고 튼튼한 앞다리를 이용해 굳은 흙을 파헤치며 지면 위로 올라온 뒤, 나무를 타고 올라가 적당한 자리에 몸을 고정한 후 우화를 시작한다.


3. 생태 감수성을 깨우는 매미 우화

 

평택의 자연3.jpg

배다리 자작나무숲에서 우화 중인 말매미(2025.7.12. 배다리마을숲)

 

지난 7월 30일, 어린이 가족과 함께한 매미 생태교실은 단순한 생물 관찰을 넘어, 지역 생태 전환 교육의 가능성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실제로 참여한 한 어린이는 “처음으로 매미가 껍질을 벗는 걸 봤다”며 “책에서만 보던 장면이 눈앞에서 일어나 마법 같았다”고 전했다. 아이들이 직접 생명을 만나는 체험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생태 감수성 교육임을 확인한 자리였다.


4. 기후위기 시대, 매미의 울음

 

평택의 자연4.jpg

날개가 돋기 위해 자작나무를 기어오르는 말매미 유충(2025.8.1 배다리마을숲)

 

최근 몇 년 사이 매미의 우화 시기가 앞당겨지고, 울음 주기나 지역 분포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과 도심의 열섬 현상 등 기후환경 변화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배다리 자작나무숲처럼 도심 속 작은 생태계는 이러한 변화의 최전선에 있으며, 매미의 울음을 통해 자연이 보내는 위기의 메시지에 더욱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5. 기후변화 생물지표종, 말매미

 

평택의 자연5.jpg

자작나무 위에서 탈피 후 날개를 말리는 말매미(2025.7.12 배다리마을숲)

 

크기와 울음소리에서 으뜸인 말매미는 환경부에서 지정한 기후변화 생물지표종 중 하나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활동 시기와 서식지 변화 등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종으로, 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조사와 관리가 필요한 생물로 분류된다. 특히 도시화와 기후변화로 인한 개체 수 증가가 소음 발생으로 이어져, 도시 생활에 큰 불편을 초래하기도 한다.


6. 소음이 아니라 생태계의 신호탄

 

평택의 자연6.jpg

무리의 합창으로 시끄러운 곤충으로 널리 알려진 말매미(2013.8.31)

 

매미의 울음소리는 종과 생태 정보, 시간대에 따라 소리의 크기와 주파수가 다르다. 특히 덩치가 큰 말매미 여러 마리의 합창 소리는 약 80dB(데시벨)로, 지하철이 역사로 들어올 때의 소음 수준과 비슷하다. 그러나 이들을 단순히 ‘시끄러운 곤충’으로만 볼 수는 없다. 매미는 도시의 생물다양성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생물지표종으로, 출현 시기나 개체 수의 변화는 생태계의 이상 신호를 알려 주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7. 도시 생태계의 적응자

 

평택의 자연7.jpg

배다리생태공원 최고의 적응력을 보이는 물까치(2023.1.6 배다리산책로)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배다리 생태계 모니터링을 통해, 도심 환경에 잘 적응해 가는 여러 사례를 정리하고 있다. 직박구리와 물까치, 아시아실잠자리, 넓적배사마귀가 그러하듯 말매미 또한 배다리 전역에서 잘 적응한 종이다. 이는 한편으로 도시화에 잘 적응한 일부 생물종만 살아남는 편중된 생태계를 보여주며, 전체 생물다양성이 위협받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암시하고 있다.


8. 배다리 자작나무숲에서 만나는 매미

 

평택의 자연8.jpg

마을숲에서 말매미와 함께 떼창으로 존재감을 나타내는 쓰름매미(2006.8.19)

 

배다리생태공원에는 자작나무가 무리를 이루어 자리를 잡은 곳이 두 군데 있다. 그중 배다리도서관 뒤쪽의 자작나무숲에서 출현한 여러 종의 매미가 생태공원 전역을 울림으로 채우고 있다. 지난 7월 4일부터 8월 3일까지 야간 탐사를 통해 확인된 매미는 털매미, 애매미, 말매미가 주종을 이루며, 유입된 참매미와 무리를 지어 함께 떼창하는 쓰름매미도 모습을 드러냈다.


9. 배다리 자작나무숲 출신의 매미들 

 

평택의 자연9.jpg

리기다소나무 수피에서 우화한 애매미의 탈피각들(2025.8.2 배다리마을숲)

 

첫 털매미의 우화가 시작된 지난 7월 4일부터 8월 2일까지 한 달 동안, 배다리 자작나무숲에서 날개가 돋은 매미의 탈피각 수는 모두 179개였다. 이 중 애매미의 탈피각이 107개(60%)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이어 말매미는 54개(30%), 가장 일찍 출현한 털매미는 18개(10%)로 확인되었다. 탈피각은 아니지만, 참매미 1개체와 쓰름매미 다수도 자작나무숲에서 만날 수 있었다.


10. 자작나무숲에서 본 매미의 시간표

 

평택의 자연10.jpg

지난 7월 4일, 마을숲에서 제일 먼저 출현한 털매미(2025.7.4 배다리마을숲)

 

여름과 연관된 곤충은 수없이 많지만, 매미만큼 여름을 대표하는 친구는 없다. 한 달 동안 배다리 자작나무숲에서 눈으로 확인한 매미의 출현 시간표는 종 수가 많지 않아 비교적 쉽게 정리할 수 있었다. 7월 4일 가장 먼저 출현한 털매미는 울음소리 또한 빨리 시작되었고, 그 뒤를 말매미와 애매미가 따랐다. 이 가운데 애매미가 말매미보다 숲 전역에서 더 높은 출현 빈도를 보였다.


태그

전체댓글 0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김만제의 평택의 자연] 배다리 자작나무숲에서 본 매미의 시간표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