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10-03(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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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하식 수필가·시조시인, Ph.D.

이들의 세 치 혀는 이후에도 날카로운 공방을 벌인다. 욥이 소발에게, “전능자가 누구이기에 우리가 섬기며 우리가 그에게 기도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하는구나 누가 능히 그의 면전에서 그의 길을 알려 주며 누가 그의 소행을 보응하랴”(욥 21:15; 31)라고 반격을 가하자, 엘리바스는 이를 받아, “사람이 어찌 하나님께 유익하게 하겠느냐 지혜로운 자도 자기에게 유익할 따름이니라 네 악이 크지 아니하냐 네 죄악이 끝이 없느니라”(욥 22:2; 5)라는 말로 결정타를 날린다.


이에 질세라 욥은, “내가 어찌하면 하나님을 발견하고 그의 처소에 나아가랴 그가 큰 권능을 가지시고 나와 더불어 다투시겠느냐 아니로다 도리어 내 말을 들으시리라”(욥 23:3; 6)라고 하지만 그도 사람이기에 또다시, “어찌하여 전능자는 때를 정해 놓지 아니하셨는고 그를 아는 자들이 그의 날을 보지 못하는고”(욥 24:1)라는 읍소에 이어, “거기서는 정직한 자가 그와 변론할 수 있은즉 내가 심판자에게서 영원히 벗어나리라 그런데 내가 앞으로 가도 그가 아니 계시고 뒤로 가도 보이지 아니하며 그가 왼쪽에서 일하시나 내가 만날 수 없고 그가 오른쪽으로 돌이키시나 뵈올 수 없구나 그러나 내가 가는 길을 그가 아시나니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순금같이 되어 나오리라”(욥 23:7-10)라고 담담히 고백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빌닷이라고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그런즉 하나님 앞에서 사람이 어찌 의롭다 하며 여자에게서 난 자가 어찌 깨끗하다 하랴 하물며 구더기 같은 사람, 벌레 같은 인생이랴”(욥 25:4; 6)라는 말에 대해 욥은 화제를 바꿔, “그는 북쪽을 허공에 펴시며 땅을 아무것도 없는 곳에 매다시며 물을 빽빽한 구름에 싸시나 그 밑의 구름이 찢어지지 아니하느니라 그는 보름달을 가리시고 자기의 구름을 그 위에 펴시며 수면에 경계를 그으시니 빛과 어둠이 함께 끝나는 곳이니라”(욥 26:7-10)라고 창조세계의 비밀을 펼치기 시작한다.


그 뒤 욥의 현란한 입술은 풍자적으로, “나는 결코 너희를 옳다 하지 아니하겠고 내가 죽기 전에는 나의 온전함을 버리지 아니할 것이라 내가 내 공의를 굳게 잡고 놓지 아니하리니 내 마음이 나의 생애를 비웃지 아니하리라”(욥 27: 5-6)라는 최상의 비유를 든다. “깊은 물이 이르기를 내 속에 있지 아니하다 하며 바다가 이르기를 나와 함께 있지 아니하다 하느니라”(욥 28:14)라는 표현이 그것이다. 이는 결국, “하나님이 그 길을 아시며 있는 곳을 아시나니 이는 그가 땅끝까지 감찰하시며 온 천하를 살피시며 바람의 무게를 정하시며 물의 분량을 정하시며 비 내리는 법칙을 정하시고 비구름의 길과 우레의 법칙을 만드셨음이라 그때에 그가 보시고 선포하시며 굳게 세우시며 탐구하셨고 또 사람에게 말씀하셨도다 보라 주를 경외함이 지혜요 악을 떠남이 명철이니라”(욥 28:23-28)라는 창조 사역의 섭리로 귀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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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락산과 덕암산 아랫마을에 피어난 꽃무리

 

말씀의 진수를 깨닫고 난 뒤 욥의 직유는, “나는 지난 세월과 하나님이 나를 보호하시던 때가 다시 오기를 원하노라 그 때에는 전능자가 아직도 나와 함께 계셨으며 나의 젊은이들이 나를 둘러 있었으며 내가 의를 옷으로 삼아 입었으며 나의 정의는 겉옷과 모자 같았느니라”(욥29:2; 5; 14)라는 축복의 회고담이었다. 그에 따라, “이제는 그들이 나를 노래로 조롱하며 내가 그들의 놀림거리가 되었으며 그들이 나를 미워하여 멀리하고 서슴지 않고 내 얼굴에 침을 뱉는도다”(욥 30:9-10)라는 멸시를 감내하면서, “주께서 돌이켜 내게 잔혹하게 하시고 힘 있는 손으로 나를 대적하시나이다 내가 아나이다 주께서 나를 죽게 하사 모든 생물을 위하여 정한 집으로 돌려보내시리이다”(욥 30:21; 23)라는 깊이의 깨달음을 얻는다.


이제 욥에게 남은 소망은, “하나님께서 나를 공평한 저울에 달아보시고 그가 나의 온전함을 아시기를 바라노라 내가 언제 다른 사람처럼 내 악행을 숨긴 일이 있거나 나의 죄악을 나의 품에 감추었으며 나는 하나님의 재앙을 심히 두려워하고 그의 위엄으로 말미암아 그런 일을 할 수 없느니라”(욥 31: 6; 33; 23)라는 간구로 옮겨간다. 급기야 욥의 포효는, “만일 내 밭이 나를 향하여 부르짖고 밭이랑이 함께 울었다면 만일 내가 값을 내지 않고 그 소출을 먹고 그 소유주가 생명을 잃게 하였다면 밀 대신에 가시나무가 나고 보리 대신에 독보리가 나는 것이 마땅하니라”(욥 31:38-40)라는 진술을 쏟아내고서야 그친다.



■ 프로필


- 기고활동을 이어가며 산문집·시조집·기행집 등을 펴냈습니다.

- 교직 퇴임 후 기독교철학 분야와 문화교양학을 공부했습니다.

- 블로그 ‘조하식의 즐거운 집’ https://blog.naver.com/johash

- 본지에 “세상사는 이야기” 코너를 16년째 연재하고 있습니다.


※ 다음호(775호)에는 ‘「욥기」의 주제의식 - 설전을 잠재운 엘리후’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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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욥기」의 주제의식 ‘의롭지 아니한 말다툼’ (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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