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 친구의 전방위적인 공격 일변도에 욥은 일단, “나의 괴로움을 달아 보며 나의 파멸을 저울 위에 모두 놓을 수 있다면 바다의 모래보다도 무거울 것이라 그러므로 나의 말이 경솔하였구나”(욥 6:2-3), “진실로 내가 이 일이 그런 줄을 알거니와 인생이 어찌 하나님 앞에 의로우랴”(욥 9:2)라는 말로 자신을 돌아보면서도, “전능자의 화살이 내게 박히매 나의 영이 그 독을 마셨나니 하나님의 두려움이 나를 엄습하여 치는구나”(욥 6:4), “나의 간구를 누가 들어줄 것이며 나의 소원을 하나님이 허락하시랴”(욥 6:8)라고 하며 한결 다소곳해진다.
그러니 울부짖는 욥의, “그가 폭풍으로 나를 치시고 까닭 없이 내 상처를 깊게 하시며”(욥 9:17)라는 말이나, “갑자기 재난이 닥쳐 죽을지라도 무죄한 자의 절망도 그가 비웃으시리라”(욥 9:23)라는 절규를 접해도, “나는 온전하다마는 내가 나를 돌아보지 아니하고 내 생명을 천히 여기는구나”(욥 9:21)라는 원망으로 이어져, “내가 하나님께 아뢰오리니 나를 정죄하지 마시옵고 무슨 까닭으로 나와 더불어 변론하시는지 내게 알게 하옵소서 주께서 주의 손으로 지으신 것을 학대하시며 멸시하시고 악인의 꾀에 빛을 비추시기를 선히 여기시나이까”(욥 10:2-3)라는 항의성 반문이 이해가 간다.
따라서, “주의 손으로 나를 빚으셨으며 만드셨는데 이제 나를 멸하시나이다 기억하옵소서 주께서 내 몸 지으시기를 흙을 뭉치듯 하셨거늘 다시 나를 티끌로 돌려보내려 하시나이까 주께서 나를 태에서 나오게 하셨음은 어찌함이니이까 그렇지 아니하셨더라면 내가 기운이 끊어져 아무 눈에도 보이지 아니하였을 것이라”(욥 10:8-9; 18)라는 항변이 가슴에 와 닿거니와, “내게 가르쳐서 나의 허물된 것을 깨닫게 하라 내가 잠잠하리라 옳은 말이 어찌 그리 고통스러운고, 너희의 책망은 무엇을 책망함이냐”(욥 6:24-25)라는 말대꾸나, “너희는 고아를 제비 뽑으며 너희 친구를 팔아넘기는구나 이제 원하건대 너희는 내게로 얼굴을 돌리라 내가 너희를 대면하여 결코 거짓말하지 아니하리라”(욥 6:27-28)라는 원망과 다짐을 한낱 일개인의 의(욥 6:29-30)에 불과하다며 외면할 수는 없지 않은가?.
▲ 부락산과 덕암산 아랫마을에 피어난 꽃무리
하지만 욥은 곧바로 “그러할지라도 내가 오히려 위로를 받고 그칠 줄 모르는 고통 가운데서도 기뻐하는 것은 내가 거룩하신 이의 말씀을 거역하지 아니하였음이라”(욥 6:10)라고 바짝 엎드리며, “내가 무슨 기력이 있기에 기다리겠느냐 내 마지막이 어떠하겠기에 그저 참겠느냐”(욥 6:11)라는 말로 솔직한 심정을 토로한다. 그도 그럴 것이, “내 살에는 구더기와 흙 덩이가 의복처럼 입혀졌고 내 피부는 굳어졌다가 터지는구나”(욥 7:5), “내가 생명을 싫어하고 영원히 살기를 원하지 아니하오니 나를 놓으소서 내 날은 헛것이니이다”(욥 7:16)라는 절망과 절규를 접하며 다수는 욥이 짊어진 질고를 얼마큼 이해할 수 있을지 여전히 미지수일 뿐이다.
그 와중에 그는, “너희만 참으로 백성이로구나 너희가 죽으면 지혜도 죽겠구나”(욥 12:2)라고 반박하며, “너희 아는 것을 나도 아노니 너희만 못하지 않으니라 참으로 나는 전능자에게 말씀하려 하며 하나님과 변론하려 하노라 너희는 거짓말을 지어내는 자요 다 쓸모없는 의원이니라”(욥 13: 2-4)라는 말로 이어진다. 그는 작정한 듯, “나의 죄악이 얼마나 많으니이까 나의 허물과 죄를 내게 알게 하옵소서 주께서 어찌하여 얼굴을 가리시고 나를 주의 원수로 여기시나이까”(욥 13:23-24), “그의 날을 정하셨고 그의 달 수도 주께 있으므로 그의 규례를 정하여 넘어가지 못하게 하셨사온즉”(욥 14:5), “주께서는 나를 부르시겠고 나는 대답하겠나이다 주께서는 주의 손으로 지으신 것을 기다리시겠나이다”(욥 14:15)라고 항거하기에 이른다.
욥은 비장한 어조로, “헛된 말이 어찌 끝이 있으랴 네가 무엇에 자극을 받아 이같이 대답하는가 무리들은 나를 향하여 입을 크게 벌리며 나를 모욕하여 뺨을 치며 함께 모여 나를 대적하는구나”(욥 16:3; 10)라는 대꾸에 이어, “우리가 흙 속에서 쉴 때에는 희망이 스올의 문으로 내려갈 뿐이니라”(욥 17:16)라는 말로 맞받지만, “내 아내도 내 숨결을 싫어하며 내 허리의 자식들도 나를 가련하게 여기는구나”(욥 19:17), “나의 형제들이 나를 멀리 떠나게 하시니 나를 아는 모든 사람이 내게 낯선 사람이 되었구나”(욥 19:13)라고 되뇌며, “내가 알기에는 나의 대속자가 살아 계시니 마침내 그가 땅 위에 서실 것이라”(욥 19:25)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 프로필
- 기고활동을 이어가며 산문집·시조집·기행집 등을 펴냈습니다.
- 교직 퇴임 후 기독교철학 분야와 문화교양학을 공부했습니다.
- 블로그 ‘조하식의 즐거운 집’ https://blog.naver.com/johash
- 본지에 “세상사는 이야기” 코너를 16년째 연재하고 있습니다.
※ 다음호(774호)에는 ‘「욥기」의 주제의식 - 의롭지 아니한 말다툼’이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