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한국 창작 뮤지컬 ‘어쩌다 해피엔딩’이 뮤지컬계의 최고 권위상인 미국 토니 어워즈에서 무려 6개 부문을 석권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는 단순한 수상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10년간 대학로 소극장에서 관객과 소통하며 끈질기게 무대를 지켜온 이 작품이, 이제는 세계 무대에서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이쯤에서 떠오르는 한 인물이 있다. 고 이어령 교수는 한국인의 국민성 가운데 ‘신명’이라는 독특한 기질을 언급하며, 이 신명이야말로 한국 문화의 힘이라고 역설한 바 있다. 그는 “한국인은 신명나게 하면 더 잘하는 민족”이라며, 이 국민성이 오랜 시간 문화에 녹아 예술적 성취를 이끌어 왔다고 했다. 실제로 우리의 전통놀이, 춤, 노래, 심지어 노동에도 ‘신명’은 빠지지 않는 요소였다. 그리고 이 신명의 문화가 오늘날 세계인의 마음을 흔드는 K-컬처의 저력이 된 것이다.
K-컬처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다. 이는 예술적 창조성과 문화적 정체성, 그리고 세계인과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깊은 감성에서 비롯된 결과다. ‘어쩌다 해피엔딩’의 성공은 우연이 아닌 필연이며, 그 중심에는 바로 한국적 감성과 이야기, 그리고 꾸준한 예술적 도전이 있다. 누구나 공감할 만한 삶의 이야기, 그것을 음악과 연기로 풀어낸 창작자들의 노력은 결국 전 세계인의 공감과 박수를 이끌어냈다.
이번 수상의 의미는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한국 창작뮤지컬의 예술적 가치가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점. 이는 앞으로의 한국 공연예술계에 커다란 가능성을 열어주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둘째, 경제적 파급효과 역시 주목할 만하다. 단순히 문화 콘텐츠로서의 흥행을 넘어서, 국가 이미지 향상과 관련 산업의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
셋째, 국민적 자긍심의 고양이다. 문화의 힘은 보이지 않지만, 그것은 국가 구성원들에게 자부심과 자신감을 안겨주는 가장 강력한 동기부여가 된다.
우리는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K-컬처의 문화적 가치를 세계적으로 입증해 왔다. 문학 분야에서는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고, 영화계에서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거머쥐었다. ‘오징어 게임’은 에미상을 수상하며 K-드라마의 저력을 전 세계에 알렸다. 음악계에서는 BTS가 빌보드 차트를 석권하며 한국 대중음악의 위상을 드높였고, 조수미는 그래미상에서 클래식의 정점을 보여주었다.
체육계에서도 대한민국은 월드컵 11회 연속 본선 진출이라는 대기록과 함께, 우상혁, 신유빈, 이정후 같은 선수들이 세계 무대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 모든 성과는 단순한 개인의 역량을 넘어, 한국 사회 전체가 지닌 잠재력과 문화적 깊이를 상징한다. 그리고 이러한 성취는 앞으로 더 큰 도약을 위한 발판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이제 K-컬처가 세계적인 문화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그것에 머물지 않고, 다음 세대를 위한 문화 예술인의 육성, 스포츠인의 양성, 그리고 창작 생태계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과 응원을 지속해야 한다.
‘어쩌다 해피엔딩’은 결코 ‘어쩌다’ 이룬 일이 아니다. 한국인의 신명이 만들어낸 필연의 결과이며, 그 결과는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또 다른 신명’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제 우리는 그 신명을 믿고, 지켜주고, 함께 춤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문화는 국력이다. 그리고 그 문화의 중심에는, 바로 우리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