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욥이 말할 수 없는 곤경에 처한 그때 그의 세 친구, 곧 데만 사람 엘리바스와 수아 사람 빌닷과 나아마 사람 소발이 그를 위로하려고 날을 잡아 먼길을 달려 와보니(욥 2:11) 눈을 뜨고 쳐다볼 수 만큼 상황은 끔찍했다. “눈을 들어 멀리 보매 그가 욥인 줄 알기 어렵게 되었으므로 그들이 일제히 소리 질러 울며 각각 자기의 겉옷을 찢고 하늘을 향하여 티끌을 날려 자기 머리에 뿌리고 밤낮 칠일 동안 그와 함께 땅에 앉았으나 욥의 고통이 심함을 보므로 그에게 한마디도 말하는 자가 없었더라”(욥 2:12-13)라고 반응한 데까지는 인지상정이었으나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말로는 이루 형용하기 어려운 괴로움에 지친 욥이 먼저 자기의 생일을 저주하며 태를 여신 하나님으로부터 어머니의 자궁을 들먹이고 빛을 주신 하나님까지 소환하면서(욥 3:1-24), “내가 두려워하는 그것이 내게 임하고 내가 무서워하는 그것이 내 몸에 미쳤구나 나에게는 평온도 없고 안일도 없고 휴식도 없고 다만 불안만이 있구나”(욥 3:25-26)라는 장탄식을 늘어놓는다. 약해질 대로 약해진 욥이 다소 수세적인 자세를 취하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세 친구들의 입에서는 그간 그의 위세에 밀려 미처 하지 못했던 말들을 한꺼번에 쏟아놓는다.
이때를 놓칠세라 데만 사람 엘리바스가 맨 먼저 포문을 연다. 네가 싫증을 내면 나 역시 참지 않겠다(욥 4:2)는 말을 시작으로 이전에 너는 여러 사람을 훈계하더니 이제는 어찌 스스로 유약한 모습을 보이느냐며 초장부터 질타를 가한다(욥 4:3-5). 가혹한 채찍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리도 하나님을 경외하고 온전한 소망을 노래하더니 죄 없이 망한 자가 어디 있느냐고 추궁한다(욥 4:6-7). 심지어 악독을 뿌린 자는 창조주의 콧김에 사라질 것인즉 사람이 어찌 여호와 하나님보다 의롭고 깨끗할 수 있느냐고 닦아세운다(욥 4:8-9; 17).
엘리바스의 공격은 이미 친구로서의 금도를 넘고 있었다. “나라면 하나님을 찾겠고 내 일을 하나님께 의탁하리라”(욥 5:8)라는 말에서는 충고를 넘어 비아냥마저 감지된다. 게다가 “하나님은 교활한 자의 계교를 꺾으사 그들의 손이 성공하지 못하게 하시며”(욥 5:12)라는 막말도 모자라, “볼지어다 하나님께 징계받는 자에게는 복이 있나니 그런즉 너는 전능자의 징계를 업신여기지 말지니라”(욥 5:17)라는 훈계에 이어, “볼지어다 우리가 연구한 바가 이와 같으니 너는 들어보라 그러면 네가 알리라”(욥 5:27)라는 직격탄으로 첫 심문을 마친다.
▲ 부락산과 덕암산 아랫마을에 피어난 꽃무리
욥의 대꾸도 만만치 않았으나 다음 장에서 다루기로 하고, 이어진 수아 사람 빌닷의 뼈아픈 충고를 들어보면, “하나님이 어찌 정의를 굽게 하시겠으며 전능하신 이가 어찌 공의를 굽게 하시겠는가 네 자녀들이 주께 죄를 지었으므로 주께서 그들을 그 죄에 버려두셨나니 네가 만일 하나님을 찾으며 전능하신 이에게 간구하고 또 청결하고 정직하면 반드시 너를 돌보시고 네 의로운 처소를 평안하게 하실 것이라”(욥 8:3-6)라고 염장을 지른 데 이어,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욥 8:7)라는 주제 파악조차 안 된 언사로 덧난 상처에 소금을 뿌린다.
나아마 사람 소발의 정죄도 앞의 두 친구에게 뒤지지 않는다. 그는 점잖게, “말이 많으니 어찌 대답이 없으랴 말이 많은 사람이 어찌 의롭다 함을 얻겠느냐”(욥 11:2)라는 입바른 말로 양비론을 들고나오며, “네 말에 의하면 내 도는 정결하고 나는 주께서 보시기에 깨끗하다 하는구나”(욥 11:4)라는 말이거늘, “하나님은 말씀을 내시며 너를 향하여 입을 여시고 지혜의 오묘함으로 네게 보이시기를 원하노니 이는 그의 지식이 광대하심이라 하나님께서 너로 하여금 너의 죄를 잊게 하여 주셨음을 알라”(욥 11:5-6)라고 정곡을 찌른다.
이후 내용은 더욱 가관이다. 엘리바스는 욥을 향해, “네 영이 하나님께 분노를 터뜨리며 네 입을 놀리느냐 사람이 어찌 깨끗하겠느냐 여인에게서 난 자가 어찌 의롭겠느냐 이는 그의 손을 들어 하나님을 대적하며 교만하여 전능자에게 힘을 과시하였음이니라”(욥 15:13-14; 25)라고 했고, 빌닷 또한 이에 질세라, “악인의 빛은 꺼지고 그의 불꽃은 빛나지 않을 것이요 참으로 불의한 자의 집이 이러하고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자의 처소도 이러하니라”(욥 18:5; 21)라고 했으며, 소발은 한술 더 떠, “그가 재물을 삼켰을지라도 토할 것은 하나님이 그의 배에서 도로 나오게 하심이니 그의 가산이 떠나가며 하나님의 진노의 날에 끌려가리라”(욥 20:15, 28)라는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저주를 퍼붓는다.
■ 프로필
- 기고활동을 이어가며 산문집·시조집·기행집 등을 펴냈습니다.
- 교직 퇴임 후 기독교철학 분야와 문화교양학을 공부했습니다.
- 블로그 ‘조하식의 즐거운 집’ https://blog.naver.com/johash
- 본지에 “세상사는 이야기” 코너를 16년째 연재하고 있습니다.
※ 다음호(773호)에는 ‘「욥기」의 주제의식 - 욥이 맞대응한 장면들’이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