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제의 평택의 자연] 우리가 몰랐던 자연의 숨은 조력자 ‘꽃등에’
야생 식물과 농작물 번식 돕는 대체 수분자… 유충은 진딧물 잡아먹어 생태계 건강 유지 기여

호리꽃등에, 꼬마꽃등에, 수중다리꽃등에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등에류는 꿀벌이나 나비보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자연 생태계에서 접하게 되는 종의 수나 빈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꽃등에 무리의 다수는 겉모습을 벌처럼 꾸며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모방 전략’을 몸에 지니고 있다. 배가 길고 홀쭉한 호리꽃등에, 물결무늬에 배가 넓적한 물결넓적꽃등에, 뒷다리 넓적다리가 부풀어 오른 수중다리꽃등에, 두꺼운 알통 같은 허벅지를 지닌 알통다리꽃등에 등 종류도 다양하다. 이들은 꽃 주변을 날아다니며 배를 채우고 꽃가루를 옮긴다.
이처럼 꽃등에는 식물의 수분을 도와주는 중요한 매개자로서 자연 생태계에서 빠질 수 없는 역할을 한다. 특히 꿀벌의 개체 수가 줄어들고 있는 요즘, 꽃등에는 야생 식물과 농작물의 번식을 돕는 대체 수분자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일부 꽃등에의 유충은 진딧물을 잡아먹는 천적 역할도 하여 생태계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1. 떠돌이 파리, ‘호리꽃등에’
▲ 국화과의 두해살이풀인 조뱅이 꽃을 찾은 호리꽃등에(2021.6.5 웃다리문화촌)
호리꽃등에는 몸길이 약 10mm 전후의 작은 꽃등에로, 성충은 꽃에서 꽃으로 날쌔게 날아다니기 때문에 ‘떠돌이파리(hover fly)’라고도 불린다. 가늘고 길쭉한 몸체에 노란색과 검은색 줄무늬가 있어 벌과 비슷한 외형을 가지고 있으며, 유충은 진딧물을 포식하는 천적으로, 진딧물이 군집해 있는 곳에 알을 낳는다. 유럽에서는 진딧물의 생물적 방제를 위한 천적으로 상품화될 정도이다.
2. 작지만 존재감 있는 ‘꼬마꽃등에’
▲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인 서양민들레 꽃을 찾은 꼬마꽃등에(2023.3.19 배다리산책로)
500원 동전 안에 쏙 들어갈 만큼 크기가 작은 ‘꼬마잠자리’, 장수말벌과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크기가 작아 붙여진 이름 ‘꼬마장수말벌’ 등에서 알 수 있듯이, ‘꼬마’는 ‘작은’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꼬마꽃등에’ 또한 몸길이가 8~9mm에 불과해 ‘꼬마꽃등에’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실제로 몸의 길이뿐 아니라 몸통도 가는 편이다.
3. 다리가 부어오른 ‘수중다리꽃등에’
▲ 자두나무 꽃에서 주린 배를 채우는 수중다리꽃등에(2024.4.1 배다리마을숲)
수중다리꽃등에의 ‘수중다리’는 보통 부풀어 오른 다리를 의미한다. ‘수중다리’는 다리가 부어오른 상태를 나타내는 ‘수종다리’와 관련이 있어, 다른 꽃등에에 비해 대퇴부가 굵어 보이는 특징이 있다. 서식지는 꽃이 많은 낮은 야산이나 들판으로, 봄부터 가을까지 쉽게 관찰된다. 유충은 오염된 물속에서 생활하며, 물 밖으로 숨관을 내밀어 호흡한다.
4. 꿀벌을 가장 많이 닮은 ‘꽃등에’
▲ 흰색, 분홍색 등 다양한 꽃색의 과꽃을 찾은 꽃등에(2021.8.14 웃다리문화촌)
꽃등에과에 속한 곤충 중에서 천적의 눈을 피하기 위해 벌과 가장 비슷한 외모를 지닌 종이 있다면, 바로 꽃등에이다. 벌을 닮았지만, 꽃등에는 여느 파리처럼 침이 없어 쏘지 못한다. 그렇지만 꿀벌과 비슷한 외모로 꿀벌과 같은 먹이 활동을 하면서, 독이나 침 같은 결정적인 무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종족을 보존하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파리가 바로 꽃등에인 것이다.
5. 사회성 곤충과 비교되는 ‘꽃등에’
▲ 꼬리조팝나무의 꽃 위에서 주린 배를 채우고 있는 배짧은꽃등에(2021.6.30 배다리마을)
사회성 곤충의 대표 격인 꿀벌에 비해, 꽃등에류는 전혀 다른 생태적 특징을 지니고 있다. 한 마리의 꿀벌이 나오기 위해서는 집단 구성원들의 역할이 구분되고 나름의 과정이 진행되지만, 꽃등에류는 애벌레 시기에 살아남기 위해 진딧물을 사냥해야 하고, 번데기를 만들기 위해 땅속으로 파고들어야 하는 등 사회성 곤충과는 큰 차이가 있다.
6. 아름다운 색의 조합, ‘노랑배수중다리꽃등에’
▲ 노란색과 검은색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색깔의 노랑배수중다리꽃등에(2024.5.8 배다리마을)
노랑배수중다리꽃등에는 꽃등에과에 속하는 곤충으로, 작고 섬세한 몸체와 노란색과 검은색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색깔이 특징이다. 주로 봄부터 가을까지 꽃이 피는 들판이나 정원, 숲 가장자리 등에서 쉽게 발견되며, 꽃 주변을 날아다니며 꿀과 꽃가루를 섭취한다. 노랑배수중다리꽃등에는 수중다리꽃등에보다 배에 노란색 무늬가 더 크게 나타나는 점에서 구별된다.
7. 황금색 줄무늬로 구분하는 ‘물결넓적꽃등에’
▲ 넓적한 배에 줄무늬 중에 앞쪽 줄무늬가 끊어진 물결넓적꽃등에(2021.5.26 웃다리문화촌)
물결넓적꽃등에는 체색이 아름다운 곤충으로, 이름처럼 배의 모양이 넓적하고 배의 줄무늬 중 맨 앞쪽 줄무늬가 끊어진 것이 특징이다. 몸길이는 약 10~14mm이며, 전체적으로 광택이 도는 검은색 또는 갈색 몸체를 가지고 있다. 두드러진 점은 물결무늬가 있는 넓적한 복부와 얼룩무늬의 큰 눈으로, 이 독특한 외형은 포식자를 혼란스럽게 만들어 위장과 방어에 도움이 된다.
8. 물결넓적을 닮은 ‘별넓적꽃등에’
▲ 국화과의 사데풀 꽃에서 꽃가루를 핥아먹는 별넓적꽃등에(2024.10.19 배다리마을)
별넓적꽃등에는 크기가 약 10mm 정도이며, 배에 아름다운 노란색 무늬가 좌우 대칭으로 세 쌍 모두 떨어져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한편, 구분이 쉽지 않은 반월넓적꽃등에의 경우도 노란색 줄무늬가 모두 떨어져 있고, 제3·4배마디에서 넓은 초승달 모양의 무늬를 갖고 있어 별넓적꽃등에와 구별된다. 이들 모두 핥아먹는 혀가 짧고 눈이 크다.
9. 꽃을 가리지 않는 ‘꽃등에’
▲ 두꺼운 허벅지 덕분에 가능한 이름, 알통다리꽃등에(2024.10.13 배다리실개천)
알통다리꽃하늘소, 알통다리하늘소붙이, 알통다리꽃등에 등의 곤충 이름 앞에 붙는 ‘알통다리’는 두꺼운 허벅지 덕분에 붙은 이름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알통처럼 튼튼해 보이는 뒷다리는 이 꽃등에의 가장 두드러진 외형적 특징 중 하나다. 산국, 벌개미취, 갯방풍, 송엽국, 고마리는 물론, 붓들레아와 조팝나무 같은 나무꽃도 즐겨 찾는다.
10. 생태계 건강의 지표, ‘꽃등에’
▲ 건강한 생태계의 지표 중 하나인 어리대모꽃등에(2017.9.23 덕동산마을숲)
꽃등에는 생태계가 안정되고 생물다양성이 잘 유지된 환경에서 더 잘 적응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의 개체 수나 활동 여부는 생태계 건강의 지표로도 활용된다. 이들이 많이 보인다는 것은 그들이 서식하는 지역의 자연환경이 비교적 건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리대모꽃등에도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꽃등에류의 한 종으로, 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