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10-03(금)
 


조하식 수필가.jpg
조하식 수필가·시조시인, Ph.D.

누구나 걷고 싶은 길과 길이 촘촘히 연결된 도시환경이라면 사람들이 모여들지 않을까요? 평소 산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거리에 나서 보면 발길에 걸리는 장애물이 귀찮을 만큼 많다고 느낍니다. 예컨대 울퉁불퉁한 보도블록, 요철이 심한 맨홀 뚜껑, 각종 불법 적치물은 물론 노면 기울기까지 맞지 않아 나이가 들어갈수록 점점 걷기가 힘들어집니다. 사실 노인네들 못지않게 불편한 이들은 유모차를 끄는 엄마들입니다. 이따금 시각장애인이 보도 점자블록을 따라 걸어가거나 휠체어 등 보조 장구를 이용하는 장면을 보노라면 얼마나 불편할까 싶어 내심 미안한 생각이 듭니다. 사정이 이런고로 문제점을 조목조목 정리해 요로에 수차례 건의도 해보고 국민신문고에 민원도 올렸지만, 안타깝게도 즉시는 아니더라도 뒤늦게나마 수용이 되었다는 소식은 없었고, 정책에 반영되는 것 같지도 않았습니다.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올시다.


여태껏 단 한 번도 납부기일을 어기지 않고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 시민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사안들을 시정하는 것이 저출생과 고령화 등 인구감소에 대응하는 정책 중 하나라고 봅니다. 은퇴 후의 삶을 꾸리는 우리 부부의 경우 앞으로 골목길에서 대로변까지 무심코 걸어가도 발길에 걸리는 거 없이 신경 쓰지 않고 기분 좋게 외출할 수 있는 도시를 찾아 이주할 계획을 세우는 중입니다. 국민신문고에 올리는 민원의 제목을 ‘부창부수’라고 정한 것도 공동체 문화 형성에 늘 의기투합하고 있어서랍니다. 자기 자랑 같아서 차마 입으로 거론하기는 좀 그렇지만 평소 준법정신을 통한 질서확립이나 사회의 건전문화 창달 등에도 남다른 관심을 보이며 살아갑니다. 곳곳에 노면이 고르지 않아 자칫 발목을 접질리거나 넘어져 다칠 위험까지 감수해야 한다면 너무 서글프지 않습니까? 설계부터 시공까지 법률 제정이 꼭 필요한 시점입니다.


국내외 여행을 가서도 맨 먼저 체감하는 지점이 바로 이동선입니다. 생활하는 데 가장 민감한 구역이 보행로이기 때문입니다. 건축물의 표고와 보도의 높이가 맞지 않아 생기는 귀책 사유는 건물주에게 있지 않나요? 가게 앞 노면을 보행자에게 맞춘 일본처럼 상가 출입구에 계단을 설치하면 됩니다. 우리나라라고 해서 전부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드나들기 매우 편한 곳이 더 많습니다. 걸을 때 좌우 기울기가 다르면 신체의 균형이 무너질뿐더러 허리에 무리가 감으로써 걷는 데 피로도가 증가합니다. 앞서 지적한 장애인이나 노인분 중에는 위험을 무릅쓰고 차도를 이용하는 바람에 교통사고를 유발하는 상황을 목격하기도 합니다. 특히 손수레를 끌고 갈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보도 위에 방치된 물건들이나 광고대는 재빨리 치워야 합니다.

 

세상사는 이야기.JPG

▲ 신구도시의 경계선에 위치한 서정천변길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요? 먼저 보도블록 ‘시공자의 전문성 제고’를 위해 관련 조례 제정이 절실합니다. 공사장의 전체 공정에 실시간 ‘철저한 관리 감독’을 요구합니다. ‘준공 허가 기준’을 세밀하고 엄격하게 정해야 합니다. 사후관리 차원에서 ‘하자의 수시 보강’을 위한 ‘전담 직원을 배치’해야 합니다. 언론에 보도된 바와 같이 ‘서울 성동구’의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습니다. 직제에 수리보수를 담당하는 상시 체제를 갖추고 즉시 출동하는 영상을 보았습니다. 참고로 필자가 얼마 전 방문한 ‘두바이’의 경우는 세계 최상의 보행 조건을 구비하고 있었습니다. 최고 지도자의 눈높이에 따라 도시 전반을 정교하게 설계하고 정밀시공한 결과물이라고 봅니다. 시민들에게 널리 ‘불편신고 접수를 위한 창구 전화번호’를 반드시 공개해야만 합니다.

 

그에 따른 효능감은 자명합니다. 우선 시민들의 이동권을 보장할 수 있습니다. 거리에 나들이 인파가 북적이면 상가의 매출 신장에 도움이 됩니다. 관광객이 늘어 도시 전체에 활기가 넘칠 것입니다. 매끄러운 가로변에 들어선 건축물에 다채로운 색상을 입히고 형태의 다양성을 가미하면 유럽처럼 볼거리가 생길 것입니다. 우리 인체는 자주 산책을 하면 우울감 해소 등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다 함께 힘을 모아 활기찬 지역사회 분위기를 만들어나갑시다. 걷기 편한 도시는 이제 선택지가 아닌 필수적 과제입니다. 동시에 위험 인자를 줄이는 일에 집중해야 합니다. 미래형 도시정책은 예측 가능한 변수를 제거할 때 상생의 길이 열립니다. 지금은 우리네 도로 사정은 이대로 좋은가에 대하여 숙고할 때입니다. 부디 대충주의라는 고질병을 고쳐나간다면 새로운 걷기의 장이 마련될 것입니다. 오늘도 사람들이 모여드는 도시를 꿈꿔봅니다.



■ 프로필


- 고교생에게 국어와 문학을 가르치며 ‘수필집·시조집·기행집’ 등을 펴냈습니다.

- 퇴임 후 기고활동을 이어가면서 기독교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았습니다.

- 블로그 “조하식의 즐거운 집” http://blog.naver.com/johash을 운영합니다.

- 정론지 <평택자치신문>에 “세상사는 이야기”를 15년째 연재하는 중입니다.


※ 다음호(751호)에는 ‘영적으로 탐색한 이스라엘 - 이스라엘에 대한 선이해’가 이어집니다. 


태그

전체댓글 0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세상사는 이야기] 걷기 편한 도시환경 제안서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