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제의 평택의 자연] 생명의 그물망과 먹이사슬 이야기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감소의 시대… 우리 삶과 밥상, 도시의 숨결까지 연결되어 있어

생명의 그물망은 자연이 서로 기대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민들레 한 포기, 꽃등에 한 마리, 직박구리 한 마리가 저마다의 길을 걷는 것 같지만, 사실은 주변의 거미줄처럼 서로 촘촘히 이어져 있다.
우리가 너무 편하게 접하는 자연 생태계에서 먹이사슬은 그 관계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길잡이이다. 햇빛을 받아 자라는 지면의 온갖 풀들, 이 풀을 먹는 메뚜기와 방아깨비, 메뚜기를 잡아먹는 참개구리, 그 개구리를 노리고 접근하는 유혈목이 등 단순해 보이지만, 이 관계의 사슬은 수많은 갈래로 뻗어 하나의 그물망을 엮어낸다.
참으로 오랫동안 없었던 일이지만, 만약 자연 생태계를 구성하는 어느 한 고리가 끊어진다면 그 여파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감소의 시대, 이 질문은 더 이상 자연 속 이야기만은 아니다. 우리 삶과 밥상, 그리고 도시의 숨결까지 연결되어 있다.
이번 글에서는 현장에서 먹이사슬과 생명의 그물망이 전하는 미미한 사례를 다루고자 한다. 작은 생명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서 있는 자리와 역할도 함께 돌아본다.
1. 풀밭의 먹이사슬을 지탱하는 생명 연결자
초가을 풀밭에 흔한 1차 소비자, 방아깨비(2013.9.1 비전동)
방아깨비는 싱싱한 풀잎을 뜯어 먹으며 햇빛의 에너지를 동물의 세계로 옮기는 1차 소비자다. 풀벌레 중에서도 활동성이 높아 새나 거미, 도마뱀 같은 상위 소비자들의 주요 먹잇감이 된다. 이들의 존재는 풀밭의 생명 순환을 이어주는 중요한 고리로, 작은 몸짓 하나가 생명의 그물망을 단단히 엮어준다.
2. 햇살을 먹고 생명을 잇는 풀벌레
가을 들녘에서 생산자를 먹는 우리벼메뚜기(2013.9.27 동삭동)
우리벼메뚜기는 벼나 갈대 같은 풀잎을 먹으며 생태계의 첫 소비자, 즉 1차 소비자의 자리를 지닌다. 이들은 식물의 에너지를 동물로 이어주는 중요한 매개자다. 새와 거미, 개구리 같은 상위 포식자들은 메뚜기를 먹으며 생명을 이어 가므로, 메뚜기의 존재는 풀밭과 논의 생명 순환을 지탱하는 첫 고리라 할 수 있다. 작디작은 몸이지만, 먹이사슬 속에서는 생명을 잇는 다리와 같다.
3. 풀잎에서 새로 이어지는 생명의 고리
논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은 섬서구메뚜기(2019.10.6 월곡동)
아이들에게 방아깨비로 오해받는 풀벌레에 섬서구메뚜기가 있다. 섬서구메뚜기는 생산자인 식물의 에너지를 몸 안에 저장하고, 그 에너지를 다시 상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자연의 매개자다. 그들의 존재 덕분에 논의 생태계는 살아 움직이며, 다양한 생명들이 서로 기대어 산다. 풀잎을 뜯는 한입의 움직임 속에 자연의 거대한 순환이 시작된다.
4. 나비의 날갯짓 위로 이어지는 생명의 순환
꼬리명주나비 사냥에 성공한 2차 소비자, 밀잠자리(2008.7.13 송탄정수장)
꼬리명주나비가 식물의 에너지를 흡수해 살아가듯, 밀잠자리는 그 나비를 먹으며 에너지의 흐름을 한 단계 끌어올린 생태계의 2차 소비자 역할을 맡고 있다. 이렇게 에너지는 식물에서 곤충으로, 곤충에서 또 다른 곤충으로 이어진다. 밀잠자리의 사냥은 잔혹해 보이지만 그것이 바로 생태계의 순환을 유지하는 생명의 질서이며, 자연의 그물망을 건강하게 엮어간다.
5. 숲의 균형을 지키는 애벌레 사냥꾼
1차 소비자인 애벌레를 육추에 이용하는 쇠딱따구리(2022.5.21 배다리산책로)
배다리도서관 아래, 산책객들이 수시로 지나치는 곳이지만 왕벚나무 줄기에서 두 차례에 걸쳐 번식에 성공했다. 쇠딱따구리는 나무껍질 속 애벌레를 잡아먹는 2차 소비자다. 숲의 해충을 조절하며 나무가 건강하게 자라도록 돕는다. 하루에도 수십 마리의 애벌레를 새끼에게 물어다 주는 그 부지런한 날갯짓이 숲의 생명 균형을 지탱한다.
6. 하늘의 사냥꾼, 생태 균형의 조율자
1차 소비자인 곤충을 사냥하는 왕파리매(2017.8.13 덕동산마을숲)
꽃매미가 식물의 수액을 먹으며 에너지를 흡수하듯, 왕파리매는 그 에너지를 한 단계 더 옮기는 전달자로, 벌과 파리, 노린재, 나비 같은 곤충을 사냥하는 날렵한 2차 소비자다. 그들은 초식 곤충의 개체 수를 조절하고 상위 포식자인 새의 먹이가 되기도 한다. 한 마리의 파리매 속에는 식물에서 곤충으로, 곤충에서 새로 이어지는 생명의 흐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7. 보이지 않는 그물 속 생명의 흐름
거미줄을 이용해 꽃매미를 포획한 호랑거미(2015.8.9 송탄정수장)
꽃매미가 수액을 통해 식물의 에너지를 흡수하듯, 호랑거미는 매미나 벌 같은 큰 곤충도 사냥해 그 에너지를 한 단계 위로 옮기는 역할을 한다. 거미줄에 걸린 한 마리의 곤충 속에는 식물에서 곤충으로, 곤충에서 거미로 이어지는 생명의 순환이 숨어 있다. 호랑거미는 조용하지만 강력하게 생태계의 균형을 지탱하는 숲의 조율자다.
8. 습지의 정점에서 생명을 잇는 포식자
2차 소비자인 밀잠자리의 사냥에 성공한 금개구리(2013.6.16 진위면 마산리)
금개구리는 잠자리나 풀벌레를 잡아먹는 3차 소비자로, 습지 생태계의 에너지 흐름을 완성하는 상위 포식자다. 그들의 존재는 먹이사슬 아래 단계의 곤충 개체 수를 조절해 생태 균형을 지탱한다. 물가의 조용한 한 점에 앉아 있지만, 그 한 마리의 개구리가 습지의 질서를 묵묵히 지켜내고 있다. 배다리실개천의 금개구리는 아시아실잠자리와 꽃등에 등의 먹이에 익숙하다.
9. 숨은 포식자로 이어지는 생명의 순환
금개구리를 삼키고 있는 3차 소비자, 무자치(2013.6.16 진위면 마산리)
무자치(물뱀)는 개구리, 작은 물고기, 풀벌레 등을 잡아먹는 3차 소비자로, 습지 생태계의 상위 포식자 중 하나다. 그들의 사냥은 먹이사슬 아래 단계의 개체 수를 조절하고 습지 내 생명 균형을 유지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 조용히 물가를 미끄러지는 한 몸짓이 자연의 질서를 지탱하는 힘이 된다. 이들로 인해 습지 속 생명망은 복잡하지만 조화롭게 순환할 수 있다.
10. 기후변화가 미치는 먹이사슬 교란
기후변화로 출현 시기가 당겨지고 있는 큰산개구리(2013.4.7 원곡 고성산)
기후변화는 지구의 평균 기온이 점진적으로 상승하면서 전 지구적 기후 패턴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현상이다. 과거에는 지구 온난화라고 불렀으며, 변화의 영향을 포함하여 기후위기, 기후 비상사태라고도 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후위기는 새의 산란 시기가 빨라지거나 개구리의 산란 시기가 당겨지면서 먹이 생물과의 시기가 어긋나, 먹이사슬 교란의 원인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