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재 시인
형광등 불빛이 침침한 병실 바닥
아버지 눈동자로 바람이 불어 갔다
바람처럼 떠나지 못한 빈 몸집만
눈가에 맺힌 눈물로
부려 놓은 짐인 듯,
임종도 임종임을 알지 못한 아들이
아버지 눈물을 눈치챌 수 있었을까
가신 후에 어두운 형광등을 탓하며
그것이 암시였다고
마뜩잖은 핑계를 대는,
마음이 이 마음인지 저 마음인지 알 수 없어
아버지 가는 대로 좇으며 엉엉 우는
애간장 후벼 대는 소리가 하염없이,
아들의 작은 가슴을
언뜻언뜻 멍들게 하였다
■ 작가 프로필
경기도 평택 출생. 200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집 <투명인간>, <고흐의 사람들> 외 저서 <이기적인 시와 이기적인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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