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재 시인
미안하다는 말이 슬프게 들릴 때가 있다
어쩌다 밥 한번 먹는 자리에서
눈물을 수저로 뜨며
밥값도 없이 너무 오래 산다는 그녀의 말
겸손한 말씀 속에 울컥 돋는 잔인한 말
슬픔도 재산이라며
능청 떠는 이순의 아들에게
맨손을 내밀며 줄 것이 없다는 그녀의 말
너울로 천천히 와 닿는 눈 언저리
그녀의 속울음이 찰방찰방 들썩이며
늦철 든 늙은 애비에게
유언처럼 하는 말
미안하다는 말이 슬프게 들릴 때가 있다
■ 작가 프로필
경기도 평택 출생. 200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집 <투명인간>, <고흐의 사람들> 외 저서 <이기적인 시와 이기적인 시론>

ⓒ 평택자치신문 & www.ptlnews.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