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6-19(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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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하식 수필가·시조시인, Ph.D.

책 읽기 장소로서의 도서관 역사와 공간변화에 대한 제목은 묵직한 감을 안겨준다. 송승섭 교수에 따르면, 도서관은 일상생활 가운데 편리하게 원하는 책이나 각종 자료를 볼 수 있는 곳이라야 한다. 그 어원을 보면 라틴어의 ‘liber’에서 온 낱말로 나무껍질의 안쪽을 가리키는데, 그 연원은 기원전 4,000년을 전후해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생겨났다. 관련 역사를 추적하면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 이후 서점과 출판사는 물론 카페 공간 등에서 다른 성격의 사회적 매체들과 경쟁하면서 발전해 오던 중 17세기 후반부터 18세기에 이르러 신문과 잡지의 출현을 기반으로 영국에서 번창한 커피하우스를 중심으로 공론장으로서의 도서관 기능을 수행하며 장차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는 도서관이란 장소가 특권층의 전유물에서 벗어나 일반 대중과의 관계를 정립했다는 의미가 된다. 자연스레 영미를 포함한 유럽 등지에서 근대 도서관의 파급효과를 불러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도서관의 역사는 인쇄술의 발달과 함께 고려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조선조의 규장각을 비롯한 왕실도서관에서 꽃을 피웠다.


도서관의 본질적인 역할은 무엇일까? 요즘은 단순히 책뿐만이 아니라 전자자료, 즉 영화관람이나 음악감상 등 이미 문화시설로서의 공공성을 확보한 지 오래되었다. 21세기 도서관의 면모는 과거 단순히 인쇄물을 취합하는 기능성에서 탈피해 최첨단의 정보기술을 융합한 공간으로서의 위상을 확립해가는 참이다. 그런데 실상 도서관이라는 용어를 본격적으로 사용한 기점은 서양 문물이 유입되기 시작한 1906년 ‘대한도서관’ 설립을 위한 발기회에서였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앞서 제시한 도서관의 어원과 같이 책이란 단어 역시 앵글로색슨어인 ‘boc’에서 나왔는데 그 뜻이 나무껍질이라는 점이다. 이는 종이(paper)가 파피루스(papyrus)에서 오고, 이를 그리스어로 비블로스(byblos)라고 하는데 ‘책 중의 책인 성경(Bible)’의 어원이 되었으며, 서지학(bibliography)과 독서치료법(bibliotheraphy)이란 낱말이 파생되었다는 교집합이 있다. 이는 “자료를 수집·정리·분석·보존하여 공중에게 제공함으로써 정보이용·조사·연구·학습·교양·평생교육 등에 이바지하는 시설”이라는 도서관의 법적 정의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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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택시 중앙동 일대에 피어난 풍차국화 꽃무리

 

칼 세이건의 말처럼 도서관은 바야흐로 기억의 거대한 물류창고가 된 셈이다. 돌이켜보면 도서관이란 장소는 인류의 진전된 삶을 위한 협력방식이었고, 개인과 사회가 정보와 지식에 접근하는 효율적 의사소통의 기제였다. 세계 최초의 도서관은 기원전 667~628년경 이집트 아슈르바니팔 왕의 대형 문고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거기서 발견한 설형문자를 새긴 수많은 점토판의 존재로 인해 국왕의 교서, 역사, 군사 기록, 서간, 종교서의 원전 등을 밝혀낸 것이다. 니네베 유적에서 “길가메시 서사시”를 접한 이들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이어 BC 18세기 바빌로니아 왕 함무라비 법전이나 BC 1,300년경 람세스 2세는 ‘영혼의 요양소’라는 도서관을 지었으며, 고대 그리스에는 알렉산드리아도서관을 세워 무려 70만 권에 가까운 장서를 수집하여 서지학자 칼리마코스에 의해 120만 권에 달하는 『피나케스』 목록을 만들었다는 말이다. 게다가 BC 1세기 무렵에는 수준 높은 교양을 위해 로마 전역에 개인 문고들이 유행했으며, 28개 공공도서관도 모자라 기원전 2세기부터는 목욕탕에까지 문고를 두었다는 기록은 놀랄 만하다.


중세의 도서관은 로만가톨릭 문화, 그리스정교회의 비잔틴 문화, 중동과 아프리카의 이슬람 문화의 영역으로 나눌 수 있다. 11세기 유럽에서는 성당에서 출발한 대학도서관이 14세기 말에 75개 이상으로 늘어났고, 16세기 초반에는 책의 유통과 활용의 중심지로 발전했다. 반면에 한반도는 정조 이후 왕실도서관의 기반마저 무너져 내렸으나 오늘날에는 선진국에 진입하면서 계층이나 신분에 상관없이 지식정보의 혜택을 누리며 21세기의 도서관문화를 공유하고 있다. 관련 통계에 의하면 전국에 산재한 공공도서관, 대학도서관, 학교도서관, 전문도서관, 특수도서관이 총 천 개소를 넘어섰고, 편의성뿐만 아니라 심미적 감각을 자랑하는 명소로 자리를 잡았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도 일부 지자체에서는 창의적 발상을 저해하는 정책으로 퇴행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여 깊은 우려를 낳고 있다. 그렇다면 2017년 5월 코엑스몰에 개관한 ‘별마당도서관’이야말로 저차원의 장소적 개념이 아닌 3차원적 공간으로 대중에게 다가서야 한다는 명제에서 벤치마킹하길 권유한다. 비로소 도서관의 공간적 전환은 특화된 문화 담론이 되었다.



■ 프로필


- 고교생에게 국어와 문학을 가르치며 ‘수필집·시조집·기행집’ 등을 펴냈습니다.

- 퇴임 후 기고활동을 이어가면서 기독교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았습니다.

- 블로그 “조하식의 즐거운 집” http://blog.naver.com/johash을 운영합니다.

- 정론지 <평택자치신문>에 “세상사는 이야기”를 15년째 연재하는 중입니다.


※ 다음호(727호)에는 ‘효과적 독서의 요건 - 철학이 있는 독서문화’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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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효과적 독서의 요건 ‘도서관 역사와 변화상’ (1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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