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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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하식 수필가·시조시인, Ph.D.

얼마 전 평택시에는 꽤 널따란 공원이 생겼다(2023.10.31. 개장). 그러나 막상 시간을 내서 ‘함박산중앙공원’을 둘러본 느낌은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원래 있는 야산을 최대한 이용한 것까지야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로되 총면적 67만1498㎡(22만 평 이상)의 부지를 채운 시설 대부분이 극히 상투적이어서 첫눈에 구태의연하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려웠다. 맨 앞에 내세운 ‘숲과 정원의 도시’라는 합목적적 조건에 어울리기 위해서는 산책로에 어울리는 수종들이 곳곳에 늘어서 있어야 하는데 짤막한 메타세쿼이아 행렬과 소나무 말고는 휑한 기류가 감돌 만치 나무 그늘이 귀한 데다가 설치한 조형물 가운데 철제품이 많아 늦가을이라는 계절감을 십분 감안하더라도 삭막한 분위기를 상쇄하기에는 미흡했기 때문이다. 대지가 넓어 ‘글로벌존, 오감힐링존, 에코체험존, 예술테마존, 수변여가’의 공간에 ‘오차드가든, 음악분수, 실개천, 에코스쿨, 야외무대, 스포츠필드, 식생체류지’를 애써 조성했으나 평택의 비전을 선포하면서 삼림과 수자원체계의 생태계를 연계할 만한 친환경적 작품은 눈에 띄지 않았다는 것이 필자의 안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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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와 함께 둘러본 ‘수원 광교중앙공원’

 

앞으로 산림녹지과에서 추진할 과제는 ‘자연, 물결, 거점, 일상’을 하나로 엮는 4대 전략에 맞춘 구체안을 지속 가능한 정책으로 이어나가는 일이다. 도농복합 중대형도시를 이끄는 정장선 시장이 밝힌 내용을 들여다보면, 첫째 ‘자연(ECO)’은 마안산, 백운산, 부락산, 부용산 등에 주제가 있는 숲길의 체계적 정비를 위해 대규모 수목원과 공원들을 만들어 미세먼지를 저감하는 데 중점을 둘 참이며, 둘째 ‘물결(WATER)’은 평택강과 진위천의 풍부한 수자원을 활용해 물결이 빛나는 생태정원도시를 완성하고, 셋째 ‘거점(CENTRAL)’은 함박산중앙공원, 모산공원, 은실공원, 지제역세권공원, 청북레포츠공원, 평택역복합문화광장을 조성해 상주인구 급증에 따른 도시화를 포용할 수 있는 도심지역의 거점 정원을 만드는 한편, 넷째 ‘일상(LIFE)’은 마을 안 자투리땅, 빈터, 골목길 등 일상생활과 가까운 곳에 시민의 손으로 공동체 정원을 꾸려감으로써 행복정원 1천 개소를 가꾸는 시민정원사 교육, 경기정원문화 박람회, 도시숲 더하기 생활밀착형 정원, 마을정원, 숲정원 등 향후 ‘시민참여형 정원도시’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차제에 여태껏 산책을 겸해 쉬어본 다른 도시의 공원을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어제 아내와 함께 수원의 ‘다산공원’과 ‘광교중앙공원’을 돌아보고 나서는 솔직히 일종의 문화충격을 받았다. 세련미 넘치는 시설물을 구경하며 세 시간이 넘도록 돌아다녔어도 전연 피곤하지 않았거니와 아기자기한 유아숲체험원에다 흙바닥을 벗 삼아 건강을 지키는 모습이 부러웠기 때문이다. 왜 공원마다 시멘트를 덧입혀야 하는지 퍽 의문이다. 안양의 ‘평촌중앙공원’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발상을 추동하는 공간에 기울어진 집만큼 이색적인 게 있을까? 걷기 편한 보행로의 정체는 빤하다. 두셋이 무리를 지어 지나쳐도 서로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은 만큼 넓고, 무엇보다 발바닥이 닿는 땅의 기울기가 평평해서다. 빗물이 흘러야 한다는 이유로 경사가 지나치면 몸의 균형이 무너져 조금만 걸어도 체형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잖은가? 마땅히 건물 출입구에 계단을 설치해야 한다. 왜 건물주의 실수를 보행자들이 감수해야 하는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게다가 울퉁불퉁, 움푹 파인 보도블록을 어쩌랴. 이는 일본의 범례를 벤치마킹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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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개장한 평택시 ‘함박산중앙공원’

 

모름지기 세금으로 조성하는 공원은 시민들의 공공재요 쉼터다. 그렇다면 시정 책임자는 공원이 단지 홍보물이나 전시물처럼 보이는 데 그치지 않도록 각종 매체를 통해 쏟아지는 쓴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실시간 전화를 받기는 힘들 테니 현장에다 중지를 모으는 건의함을 운영하라고 권유한다. 제아무리 개인적인 경험칙이라도 바람직한 사례라면 공유하는 것이 지름길로 가는 지혜가 아니겠는가? ‘함박산중앙공원’을 찾아가는 길목에 안내표지판이 아직 없다는 점도 지적사항이다. 언필칭 ‘고덕국제신도시’라는 명칭에 걸맞게 천변 보행로를 보강하는 일도 시급하다. 부득불 땜질할 데가 생기면 짜깁기하듯 정교하게 마무리할 일이며, 옆 녹지공간에 어울리는 상·하위 수종을 비롯하여 다채로운 꽃나무 식재도 서둘러야 한다. 아울러 수변공원의 무성의한 설계는 단순히 재고하라는 말로 갈음할 게 아니라 시가지에 접어들면서 눈에 확 띄는 랜드마크를 공모하는 쪽으로 고민할 사안이다. 모쪼록 무슨 일이든지 적당히 얼버무리거나 대충 때워서는 절대 작품이 될 수 없다는 걸 차세대에 일러주라는 노파심이면 좋겠다.



■ 프로필


- 고교생에게 국어와 문학을 가르치며 ‘수필집·시조집·기행집’ 등을 펴냈습니다.

- 퇴임 후 기고활동을 이어가면서 기독교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았습니다.

- 블로그 “조하식의 즐거운 집” http://blog.naver.com/johash을 운영합니다.

- <평택자치신문>에 “세상사는 이야기”를 14년째 연재하는 중입니다.


※ 다음호(708호)에는 ‘북유럽 기행 - 덴마크는 미래지향적 국가’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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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공원은 도시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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