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29(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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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하식 문인, 철학박사

교단을 물러난 뒤 지난날을 헤아려보니 꽤나 진통이 따랐던 세월이었습니다. 이제는 그만 심신을 눕히고서 편안히 지내도 되지 않느냐는 눈총(?)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마냥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기는 싫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주 할 일이 없지도 않았습니다. 지역신문에 연재하는 기고문은 여전히 10년을 넘겨 이어가고 있었으니까요. 바쁜 일상에 쫓겨 아직 정리하지 못한 원고를 추슬러서 책을 펴낼 수도 있었습니다. 원래 계획은 한두 해 남짓 미처 밟아보지 못한 국내외 여행지들을 두루 구경하려고 작정했었지요. 그런데 예기치 않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지구촌을 휩쓴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손발이 꽁꽁 묶이고 만 겁니다. 아들과 함께 막 독일 교육계를 돌아보고 귀국한 직후였습니다.


때마침 눈에 띈 게 박사과정생 모집 문구였습니다. 지체하지 않고 원서를 넣었는데 이미 서울에 당도한 면접생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느닷없이 연기를 통고하는 곳이라면 아무래도 신뢰하기 어려웠습니다. 곧바로 다른 곳에 들어가 당차게 학업을 시작했습니다. 초년생에게 부과되는 과제는 예상치를 뛰어넘을 만치 만만찮았습니다. 무려 20여 년 전 문학박사과정에 입학했다가 지레 멈춰야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습니다. 하루하루 힘은 들었지만 배우는 만큼 보람을 느끼는 나날이었습니다. 그러나 복병은 늘 내부에 있는 법이라더니 생기 넘치는 학사일정에 방해꾼이 나타났습니다. 어쩌면 호사다마(好事多魔)라는 사자성어는 사탄이 지어낸 듯합니다. 때를 기다렸다는 듯 감히 종교 다원주의자가 슬그머니 정체를 드러냈습니다. 아뿔싸, 광명의 천사를 가장한 강의 담당자였습니다.


고심 끝에 점잖게 그러나 진정성 있는 해명을 요구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적반하장이 따로 없었습니다. 가당찮게 그의 갑질은 이미 도를 넘고 있었습니다. 깨닫지 못한 원생들을 등에 업고 수준 낮은 짓거리를 일삼더니만 급기야는 학점을 통해 보복하는 일까지 서슴지 않았습니다. 어렵사리 목소리를 듣게 된 총장이란 인물은 말귀마저 어두운 상태였습니다. 부득불 오래전 신대원(M.Div.)을 마친 모교에서 다시금 전열을 가다듬었습니다. 은혜롭게도 학업에는 탄력이 붙어 그동안 미뤄왔던 출간까지 세상의 빛을 보았습니다. 어느새 학위논문을 써서 내야 할 차례가 되었습니다. 여기에도 걸림돌은 있었습니다. 역시나 다원주의자들이 기승을 부렸을뿐더러 전공 교수조차 배정받을 수 없는 처지였습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필요한 상황에서 때마침 보혜사 성령님은 제게 조언을 구할 만한 귀한 분을 만나게 하셨습니다. 일대일 수업으로 학위논문의 감도에 반응할 수 있었으니까요. 미진했지만 5학기에 막 접어들 무렵 일찌감치 초안을 탈고할 수 있었습니다. 말하자면 이 글은 공들여 캐낸 그대로의 원광석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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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단에서 피어난 꽃망울

 

다만 완성이란 현상은 태생적으로 본질적 물음을 잉태할 수밖에 없나 봅니다. 논제를 거푸 삼세번씩이나 바꿔야 했습니다. 아니 폭을 좁혀 따지자면 그 갑절은 족히 될 겁니다. 감사할 제목은 처음 준비한 원고를 죄다 활용할 수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세계 유수의 대학들처럼 입학과 동시에 지도교수를 정하고 학기마다 소논문을 통해 완결을 향해 갔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모본이 되는 사례를 접하고서도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건 퍽 서글픈 일입니다. 심대한 문제의식을 지녔다면 적절히 문제를 제기해야 옳거니와 날카로운 분석과 서슬 퍼런 비판을 거쳐 바람직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순서일 터입니다. 늘 모범사례가 태부족이어서 제자리걸음을 계속하는 게 아니라 실천 의지 자체가 부족한 탓으로 보입니다. 덤처럼 첨부한 소논문은 저의 모자란 행간의 부록입니다.


“내 아들아 또 이것들로부터 경계를 받으라 많은 책들을 짓는 것은 끝이 없고 많이 공부하는 것은 몸을 피곤하게 하느니라”(전도서 12:12).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게는 미리 써둔 글들이 제대로 기능하도록 도우신 손길이 있었습니다. 놀랍게도 소논문으로 제출한 과제물들이 고스란히 되돌아온 경우니까요. 가멸차게 예비한 자료들을 그대로 묵혀두기 아까워 성경해석 부분을 포함한 논문집을 발간하기로 결정한 이유입니다. 박사학위청구논문을 쓰는 내내 애먹인 각주를 최대한 살려냈습니다. 신구약 성경에서 전하는 특별계시만으로도 영혼구원은 충분하기에 그렇습니다. 까다로운 최종심사까지 통과한 일이야말로 은혜로운 섭리입니다. 삼위의 하나님께 모든 영광과 찬양을 올려드립니다.

 

■ 프로필


- 고교생에게 국어와 문학을 가르치며 ‘수필집·시조집·기행집’ 등을 펴냈습니다.

- 퇴임 후 기고활동을 이어가면서 기독교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았습니다.

- 블로그 “조하식의 즐거운 집” http://blog.naver.com/johash을 운영합니다.

- <평택자치신문>에 “세상사는 이야기”를 14년째 연재하는 중입니다.


※ 다음호(667호)에는 ‘기독교를 위한 변증 - 순전한 기독교를 변론함’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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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학위과정을 마친 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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