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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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하식 수필가·시조시인

◇ 생각 모음 열하나: 산에 올라갈 때마다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꼴불견 등산객들에게 보내는 일갈이렷다. 제1호는 술을 마시고 산에 기어올라 정상에서 고작 담배나 피우는 흡연중독자들은 모두 각성하시라! 그것도 모자라 바람의 방향마저 외면한 채 남들에게 탁하고 역한 연기를 들이마시게 하는 파렴치한들을 보면 한심스럽기 그지없다. 기껏 백해무익한 담배나 피우자고 어렵게 산에 기어올랐는지 끽연족들에게 캐묻지 않을 수 없다. 제2호는 싸구려 화장품 냄새를 짙게 풍기며 수다를 떠는 아줌마부대를 꼽지 않을 수 없다. 명심하고 기억해두시라. 그러시다가 어리석게도 말벌에 쏘이거나 사나운 들짐승을 불러오는 바보들이 있다는 사실을! 제3호는 비좁은 길을 오가는 터에 마치 거들먹거리듯 좀체 비켜서려 들지 않는 무례한 자들을 보면 짜증이 난다. 앞으로는 제발 몸을 살짝 비틀어 지나가시면 좋으련만. 제4호는 큰 개를 이끌고 오르며 목줄도 없이 남에게 공포심을 안기는 이기주의자들이렷다. 어린 시절 개에게 물린 트라우마가 있다는 사실을 왜들 모르시는지 야속할 때가 있다. 제5호는 목청을 높여 휴대폰을 받거나 라디오를 크게 틀어 고요한 산속에 소음을 퍼뜨리는 무뢰한들은 썩 물러갈지어다. 필자 또한 그것이 작은 풀벌레들을 화들짝 놀라게 하는 짓임을 불과 얼마 전에야 알아차렸다.


어디 그뿐이랴. 제6호는 크고 작은 봉우리에 기어올라 큰소리로 “야호”를 목청껏 외침으로써 새소리, 물소리를 못 듣게 하는 짓인 바, 그들을 향해 이렇게 외치고 싶다. 당신은 생태계를 교란하는 환경 파괴자라고! 제7호는 드물긴 하지만 아예 안면을 몰수하고 소변, 심지어는 대변을, 그것도 사람이 다니는 길목에다 보는 철면피들이다. 어찌나 민망했던지 아이들과 함께 얼른 도망치듯 피해주느라 걸음을 재촉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제8호는 아무 곳에나 휴지를 마구 버리거나 과일 껍질 등 음식물을 먹고 난 뒤처리가 지저분한 얌체족들이다. 정 그렇게 하고 싶거들랑 나뭇잎에 묻어주는 센스 정도는 갖추라고 귀띔해주련다. 제9호는 산중에 핀 꽃들을 자기 것인 양 착각하며 무자비하게 꺾어가는 야만인들이다. 이거 명백한 도둑질인 줄 알고 있기를 바라마지않는다. 제10호는 시도 때도 없이 가래침을 뱉어 타인의 기분을 언짢게 만드는 족속들이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최대한 소리를 죽여 후미진 곳에다 살짝 뱉는 예의는 지켜주는 게 최소한의 상식이 아닐까 싶다. 아, 이런 후진적인 의식구조와 행동거지가 언제쯤 바뀌어 선진시민이 될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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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쓸쓸한 빛이 감도는 천안 광덕산

 

◇ 생각 모음 열둘: 무진장 쑥스럽긴 하지만 지상에 소개하고픈 이메일 서신을 간직해오고 있었습니다. 제게는 그만치 소중한 추억이자 진심 어린 마음이기에 그렇습니다. “안녕하세요~선생님! 저는 유종현 학생 고모예요~ 찾아 뵙고 인사드려야 하는데 지면으로 인사드립니다. 조카가 복이 많네요! 유년 시절부터~ 지금까지~ 담임선생님을 잘 만나서~ 특히나 교육이념과 목표가 뚜렷한 교육관, 축복된 신앙생활과 따듯한 배려까지~ 감사하고 축복된 신앙생활!!! 감사~감사합니다. 일일이 학생들 이름으로 아이 성격과 목표에 맞게 3행시도 지어주시고~ 일이 많으셔도 일일이 배려해주시는 모습이!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시간 내서 한번 꼭 찾아 뵐게요*^.^*~ 상황이 안 좋은데도 밝게 생활을 하는 조카 모습이 대견하고 기특하네요. 고모로서 자기의 실력과 꿈을 위해 더욱더 발전할 수 있도록~ 옆에서~ 지도편달 바랍니다~ 지금도 후원과 격려 많이 해주시지만!! 가정에 축복과 행복이 가득하시길~ 바라면서~ 고모 유명희 올림”


나는 이제껏 받은 서신 가운데 이처럼 진정성 있는 내용을 접한 적이 없습니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정성껏 엄마의 역할을 감당하시는 모습만으로도 감동을 받고 위로가 되는 편지였습니다. 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시는 아버지 홀로 아이들을 뒷바라지하는 가운데 제자를 올곧게 지도하려 애쓴 것밖에는 한 일이 없는 것 같은데 말입니다. 불민한 저의 불찰은 왜 내가 먼저 이분들을 개인적으로 초청해서 정중히 대접해 드리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입니다. 안타깝게도 종현이가 졸업을 하고 나서야 겨우 그 생각을 하다니, 그러고 보면 나란 사람도 아둔하여 결정적으로 섬세하지 못한 구석이 있답니다. 정년퇴임을 하고 그간의 글들을 모아 문집을 내려다 발견한 절절한 마음이 오늘따라 내 심장을 짓누릅니다. 아, 나는 언제쯤이나 철이 들려나?


■ 프로필


- 고교생에게 국어와 문학을 가르치며 수필집·시조집·기행집 등을 펴냈습니다.

- 평택에서 기고 활동과 기독교 철학박사(Ph.D.) 과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 블로그 “조하식의 즐거운 집” http://blog.naver.com/johash 꾸립니다.

- <평택자치신문>에 “세상사는 이야기”를 13년째 연재하는 중입니다.


※ 다음호(661호)에는 ‘가볍지 않은 생각 모음 - 영혼을 구원할 소명감’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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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가볍지 않은 생각 모음 ‘훈계와 훈육을 오가니’ (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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