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5(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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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하식 수필가·시조시인

◇ 생각 모음 일곱: 고등학교 진학을 위한 입시설명회를 도운 일이 있습니다. 돌이켜 생각하니 급격한 출산율 저하로 인해 각급 학교들이 속속 문을 닫아야 할 딱한 형편에서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공들여 다듬은 글입니다. “여러 가지 일로 바쁘심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시간을 내어 본교 입시설명회에 참석해주신 학생 여러분과 학부모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잘 아시다시피 본교는 기독교 재단에서 세운 학교입니다. 스스로 믿음을 가지고 진보하면서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자는 기독교 정신으로 반세기의 전통을 이어온 사립 고등학교입니다. 그동안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모든 교직원이 하나가 되어 배전의 노력으로 교수학습 방법을 체계화하여 학력 향상에 매진한 결과 많은 재학생들에게 희망을 주게 되었고, 지난해에 이어 금년도 대학입시에서도 매우 우수한 실적이 속속 나타나고 있습니다. 현재 서울대 2명, 포항공대 1명, 서울교대 1명 등 수시 1, 2차에서 괄목할 만한 결실을 맺어가는 중입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는 단순히 교직원들의 노력만으로는 결코 이룰 수 없습니다. 학생들의 노력과 부모님의 지대한 관심이 커다란 역할을 감당했다고 확신합니다. 이 자리를 빌려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따라서 특별히 오늘 참석해 주신 학부모님께서는 우리 아이가 앞으로 어느 고교에서 공부하여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을지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충분히 파악해 가시기 바랍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우리 학교는 진학 지도에 대한 확실한 맞춤형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사립학교이기에 10년 이상 진학 지도에만 전념하는 담임교사들이 여럿 있을 뿐만 아니라 전문가 선생님들이 연구 개발한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지도한 결과가 대학입시에 좋은 실적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이제 곧 다년간 입시지도에 노하우가 있는 선생님께서 본교에서 시행하는 맞춤형 학습 효과에 대한 설명과 함께 학교에 대한 여러 가지 말씀을 해드릴 것입니다. 잘 들어주시고 현명한 판단으로 본교를 선택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결코 후회하시지 않도록 저희 교직원들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꼭 오늘이 아니더라도 자주 찾아주시고 오가는 길에 틈나는 대로 들러주셔서 궁금한 사항에 대해 문의해 주십시오. 부디 대학 진학과 관련된 유익한 정보와 자료를 듬뿍 안고 가실 수 있었으면 합니다. 모쪼록 하나님의 크신 은혜가 학부모님의 가정에 충만하시기를 기도합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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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쓸쓸한 빛이 감도는 천안 광덕산

 

◇ 생각 모음 여덟: 자료의 창고를 뒤적이다 보니 학기 중 학년에서 학부모님께 드리는 글이 보였습니다. 지난 일이어서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뜻하지 않게 만난 내용을 읽어 보니 나도 모르게 빙그레 웃음이 나왔습니다. 당시 언어관습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불철주야 사랑하는 자녀들을 양육하시느라 얼마나 노고가 많으십니까? 기승을 부리던 무더위가 저만치 물러가고 이제는 풍성한 열매를 거두는 수확의 계절이 찾아왔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에 불어닥친 경제 한파로 인해 온 나라가 누란의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이럴수록 본교에서는 나보다 더 어려운 이들을 돕는 일이야말로 한시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소중한 일이라 생각하여 매년 사랑의 쌀을 나누고 있습니다. 그동안 잊지 않으시고 매번 용기를 주시고 따뜻이 격려해 주신 마음을 늘 가슴속에 간직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소외된 이웃들을 돕는다는 마음으로 십시일반 헌미를 모으고 섬기는 일에 정성껏 협조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아시다시피 한광학교는 기독교교육을 목적으로 세운 배움터입니다. 창조주 하나님을 믿고 경외하며 큰 뜻을 품고 작은 일에 충성하라는 교훈 아래 나름대로 정진한다고 노력했지만 연약한 사람들이 계획하고 시행하는 일인지라 때로는 실수하고 부족한 부분도 많았을 것입니다. 그동안 선한 일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협력해 주신 데 대해 다시 한번 감사드리오며, 저희 기독교사들은 더욱 복음 안에서 혼연일체가 되어 생명을 살리는 복음교육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혹시 잘못되어가는 일이 보이거나 바람직한 방향으로 시정할 사항이 있으시거든 기탄없이 말씀해 주십시오. 고칠 부분이 있으면 머뭇거리지 않고 즉시 시행할 것입니다. 부디 가족 모두 영육 간에 강건하시고 저무는 한 해 잘 마무리하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앞으로도 변함없는 애정과 충고를 아끼지 말아 주십시오. 예수님의 은혜가 학부모님의 가정에 가득하시기를 진심으로 기도드립니다.”


■ 프로필


- 고교생에게 국어와 문학을 가르치며 수필집·시조집·기행집 등을 펴냈습니다.

- 평택에서 기고 활동과 기독교 철학박사(Ph.D.) 과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 블로그 “조하식의 즐거운 집” http://blog.naver.com/johash 꾸립니다.

- <평택자치신문>에 “세상사는 이야기”를 13년째 연재하는 중입니다.


※ 다음호(659호)에는 ‘가볍지 않은 생각 모음 - 천거의 안목을 높여서’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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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가볍지 않은 생각 모음 ‘축적한 사념의 조각들’ (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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