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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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하식 수필가·시조시인

◇ 생각 모음 다섯: 오래전 ‘포스코 신문’에 실린 “이런 생각 저런 의견” 중 하나다. 장애인에 대한 우리의 편견은 지나치다. 이제는 확 달라져야 한다. 지난 호 ‘목요 데이트 칼럼’의 함인희 교수 글을 읽으면서 장애인 가족으로서 겪었던 필자의 아픈 경험에 대해 참으로 안타까웠다. 교통사고율을 비롯한 여타 부분에서도 부끄러운 세계 상위권이 많지만 특히 장애인 복지 측면은 우리 사회의 후진적 인식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심각한 예가 아닐 수 없다. 장애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모습 중의 하나일 뿐이다. 우리 모두가 예외 없이 예비 장애인이기 때문이다. 복잡한 세상에 사는 현실에서 누구라도 그 부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실제로 선천적인 장애인보다는 후천적으로 장애를 입은 이들이 훨씬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상대의 여건을 고려하되 단지 배려하는 차원에서 느긋이 기다려주는 마음가짐이 꼭 필요하다.


장애인은 우리 비장애인과 똑같이 생각하고 똑같이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원하는 사람일 뿐이다. 어떤 면에서는 불편한 장애를 지녔기에 사회로부터 더 많은 편의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장애인들을 우선하여 배려해야 할 까닭은 자명하다. 비장애인들은 오래전부터 그들을 위주로 편리하게 이뤄진 각종 시설과 수많은 제도 속에서 상대적으로 혜택을 누리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함 교수의 글은 그간의 고정관념과 편견의 현주소를 다시금 되짚어 보게 한 글이었다. 기실 필자 역시 그간 무심코 지나쳤던 사각지대에 대해 깨우친 바가 컸다. 더불어 “어느 비장애인의 멋쩍은 일고(一顧)”라는 중수필을 탈고한 일은 담장이 아닌 담벼락을 뛰어넘은 큰 결실이었다. 더욱 내용을 보완하고 정성껏 다듬어 지역신문에 기고함으로써 다들 생각할 계기를 마련했을뿐더러 출간한 책자의 한 단원으로 들어가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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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쓸쓸한 빛이 감도는 천안 광덕산

 

◇ 생각 모음 여섯: 위 얘기와는 좀 다르기는 하지만 불황의 고리에 대한 의견이나 분석이 분분하다. 매년 즐거운 명절을 맞이하건만 저마다 못 살겠다고들 아우성이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지방의 한 재래시장에서는 평소보다 되레 손님이 줄어들었다고들 울상이다. 기업은 기업대로, 가계는 가계대로 온통 어려운 처지를 호소하는 소리뿐이다. 일견 호들갑에 가까운 걸 감안하더라도 불황의 끝이 어디인지 도통 모를 만큼 혹독한 시련의 연속극처럼 보인다. 그러나 막상 그 실태를 들여다보면 이런저런 문제의 핵심을 짚어낼 수밖에 없다. 먼저 오늘날은 세시풍속에 따른 명절이라고 해서 부족한 영양분을 보충하거나 따로 의복을 마련할 까닭이 없어졌다는 점이다. 실제 설빔이란 낱말을 들어본 때가 언제인지 모르겠다. 더 이상 우리나라에서 호의호식은 화두가 아니지 않은가. 오히려 분수를 모르고 치장하는 데 눈살을 찌푸리고 너무들 먹어 탈이 나는 세상이다. 여기저기 앞다퉈 살 빼기에 안간힘을 쓰니 말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 온 나라가 과소비에 몸살을 앓았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시각을 바꿔 우리 사회가 점차 근검절약하는 미풍양속으로 정착해 간다고 볼 수는 없을까? 아직 곳곳에 장날이 서기는 해도 상설시장이 대세인 데다 인터넷 구매가 생활화에 접어든 것도 눈여겨볼 지점이다.


거리를 걷다 보면 가게가 지나치게 많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2018년 OECD에서 발표한 취업자 중 자영업자의 비중은 21%에 달한다. 이는 2004년 말 기준 33.6%보다는 2/3로 줄어들었지만 10% 내외인 선진국에 비하면 그 심각성이 두드러진다. 놀랍게도 세 끼 식사를 밖에서 해결하는 나라들을 빼놓고는 미국과 멕시코 다음으로 세 번째에 해당한다. 유럽의 소국인 룩셈부르크와 아이슬란드는 최하위권이다. 크고 작은 길가 어디를 걸어도 이처럼 동종업계의 점포들이 앞다퉈 경쟁하듯 들어서는 곳이 한국 말고 또 있을까? 참고로 1989년에는 무려 40.8%에 달했다가 2018년에는 25.1%까지 떨어져 OECD 7위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이제는 매스컴의 시각에 일대 변화가 있어야 한다. 가령 소외된 이웃 돌보기, 의례적이 아닌 진정한 효도의 길, 해마다 두 차례씩 빚어지는 교통체증의 비효율성, 매장문화로 인한 산지의 황폐화, 고학력 젊은이의 귀농 대책, 실직자의 재교육 및 지원방안, 지구촌의 바람직한 명절 문화 중 특정 종교의 관점을 벗어나 관혼상제 문화에 허례허식의 요소는 없는지 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모름지기 언론의 책무는 국민의 눈높이가 미치지 못하는 부분을 파헤치는 일에 힘써야 한다고 본다.


■ 프로필


- 고교생에게 국어와 문학을 가르치며 수필집·시조집·기행집 등을 펴냈습니다.

- 평택에서 기고 활동과 기독교 철학박사(Ph.D.) 과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 블로그 “조하식의 즐거운 집” http://blog.naver.com/johash 꾸립니다.

- <평택자치신문>에 “세상사는 이야기”를 13년째 연재하는 중입니다.


※ 다음호(658호)에는 ‘가볍지 않은 생각 모음 - 축적한 사념의 조각들’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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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가볍지 않은 생각 모음 ‘소외된 지점을 엿보니’ (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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