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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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하식 수필가·시조시인

◇ 생각 모음 하나: 평소 학교도서관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생각에서 중앙 일간지에 바라는 마음을 전하고자 한다. 학교의 얼굴이라는 도서관이 너무 낙후되어 하루 너덧 시간씩 수업하랴 틈틈이 잔무 처리하랴 그야말로 눈코 뜰 새가 없던 때가 있었다. 기본적인 대출과 반납 시스템은 물론 불편한 동선으로 인한 민원이 한둘이 아니다. 시설 전반이 한마디로 열악하기 짝이 없어 지식의 보고(寶庫)를 관리하는 자리에서 생각하는 것들이 적잖았다. 요로(要路)를 통해 건의도 해봤으나 대개는 가볍게들 취급하는 바람에 도서관인으로서 아쉬움이 컸었다. 그러한 가운데 주말마다 부쳐오는 ‘책의 향기’라는 별지의 효용이 업무에 뜻하지 않게 기여하는 바가 있었다. 누구 하나 거들떠보지 않으니 호소하는 심정으로 거드는 말을 써서 부친 적도 있다. ‘이 주일의 베스트셀러’는 물론 ‘저자는 말한다’에서도 유용한 정보를 얻었다. 이것저것 신간을 심층적으로 소개하는 기사들이 소장할 장서를 선택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한 가지 ‘내가 요즘 읽는 책’에서는 서명 외에 좀 더 상세한 출판사항을 넣으면 호평을 받을 것이다. 쉽고도 재미있는 서평의 기능을 충실히 갖춰 달라는 요청이다.


 사실 공교육을 살리는 지름길은 도서관을 활성화하는 데 있다. 학생들이 도서관을 놀이터 삼아 자투리 시간마다 모여드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도서관이 방과 후 학생들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하는 장소로 기능할 때라야 학교는 학교답게 살아날 수 있다. 경향각지(京鄕各地) 각 신문이 이 부분에 중점을 두고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차제에 <전국 학교도서관 순례> 난을 신설해 달라고 요구한다. 초중고로 나눠 매주 번갈아 가며 학교도서관의 현주소를 파악해 심각한 실태를 널리 알렸으면 좋겠다. 그걸 도서관 후진국의 불명예를 씻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선진국에 비해 아직 뒤떨어져 있는 공공도서관도 마찬가지다. 지역사회 도서관의 면면이 곧 그 나라의 현주소이기 때문이다. 누구든 꾸밈없는 얼굴이 아름다울 때 고개를 끄덕이는 법이다. 고을마다 동네마다 발걸음 닿는 곳이면 크고 작은 도서관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직 열악하기 그지없는 학교도서관 시설 개선을 위해 언론기관이 나서주면 국민교육의 현장도 눈에 띄게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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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대 명산 중 하나인 광덕산 입구

 

◇ 생각 모음 둘: 지상(紙上)에 연일 점입가경의 민낯이 보여 항변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시 교육청에서 발표한 촌지 근절방안에는 심각한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다. 이를테면 마음이 담긴 작은 선물을 주고받을 때 교사뿐만 아니라 학생에게도 불이익을 준다는 발상인데 전적으로 옳지 않다. 일면 형평성과 타당성이 있어 뵈지만 이는 매우 비교육적인 처사로 다음과 같은 오류를 야기할 확률이 높다. 우선 시상의 본질을 들여다보면 당사자가 받을 만할 때 주는 것인데 부모의 잘못으로 인해 자식의 수상 자체가 원천봉쇄된다면 일종의 연좌제에 불과하다. 어느 학생이건 가능성이 있는 분야에 칭찬과 용기를 북돋우고 동기를 부여하기 위한 교육 본연의 목적은 어찌할 셈인가? 또한 촌지를 받는 일부분의 교사를 언제까지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교사와 동일시할 참인가? 고작 10여만 원 정도의 푼돈에 양심을 파는 일탈은 적어도 필자가 근무하는 지역에서는 거의 없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실제 촌지로 인해 물의를 일으킨 예조차 거의 없다. 이거야말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에 지나지 않는다. 


차제에 몇몇 공영방송의 보도 태도에도 고칠 부분이 있다. “학부모의 촌지를 주는 행위가 아이가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는 식으로 전달해서는 곤란하다. 그렇다면 나머지 아이들은 죄다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말일 텐데, 자칫 대다수 교사들이 불의한 금품이나 바라는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되지 않을까 심히 걱정이다. 모든 교육과정은 교사의 교육적 권위를 당당히 세워줄 때 올바로 설 수 있다. 주어진 권한 행사에 잘못이 있다면 일벌백계의 처벌로 바로잡아야 한다는 데는 흔쾌히 동의하지만, 극히 일부를 가지고 전체를 싸잡아 폄훼하는 행정편의주의적 조치는 제발 그만두기를 촉구한다. 교육일선에서 뼈가 굵은 교사로서 그간의 경험칙을 덧붙이자면 가정에서부터 근본이 비뚤어진 아이를 학교 현장의 교육적 수단으로 교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적어도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은 맞아들어간다. 부디 부모, 교사, 당국이 힘을 모아 미래세대교육을 함께 이끌어 가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 프로필


- 고교생에게 국어와 문학을 가르치며 수필집·시조집·기행집 등을 펴냈습니다.

- 평택에서 기고 활동과 기독교 철학박사(Ph.D.) 과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 블로그 “조하식의 즐거운 집” http://blog.naver.com/johash 꾸립니다.

- <평택자치신문>에 “세상사는 이야기”를 13년째 연재하는 중입니다.


※ 다음호(656호)에는 ‘가볍지 않은 생각 모음 - 도처에 불거진 문제점’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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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가볍지 않은 생각 모음 ‘교과서 너머를 살피니’ (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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