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0(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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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하식 수필가·시조시인

여호와 하나님의 명령을 거역한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먼저 뱀에게는 모든 가축과 들의 모든 짐승보다 더욱 저주를 받아 배로 다니고 살아있는 동안 흙을 먹을 것이며 너로 여자와 원수가 되게 하고 네 후손도 여자의 후손과 원수가 되게 하리니, 여자의 후손은 네 머리를 상하게 할 것이요 너는 그의 발꿈치를 상하게 할 것이라고 하시고, 하와에게는 임신하는 고통을 크게 더하리니 네가 수고하여 자식을 낳을 것이며 너는 남편을 원하고 남편은 너를 다스릴 것이라고 하시고, 아담에게는 네가 네 아내의 말을 들어야 하며 땅은 너로 인하여 저주를 받고 너는 네 평생에 수고하여야 그 소산을 먹을 수 있다는 형벌을 패키지로 내리십니다. 이제 땅은 가시덤불과 엉겅퀴로 뒤덮여 얼굴에 땀을 흘려야 하고, 너희는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거라고 무섭게 예고하십니다. 아뿔싸, 자범죄(自犯罪)의 대가는 던져진 주사위처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애통하게도 돌이킬 수 없는 원죄의 족쇄가 되고 말았습니다.


현재 우리가 사는 세상의 문제점은 무엇입니까? 태초에 아담과 하와가 겪은 원죄의 상황과 어떤 점이 다른가요?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할 때 마음속으로 따먹은 선악과는 과연 없나요? 솔직히 누구도 자유롭지 않을 겁니다. 남몰래 감춰놓은 죄의 찌꺼기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을 테니까요. 가령 십계명을 들어 하나씩 살펴보아도 매일 몇 개씩은 어기고 살지 않나요? 가령 자식이든 돈이든 권력이든 하나님보다 위에 두는 게 있다면 제1계명을 어긴 겁니다. 실제 형상이 아니어도 마음속에 버리지 못하는 우상단지가 있다면 제2계명도 어긴 겁니다. 혹여 은연중에 하나님의 이름을 팔지는 않았나요? 어쩔 수 없이 주일성수를 빼먹은 적은 없어요? 그밖에 부모님의 속을 썩인 일, 화가 치밀어 나도 모르게 살기를 품은 일, 배우자 모르게 연인을 그리워한 일, 공적인 영역을 사적으로 이용한 일, 작게라도 거짓을 고한 일, 남의 것을 탐낸 일 등이 죄다 십계명을 어긴 사례들이잖아요. 알게 모르게 지은 죄의 실상은 그칠 줄 모르고 이어지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우리의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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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일까요? 그것이 다 원죄로 인한 죄성 때문입니다. 우리 주위를 둘러보십시오. 연일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말입니다.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하와가 맞닥뜨린 상황보다 몇십 배는 더 유혹이 많지 않습니까? 세상이 그만큼 복잡해졌고 갈수록 살기 어려운 가계 사정도 한몫합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이 세상 사람들과 똑같이 행동해서는 안 되잖아요? 종말에 우리가 심판대 앞에 섰을 때 이웃을 위해 얼마큼 양보했고 얼마나 손해를 감수했는지 예수님께서 물으실 테니까요. 요즘 거세게 불어닥친 투기 바람만 해도 그렇습니다. 터무니없이 오른 집값으로 인해 돌아온 사회적 폐해가 결국 누구에게 되돌아오고 있나요? 청년세대의 희망을 빼앗고 세금이 오르고 물가 앙등으로 도처에서 아우성치는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까? 만약 여러분이 거기에 원인을 제공했다면 하늘에서 어떻게 바라보실까요? 바로 이런 것들이 우리가 뼈아프게 회개할 지점인 것입니다. 가느다란 죄에 대하여 민감해지는 것이 믿음입니다. 크고 작은 문제가 생겼을 때 남이 아닌 나의 치부를 먼저 들여다보는 눈길이 신행일치로 가는 길목입니다.


성경의 메시지는 어제나 오늘이나 변함이 없으니까요. 물론 의인은 없나니 하나도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하지만 그러니까 대충 살아도 되고 적당히 죄를 지어도 상관없다는 말씀은 아니잖아요? 선악이 맹렬히 충돌하는 곳에서 과감히 용기 있게 돌아섰을 때 하나님께서는 “아무개야, 네가 참으로 정직한 자로구나!”라고 하시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실 겁니다. 역사에 가정이란 없지만 만일 그때 에덴동산에서 하와가 사탄의 속임수에 말려들지만 않았다면 인류의 운명은 어찌 되었을까 상상할 때가 있답니다. 나아가 하와가 아담에게 선악과를 권할 때 아담이 거절했더라면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었을까 상상하다가 고개를 흔든 적도 있답니다. 우습게도 그들이 범죄에 노출되어 있을 때 하나님께서 부리는 천사를 보내 냉큼 돌아서게 했거나 “네 이놈, 지금 무슨 짓이더냐?”하고 크게 나무라셨던들 인류 최대의 비극은 막을 수 있지 않았나 되뇌면서 부질없이 상상할 때가 있다는 푸념입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저의 자유로운 사고의 비통사적 영역일 뿐입니다.



■ 프로필


- 고교생에게 국어와 문학을 가르치며 수필집·시조집·기행집 등을 펴냈습니다.

- 평택에서 기고 활동과 기독교 철학박사(Ph.D.) 과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 블로그 “조하식의 즐거운 집” http://blog.naver.com/johash 꾸립니다.

- <평택자치신문>에 “세상사는 이야기”를 13년째 연재하는 중입니다.


※ 다음호(640호)에는 ‘에덴동산에 숨은 비밀 - 지상의 본분을 망각하다’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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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에덴동산에 숨은 비밀 ‘천상의 계시를 의심하다’ (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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